기도의 능력 세계기독교고전 61
에드워드 M. 바운즈 지음, 김원주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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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싱글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일정 기간 새벽기도회를 다닌 적이 있다. 내가 출석하고 있던 교회는 아니지만 집 바로 옆에 교회가 있어서 새벽마다 그 교회의 새벽기도회에 참석했다. 4시 50분부터 5시 30분까지 드려졌던 새벽기도회에 머리가 희끗하고 연세가 지긋하신 그 교회의 할아버지 담임 목사님께서 말씀을 전하셨는데 조용한 목소리로 말씀을 풀어서 몇명 있지도 않은 교인들에게 차분하게 말씀의 꼴을 먹이시는 모습이 젊은 청년 신자인 나의 마음 속에 인상깊게 각인되었다. 그러나 나에게 더 깊은 감동을 선사한 모습은 새벽기도회를 마친 후 언제나 불꺼진 예배당 맨 앞자리에서 자리를 뜨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기도하시던 그 老 목회자의 뒷모습이었다. 기도회를 마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나도록 기도의 자리를 지키며 기도하시는 목사님의 경건한 모습을 보며 일종의 경외심마저 들었음이 사실이다.

기도에 얽힌 청년 시절의 경험을 회상하며 이번에 소개하게 된 책 <기도의 능력>은 19세기에 태어나 기도의 사람이라고 불리운 'E.M.바운즈' 의 기도에 관한 또 하나의 불멸의 고전이다. 기도에 관한 많은 책들이 있지만 본서는 조금 독특한 특징을 갖는다. 책을 실제로 읽어보면서 발견하는 사실은 저자가 본서의 독자를 공교회에서 말씀을 전하는 설교자들 즉 목회자들을 주 독자층으로 타겟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110여페이지의 짧은 책이지만 책의 내용 대부분이 설교자에게 있어서 기도가 가지는 중요한 기능과 의미에 대한 서술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본서가 무조건 목회자들에게만 한정되어 기록된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기도의 능력은 설교자들의 설교와 목회자들의 목양 속에서만 드러나야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모든 신자들의 삶 속에서도 불꽃같이 피어올라야 하기에 저자의 가르침과 메시지는 모든 신자들에게 해당된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본서가 가지는 책 자체의 특징은 저자 본인이 목회 사역을 하기 전 변호사로서의 직업경력이 있기에 문장이나 필치가 명료하고 시원스러움을 발견하게 된다. 두리뭉실한 문장이나 어휘가 없고, 매우 간략하고 딱딱 떨어지는 듯한 문장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저자의 주장을 명확함과 간결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이해도 쉽고 어렵지 않다.

저자는 목회 성공의 비결이 골방에서 행해지는 하나님과의 씨름에 있음을 말한다. 아무리 해박한 성경과 신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설교와 목회의 성공은 오직 설교자가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무릎을 꿇고 기도에 전념했는가에 달렸다는 것이다. 기도를 소홀히 여겨 날카로운 지성과 탁월한 이성적 능력으로 준비되어진 설교 속에 열렬한 골방의 기도가 빠진다면 그것은 지푸라기와 같이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서 저자는 매우 담담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나 또한 예배를 통해 다양한 설교를 들으면서 어떤 목회자의 설교는 정말로 해박한 성경 지식과 깊은 신학적 지식으로 매끄럽게 잘 다듬어진 설교라고 생각되어지지만 무엇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2%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가 많았다. 그러나 반면 어떤 목회자의 설교는 성경과 신학적 지식은 별로 느껴지지 않고 다소 투박한 뚝배기와 같은 느낌의 메시지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큰 울림이 있는 설교를 만날 때가 있다. 기도의 능력이 설교와 목회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저자의 포인트가 느껴지는 경험이다.

그러나 시간의 양으로 기도의 질을 평가하거나 측정할 수 없음을 저자도 인정한다. 하지만 저자는 짧게 드리는 기도의 삶과 아예 기도하지 않는 삶의 모습 중에 더 나쁜 행태는 바로 짧게 기도하는 삶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짧게 드리는 기도는 기도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는 짧게라도 기도했으니까 나의 신자된 의무는 다한 것이라는 책임 회피용으로 쓰여지는 잘못된 기도에 대한 습관이라는 것이다. 깊은 기도는 결코 짧게 끝날 수가 없다. 하나님의 존전 앞에서 그분의 얼굴을 구하며 나아가는 기도를 어찌 단 5분 안에 끝낼 수 있단 말인가? 그렇기에 저자는 제법 오랜 기도의 시간을 확보하여 기도의 골방에 들어가서 하나님과 교제하며 기도의 능력을 받으라고 권면한다. 그리고 그러한 기도의 능력만이 설교자, 목회자들의 목회 성공의 비결이 된다는 지극히 단순하지만 단순한만큼 많은 목회자들이 간과하고 넘어가는 실천적 조언을 던진다.

서평의 서론에서 언급한 백발이 성성한 老 목회자가 그 이른 새벽 노구를 이끌고 나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씀을 전한 후 오랜 시간 불 꺼진 예배당 한켠에 머리를 조아린 채 나라와 교회, 자신이 목양하는 성도들을 위해 조용하고 나지막한 소리로 기도의 불을 지피는 모습 속에서 진정한 기도의 능력은 드러나게 되어 있고, 그러한 목회자와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에서 복음의 귀한 도구로 쓰임 받는 영광을 누릴 것이다.

그리고 본서의 중간 부분에서는 모범적인 기도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다수 등장한다. 존 웨슬리, 헨리 마틴, 로버트 맥체인, 조셉 얼라인, 데이비드 브레이너드 등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바운즈는 기도의 사람이 따라야 할 경건한 삶의 표지, 모범을 제시한다. 더불어 열심과 열정을 구분하여 인간적 경향이 다소 내포된 열심의 기도가 아닌 거룩한 열정의 기도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을 다스려야 한다는 가슴 뜨거운 기도에 대한 가르침을 설파한다. 바운즈 자신이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아침 6시까지 골방에서 하나님께 기도했던 기도의 사람이었기에 독자는 그가 말하는 깊은 경건의 비밀인 기도의 능력에 대한 그의 주장을 아무 거리낌없이 수용할 수 있다.

청년 시절에는 새벽기도회도 그렇게 열심히 다녔던 자칭 열혈 신자였지만 나도 어느덧 나이를 먹고 세상때가 참 많이 묻어서 그런지 이제 그런 열정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때로 나의 식어져버린 열정과 연약한 믿음이 서글픔으로 다가올 때면 하나님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없이 죄송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인간적 열심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다는 가식적 명분을 내세우며 무엇인가를 해보겠다고 눈 밭의 개처럼 뛰어 다녔던 그 많은 세월들을 돌아볼 때 마음이 헛헛하다. 결국 저자 바운즈는 우리가 기도 없이 뛰어다니는 열심은 모두 부질없는 것임을 말한다. 이제는 기도의 능력을 받지 못한 채 행하는 모든 일들이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가증스러운 일이며 일종의 쇼와 같은 일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속이 쓰리지만 달게 받아야 할 때이다. 짧지만 이렇게 강한 임팩트가 느껴지는 책은 오래만이다. 올 봄에는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여실히 드러내는 기도에 관한 짧은 저작 한권을 통해 오랜시간 먼지가 뿌옇게 쌓인 나의 기도의 골방을 청소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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