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여행지나 유적지, 맛집, 심지어는 군대 훈련소까지 이러한 곳에 가면 꼭 발견할 수 있는 눈에 띄는 장면들이 있다. 다름아니라 그곳을 왔다간 사람들이 남기고 간 흔적이다. 벽에 빼곡히 적어놓은 방문자의 흔적들, "중독성 쩔어! 대박! 맛있어요! 이모님 짱!"부터 "몇월 몇일 누구와 누구가 이곳에 왔다가노라!", "아무개야~영원토록 우정 변치 말자", "아무개야~사랑해! 행복하게 잘 살자!"와 같은 다소 손발이 오글거리는 멘트까지 각양각색 총 천연색으로 채워진 벽이나 게시판의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인간은 누구나가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본능 아닌 본능을 가진 존재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기에 인간은 자신이 이 땅에 태어나서 한평생 살다간다는 존재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소망함으로 죽어서까지 비석에 자신을 기억해달라는 글을 새기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러한 흔적에의 열망은 책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대부분 공통적인 로망으로 드러난다. 그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이름 석자가 박힌 자신만의 책 한권을 출판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나 또한 이러한 부류의 사람 중 하나다. 글밥 먹고 살아가는 전업작가도 아니고 대학의 문예창작학과를 나온 전공자도 아니기에 무엇인가 책을 써서 대박을 터뜨리거나 나의 명예를 드러내고 싶다는 그런 야망 아닌 야망은 차치하고, 그저 내가 살아오면서 보고 배우고 느꼈던 진솔한 삶의 이야기들, 때로는 마주하기 싫은 인간 내면의 민낯에 대해 읽고 생각하며 자신의 삶을 더 나은 그림으로 채워가고 싶어하는 다른이들과 함께 공감하고 나누기 원하는 그런 책 한권 내보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러한 갈증으로 책 쓰기 방법론, 글쓰기 방법론과 같은 많은 도서들을 접하고 읽어보곤 했다. 현직 출판업계와 작가로서 이미 명성을 얻은 저자들의 책은 너무나 훌륭했다. 그러나 매번 책의 마지막 뚜껑을 덮으며 남는 생각은 무엇인가 항상 2% 부족한 느낌, 허전한 마음을 달랠 수가 없다. 이렇게 글을 써야 한다! 이런 책이 좋은 책이다! 단어와 문장은 이렇게 선택하고 구성해라! 라는 저자들의 강조는 이해가 되지만 막상 그럼 책을 어떻게 출판해야하나? 어떤 경로를 통해야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관한 정말 책 한권을 내기 위한 실제적인 프로토콜과 같은 내용을 알려주는 책은 거의 만나본 적이 없다. 그러던 중 본서 <예비작가를 위한 출판백서>라는 제목이 나의 관심을 사로잡았고, 목차와 책의 개요를 살피다가 이 책이야말로 그동안 내가 찾던 바로 그 책이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본서는 현직 신경과 의사이자 작가인 저자가 본인이 작가로서 책을 내기 위해서 경험한 실제적인 책 출판에 대한 노하우와 지식들을 상세하고 자세한 설명으로 가이드 해 준 책자이다. 기존의 글쓰기 방법론, 책쓰기 방법론과 같은 다소 이론적이고 피상적인 내용들이 아닌 예를들어 당신이 책을 내려면 돈이 얼마가 필요하고, 몇부가 팔리면 인세로 얼마의 이익이 떨어지는 등 예비작가들이 궁금해 하는 그냥 까놓고 이야기하는 책 출판의 현실성에 관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다소 속물스러운가? 사실 이런 이야기들을 출판사 관계자들과 예비작가들이 면담하는 자리에서 감히(?)어찌 나눌 수 있겠는가? 지금 내 원고가 받아들여질지 아니면 쓰레기통으로 직행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책 출판의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돌려서 이야기하지 않고 그냥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이런 책을 간절히 원했었고 기쁜 마음으로 집어들어 순식간에 완독하였다.
총 9개의 장으로 구성된 본서는 어떻게 글을 써야하는가와 같은 다소 이론적인 부분에서부터 기획출판, 자비출판, 셀프출판, 독립출판과 같은 책을 내는 방식에 대한 개념 설명과 방법, e북 출판에 대한 실제, 1인 출판사 창업에 관한 방법과 조언,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남들 다 놀러다니는 주말, 방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아 머리에 쥐나게 쓴 나의 책을 상품화시켜주기 위한 실제적인 마케팅 기법까지 정말 책 출판에 대한 상세한 방법과 조언이 저자의 직접적인 성공과 실패의 농축된 경험의 엑기스로 전달되어 지고 있기에 책 제목 그대로 작가를 꿈꾸는 예비작가들에게는 하나의 바이블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빠르게 급변하는 이 과학기술의 시대 속에서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총아로 여겨지는 e북, 즉 전자책에 대한 내용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바삭거리는 종이의 질감과 잉크가 내뿜는 그 종이책 고유의 원시적 매력 때문에 종이책 읽기를 선호하지만 한번도 책을 내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 예비작가들에게 그래도 접근성이 쉬운 전자책에 대한 실제가 나의 관심을 끈다. 사실 나는 책을 낼 만한 돈도 없고, 나의 원고를 흔쾌히 기획출판 해줄만한 출판사를 기대할 정도로 한 글빨 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저자와 독자 모두에게 접근성이 손쉬운 전자책 출판에 관한 내용은 매우 큰 도움으로 다가온다.
이전에는 책을 쓰고 출판한다는 것은 전업작가들, 사회 각계 각층에서 소위 이 분야에서 만큼은 내가 전문가야! 라고 한 방귀 뀔 수 있는 사람들에게나 허락된 일종의 성역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이라는 가히 상상할 수도 없는 대중 매체의 등장으로 이제 사람들은 반드시 전업작가가 아니고, 한 분야의 완벽한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글을 쓰고, 자신의 이름이 박힌 책을 내놓을 수 있는 세상을 맞이한다. 평범한 회사원, 전업 주부, 학생과 같은 우리네 일상에서 너무나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그 사람이 어느 순간 내가 관심 갖고 읽는 책의 저자이며 나의 책을 읽어주는 독자가 될 수 있다는 상상, 생각만해도 즐겁지 않은가?
누구나 책 한권 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드물다. 시간과 돈이 없어서 또는 나의 책을 출판해주려는 출판사가 없다는 우울한 현실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는 지금 이시간도 우리의 기억 속 또는 컴퓨터 하드 디스크에서 사라지거나 잠자고 있다. 그러나 기억할 사실은 저자가 본서에서도 계속적으로 강조하듯이 책을 출판함에 있어서 "가치가 없는 책을 돈 받고 파는 것은 사기행위다!"라는 이야기는 자신의 책을 갖고 싶어하는 예비독자들에게 있어서 두고두고 새겨보아야 할 만한 대목이다. 내 책이 왜 출판사 편집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했는지, 어렵게 출판은 되었지만 왜 서점과 독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지 말이다.
나 또한 나의 pc 하드에 나만의 책 쓰기를 위한 여러편의 책 쓰기 주제와 소재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는 내용 전개를 어떻게 해야할까에 대한 대략적인 얼개까지 구성되어 있는 주제도 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용기가 부족하다. 존경하는 김훈 선생님이나 김남준 목사님과 같은 분이 가진 글쓰기 내공 또한 내게는 전무하다. 그리고 실제적으로 시간과 돈도 없다. 아직까지 나는 글을 쓰는 저자보다는 남의 책을 탐독하는 것이 더 좋은 독자의 DNA가 더 우세한가 보다. 이러한 나의 구차한 변명과 핑계는 가지고 있는 주제에 대해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책 한권 못쓰고 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 합리성을 부여한다. 아마! 정말 그럴 수도 있다. 대충 써서는 안된다는 강박관념으로 인해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것에 대한 망설임의 결말은 죽을 때까지 내 이름으로 된 책 한권 못쓰고 평생 남이 쓴 책이나 읽으며 블로그에 서평이나 올리는 단순 글쓰기에 만족하게 만들 것이다. 반면 편하게 생각하고 일단 쓰고 보자는 식의 주먹구구식 책출판은 나로 하여금 가치 없는 책을 돈 받고 파는 사기범이 되는 흑역사를 갖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본서는 이와 같은 책쓰기 딜레마에 빠진 나 같은 사람들에게 일단 용기를 내어 시작하라고 격려한다. 그리고 실제적으로 당신이 열과 성을 다해 쓴 책을 세상에 어떠한 방법으로 빛을 보게 할지에 대한 실제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우리가 황금 주말을 반납하고, 밤잠을 설쳐가며 탄생시킨 나와 당신의 책이 출판사와 서점, 독자들의 선택을 받는 일은 이제 우리의 손을 떠났다. 선택은 이제 그들의 몫으로 던져진다. 결과를 떠나 나의 책 한권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도록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할 지에 관한 금쪽같은 조언을 원하는 예비작가들이 있다면 나는 기꺼이 이 책을 건네주고 싶다. 그나저나 나는 언제쯤 책을 내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