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0
존 스튜어트 밀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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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영국에서 태어난 '존 스튜어트 밀'은 영국이 낳은 위대한 철학자이자 경제학자로서 본서는 그가 인류에 남긴 자유에 관한 영어권 최고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저작이다. 개인의 자유는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침범하거나 다른 이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서 어떠한 경우에도 침해받아서는 안된다는 그의 유명한 주장이 본서에 면면히 흐른다.

그의 이러한 자유에 관한 논거는 이후 현재까지도 개인의 자유에 관한 교과서로 여겨질 정도로 수 많은 나라와 개인들에게 참된 자유에 대한 기준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밀은 자신의 사상과 철학적 기초를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에 둔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기치를 내세우는 공리주의를 통해 모든 인간의 행복은 동등하다고 생각하며 쾌락을 양으로 평가했던 벤담과는 달리 밀은 인간이 느끼는 쾌락을 양이 아닌 질로서 평가하며 육체적인 쾌락보다는 정신적이고 좀 더 고상한 차원의 쾌락이 존재함을 역설한다.

본서를 통해 대략적으로 밀이 주장한 중요한 개념들과 몇가지 원칙들이 있는데 그중에 다수의 행복이 소수의 불행을 덮을 수도 있을 법한 공리주의의 개념 속에서 밀은 다수의 행복을 보장하고 추구하는 것이 현재의 공리주의적 실현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수의 자유와 행복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더 큰 행복과 발전으로 가는 그야말로 공리주의의 극대화라고 여긴다.

또한 밀은 정부로부터 개인의 자유가 보장받고 보호받아야 할 필요성으로 인간의 불완전성을 꼽는다. 어떠한 인간도 완벽하거나 완전할 수 없다. 그러므로 어떠한 인간도 완전히 옳은 것을 표명할 수도 없고, 그 안에는 반드시 오류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완전히 틀린 것도 없으며 그 안에는 또한 옳은 것도 있을 수 있는 개연성을 가지기에 개개인에 대한 사상과 토론의 자유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정부가 이러한 개인의 사상과 토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허용할 때 우리 사회는 더 높은 인류애적 가치를 실현하며 참다운 인간 사회 발전을 이루는 지름길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위의 주장에는 밀이 자유론을 통해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강조하는 기본적인 전제가 깔려있는 데 그것이 바로 인간 개개인의 '개성' 이다. 개인의 다채로운 개성들이 정부와 권력으로부터 존중받고 인정될 때 그것은 자유로운 토론과 사상의 표현으로 이어지며 그럴 때만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더 한층 발전되고, 사회가 추구하는 효용적 가치들은 빛을 발하게 될 것임을 역설한다.

밀이 태어난 19세기 영국은 18세기 중엽 산업혁명과 인간 이성을 무한 신뢰하는 계몽주의의 영향과 여파가 가득했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왕정시대 가운데 있었다. 이러한 영국 사회에서 개개인의 자유를 주장했던 밀의 사상과 철학은 그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주장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밀의 철학과 사상은 근대를 여는 매우 중요한 사상적 기류의 하나가 되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개인의 자유, 시민적 자유에 대한 그의 사상적 발언이 지금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결코 익숙하지 않은 낯설음으로 다가옴을 완전히 부인할 수 없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아직도 어느 부분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기꺼운 마음으로 온전히 허용하지 않고, 암묵적 동의하에 이루어지는 정부 권력으로부터의 조정, 침해되고 있는 부분이 없지 않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내주는 불편한 진실 때문이리라.

인간의 불완전성을 믿기에 우리 사회는 각 개인에게 다른 이들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더 큰 자유를 부여해야만 하고 그렇게 행할 때에 사회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극복하고 좀 더 높은 인간적 가치들을 실현하며 사회의 발전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위에서 언급했던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벤담의 공리주의와는 달리 밀은 개인(소수)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서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 사회를 더 인간답고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변형되고 수정된 공리주의의 진정한 실현을 주장하는것이 아닐까?

저자 밀은 이제 가고 없지만 그가 남긴 자유에 관한 위대한 고전은 후대에 남아 인류의 보편적 행복과 가치를 증진시키는 일에 그 자신의 소임 이상을 다하고 있다. 갈등과 분열, 다툼 속에서 인간 사회의 진정한 화해와 평화, 유익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사상의 힘은 경이롭기만 하다. 그것은 바로 오늘 우리가 본서 <자유론>을 통해 발견하게 되는 그 안에서 펼쳐지는 놀랍기 그지 없는 촌철살인과 같은 따끔하지만 유익한 가르침의 향연을 통해 전수받게 된다.

얼마 전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의 자유, 표현의 자유, 개인의 자유가 사치로만 여겨졌던 오랜 군사 독재 정권하에 있었던 국가의 국민으로서 또한 최근까지 있었던 전국민을 바보로 여긴 정부의 국민으로서 개인의 자유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마음의 응어리와 한(恨)으로 안고 살아갔던 우리이기에 독자들은 자유에 대한 사상적 발언을 통해 인류의 지적 토양을 변화시킨 이 한편의 훌륭한 고전과 저자 존 스튜어트 밀에게 결코 갚을 수 없는 큰 빚을 지고 있는 것임을 부인할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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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9
막스 베버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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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철학]

 

막스 베버는 19세기 중반 독일의 사회학자이면서 정치경제학자로서 본서는 그가 지은 매우 잘 알려진 사회과학 영역의 탁월한 논문이다. 주로 노동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발달과 출현이 시장과 물질에 대한 사람들의 예민한 관심에 의한 것이 아님을 인지하고 종교, 그것도 프로테스탄트 개신교 윤리와 전통 가운데서 찾으며 고찰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재화의 생산과 유통이 소규모 가족 단위에서 이루어지며 자급자족 또는 가까운 이웃으로 한정되었던 근대 이전의 사회가 이제 대량생산 대량유통이라는 산업혁명의 눈부신 열매를 눈앞에서 목도하며 어느새 사회는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물품을 교환했던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으니 그것이 바로 막스 베버가 이야기하는 근대 자본주의 시대이다.

이제 재화의 유통 방법은 생산자와 그것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전혀 일면식이 없는 상태의 비인격적 교류의 방식으로 변화되었고, 대량생산과 대량유통, 대량소비는 그만한 노동력을 요구하게 되었으며 그에 따라 생산자들이 그러한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하게 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물밀듯이 공장이 들어선 지역으로 몰려들게 된다. 그리고 그결과로 사람들이 모이는 근대 도시가 발달하게 된다. 이러한 와중에서 베버는 노동과 자본주의 정신의 발달과 근간을 물흐르듯이 흐르는 재화의 유통, 사람들의 물질적 욕구에서 찾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종교라는 독특한 영역과 관점에서 찾기 위해 노력했다.

전통적 경제윤리는 노동을 태초에 인간이 신으로부터 버림받고 받게 된 죄의 댓가로서 수고와 땀을 흘려야지만 그 땅의 소산물을 먹을 수 있게 된 일종의 저주로서 인식하며 가능하면 그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미덕임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정신이 지배하는 곳에서 노동은 항상 신성한 것이었으며 그 노동을 통해 인간은 신을 향한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올바르게 증명해내고, 그 안에서 참된 평안과 만족, 안식을 얻을 수 있는 요소였다. 이것이 바로 베버가 찾으려고 했던 자본주의의 가장 중요한 정신적 근간이며 그는 이것을 종교, 특별히 개신교 프로테스탄트 윤리에서 찾으려고 노력한 것이다.

위에서 간략이 이야기했듯이 본서는 자본주의의 출현과 발달이 종교, 특별히 프로테스탄트 개신교의 백그라운드에 그 원천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종교개혁 이전의 카톨릭과 종교개혁 1세대 루터교 그리고 지금 우리가 말하는 개신교의 실제적인 모습을 완성시킨 실질적인 종교개혁의 주인공이었던 2세대 종교개혁자 칼뱅, 그리고 감리교, 경건주의, 재세례파 등에서 나타나는 자본주의 정신을 배태시킨 정신적 근간을 심도있게 다룬다.  

 

 

많은 내용이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주제 가운데 하나는 자본주의 정신의 출현은 돈을 많이 벌려는 인간적 탐욕이나 욕심에 기인한 것도 아니고, 카톨릭이나 루터교와 같이 결국에는 전통적 경제윤리의 한계성을 벗어나지 못한 교파와는 달리 칼뱅을 중심으로 한 16~17세기 청교도 프로테스탄트의 독특한 교리적 특징 가운데서 발현된다는 사실이다. 그 근간에는 '예정론' 이라는 칼뱅주의의 가장 중요하고도 심오한 교리가 전면에 등장한다. 하나님께서 창세전부터 어떠한 사람들은 영원한 구원에 이르도록 예정하셨고, 어떠한 사람들은 영벌에 처하도록 미리 예정하셨다는 칼뱅주의 예정론은 신자들로 하여금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해야 구원을 받고, 나는 구원을 받도록 예정된 사람인지는 어떻게 확증할 수 있는가? 에 관한 근원적인 고뇌와 질문 앞에 맞닥뜨리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내가 구원을 받고 예정받았다는 사실은 하나님으로부터의 부르심 즉, 소명에 기인한 것이며 그 소명은 신자 각 사람이 자신의 거룩한 직업 가운데서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에 따라 직업적 소명과 소임을 다함으로서 증명되어지고 확증되어진다고 여기게 되는 가운데 청교도 프로테스탄트 직업윤리가 탄생하게 된다. 각자의 직업은 하나님 앞에서 고결하고 성별된 것이며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들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소명에 응답하며 우리의 일을 통해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를 드러내고 그분께 영광을 돌리며 나아가서는 나의 직업과 일을 통해 네 이웃의 필요를 채워줌으로서 하나님의 가장 중요한 계명인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명령과 윤리를 제대로 순종하는 구원받은 자로서의 삶을 살아낼 수 있다.

대략적으로 본서에서 이야기하는 자본주의 정신은 구원의 확실성과 표지로서 성실한 직업윤리를 강조했고, 부의 축적을 하나님의 축복으로 여긴 프로테스탄트 청교도들의 생활양식을 통해 드러난다. 탐욕의 수단으로서 재화와 자본의 축적이 아닌 하나님의 대명령을 수행하는 성별된 자들의 성실한 삶으로서 직업을 이해했고, 이들의 이러한 흠없는 윤리와 태도는 세상 속에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세속적 금욕주의로서 대변되었다. 이것은 그들 자신의 구원의 확실성의 표지로서 이 땅을 합리적이고 도덕적이며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것이야말로 자신들을 이 땅에 보내신 하나님의 소명에 부응하는 것이라는 의식을 통해 노동을 인류 원죄의 댓가로 여겼던 근대 이전의 전통주의적 경제윤리에 대해 명확하게 반박한다.

근대 자본주의 시대를 넘어 이제 신자본주의 시대에 접어들은 요즘의 독자들에게 어쩌면 1세기 전 자본주의 정신을 종교라는 믿기지 않는 영역에서 찾으려고 했던 막스 베버의 의식 자체는 놀라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최첨단 문명, 거시경제 속에서 크게 비웃음을 살만한 베버의 주장은 어쩌면 정말로 고리타분하고 시대를 한참 벗어난 먼지가 풀풀나는 지하실 사과박스에서나 볼 수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막스 베버의 이 책이 아직도 자본주의 정신에 관한 고전 중의 고전이고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그 머리 좋다고 하는 천재들에게 필독서로 추천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집어들고 읽어야 할 충분한 당위성과 필요성을 갖는다. 왜냐하면 나와 내 가족이 먹고 살아가는 이 경제 시대를 공유하는 우리 모두가 바로 본서에서 베버가 말하는 경제 주체로서의 개체들이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일을 하고 장사를 하며 재화를 공급하고 소비하며 유통하는 이 일련의 모든 과정들 속에 면면히 흐르는 정신적 가치를 인식하고 인지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한낱 하루벌어 하루먹고 살아가는 단지 돈을 헤아릴 줄 아는 경제적 동물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기에 본서를 통해 베버는 자본주의 정신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그것은 인간성의 바른 회복이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경제 주체로서 인간은 단지 먹고 싸는 동물이 아니다.

1원을 벌든 1억원을 벌든 경제주체로서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위치를 망각하지 않고 우리를 이 거대한 거시경제라는 큰 시계 속 작은 부속품과 같은 삶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든든히 붙잡아 줄 수 있는 끈은 바로 이와 같은 자본주의 정신의 발생과 기원에 대한 깊이 있는 사고이며 고찰이다. 우리가 왜 땀흘려 일해야 하고, 무슨 이유로 재화를 유통하며 소비하는 지에 대해서까지 자잘한 사고의 무한확장을 해야하는 이유는 인간적 윤리와 도덕성은 말할 것도 없고,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도 깡그리 무시한채 탐욕으로 점철되어 쉽게 벌어 생각없이 써버리는 소위 갑질 졸부와 같은 짐승적 인간군상들에 대한 하나의 품위를 지키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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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위안 -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
보에티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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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깊은 의미를 깨닫고 그 안에서 삶의 진정한 만족과 행복을 찾고자 하는 마음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본성일 것이다.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은 사실 얼마나 인생의 의미를 탐구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성찰하는 시간을 갖고 살아가는가? 이러한 다소 근원적이고 원색적인 물음 앞에서 본서 <철학의 위안>을 만난다. 이제 로마 제국의 운명이 사그러져가는 시대의 끝자락에서 만나게 되는 본서의 저자 '보에티우스' 로마의 철학자이며 정치가로서 젊은 시절 남부러울 것 없을 정도의 부와 명예, 권력을 맛본 인물이다. 그러나 그러한 그가 정적들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유배당하여 이제 감금 상태에서 처형 당할 날만을 기다리며 집필한 책이 바로 본서 <철학의 위안>이다.

우선 본서의 겉표지를 살펴보면 세계 3대 옥중문학이라고 소개되어지고 있다. 기독교의 사도 바울이 쓴 4개의 옥중서신, 청교도 목회자 존 번연의 <천로역정>, 그리고 보에티우스의 본서 <철학의 위안>. 이렇게 옥중문학의 고전으로서 본서는 다른 두 위대한 옥중문학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한다.
 
본서는 총 5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징적인 것은 유배지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저자가 자신 앞에 나타난 철학의 여신과 주거니 받거니 대화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집필상의 독특성을 보인다. 또한 1권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항상 산문과 시를 결합하여 저자가 느끼는 삶에 대한 고민과 번뇌 그리고 그에 대한 의인화 된 철학 여신의 답변, 그리고 그 해당 주제에 걸맞는 시로서 구성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누명을 쓴 자신의 억울함에 대한 토로, 운명과 참된 행복, 최고선, 신의 섭리와 인간의 자유의지 등의 내용들이 철학 여신과의 대화를 통해서 깊은 깨달음을 선사한다. 구체적으로 인간의 끝없는 부와 명예, 권력, 쾌락을 탐닉하고 추구하는 성향에 대한 철학 여신의 가르침은 그러한 세속적인 가치들이 인간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큰 인생의 목적이며 추구하는 최고선이지만 사실 그것들은 진정한 최고선이라고 볼 수 없고, 진정한 최고의 선은 시간이 지나서 소멸해버리고 마는 부와 명예 권력, 쾌락과 같은 세속적이고 저급한 가치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오직 변함이 없고 다함이 없는 일자(一者), 즉 영원불멸의 신적 존재라는 사실이다.

당대 그리스 로마의 시대 사상을 이끌었던 스토아 철학과 신플라톤주의,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학 사조들의 영향으로 본서는 매우 종교적이며 사유적임을 볼 수 있다.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굴곡진 삶의 문제들과 얄굿은 운명의 지난한 여정들을 깊이 있게 통찰하며 발견되어진 의문들을 최고선이며 참된 미덕인 신적 존재 앞에서 위로 받고 격려받기를 바라는 메시지가 녹녹히 녹아져있기에 본서는 적지않게 종교적인 색채를 띈다. 그러나 독자들이 특별히 의아하게 여길 이유가 없는 것은 저자인 보에티우스 자신이 독실한 기독교 배경의 가정에서 자라왔다는 사실을 역자의 해제를 통해 발견하게 될 때 본서에 전체적으로 흐르는 종교적 메시지들을 거부감없이 기꺼이 수용해 줄 수 있는 넉넉함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그래서 의인화 된 철학 여신과의 대화를 보면 마치 구약 성경 잠언서를 통해 의인화 된 '지혜'를 보는 것과 같고, 악인이 잘되고 의인이 고난받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구절에서는 구약 성경 하박국서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더불어 섭리, 자유의지와 같은 주제들 그리고 본서 곳곳에 묻어나는 위대한 교부 아우구스티누스의 아련한 향기 또한 저자가 어떠한 종교적 배경을 지녔을 지에 대해 독자로 하여금 충분히 추론하게 만드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인생이라는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여정을 지날 때 우리는 얼마나 자주 멈추어서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걸어갈 길을 가늠해보는가? 자식 새끼들 키우며 먹고 살기 바쁘지만 본서에서 말하는 최고선, 최고의 미덕을 지닌 신적 존재 앞에서 내 삶을 반추하며 잘 걸어가고 있는지 질문 한번 던져 본 적은 없는가? 책장을 덮으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눈 앞의 문제, 이루고 취해야 할 과업들, 달성해야 할 목표들이 우리에게 진정한 위안과 안식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 미친듯이 우리네 삶을 드라이브해가는 우리를 둘러싼 삶의 정황들과 우리를 한시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삶의 문제더미 가운데서 인생의 참된 가치를 발견하며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진정한 평안과 위로의 근원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자신의 걸어 온 인생의 시간들을 반추하며 세속적 가치에 의해 무채색이었던 인생의 시간들을 깊은 철학적 사유를 통해 의미있고 아름다운 색깔들로 덧칠하고 채색하였던 저자, 보에티우스. 그의 이성과 지성은 철학이 선물해 준 말할 수 없이 고귀한 인생의 해답들로 인해 깊이 고양되었고, 그의 사고는 무한히 확장되어 갔다. 그러나 우리가 책을 내려놓으며 소스라치게 놀라는 것은 바로 이와같이 보석과 같은 진실된 가르침과 철학적 사유의 모든 결과물들이 바로 죽음을 담담히 기다리던 사형수의 신분 가운데서 나왔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이다. 처형당할 날을 기다리며 인생을 의미있게 정리했을 저자의 파리하고 수척한 모습이 상상되어졌을 때 필자는 온몸에 소름 돋는 경험을 한다. 신 앞에서 쇠락한 영혼으로 인생의 참된 의미를 발견하고 위안을 얻기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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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래빗 전집 (양장 스페셜 에디션)
베아트릭스 포터 지음,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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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통, 연필, 공책, 책가방 심지어는 도시락 뚜껑까지 우리의 일상에서 매우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캐릭터들 가운데 몇가지를 꼽으라면 단연 미키 마우스, 도널드 덕과 같은 소위 디즈니 사단의 캐릭터 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월트 디즈니나 픽사 계열의 캐릭터와 더불어 알게 모르게 우리 일상의 물건 속에서 심심찮게 발견하게 되는 캐릭터가 있는데 바로 오늘 리뷰를 통해 소개하는 본서의 주인공 '피터 래빗' 이다.

피터 래빗은 19세기 영국의 여성 화가이며 동시에 작가인 '베아트릭스 포터'의 손에 의해서 탄생된 이름에서도 눈치챌 수 있듯이 토끼를 의인화 한 캐릭터이다. 번역자의 해제를 보면 책과 저자에 관한 소개가 상세하게 나와 있기에 길게 나열할 마음은 없다. 단지 산업혁명으로 인한 급속한 경제성장의 빅토리아 시대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보이지 않는 억압을 통해 당시의 여성들에 대한 정규적인 교육을 허락하지 않는 그러한 사회 분위기를 가졌으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저자인 베아트릭스 포터는 어린 시절부터 가정교사로부터 전문적인 지식이 아닌 여성들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교양을 위한 교육만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녀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자연과 애완동물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매우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가졌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탁월한 미적 감각을 물려받게 된다.

본서는 이렇듯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고 그 꿈을 펼치기 어려웠던 암울했던 시대 분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이번에 4편의 미출판작을 포함한 총 27권으로 구성된 <피터 래빗 전집>이 현대지성 출판사를 통해 양장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간된 점은 피터 래빗을 아는 독자들에게 있어서는 매우 의미 깊고 행복한 일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라고 볼 수 있지만 결코 어린이들만을 위한 동화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이유는 본서가 들려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인간 군상의 민낯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짧막한 이야기들 속에 각각의 주인공이 되는 동물들을 등장시킨다. 피터 래빗이라는 파란 재킷을 입은 악동 토끼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1편부터 27편의 이야기들은 별개의 흥미 진진한 스토리를 가지고 진행된다. 그리고 중간 중간 주인공 피터 래빗이 재등장하는 몇편의 이야기들이 함께 수록됨으로서 이 책이 피터 래빗이 주인공임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전체적인 내용은 결코 연결되거나 이어지지 않으며 단편적이다. 하지만 위에서 기술했듯이 당시의 시대와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주제가 본서의 전체를 관통하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낄 때 이 책은 단편마다 주인공과 이야기의 주제가 다르지만 책 속에 흐르는 맥락이 줄줄이 사탕처럼 꿰어져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옴니버스식 구성이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다.

우선 이 책을 받아들고 펼쳤을 때 아마 독자들은 두번 놀라게 될 것인데 첫번째로 저자의 아기자기하고 디테일한 그림 솜씨에 놀라고, 두번째는 독자로 하여금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며 동시에 책 속으로 빨아 들이는 듯한 흡입력에 재차 놀라게 될 것이다. 단순한 동화가 아닌 재미와 인간사의 교훈을 동시에 선사하는 본서의 힘과 매력 앞에 순식간에 페이지가 넘어가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책을 읽으면서 다음 이야기는 어떠한 내용이 펼쳐질 까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기는 손가락에 침을 묻혀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본서는 바로 이와 같이 독자들로 하여금 독서의 흥분을 자아내게 하는 매력으로 가득차 있다. 

사랑스러운 피터 래빗과 그의 친구들, 욕심 많고 교활한 여우, 힘없는 다람쥐들에게 뇌물을 받아먹고 사는 음흉한 올빼미, 약삭빠른 부부 쥐, 능청스러운 악당 오소리 그리고 이들을 능가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더럽고 탐욕스러우며 썩은 시궁창 같은 욕망으로 점철된 죄악 덩어리 인간에 이르기까지 독자는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가지는 개성과 그들의 언행을 통해 인간사의 한 단면을 정직하게 마주해야하는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은 경험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세상이고, 저자인 베아트릭스 포터가 살았던 시대였던것을...

아름답고 예쁜 삽화와 흥미진진한 동물들의 모험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독자들에게 깊은 깨달음을 불러 일으키며 들려져오는 진실의 목소리가 코드화 된 반전 매력 가득한 어린이를 위해 쓰여졌지만 어른들을 위한 동화, <피터 래빗 전집>. 오랫만에 만난 또 하나의 귀중한 저작으로서 나의 서가 한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하게 된 기꺼이 추천해주고 싶은 소장각 충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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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러냐오 회화 스튜디오 지음, 권소현 옮김 / 글송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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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기는 아이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창작 활동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유아들이 있는 집이라면 거의 대부분 집들의 벽면은 고대 이집트 문명의 글자들도 울고 갈 해석불가의 온갖 상형문자와 따로 설명해주는 이가 없으면 미술에 문외한들은 결코 그 의미를 해석해내기 어려운 복잡스러운 형이상학적 추상화를 능가하는 그림 벽화들로 장식되어 있는 것을 심심찮게 발견하게 된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나마 궁여지책으로 아이에게 여러가지 그림 그리기 책들과 이면지들을 제공하며 마음껏 창작의 나래를 펼치라고 풀어놓고는 한다. 

그러는 중 본서를 만났다. 이 책의 특징은 아기자기한 각종 동식물, 사물, 먹거리들을 색칠해 나가는 미션이 주어지는데 저자들의 기획 의도를 충실히 따르기 위해서는 우선 수채 색연필이 준비되어야 한다. 수채 색연필로 제시되어진 대상물을 알맞게 칠하고 세밀한 붓끝에 물을 묻혀서 색연필로 칠해진 부분을 덧칠하게 될 때 마치 수채 물감으로 그려진 그림과 같은 느낌이 지면 위에 펼쳐진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집에 수채 색연필이 아닌 일반 색연필 밖에 준비된 것이 없기에 일단 아이에게 일반 색연필로라도 제시되어진 대상물을 색칠하도록 했다. 선을 따라서 아주 세밀한 작업을 진행해야하는 어려움이 있기에 나이가 아주 어린 유아들에게는 조금 벅찬 활동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빠르면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아이들이라면 조금 선을 벗어나고 색을 다르게 칠한다 하더라도 금방 이해하고 무난하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평이한 수준의 난이도를 가진다.


 

 

위의 사진 좌측의 케익을 아이가 색칠했다. 아직 테두리 처리는 조금 미숙함이 엿보이지만 색깔을 선정하고 색칠하는 모든 과정에 있어서는 아이에게 100% 자율권을 부여했다. "너가 원하는 색깔을 선택해도 되고, 옆에 예시 그림과 같은 색깔로 똑같이 색칠해도 상관없어!" 아무래도 첫 그림이다보니 나름대로 정성을 좀 기울였고, 색깔도 옆의 예시에 나와 있는 색깔과 비슷하게 깔맞춤했다. 그러나 사진에는 없지만 후에는 스스로 색깔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색칠을 해나갔다.

주의력과 집중력, 세밀한 색칠 작업을 위한 손의 협응력 증진 그리고 색을 배합하는데 있어서 나름의 창의력까지 고루 훈련할 수 있는 놀이 워크북으로서 손색이 없다. 어떻게 색칠하고 어떻게 번짐을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까지 저자들의 친절한 첨언이 독자로 하여금 색칠 작업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큰 어려움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

또한 이 책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수채 색연필로 밑 색칠을 하고 물을 뭍힌 붓으로 덧칠해나감으로서 실제로 학교에서 미술시간에 수채화로 정물화나 풍경화를 그릴 때를 대비한 훌륭한 미술 선행 학습의 효과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미술학원을 가면야 뭐 더 이상 할말이 없고, 이러한 워크북이 크게 필요 없겠지만서도 집에서 충분히 수채화 채색의 기본을 배워갈 수 있는 콘텐츠로서는 나름 손색이 없다고 보여지는데 이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이 부분은 독자들의 선택이며 생각의 영역으로 남겨 놓는다.

각종 종이접기, 그림 색칠하기 등 장마철이 한달 일찍 찾아온 것 같은 요즘같이 꿉꿉한 날씨에는 집 안에서 아이와 함께 이러한 실내 놀이를 즐겨보는 일이 화창한 날씨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위로할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주말 아이와 함께 앉아 <색연필 일러스트 10000>을 가운데 두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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