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드이발소 1 - 컵케이크들의 화려한 변신 브레드이발소 1
(주)몬스터스튜디오, 미디어-S / 형설아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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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아들과 초등 저학년들에게 핫한 애니메이션을 꼽으라면 몇 편 떠오르는 것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레이션과 의외로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가진 애니는 역시 <브레드 이발소>가 아닐 수 없다! 나 또한 우리 집 1호가 넋을 잃고 시청하는 모습을 보고 잠시 옆에 앉아 함께 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만화의 매력 속에 빠져들었던 적이 있다. 이후로 아이와 함께 틈틈이 챙겨(?) 보고 있는 만화도 바로 이것이다.

애니메이션의 배경이나 스토리는 단순하다. 도시의 작은 빵집 안에서 다양한 모양을 지닌 빵들은 저마다 먹기 좋고 예쁜 모습으로 손님들의 선택을 기다리며 매장의 매대에 오르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빵의 제조과정 중 찌그러지거나 실수로 못난이가 되어버린 빵들은 이러한 기회를 얻기가 어렵다. 이런 슬픔을 가진 빵들에게 '빵생역전'의 기회를 줄 수 있는 빵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식빵 '브레드' 이발사이다. 천재적인 이발 실력을 가진 브레드는 자신의 이발소를 찾는 수많은 빵들의 헤어스타일을 책임짐으로써 그들이 다시금 용기를 얻고 손님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멋지고 예쁜 빵들로 재탄생시켜준다.

이렇듯 만화의 주요 배경은 바로 브레드 이발소이며 이곳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의 일상적인 에피소드가 가히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재미를 선사 하기에 어린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어른들에게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런데 반가운 소식은 그동안 TV 애니메이션으로만 볼 수 있었던 브레드 이발소를 필름북으로 만나볼 수 있도록 책으로 출간되었다는 것이다. 이미 TV에서 볼 수 있었던 브레드 이발소의 주요 에피소드가 그대로 수록되어 있지만 책장을 넘기는 것 자체는 TV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책을 받아들고 놀랐던 점은 아이들의 책이라고 허투루 만들지 않았음을 확인하면서였다. 우선 종이의 질과 컬러의 선명도가 매우 뛰어나고 좋다. 진짜 TV에서의 장면들이 생생하게 살아서 다가오는 것 같은 또렷한 느낌이 손끝에 전해진다. 현재 총 5권이 출간되었고 각 권마다 '베이커리 타운'과 브레드 이발소에서 완소 캐릭터들이 펼치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매우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기에 여느 아동 도서 못지않게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데에 있어서 큰 지속성과 저력을 가진다.

 

 

브레드 이발소에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몇몇 주요 캐릭터들은 브레드 이발소를 빛내는 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되는 캐릭이다. 대표적으로 브레드 이발사의 조수로서 매사에 실수를 저지르는 조금 어리숙하지만 마음씨만큼은 정말 순수하고 착한 '윌크'가 있고, 브레드 이발소의 캐셔 직원으로서 시크한 매력이 돋보이는 '초코'는 브레드 이발소 애니메이션에 입문(?)하고자 하는 시청자나 독자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인물들이다. 그 외에도 브레드 이발소의 똑똑한 애완견 '소시지', 베이커리 타운 최고의 꽃미남 '버터', 윌크의 절친 동생 '치즈' 그리고 브레드 이발사의 적수인 베이커리 타운의 독보적 빌런인 '감자칩'까지 이들 모두는 매 에피소드에 깨알 재미를 선사한다.

더불어 TV에서도 느꼈지만 브레드 이발소의 작가는 정말 세밀한 감성과 유머의 소유자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브레드 이발소의 캐셔인 초코의 시크한 매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항상 초코의 아침 출근 모습은 어깨에는 백을 걸치고 한 손에는 아메리카노 커피를 손에 든 모습으로 연출한다. 차가운 도시녀의 이미지 그대로다. 그리고 윌크는 우유이지만 MILK의 첫 자인 M이 태어날 때부터 거꾸로 뒤집여서 WILK로 태어난 것으로 설정함으로써 윌크가 어딘가 모르게 정상적인 밀크들과는 달리 어리숙하면서도 독특한 점을 가진 캐릭터임을 우회적으로 암시해 준다. 또한 언어유희 또한 수준급이다. 윌크가 좋아하는 DVD의 주인공 도넛 레인저는 파워 레인저에서 치즈가 입고 있는 옷인 사우스페이스는 노스페이스에서 영감을 얻은 듯 하다.

1권에서는 총 6개의 에피소드가 실렸고 중간에 브레드 이발 교실이라고 브레드 이발사가 손님들의 헤어스타일을 멋지게 꾸며주는 모습을 짤막하게 그려 넣었다. 나는 윌크가 브레드 이발소에 입사하기 위해서 테스트를 받는 이야기는 TV에서 못 봤기에 책을 펼쳐들고 흥미롭게 완독했다. 책이 도착했을 때 아이들이 난리가 났는데 아이들을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뺏다. 그만큼 브레드 이발소를 아는 아이들에게 이 책이 내뿜는 영향력이 작지 않음을 느끼게 만드는 경험이다. 아울러 국내에서 만들어졌다고 하니 순수 토종 애니메이션도 이렇게 성공적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필름북이다. 또한 책의 내용이 상당히 교훈적이라는 점은 책이 아이들에게 주는 보너스다. 절망과 슬픔 가운데 있는 못난이 빵들의 고민을 해결해 줌으로써 그들에게 살아갈 희망과 소망을 선사하는 브레드 이발사의 존재는 빵들에게 있어서는 그 자체가 복음이다. 더불어 적절한 유머 코드가 믹스되어 한번 펼치면 손에서 뗄 수 없게 만드는 흥미 유발자로서의 책이 가진 매력은 그야말로 측정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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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부모를 위한 SNS 심리학 - 소셜 미디어는 아이들의 마음과 인간관계,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케이트 아이크혼 지음, 이종민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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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유행했던 신조어 중 '흑역사'라는 단어가 있다. 누군가의 과거 삶의 모습 가운데서 남에게 밝혀지기를 꺼리는 어리석고, 우스꽝스럽거나 암울한 삶의 단면을 가리키는 네거티브함을 내포한 용어다. 이렇듯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자신의 과거 중 지인들이나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조용히 묻혀 있기를 바라는 비밀과 같은 삶의 순간들이 있다. 이는 인기를 먹고 살아가는 연예인과 같은 공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몇 개월 전 우리 사회를 분노에 떨게 만든 N번방 사건과 같이 다른 이들의 보호되어야 할 인권을 유린한 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자신의 삶의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 모두 다 까발려지는 것만큼 심각하고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는 세상이 되었으니 그것은 바로 인터넷의 출현과 스마트폰, SNS 시대의 도래로 인한 것이다. 특별히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자신의 어린 시절 과거가 고스란히 담긴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 등이 사이버라는 가상의 공간 속에서 파편화되어 떠도는 사실은 21세기 최첨단의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있어서 한 번쯤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문제가 아닐까? 이러한 단상 속에서 <Z세대 부모를 위한 SNS 심리학>이라는 제목의 매우 흥미롭고 시의적절한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스마트폰이 상용화된 이래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가장 큰 공통적인 일상 중 하나는 바로 귀엽고 예쁜 자녀들의 사진을 찍어 부지런히 자신의 SNS 계정에 업로드 시킨다는 점이다.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올려진 자녀들의 일상을 담은 사진은 SNS 지인들의 '좋아요'와 댓글, 공유 등을 통해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여기저기 공개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자녀들의 사진과 영상 등이 정작 자녀들이 청소년과 성인이 되었을 때 그들에게 있어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담은 콘텐츠들을 포함한다면 단지 귀엽고 예쁘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올린 부모들의 SNS 활동은 자녀들에게 독이 되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오래전 개봉해서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내 머릿속의 지우개>라는 영화가 있다. 유독 건망증이 심한 여주인공과 그녀의 그러한 모든 삶을 사랑하는 남자 주인공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로맨스 영화였다. 마트에서 자신이 방금 산 물건조차도 잃어버리는 중증 치매 수준의 심각한 건망증을 가진 여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다. 정말 망각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형편없이 무너뜨리는 몹쓸 병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라나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지금껏 내가 몹쓸 병이라고 생각했던 망각이 가진 중요성이다. 저자는 망각과 기억의 상관관계 속에서 인간은 기억해야 하는 추억과 더불어 잊어버릴 때 더 좋은 망각의 이점을 배울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어린 시절 소위 '흑역사'의 기억들은 예전 시대였다면 사진 몇 장 없애버리는 수준으로 쉽게 해결할 수도 있는 부분이었지만 이제는 인터넷과 SNS라는 극강의 정보통신 기술로 말미암아 결코 쉽사리 지울 수 없는 망각을 허용치 않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저자는 우리의 아이들이 자신들의 어린 시절 속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에 대한 망각이 허용되지 않을 때 이것은 그들의 건강한 성장을 방해하는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부모들이 재미로 올린 아이들의 우스꽝스럽고 익살스러운 표정의 사진이나 바보 같은 영상 한편이 주변 지인들의 '좋아요' 와 댓글, 공유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퍼져나갔음을 이후 나의 아이들이 알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그들에게는 망각에 대한 권리를 빼앗기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더불어 저자는 아이들에게 성인이 되어가는 단계 가운데 반드시 있어야 할 시간으로서 '심리 사회적 유예'의 시간을 말한다. 이는 아이들이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무엇인가를 시도해보고 실수도 해볼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다. 그러나 이것은 망각이라는 안전한 그물망 속에서 가능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디지털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결코 쉽게 주어질 수 없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좋은 추억은 평생토록 간직하고 꺼내볼 수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기억들은 망각의 강물 속에 흘려보낼 수 있을 때만이 인간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망각의 순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 특별히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이제는 잊음과 잊힘은 너무나 생소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나의 머릿속에서 아무리 지우려고 노력한 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블로그와 같은 SNS 사이버 가상의 공간 속에서 여전히 살아서 떠도는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들은 망령이 되어 되살아난다. 건강한 인격을 지닌 성인으로 자라가는 데 있어서 자신의 삶에 대한 유예의 기회와 재구성의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아이들은 이제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가꾸어가는 데 있어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오래전 기억들에 의해 끊임없는 영향을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어필하고 관심받기 위해서 몸살 난 이 '관종'의 시대 속에서 어쩌면 잊음과 잊힘이라는 단어는 매력적이지 않은 단어이다. 그러나 나는 본서를 펼쳐들고 건강하게 잊히는 것의 중요성을 발견하며 망각의 필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어린 시절 밤마다 유난히 이불에 세계지도를 잘 그렸던 나의 흑역사는 우리 가족들이 아니고서는 아무도 모르는 가족비밀이다.(이제 이 서평을 통해서 오픈되었지만 말이다) 이제는 나의 아이들과도 나의 이러한 어린 시절 실수들을 추억 삼아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것은 내가 나의 기억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조건이 주어졌기에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이 원치 않는 삶의 모습이 부모를 포함한 누군가에게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돼서 다른 이들의 정보를 먹고사는 SNS라는 거대 디지털 기업의 먹잇감이 되어버렸을 때는 상황이 다르다.

책장을 덮으며 자신의 삶을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새하얀 도화지 위에 그리다가 실수하면 지우개로 지우고 그릴 수 있는 기회와 자율성, 주체성이 위협받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염려스럽다. 그렇기에 이러한 고민을 조금이라도 하는 부모라면 이제는 자신의 SNS에 아이들의 사진과 영상을 무분별하게 도배하는 일만큼은 조금 자제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주는 책이 아닐 수 없다. 저자가 책을 통해서 인용한 '프리드리히 니체'의 경구를 소개해본다. "망각이 없으면 진정한 의미에서 삶 자체가 불가능하다." 망각의 동물인 인간에게 있어서 이보다 적절한 말이 어디 있겠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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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확신 세계기독교고전 40
헤르만 바빙크 지음, 임경근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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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신앙에 있어서 믿음은 무엇인가? 나의 삶의 마지막 종착역에서 무엇이 나의 영혼을 구원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이러한 진지한 고민들을 가끔 해본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온 오랜 신앙생활을 통해서 막연하게나마 나의 믿음과 구원의 확신을 단언하지만 진정 나는 내가 믿는 믿음의 대상과 그것에 대한 확신을 소유한 자인가 자문하게 된다. 이러한 물음 속에서 너무나 귀한 저작 한 권을 만났다. 그것은 바로 화란 개혁주의 교회에서 '아브라함 카이퍼'와 더불어 양대 거목이라 불리는 '헤르만 바빙크'의 위대한 저작 <믿음의 확신>이다. 이미 한국 교회에 바빙크 평생의 역작이라 불리는 <개혁교의학> 4권 전집이 출간되어 있기에 저자에 대한 명성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그런데 본서 <믿음의 확신>은 <개혁교의학>의 명성에 비하면 대중에게 덜 알려진 책이다. 그러나 본서가 최근 들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이다. 놀랄만한 과학기술의 발전과 변화의 물결 가운데 신자의 믿음이 도전을 받는 지금의 시대 속에서 바빙크의 저작 <믿음의 확신>이 다시금 주목받게 된 것은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신자는 자신의 믿음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는가? 물론이다! 왜냐하면 믿음의 주체가 믿는 믿음의 객체와 그 내용이 너무나 정확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기에 그렇다. 신자가 믿는 믿음의 객체인 하나님의 존재와 믿음의 내용인 하나님의 계시는 신자가 자신의 믿음을 확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서 결코 흔들림 없이 견고한 토대이다.

바빙크는 본서를 통해서 확신에 대한 자신의 명확한 논구의 작업을 펼쳐간다. 그가 살던 19세기는 17~18세기에 시작된 계몽주의와 산업혁명이 꽃을 피우며 극에 달했던 시대였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인간에게 있어서 더 나은 미래를 약속했고, 인간의 이성이 극도로 고양된 시대 속에서 종교 특별히 기독교가 믿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신앙은 이성의 울타리 안에서 더 이상의 확신을 자신할 수 없게 된다. 진화론과 같은 과학적 사고가 팽배해있던 시대 조류 가운데 신자들은 이제 성경의 무오성마저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본서는 이렇듯 의심이 곧 미덕이 된 확신이 실종된 시대 속에서 탄생하게 된다.

바빙크는 먼저 확신이 무엇인지를 밝힌다. 그는 "한 사람의 지성이 자신의 인식 대상 속에서 완벽한 쉼을 얻을 때에 거기에는 확신이 존재한다"라고 말한다. 즉 신자에게 있어서 지성으로서 인지하고 인식할 수 있는 믿음의 대상은 바로 하나님이다. 그리고 신자가 믿음을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그 확신의 토대로서의 증언이 바로 우리가 믿는 하나님에게서 나오기에 그렇다. 반면 과학적 확신은 믿음의 확신보다 더 정확하고 객관적이며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과학적 확신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믿음의 확신은 과학적 확신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한 사람의 영혼 안에서 믿음의 대상과 더 친밀하고 끈질기게 결합하며 역사적으로 그러한 믿음의 확신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놓았음을 역사는 증언하다.

그러면서 바빙크는 자신이 말하는 확신에 대해서 개혁주의 신학과 인접한 다른 종교, 그리고 개신교 내의 신학적 견해가 상이한 여타 사상들과의 비교를 언급하는데 바로 로마 카톨릭, 종교개혁, 정통주의와 경건주의가 그것이다. 끊임없는 인간의 고행과 선행의 실천, 합리성에 기인한 이성적 논증, 체험과 경험을 통한 확신 등 역사적으로 자신의 구원을 보증 받고 참된 영혼의 쉼을 얻기 위한 확신의 과정과 방법은 다양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여전한 의심이며 불안이다. 바빙크는 믿음의 확신을 구원의 최종 목적지로 가리키지 않는다. 믿음의 확신은 신자에게 있어서 언제나 신앙생활의 출발점이다. 또한 믿음은 행위의 토대이지 행위가 믿음의 토대는 아니다. 우리가 가진 믿음에 대한 확신은 계시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약속의 진실성에 있다. 그렇기에 하나님의 선하심과 그 약속의 신실성을 믿는 신자라면 어떠한 의심도 없이 자신의 믿음과 영혼 구원을 확신할 수 있다.

근래 들어 형광펜 밑줄을 가장 많이 긋게 만든 책이 아닐 수 없다. 헤르만 바빙크라는 명불허전 신학자의 음성을 통해서 들려오는 매 구절이 내게 너무나 큰 감동과 깊은 깨달음으로 다가온 시간이었다. 진정 나는 나의 믿음과 영혼에 대한 구원을 확신할 수 있는지와 같은 질문을 맞닥뜨렸을 때 자신 있게 "Yes!"라고 대답할 수 있는 신자인가? 그리고 그러한 나의 믿음의 확신의 근거는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의 전통과 학문과 철학과 사상, 감정과 체험이나 경험이나 선행이나 고행과 같은 외형적이며 부수적인 요소들로 인해서 오지 않는다. 신자가 일평생 자신의 믿음을 확신할 수 있는 근거는 오직 우리에게 믿음을 선물로 주시는 하나님과 그분의 계시인 말씀의 진실성과 명확성에 기인한다.

책을 덮으며 나의 마음에 진한 감동과 함께 잊히지 않는 한 구절을 소개하며 리뷰를 마치려 한다. 바빙크는 "인간이란 자고로 죽음의 순간에 근원적 질문을 던지게 되어 있고, 그 해답을 찾든지 못 찾든지 하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921년 7월, 죽음을 목전에 둔 이 노학자는 죽음의 침상 위에서 아래와 같은 영혼을 뒤흔들어 놓는 증언을 남기고 하나님의 품에 안긴다.

"내 학문이 내게 준 유익이 무엇입니까? 내 교의학 또한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오직 믿음만이 나를 구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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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변신 - 191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프란츠 카프카 지음, 한영란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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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태생의 독일계 유대인이라는 독특한 태생적 이력을 가진 20세기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로서 '프란츠 카프카'의 명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개인적으로 그의 책을 쉽사리 접하지 못하던 중 존경하는 멘토 목사님께서 당신의 교회 고등부 학생들과 책 한 권을 소재로 대화를 나누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갖게 된 책이 오늘 소개하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다. 인간 실존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갈구하는 실존주의 작가들의 저작이 가진 그 독특한 분위기가 카프카의 책 <변신>에서는 다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카프카의 대표작인 <변신>에서의 주인공은 '그레고르'라는 남성이다. 어느 날 자신의 방에서 눈을 떴는데 자신의 몸이 흉측한 벌레로 변해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딱딱한 등껍질과 불룩한 배, 징그럽게 움직이는 여러 개의 다리를 가진 자신의 몸을 보며 경악스러움을 금치 못했지만 이내 그것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자각하게 된다. 이러한 자신의 모습을 곧이어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이 목격하게 되고 가족들은 큰 충격과 비탄에 빠진다.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와 경제적 능력이 없는 어머니와 여동생 등 일가족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었던 주인공 그레고르의 벌레로의 변신은 가족들의 생계가 위태로워졌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그렇기에 자신의 아들, 오빠가 벌레가 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당혹스러움과 그에 대한 걱정보다 그들의 유일한 관심은 오직 가정의 편안한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위기감에 기인한 염려다.

그리고 마침내 그레고르는 가족들에게 있어서 하나의 큰 짐이며 부담스러운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천덕꾸러기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그레고르가 벌레가 되기 전 가족은 그가 벌어오는 돈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제 그는 벌레가 되었고, 가족들에게는 말 그대로 벌레와 같이 해로운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쓸모없는 존재라는 존재 자체의 무가치함은 그들에게 그레고르가 자신들의 아들이며 오빠라는 사실마저도 망각하게 만들었다. 이윽고 가족들의 안정된 삶을 방해하는 존재로서의 그레고르에 대해 마침내 가족들은 큰 결단을 내린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를 버리는 것! 결국 그레고르는 벌레가 되기 전 자신이 그렇게도 헌신적으로 섬겼던 자신의 부모와 여동생으로부터 철저하게 버림받고 소외되는 존재로서 남게 되는데...

 

 

본서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매우 흥미로운 카프카의 태생에 주목했다. 서두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체코 태생의 독일계 유대인이라는 너무나 독특하고 경계가 모호한 카프카의 배경은 그의 책 <변신> 속에 무형의 의미로 자연스럽게 녹아져있다. 그는 당시 유대인들에 대한 반감과 혐오가 극에 달했던 시대를 산 인물이다. 유대인을 사람이지만 하나의 짐승이나 벌레와 같이 여기는 타자들의 부정적 시선이 팽배했던 19세기 말, 20세기 초 유럽의 분위기를 카프카는 모르지 않았다.

카프카의 실존주의적 작품세계의 배경, 특별히 <변신>은 바로 이 인간 존재에 대한 모호함을 드러낸다. 인간이지만 벌레인 그레고르라는 인물은 카프카의 내면의 의식세계 속에 잠재되어 있는 또 하나의 자아적 표상이다. 사회로부터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독일계 유대인, 아버지로부터 용납되고 수용되지 못하는 불완전한 아들 프란츠 카프카, 가족들에게 벌레로서 취급되어지며 버려지는 그레고르... 이들 모두가 인간 존재의 불완전함과 모호함을 담지한 인물들이다.

더불어 카프카는 쓸모가 없으면 버려질 수도 있다는 효용적 의미로서의 인간 실존을 이해했다는 점이다. 기실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서 인간은 경제적인 능력이 있고 득이 되며 효용적 가치가 있을 때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그리고 그럴 때에야 많이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주어진다. 소설 속에서도 가정의 경제를 책임졌던 주인공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한 후 가족들에게 더 이상 경제적인 도움은커녕 해가 되고 짐이 되는 존재로서 철저히 소외되고 버려진다. 이것이 카프카가 살았던 시대의 분위기였고,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생각들은 카프카가 태어나 성장하면서 아버지와의 끝없는 갈등과 미움을 통해서 극대화되었고 그것이 자신의 작품세계에 그대로 투영되었다고 본다. 완벽함을 추구하며 효용성을 요구했던 폭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신의 자아를 온전히 펼쳐 보일 수 없었던 이 억눌린 감정과 심리적 기제가 그의 작품, 특별히 <변신>과 또 다른 단편선 <판결>에 잘 드러난다.

소외된 인간 실존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한 한편의 책 속에서 카프카가 살다 간 100년 전과 100년 후 지금의 모습이 너무나 절묘하게 오버랩되는 모습을 보니 소름이 끼친다. 쓸모가 없으면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이 미친 시대 속에서 인간 실존의 참된 모습은 무엇인가? 더 이상 가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 벌레가 되었기에 아들이며 오빠인 주인공을 외면하는 <변신> 속에 등장하는 가족의 모습이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불완전한 자화상을 보여주는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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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책 읽어드립니다, 임기응변의 지혜, 한 권으로 충분한 삼국지
나관중 지음, 장윤철 편역 / 스타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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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 관우, 장비, 조자룡, 제갈공명, 조조, 손권과 같은 중국 영웅호걸들의 이야기로서 유명한 <삼국지>는 수식어가 필요 없는 고전 중의 고전이며 불후의 명작이다. 보통 10권으로 구성된 나관중 원작의 삼국지가 있으나 내게는 중학생 시절 이문열 작가가 편저한 삼국지를 읽은 기억이 어렴풋 남아있다. 중국 한나라 말기 위, 촉, 오로 나누어진 제후들이 각기 천하를 통일하고 평정하기 위해 펼치는 대서사시는 그야말로 대작의 기품을 갖는다. 인간사 각축장의 민낯을 이 한 권의 책 속에 녹여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삼국지는 인류 역사 속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성정을 가감 없이 표출하고 있는 탁월한 저작 중 한 권이다.

군웅할거의 시대 속에서 꽃 피는 영웅들 간의 의리와 사랑, 충절과 절개와 같은 덕목뿐 아니라 배신과 반목, 탐욕과 질시, 무지와 같은 부도덕한 인간 내면의 요소들이 마치 용광로와 같이 한데 어우러져 한편의 위대한 대작을 탄생시켰다. 이뿐인가! 병법서로서의 가치 또한 탁월하여 공격과 수비, 적을 유인하고 기만하는 등의 병서가 갖추고 있어야 할 내용들이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녹아져서 읽는 이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을 선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대작에게 있어 하나 아쉬운 점은 보통 10권의 원작이 가진 본서의 무게감이 너무나 크다는 점이다. 발톱 깎을 시간도 없다고 투정 부리는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아무리 재미와 더불어 함의하고 있는 교훈과 지혜가 탁월하다 한들 10권의 원작을 앉아서 진득하게 완독할 수 있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아마도 삼국지의 제목을 들어본 사람은 많지만 완독을 한 사람은 드물 것이라는 말이 의아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스타북스에서 한 권으로 읽는 삼국지를 출간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책을 펼쳐들고 오래전 읽었던 이문열 편저의 10권짜리 삼국지의 기억을 소환했다. 이 책의 특징은 빠른 사건 전개이다.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핵심적인 사건과 사상, 의미를 전달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지루할 틈이 없다. 그렇다고 중요한 사건들을 건너띄거나 빠뜨리지 않고 세심하게 짚고 넘어가기에 흐름이나 맥이 끊기지 않는다.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부터 시작해서 진나라의 천하통일까지 총 10개 챕터 550여 페이지, 전집에 비해서는 아주 라이트한 구성이지만 넣을 것 넣고 뺄 것 뺀 아주 알찬 구성의 삼국지이다.

시간과 재정이 넉넉하다면야 나관중 원작의 10권으로 구성된 전집을 사서 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현대인들에게 있어 본서 한 권만 읽어도 대략적으로 삼국지가 무엇을 말하고 있고 그 안에 담긴 주요 내용이 어떠한지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삼국지는 영웅호걸들의 기개와 의리, 충절의 멋이 있는 소설이다. 책을 읽으며 다시금 깊은 감동을 느낀 대목이 있다. 유비가 조조의 급습을 받고 후퇴를 하는 상황에서 유비의 아내 미부인과 어린 아들 아두를 놓치게 된다. 조조의 군사들에 의해 포위된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 유비의 명장 조자룡이 유비의 아들 아두를 둘러업고 적의 포위망을 뚫고 무사히 탈출한다. 그리고 그가 유비 앞에 당도했을 때 그 앞에서 자신의 어린 아들을 내동댕이치며 자신의 아들 때문에 귀중한 장군을 잃을 뻔했다고 말하는 유비의 모습 속에서 섬뜩함과 동시에 자신을 따르는 부하들을 자신의 아들보다도 더 사랑하고 진심으로 아끼는 그의 인덕과 인품에 깊은 감동이 몰려온다. 배신과 반목이 판을 치며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부덕한 리더들이 들끓는 지금의 현대 사회에서 유비가 뿜어내는 영웅의 기풍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시다.

책에서도 말한다. "삼국지를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과 세 번 이상 읽은 사람과는 상대하지 말라!"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은 무지하고, 세 번 이상 읽은 사람은 지혜와 간계, 술수가 영악해진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 책을 한낱 처세술을 배울 수 있는 잡록 정도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삼국지는 인간 군상의 모든 것을 담은 한편의 인간사 바이블이라 칭해도 과하지 않은 저작이며 동시에 인간관계의 깊은 의미를 내포한 한편의 철학서라고 평가해도 좋을 양서이며 고전이다.

사람을 다루는 기술, 상대의 마음을 얻는 묘책, 기만과 책략의 적절한 사용, 나아갈 때와 물러갈 때를 구분하는 법, 탐욕과 허세에 대한 경계 등 어쩌면 이렇게 내용 하나하나가 21세기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나도 버릴 것 없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가르침들인지 책을 읽는 내내 문득문득 소름이 돋곤 한다. 해 아래 새것이 없다고 했다. 지금껏 시대를 뛰어넘는 수많은 고전들이 있었고 그러한 명작들이 베푸는 교훈은 예나 지금이나 인류가 존재한 이래로 우리의 삶에 있어 대동소이한 상황 속에 적확성을 가지고 다가온다. 그리고 오늘을 사는 우리가 겸허함으로 펼쳐보아야 할 위대한 고전 중 한 권이 바로 이 책 삼국지임은 하나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참으로 시대를 읽는 눈을 갖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이 책은 단연코 독자의 서가에 꽂혀 있어야 할 저작 중 한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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