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확신 세계기독교고전 40
헤르만 바빙크 지음, 임경근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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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신앙에 있어서 믿음은 무엇인가? 나의 삶의 마지막 종착역에서 무엇이 나의 영혼을 구원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이러한 진지한 고민들을 가끔 해본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온 오랜 신앙생활을 통해서 막연하게나마 나의 믿음과 구원의 확신을 단언하지만 진정 나는 내가 믿는 믿음의 대상과 그것에 대한 확신을 소유한 자인가 자문하게 된다. 이러한 물음 속에서 너무나 귀한 저작 한 권을 만났다. 그것은 바로 화란 개혁주의 교회에서 '아브라함 카이퍼'와 더불어 양대 거목이라 불리는 '헤르만 바빙크'의 위대한 저작 <믿음의 확신>이다. 이미 한국 교회에 바빙크 평생의 역작이라 불리는 <개혁교의학> 4권 전집이 출간되어 있기에 저자에 대한 명성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그런데 본서 <믿음의 확신>은 <개혁교의학>의 명성에 비하면 대중에게 덜 알려진 책이다. 그러나 본서가 최근 들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이다. 놀랄만한 과학기술의 발전과 변화의 물결 가운데 신자의 믿음이 도전을 받는 지금의 시대 속에서 바빙크의 저작 <믿음의 확신>이 다시금 주목받게 된 것은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신자는 자신의 믿음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는가? 물론이다! 왜냐하면 믿음의 주체가 믿는 믿음의 객체와 그 내용이 너무나 정확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기에 그렇다. 신자가 믿는 믿음의 객체인 하나님의 존재와 믿음의 내용인 하나님의 계시는 신자가 자신의 믿음을 확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서 결코 흔들림 없이 견고한 토대이다.

바빙크는 본서를 통해서 확신에 대한 자신의 명확한 논구의 작업을 펼쳐간다. 그가 살던 19세기는 17~18세기에 시작된 계몽주의와 산업혁명이 꽃을 피우며 극에 달했던 시대였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인간에게 있어서 더 나은 미래를 약속했고, 인간의 이성이 극도로 고양된 시대 속에서 종교 특별히 기독교가 믿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신앙은 이성의 울타리 안에서 더 이상의 확신을 자신할 수 없게 된다. 진화론과 같은 과학적 사고가 팽배해있던 시대 조류 가운데 신자들은 이제 성경의 무오성마저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본서는 이렇듯 의심이 곧 미덕이 된 확신이 실종된 시대 속에서 탄생하게 된다.

바빙크는 먼저 확신이 무엇인지를 밝힌다. 그는 "한 사람의 지성이 자신의 인식 대상 속에서 완벽한 쉼을 얻을 때에 거기에는 확신이 존재한다"라고 말한다. 즉 신자에게 있어서 지성으로서 인지하고 인식할 수 있는 믿음의 대상은 바로 하나님이다. 그리고 신자가 믿음을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그 확신의 토대로서의 증언이 바로 우리가 믿는 하나님에게서 나오기에 그렇다. 반면 과학적 확신은 믿음의 확신보다 더 정확하고 객관적이며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과학적 확신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믿음의 확신은 과학적 확신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한 사람의 영혼 안에서 믿음의 대상과 더 친밀하고 끈질기게 결합하며 역사적으로 그러한 믿음의 확신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놓았음을 역사는 증언하다.

그러면서 바빙크는 자신이 말하는 확신에 대해서 개혁주의 신학과 인접한 다른 종교, 그리고 개신교 내의 신학적 견해가 상이한 여타 사상들과의 비교를 언급하는데 바로 로마 카톨릭, 종교개혁, 정통주의와 경건주의가 그것이다. 끊임없는 인간의 고행과 선행의 실천, 합리성에 기인한 이성적 논증, 체험과 경험을 통한 확신 등 역사적으로 자신의 구원을 보증 받고 참된 영혼의 쉼을 얻기 위한 확신의 과정과 방법은 다양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여전한 의심이며 불안이다. 바빙크는 믿음의 확신을 구원의 최종 목적지로 가리키지 않는다. 믿음의 확신은 신자에게 있어서 언제나 신앙생활의 출발점이다. 또한 믿음은 행위의 토대이지 행위가 믿음의 토대는 아니다. 우리가 가진 믿음에 대한 확신은 계시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약속의 진실성에 있다. 그렇기에 하나님의 선하심과 그 약속의 신실성을 믿는 신자라면 어떠한 의심도 없이 자신의 믿음과 영혼 구원을 확신할 수 있다.

근래 들어 형광펜 밑줄을 가장 많이 긋게 만든 책이 아닐 수 없다. 헤르만 바빙크라는 명불허전 신학자의 음성을 통해서 들려오는 매 구절이 내게 너무나 큰 감동과 깊은 깨달음으로 다가온 시간이었다. 진정 나는 나의 믿음과 영혼에 대한 구원을 확신할 수 있는지와 같은 질문을 맞닥뜨렸을 때 자신 있게 "Yes!"라고 대답할 수 있는 신자인가? 그리고 그러한 나의 믿음의 확신의 근거는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의 전통과 학문과 철학과 사상, 감정과 체험이나 경험이나 선행이나 고행과 같은 외형적이며 부수적인 요소들로 인해서 오지 않는다. 신자가 일평생 자신의 믿음을 확신할 수 있는 근거는 오직 우리에게 믿음을 선물로 주시는 하나님과 그분의 계시인 말씀의 진실성과 명확성에 기인한다.

책을 덮으며 나의 마음에 진한 감동과 함께 잊히지 않는 한 구절을 소개하며 리뷰를 마치려 한다. 바빙크는 "인간이란 자고로 죽음의 순간에 근원적 질문을 던지게 되어 있고, 그 해답을 찾든지 못 찾든지 하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921년 7월, 죽음을 목전에 둔 이 노학자는 죽음의 침상 위에서 아래와 같은 영혼을 뒤흔들어 놓는 증언을 남기고 하나님의 품에 안긴다.

"내 학문이 내게 준 유익이 무엇입니까? 내 교의학 또한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오직 믿음만이 나를 구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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