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웨슬리의 일기 세계기독교고전 3
존 웨슬리 지음, 김영운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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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한 그룹의 개신교 목회자들이 생전에 존 웨슬리 목사가 설교하던 영국의 모 교회를 방문했다. 목회자들 중 한분이 일행을 안내하는 현지 가이드에게 물었다. "존 웨슬리 목사님 생전 그의 성공적인 목회와 복음 사역의 비결은 무엇입니까?" 현지 가이드가 답했다. "목사님! 그 비결을 알고 싶으십니까? 그럼 알려드리겠습니다. 자! 강단으로 올라오십시요! 그리고 존 웨슬리 목사님처럼 강대에 무릎을 꿇으십시요!" 라고 말했고, 질문을 던진 한국인 목사님은 현지 가이드가 시키는 대로 따라했다. 존 웨슬리가 평소에 무릎을 꿇었던 동일한 장소에 동일한 모습으로 무릎을 꿇은 한국인 목사님에게 현지 가이드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잘 하셨습니다. 자! 이제는 우십시요!"

이 짧막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개신교 교단 중 감리교의 창시자인 18세기 영국의 위대한 복음전도자이며 목회자인 '존 웨슬리' 의 그 구령의 열정 중 한 토막을 엿볼 수 있다. 그의 기도의 모습까지는 따라할 수 있지만 잃어버린 수 많은 영혼들에 대한 그 단장의 고통과 함께 흘리는 눈물의 기도는 결코 쉽게 모방할 수 없었다는 일화는 그가 얼마나 복음과 영혼에 대한 사랑, 하나님을 향한 깊은 경외함을 가진 복음 전도자였는지를 일깨워준다.

본서는 이렇게 1703년 18세기 초에 태어나 1791년 세기말까지 살면서 거의 18세기 전체를 복음 전파 하나만을 일생일대 삶의 목표로 여기며 살아내었던 위대한 영적 거인의 발자취가 기록된 저작이다. 존 웨슬리 본인의 일기를 후에 편집자인 '퍼시 파커'가 축약하여 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존 웨슬리의 일생을 가장 집약적으로 알려주고 있기에 현대의 신자들에게 있어서 감리교를 처음 시작한 존 웨슬리의 일대기를 이보다 더 상세하게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은 드물 것이다.

1735년 조지아 선교사로서의 행보부터 시작되는 그의 일기는 그가 숨을 거두기 직전 해인 1790년까지의 기록으로 남겨져 있다. 옥스퍼드 대학 시절 존 웨슬리는 '신성 클럽(Holy Club)' 을 조직하여 찬송가 작사가로도 잘 알려져 있는 자신의 동생 찰스 웨슬리와 자신 못지 않은 위대한 영적 거인 조지 휫필드 등과 같은 경건한 믿음의 친구들과 함께 성경을 공부하고 기도하며 어려운 이웃을 구제하는 등의 신앙운동을 통해서 젊은 시절부터 이미 복음 사역자의 초석을 놓기 시작했다. 이후 웨슬리는 동생 찰스 웨슬리와 함께 미국 조지아로 가는 배에 오르는데 그 배에는 한무리의 독일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타고 있었다. 원만할 것만 같았던 그들의 뱃길은 이윽고 배를 한번에 산산조각 내버릴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폭풍을 만나게 되고 배에 탄 많은 승객들은 죽음의 공포 앞에 두려워 떨기 시작한다. 하지만 웨슬리는 이러한 순간에 믿기지 않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것은 이제 곧 배를 삼킬 듯 달려드는 폭풍우 속에서 한치의 요동함도 없이 조용히 시편을 낭독하는 한무리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이러한 믿기지 않는 장면에 대해 웨슬리는 그의 일기에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1736년 1월 25일 주일 (중략) 예배가 시작되면서 시편이 낭송되고 있는데 파도가 덮쳐서 큰 돛대가 산산 조각이 나고 배를 뒤덮어 갑판과 갑판 사이로 쏟아져 내렸다. 마치 큰 바다 깊은물이 우리를 다 삼켜 버릴 것 같았다. 영국 사람 사이에서는 귀를 찢을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독일 사람들은 조용히 계속하여 시편을 낭송하였다. 나는 후에 그들 중 한 사람에게 물었다. "당신은 두렵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그는 "아니오,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물었다. "그렇지만 당신네의 부인들과 어린이들은 두려워하지 않았습니까? 그는 부드럽게 대답하였다. "아니오, 우리네 부인들과 어린이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일기에는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개신교 선교 역사 속에서 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믿음의 사람들이 바로 독일 경건주의의 대표적 아이콘인 모라비안 교도들이라고 소개되고 있고, 이때 이들의 이러한 죽음을 초월한 깊은 경건함은 이후 존 웨슬리가 평생토록 복음 사역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매우 큰 영감과 더불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전한다.

본서는 일기 형식으로 기록되었기에 내용이 매우 스피드하게 전개된다. 대부분 존 웨슬리가 영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복음을 전하는 이야기가 시간과 장소를 따라가며 기록되어지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 독자는 교통수단이나 통신수단도 변변치 않았던 지금으로부터 300여년 전의 그 위대한 복음 사역의 한 현장을 함께 동행하며 직관하는 듯한 현장성을 실감나게 맛볼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연평균 8000마일을 말을 타고 다니면서 연 1000회가 넘는 설교를 했다. 교구 목회자가 아닌 순회 복음 전도자였기에 그의 대부분의 설교 장소는 야외였으며 그렇기에 어느 곳이든 그가 발을 딛고 서는 곳은 그의 교회였고, 지나가다 멈춰서 그의 설교를 듣게 되는 모든 이들은 그의 회중들이었다.

그가 영국 국교회의 배경속에 있었지만 감리교라는 새로운 교단의 시작은 분명 당시 시대와 종교적 배경 속에서 쉽사리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일이었기에 존 웨슬리의 복음 사역은 환영을 받기보다는 감리교를 이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비난과 천대 심지어는 집회를 방해하는 폭력배와 부랑자들로부터의 갖은 폭력과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만드는 칼부림과 같은 고난과 핍박의 시간들이 더 많았음을 본서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웨슬리 그가 자주 애용했던 주 교통수단인 말에서 떨어지는 일은 다반사였고, 말을 타고 가다가 수렁과 물에 빠지는 일과 타고 가던 마차가 뒤집어지고, 배가 파선될 것 같은 폭풍우를 만나는 등의 자연적인 위협들 또한 존 웨슬리의 복음 사역에 있어서 크나큰 위험 요소로 빈번하게 상존했다. 더군다나 가정적으로는 남편의 서류들과 편지들을 몰래 훔쳐 내용을 변개하여 적수들과 신문사에 넘겨주어 남편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웨슬리가 전도 여행을 가면 질투와 의심에 사로잡혀 100마일 씩 말을 달려 남편을 쫓아가고, 남편에게 난폭하게 손찌검을 하며 남편의 머리털을 한줌씩 잡아 뽑는 등의 악행을 일삼았던 3대 악처 중 하나인 아내를 두었다는 사실은 위대한 복음 전도자의 삶에 있어서 매우 아이러니컬한 사실이면서 동시에 그의 지난한 인생의 모습을 고스란히 반영해준다.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 환난이나 곤고나 핍박이나 기근이나 적신이나 위험이나 칼이랴.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아무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 (롬8:35,38~39)

나는 존 웨슬리의 이러한 고난과 핍박의 상황 속에서도 오직 잃어버린 영혼과 하나님을 향한 그 끊을 수 없는 사랑과 열정을 목도하며 사도 바울의 위와 같은 고백을 떠올린다. 위험천만한 삶의 정황들과 자연의 위협, 수 많은 대적자들의 비난과 방해, 무지한 백성들과 폭력배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칼 앞에서도 결코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자신이 끊어지지 않을 것임을 굳게 믿고 신뢰한 한명의 위대한 영적 거인의 삶을 통해 잃어버려졌던 수 많은 영혼들이 지옥으로부터 영생을 얻게 되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이 감격의 장면들을 본서를 통해 직접 확인해보라! 그리스도의 사랑과 구원의 복된 소식을 전하는데 있어서 웨슬리에게는 이러한 모든 장애들은 그저 한낱 작은 고민거리도 되지 않았다. 이러한 그의 불굴의 의지와 복음과 구령의 열정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그의 마음 속에는 잃어버린 영혼에 대한 불타는 듯한 갈급함만이 있을 뿐이었고, 그것은 '온 세상이 나의 교구다' 라는 그의 외침 속에 아주 잘 녹아있다.

88세의 일기로 그가 그토록 사모했던 하나님의 품에 안겨 영원한 안식을 누릴 때까지 결코 진정한 쉼이 없었던 이 위대한 전도자의 삶을 바라보며 나는 오늘 또 다시 겸손히 나의 영혼의 옷깃을 여민다. 한번 왔다가는 인생을 누구는 이렇게 영혼의 주인되신 분을 위해 자신의 삶을 아낌없이 불사르는 삶을 살다갔는데 또 다른 누구는 오늘도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며 연약한 믿음의 한계성을 습관처럼 내밷고 살아가니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나는 개인적으로 존 웨슬리가 시작한 감리교의 근간을 이루는 알미니안 신학에는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진리에 대한 견해가 조금은 다르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임을 알기에 존 웨슬리의 일기를 통해 다시 한번 그의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사랑과 영혼에 대한 불붙는 듯한 열정에 진심어린 박수와 함께 존경의 고개를 숙인다. 거인의 발자취! 배우고 싶고, 따르고 싶어 눈물이 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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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웨이 -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브랜드의 모든 것
조셉 미첼리 지음, 강유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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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하고 쌉싸름한 향미의 아메리카노 한 모금이 입안 가득 울려퍼질 때 그 깊은 커피의 그윽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환상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른 아침 잠자고 있던 온 몸의 신경을 깨우는 커피 한잔의 힘은 커피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마 동일한 언어로 이해될 것이다. 나는 이러한 커피를 무척 사랑한다. 커피 한잔과 책 한권만 있으면 세상 부럽지 않은 소박한 사람이기에 나에게 있어서 커피는 술이나 담배와 같은 백해무익의 기호식품과는 비교불가 대상이다. 이러한 커피 예찬론자인 내게 매우 반가운 책 한권이 찾아왔다. 커피를 썩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당연히 보고 들어보았을법한 글로벌 커피 기업 '스타벅스'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기에 책을 받은 순간부터 즐거운 마음으로 정독을 하며 읽게 되었다.

본서는 세계적인 커피 기업 스타벅스가 시애틀의 작은 카페로서 1호점을 오픈 한 이후 전세계 어느 곳에 가도 스타벅스의 간판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범세계적 커피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기업 전략과 문화, 경영에 관한 철학을 기술한 책이다. 전세계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커피,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스타벅스만이 가진 다른 경쟁사들과의 차별화 된 기업 정책과 그들의 기업 정신을 읽고 있노라니 왜 커피하면 스타벅스이고, 어떻게 그들이 성공했고, 지금도 그 성장과 성공은 현재 진행형인지에 대한 이유를 짐작케 만든다.

저자는 본서를 통해 스타벅스만이 가진 고유의 차별화 원칙을 크게 5가지로 구분해서 설명한다. 음미하고 고양하라, 사랑받기를 사랑하라, 공통기반을 향해 나아가라, 연결을 활성화하라, 전통을 간직하면서 전통에 도전하라.

스타벅스는 자신들이 커피를 팔고, 이윤을 남기는 이익단체로서의 정체성을 과감하게 깼다. 그들은 사랑이라는 기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무형의 가치를 자신들의 기업 철학에 주입한다. 사랑에 기반하여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들을 직원이나 고용인이 아닌 회사와 함게 성장해가는 '파트너'로서 바라본다. 더불어 스타벅스를 찾는 모든 고객들이 단지 커피를 팔아주기 위해 온 소비자들이 아닌 스타벅스가 내미는 커피 한잔을 통해 존중받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사랑의 가치를 고객 응대 서비스에까지 접목하는 파격적 행보를 선보인다.

또한 커피하면 스타벅스라는 공식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리만큼 스타벅스의 성공 요인 내면에는 배려와 공생의 기업 철학이 깔려있다. 자신들에게 커피 원두를 재배하여 공급하는 원산지 커피 농가 농민들의 소득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고민은 본서의 곳곳에서 제시되고 있는 커피 농장 체험과 커피 농가가 위치한 지역 사회 개발이라는 믿기지 않는 사례들로 제시되고 있다. 무슨 커피 팔아서 장사하는 기업이 그런 일들까지 하겠는가? 의구심이 생길 수도 있지만 말한 바와 같이 그것은 사실이다. 정직과 배려, 인간애, 투명성, 공생 공존의 경영 철학은 스타벅스를 돈만을 추구하는 경제 생태계의 매몰찬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기업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게 만든 주 요인이다.

실제로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파트너들에 대한 복리 후생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 또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례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파트타임 직원들에게까지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하기로 결정한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와 기업 이사들의 결정이다. 세상에 어떤 기업이 미쳤다고 파트타임 직원들에게까지 건강보험 혜택을 준다는 말인가? 커피 팔아서 장사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냥 망하겠다는 생각 아닌가? 회사 대내외로부터 이러한 의견들이 팽배했지만 하워드 슐츠와 이사진들은 그 결정을 강행한다. 그리고 결과는 드라마틱하다. 말단 파트타임 직원들에게까지 베풀어지는 회사의 은혜(?)에 직원들의 사기는 진작되었고, 매출은 떨어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상승하게 되는 선(善)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는 사실.

본서를 통해 독자는 스타벅스만이 가지는 실제적이며 고유한 흥미로운 기업 문화들과 판매 전략을 살펴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5장 <안에서 번창해야 밖에서 느껴진다>부분을 읽으며 스타벅스가 가진 그 박애적인 기업 경영철학에 흠뻑 빠져든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 대한 실제적인 사랑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건강보험 뿐만 아니라 회사와 함께 성장하며 걸어가는 파트너십의 실제적 표현으로서 전 직원에게 빈 스톡(일종의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모습으로 드러난다. 더불어 직원들에 대한 사랑뿐 아니라 커피 한잔을 통해 고객들과 소통하기 위한 스타벅스만의 다양한 인간관계 프로젝트들은 정말 이 기업이 장사를 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커뮤니티 공동체를 운영하자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만든다. 단골 손님들의 이름과 즐겨마시는 커피 취향을 바리스타가 전부 외우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자신의 이름이 사라져가는 이 정체성 상실의 시대 속에서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부르며 나의 커피 취향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쁨을 넘어 즐거운 소름 돋는 일 아닌가? 그만큼 스타벅스는 고객들의 필요에 관심이 많고, 그들에게 있어서 '기승전 고객'이라는 기업 공식은 불변하지 않는다는 기분 좋은 이야기이다.

마지막으로 본서를 통해 얻게 된 또 하나의 인상적인 통찰은 스타벅스가 직원들을 향해 가지는 보상 프로그램이다. 보통 대부분의 기업들은 연말에 높은 성과급이라는 외재적 보상을 지불한다. 나쁘지 않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좀 다르다. 그들은 눈에 보여지는 유형의 가치를 성과급으로 지급하지 않는다. 대신 직원의 가치를 진정어린 마음으로 인정하는 방식의 보상을 시행한다. 외재적 보상이 내재적 동기를 떨어뜨린다는 사회심리학 연구 동향을 참고하여 스타벅스는 돈과 같은 유형의 가치 대신 뱃지, 손으로 쓴 메모, 증서 등을 통해 상을 받는 그 사람 자체의 가치를 모든 이들 앞에서 인정하고 높여준다. 그리고 상을 받은 바리스타들은 자신이 받은 뱃지들을 자신의 앞치마에 훈장과 같이 자랑스럽게 패용한다. 회사로부터 당신은 우리 기업에 없어서는 안될 매우 소중한 VVIP라는 인정을 받는다고 상상해보라? 이보다 큰 성과급이 어디있겠는가?

한권의 책을 통해 하나의 거대 기업을 속속들이 전부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나는 이 한권의 책을 통해 지금도 밖으로만 나가면 동네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는 하나의 카페가 가진 그 역동성과 생명력을 통해 마치 살아움직이는 유기체와 같은 숨결을 느낀다. 사회와 인간을 향한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바로 기업의 성공과 성장을 보장해준다는 사실을 스타벅스는 알고 있다. 너무나 쉬운 진리이기에 많은 기업들은 그러한 기업 정신을 하찮게 여긴다.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면 그만이지 무슨 직원 복지며 지역 공동체 개발이냐? 그리고 너무 들이대는 것은 고객의 사생활 침해이기에 적당히 응대하면 된다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서는 결코 스타벅스를 따라 올 수 없다. 이제는 인간에 대한 관심과 사랑, 다 함께 잘 되고, 다 함께 웃을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기업의 경영철학을 올곧게 세울 수 있는 결단과 지혜를 가진 기업만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이러한 인간 존중의 보편적 가치를 우숩게 여기는 기업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명약관화하다. 그렇기에 이 책은 특별히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 고용되어 일하는 직장인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좀 더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설계하고 싶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특화된 책으로 안성맞춤이다.

커피 한잔에 영혼을 담아 파는 기업...스타벅스

아! 퇴근하며 스벅에 들러서 아메리카노나 한잔 사가지고 들어가야 할라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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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이즈 도쿄 (2018~2019년 최신판) - 763 스폿 in 도쿄, 요코하마, 가마쿠라 (휴대용 JR, 지하철, 사철 노선도 & 주요 지역 간 추천 이동 경로표 증정) 디스 이즈 여행 가이드북
박설희.김민정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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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반복되는 일상, 삶의 터전을 잠시 벗어나서 전혀 다른 문화와 생활 환경을 가진 이국으로의 여행은 현대인들의 가장 큰 로망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국내도 아닌 한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해외 여행에 대한 기분 좋은 상상을 하다가도 막상 여행 계획을 구체화시키고 밑그림을 그려나가려고 생각하면 그 막연함과 두려움은 해외 여행을 계획해 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경험했던 바 일 것이다. 그냥 세상 편하게 여행사를 컨택하고, 정식 현지 가이드의 안내를 받는 패키지 상품을 구매한다면야 항공편, 숙박, 식사, 관광지, 쇼핑 등의 모든 고민거리들이 한방에 해결될 수 있지만서도 본시 여행의 그 낯선 느낌과 설레임, 스스로 방문해서 보고, 찾아가서 먹음으로서 느끼는 그 작은 성취감 같은 것은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조만간 가족과 함께 일본 여행, 특별히 오키나와 지역을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평소 여러차례 일본을 다니며 일본에 대한 준전문가와 같은 주변 지인을 통해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에게 특별히 볼거리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키나와보다는 동경을 한번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추천을 받고, 여행지를 급선회하게 된다. 그러는 와중에 테라출판사에서 출간된 본서를 만나게 된 것은 크나큰 기쁨이요 일본 여행에 문외한인 내게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이 큰 힘이 되는 기회였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지만 심정적으로는 가장 먼 나라, 일본. 본서는 일본의 수도 도쿄에 대한 관광 가이드북이다. 그러나 그냥 일반적인 여행 안내책자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거의 도쿄에 관한 모든 정보를 이 한권에 수록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의 도쿄에 관한 백과사전과 같은 가이드북이라고나 할까!

 

 

본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나와 같은 일본, 특별히 도쿄라는 지역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 느끼기에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실제 현지 가이드가 옆에 붙어 따라다니는 것 마냥 여행의 시작과 끝을 책임질 수 있을 정도의 자세한 설명과 정확한 정보들이 깨알같이 수록되어있다는 점이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각 chapter에는 도쿄의 각 지역에 대한 지도와 지하철 노선도가 상세하게 표시되어 있기에 원하는 목적지를 찾아 가는 데 있어서 막연한 두려움을 몰아내고, 책이 알려주는 대로 주의깊게 읽고 따라하기만 하면 손쉽게 행선지에 도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가이드 없이 자유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도쿄에 오기는 왔는데 도대체 무엇을 봐야하고, 어디가서 무엇을 먹어야하는 지 등에 대한 매우 실제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물론 워낙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 살고 있기에 인터넷을 통해서 도쿄와 각 지역의 특징을 찾아내고 안내를 받을 수 있지만 여행지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일일히 정보를 검색하고 취사선택해야하는 일 또한 여간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러나 본서 한권만 손에 집어들고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지역 중 한곳을 택한 후 안내되어 있는 교통편을 이용하여 순서대로 찾아만 다녀도 초보 여행자들에게는 시간 낭비하지 않고 주요 볼거리와 유명 맛집의 먹거리를 모두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본서가 주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여행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가보아야할 곳과 먹어봐야 할 곳은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잊지말라!

 

 

서두에서 밝혔듯이 특별히 나는 가족 여행을 계획하고 있고, 어린 아이들이 있기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테마 위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집 1호는 미키와 미니 마우스, 도널드와 데이지 덕, 구피, 플루토 등의 디즈니 사단의 캐릭터에 한동안 심취해 있었다. 모든 옷과 악세사리를 디즈니의 산물로 도배하려는 열정에 휩싸였던 1호의 성화에 못이겨 도쿄 디즈니랜드는 향후 우리 가족 도쿄 여행의 0순위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 도쿄 디즈니랜드는 도대체 어떻게 찾아가야하고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 가와 같은 막막함이 밀려온다. 그러나 본서를 펼쳐들었을 때 눈 앞에 펼쳐진 도쿄 디즈니랜드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내게 일종의 복음이다. 나는 이곳이 도쿄 디즈니랜드와 도쿄 디즈니씨로 구분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야 처음 알았다. 어린이를 둔 가족은 디즈니랜드, 연인이나 어른들은 디즈니씨가 더 재미있다는 이 특정 고객군에 특화된 맞춤식 놀이 테마파크의 세심한 기획 속에서 일본 특유의 민족성이 묻어나옴을 느낀다.

아무튼 디즈니랜드를 찾아가는 방법, 티켓 비용, 볼거리와 탑승물에 관한 자세한 정보들을 접하고 나니 지금 당장이라도 출발하고 싶은 마음 충일하다.

 

 

그렇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여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맛집을 찾아가서 진미를 맛보는 것 아닌가? 여느 관광 가이드북과는 달리 본서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먹거리에 관한 매우 자세한 안내이다. 저자들이 직접 방문해서 먹어보고 사진을 찍어 올린 따끈따끈한 실제 경험들이기에 매우 신뢰가 가는 먹거리에 관한 정보가 넘쳐난다. 사진으로만 봐도 군침이 도는 오색찬란 다양한 먹거리의 향연이 화려하기만 하다.

도쿄의 유명 맛집, 한번은 꼭 가보고 꼭 맛봐야 할 음식점이 자세하게 수록되어 있고, 역시 찾아가는 방법 또한 상세하게 안내되어 있기에 독자는 고민없이 자신의 취향에 어울리는 맛집을 찾아 식도락의 한때를 보낼 수 있다. 또한 음식점 뿐만 아니라 예쁜 카페들에 관한 정보는 향좋은 커피 한잔과 맛좋은 케익의 아기자기한 캐미를 원하는 여행객들의 구미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 밖에도 본서가 가진 또 하나의 정말 중요한 장점은 책의 뒷면에 항공권, 숙박, 여행경비, 짐 꾸리기, 여행지에서의 위급상황 발생시 대처요령, 입국절차, 기본 여행 일본어와 같이 여행을 실제적으로 준비하고 떠나기 전 체크해봐야 할 기본적이면서도 매우 중요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이 가진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책을 읽는 독자에게 새로운 지식과 바른 정보를 전달해주는 매체로서의 역할이다. 테라출판사에서 출간한 본서 <디스 이즈 도쿄>는 바로 이와 같이 책만이 가진 지식과 정보 전달의 역할을 매우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을 뿐더러 읽는 독자로 하여금 책의 내용을 통해 여행지에서 실제적인 도움을 얻게 끔 매우 잘 기획된 여행 안내서라고 평하고 싶다. 저자들이 직접 발로 밟고 경험한 일상의 시간들이 농축되어 있기에 사람 냄새나는 도쿄 여행 안내서를 찾는다면 본서 <디스 이즈 도쿄>는 단연 최고다. 도쿄라는 누군가에게는 생소함으로 타자화 된 공간의 그 낯설음과 막연한 두려움을 그곳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또 하나의 공간임을 일깨워줌과 동시에 여행의 기대와 설레임은 배가시켜주는 저자들의 탁월한 집필력과 테라출판사의 기획력에 박수를 보낸다.

감사합니다! 당신들의 노고로 저와 같은 평범한 초보 여행자가 그 수혜를 누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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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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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으로 약 7~8년전 쯤 TV에서 방영된 <싸인>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한국 사회에 여전히 낯선 분야인 법의학과 법의학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였는데 당시 그 생경한 분야를 다룬 드라마의 매력에 빠져 한회도 거르지 않고 빠짐없이 챙겨 봤던 기억이 있다. 범죄와 연루된 시체를 부검하여 범인 검거에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내는 법의학자들의 활약이 꽤나 멋있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그래도 망자는 자신의 죽음에 관한 마지막 메시지를 자신의 몸에 남기고 간다는 일념하에 비명횡사한 죽은 자의 몸을 부검하며 "제가 당신의 마지막 원한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법의학자의 모습에서 비장함과 숭고함마저 느껴질 정도였으니...

그래서 이번에 만나게 된 본서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는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이며 현직 법의학자로 있는 저자가 다년간 수 많은 시체를 부검하며 겪은 법의학에 관한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들려주기에 나의 독서욕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책은 총 3부로 나뉘어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법의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 소개와 저자가 어떻게 법의학이라는 낯선 분야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한국의 법의학 역사가 간략하게 소개되고 있고, 곧이어서 20년간 현장에서 각종 사건 사고로 인한 죽음의 의문들을 파헤친 법의학자의 살아있는 경험들을 고스란히 수록하고 있기에 독자로 하여금 책 속에 몰입하게 끔 만든다. 그러나 본서는 미국 범죄 드라마 와 같은 단지 흥미만을 전달하기 위해서 쓰여진 책이 아님을 2부와 3부의 내용을 통해 발견한다. 원래 본서는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국내 최고의 브레인들이 모인 서울대의 교양 수업 강의를 엄선하여 엮은 것이기에 재미+인문학적 교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선사해준다.

2부에서 저자는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서 생명에 대한 이해가 먼저 선행되어야 함을 말하며 생명 시작의 기준 등에 대해 언급하고, 죽음의 과학적 이해를 통해 뇌사나 심정지와 같은 죽음의 시점에 대한 논란, 안락사, 존엄사와 같은 연명의료와 생명 윤리, 자살과 같은 개인적이지만 사회적으로 그 파급이 전해지는 사회적 죽음 등을 다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부를 통해 요즘 우리 사회에서 심심찮게 듣게 되는 잘 죽는 웰다잉(well-dying)과 관련된 내용들을 통해 인생을 의미 있게 마무리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력하게 그러나 합리적이고 부드러운 필치로 전달하고 있다.

작은 책 한권에 죽음이라는 누구나 터부시하는 주제를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담을 수 있는 것도 어쩌면 저자가 자신의 일상 속에서 죽음을 누구보다도 가장 가까이 접하는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누구나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 것은 정해진 사실인데 우리 사회는 죽음에 대해 너무나 두려워하고, 입밖에 내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금기시하고는 한다. 요즘 새롭게 건축되는 곳은 조금 덜하지만 예전에만 해도 오죽하면 아파트나 건물 엘리베이터에 4층 대신 F층 이라고 써놓는 경우가 있었겠는가? 이런 사소한 것 하나만 봐도 우리 사회는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보다는 마냥 타자화하고 싶은 내면에 숨겨진 의식을 감출 수 없는 것 같다. 그렇기에 본서의 저자가 대놓고 죽음이라는 주제를 수면 밖으로 끌어올려 공개한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것도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아닌 죽은 시체를 부검하는 법의학자의 시선으로 본 죽음은 독자들로 하여금 죽음을 더욱 더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기에 충분하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내용은 생명연장을 위한 연명의료에 관한 저자의 고찰이었다. 말기암 환자나 더 이상의 의학적 처치가 무의미한 중환자들에 대한 연명의료거부에 대한 내용은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자신의 죽음을 인간답게 준비하고 인생의 마지막을 의미있게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나 또한 동의한다. 우리 사회는 평생토록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했던 사람에게 삶의 마지막을 결정하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왜 그 기회를 빼앗아가는가? 라고 반문하는 저자의 외침에 온전히 동의하게 된다. 죽음을 직감하고 이제 자신에게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낄 때 의미없는 연명의료적 처치가 아닌 사랑하는 가족, 친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살아온 날을 정리하고, 인생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마무리짓는 것, 그것이 바로 모든 평범한 사람들이 꿈꾸는 웰다잉 아닐까?

나는 잘 먹고 잘 사는 것 하나에만 집중하는 웰빙의 그 동물적 허망함에 비하면 사람답게 잘 죽는 웰다잉 속에서 더 깊은 인간다움을 발견한다.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죽음을 기억하고 준비하는 삶이야말로 삶의 참된 가치와 소중함을 잊지 않는 지름길이다. 잘 죽기를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잘 살아가는 것에 대한 선행 조건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덧붙여 저자는 본서의 마지막에 2045년, 죽지 않는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의 바람일 뿐, 가당치도 않은 말이다. 성경에도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히9:27)" 라고 하지 않는가? 불사를 위해 몸부림쳤던 중국의 진시황제도 죽었고, 그 많은 부귀영화를 누렸던 솔로몬 왕도 결국에는 죽었다. 우리는 이제 얼마나 잘 먹고 잘 사는 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남은 삶을 좀 더 의미 있게 살다가 인생이라는 연극의 무대에서 아름답게 퇴장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한다. 나의 죽음이 타인의 손에 원치않게 조정되어지고 조율되어지는 일보다 더 비극적인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기에 다양한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도하며 달려온 평범한 법의학자의 목소리로 들려지는 본서의 내용 하나하나에 독자들은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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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5
노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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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들로부터 신년 모임의 의미로 아주 근사한 뷔페 레스토랑에 초대받아 참석하게 된 시간이 있었다. 1인당 식대가 보통 서민들이 왠만하면 쉽게 갈 수 없을 정도의 매우 값비싼 음식점이었는데 입장하고 나서 테이블에 진열되어 있는 음식들을 둘러보는 순간 역시 헉!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의 기가막힌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굶주려 한껏 예민하게 고양된 손님들의 미각과 시각, 청각은 눈앞에 펼쳐진 온갖 산해진미들의 눈이 어지러울 정도의 현란한 몸짓을 통한 유혹의 손길 앞에 점점 더 격앙되어져 간다. 일반적인 뷔페 레스토랑과는 음식의 종류와 격이 다르다는 느낌이 강하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무렵 어느새 내 손에는 접시 가득 갖가지 다양한 음식들이 차츰 산을 이루고 있었다. 그 이후의 상황은 더 이상 묘사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나와 일행들은 식욕이라는 본능에 충실하며 미친듯이 마구마구 음식을 쓸어담는 오직 단 하나의 임무에 묵묵히 충실할 뿐이었다. 그러나 항상 배불리 먹고 나서 그 포만감에 한동안 만족스러움을 느끼며 부른 배를 두드리지만 이내 몰려오는 이 알 수 없는 허탈함과 마치 굶주린 짐승이 식욕의 본능을 채우기 위해 몸부림친 듯한 존재의 저급함을 떨쳐 버릴 수 없다.

그러는 와중 너무나 유명한 <도덕경>을 통해 고전의 숲에서 '노자'를 만난다. 도덕경은 기원전 약 580년경 춘추전국시대 가운데 진나라에서 태어난 노자에 의해 쓰여진 동양 사상의 최고봉을 이루는 고전이다. 도가 학파의 창시자로서 그의 저서 도덕경은 도경과 덕경의 총 81편으로 구성되어 노자의 정치, 동양철학, 병법, 양생의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 보통 흔히들 공자의 <논어>, <주역>과 더불어 동양 사상에서 최고로 여기는 위대한 저작으로 손꼽는다.

도덕경을 통해 노자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바로 무위(無爲)와 자연(自然)이다. 중고교시절 도덕 수업 시간에 졸지 않고 잘 경청한 독자라면 아마 노자와 도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알고 있을 것이다. 공자가 인의예지를 숭앙했다면 노자는 무위, 자연을 주창했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흔히들 노자의 도교가 강조하는 무위와 자연의 개념을 살짝 오해하여 노자의 주장이 마치 인간들이 살아가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공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원시적인 삶을 살아갈 때 인간 세상 속에는 평화와 행복이 깃들 수 있다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들은 그의 저서 도덕경을 꼼꼼히 정독하게 될 때 지금껏 우리가 배우고 알고 있었던 노자에 대한 오해와 도교에 대한 혐의를 말끔히 씻어줄 것이다.

노자가 말하는 무위와 자연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손놓고 살라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세상의 현실 속에서 사람들을 어렵고 힘들게하며 비참하게 만드는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모든 관습과 제도, 법령, 욕망, 철학적 사유 체계에 대한 적극적이고 가감없는 비판이며 대안인 것이다. 인간 세상의 불행은 무엇인가 자꾸 사람들에게 인과 예라는 미명하에 멍에와 굴레를 씌우는 강제성 가운데서 잉태된다. 유한한 유무형의 자원에 대해 인간들은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며 그것을 얻을 때만이 인간으로서 행복을 누릴 수 있으며 만족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정된 자원에 대한 끊임없는 탐욕과 얻지 못한 명예에 대한 말할 수 없는 갈망이 불러 온 것은 인위적인 제도이며 관습이고, 철학이다.그렇기에 노자는 무위정치를 주장하며 자연에 순응하며 겸양과 청정 등 인간이 자연스러움의 도를 추구할 때 그것은 윤리적인 덕으로 흐르게 될 것이며 결국 이상 정치의 현실에 다다른다는 그만의 깊은 철학적 사유를 설파한다.

중국인들은 공적 사회 속에서는 유교의 가르침을 숭앙하고, 개인적인 삶에 있어서는 도교의 가르침을 따른다고 한다. 그만큼 유교적 가르침은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추구해야 할 인의예지의 정신이 명확하다는 것이며 도교적 가르침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자기수양에 있어서 더 확고한 사유체계라는 점이다. 공자의 <논어>도 읽어보았고, 노자의 <도덕경>도 접해보며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귀중한 가르침 속에서 그래도 개인적인 성향상 내게는 노자의 도교적 가르침이 더 마음 속 깊이 와닿는다. 어찌보면 욕심과 탐욕을 비우고 자연의 순리를 그대로 따르는 삶의 객관성을 유지하는 노자의 가르침은 일견 현실도피라는 누명을 쓰고 있지만 결국은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의미있는 개조야말로 전체 인간사회의 참된 변화로 연결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이해는 어찌보면 공자보다는 노자가 더 탁월한 혜안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되어진다.

탐욕과 욕심을 버리는 것, 자연의 순리에 겸손히 적응하며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이라는 노자의 가르침을 배우며 본 서평의 서두에 밝힌 나의 일화가 떠오른다. 식욕으로 대변되는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미친듯이 음식을 쓸어 담았던 내 자신의 짐승같은 모습이 노자의 가르침 속에 오버랩되어 책을 읽는 내내 얼굴이 달아오르는 경험을 한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검약하고 간소한 음식, 치부를 가릴 수 있는 정도의 깨끗하고 단정 소박한 의복, 더위와 추위를 피하며 일신을 평안히 누이며 쉴 수 있을 정도의 화려하지 않은 거처로 만족할 수 있는 자족함의 정신, 명예와 지위를 갈구하지 않는 진실된 겸손함이야 말로 하나로도 더 빼앗고 움켜쥐려고 아등바등 발버둥치는 사치와 탐욕으로 점철된 아수라장같은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두고두고 가슴깊이 새겨보아야 할 귀중한 덕목이며 가르침이다.

어느 하나 흘려들을 수 없는 노자 선생의 가르침들이 마치 진주와 보석을 알알히 꿰어 놓은 것처럼 즐비한 가운데 특별히 내게 깊은 깨달음으로 마음의 심연을 울린 가르침 몇구절을 아래에 소개하며 마친다.

그런데 이 '무위'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 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에 순응하게 하고 사물의 객관 규율을 준수하도록 돕는다. p27

부귀와 교만은 스스로 재앙을 취하는 것이다. 공을 이루면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이다. p46

진흙을 빚어서 그릇이 만들어진다. 그릇에 빈 공간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그릇의 쓰임새가 있게 된다.(중략) 그러므로 '유有'는 사람에게 이익을 주고, '무無'는 쓰임새가 있게 한다. p52

총애와 사람들의 인정, 존중...기실 이러한 것들은 단지 내가 살아가는 데 부가적으로 붙은 것일 뿐이다. (중략) 총애와 모욕 모두 결국 나 자신이 아닌, 외부의 요인에 지나지 않는다. 모쪼록 살아가면서 외부 요인에 휘둘리지 않아야 할 일이다. 그것은 삶의 주인이 아니다. 그것은 도리어 본말전도(本末顚倒)되어 노예로 예속되는 길일뿐이다. 만일 우리가 총애든, 인정이든, 모욕이든, 그러한 외부적 요인에 좌우되지 않게 된다면, 그러한 부차적 요인들에 전혀 개의할 필요가 없이 진실로 독립적인 인간으로서의 참된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p5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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