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널 마킹 - 현대 유럽 축구의 철학과 전술적 진화
마이클 콕스 지음, 이성모 외 옮김, 한준희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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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영국의 토트넘과 세르비아의 츠베즈다간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별 3차전은 축구, 특별히 유럽 클럽 축구를 즐겨보는 한국의 축구팬들을 열광하게 만든 경기였다. 현재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 축구의 주무대인 유럽을 뒤흔들며 차범근과 박지성의 계보를 잇는 '손세이셔널' 손흥민 선수의 유럽 통산 122, 123번째 골이 터졌기에 그렇다. 더욱더 고무적인 사실은 70년대 축구 변방 작은 나라 한국을 유럽에 알린 한국 축구의 레전드 차범근 감독의 유럽 통산 121골을 갱신하게 된 역사적인 순간이었기에 축구팬은 물론이거니와 많은이들을 설레이게 만든 순간이었다. 손흥민 선수가 유럽이라는 축구의 본고장에서 그 날고 긴다는 슈퍼스타급의 선수들과 부대끼며 통산 123번째 골을 통해서 차범근 감독의 기록을 갱신했다는 사실은 수치와 기록이 보여주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렇듯 지금 손흥민 선수가 써내려가고 있는 모든 일거수 일투족의 기록들은 이제 차범근 감독 이후 새로운 역사가 되어가고 있으며 그것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러한 가슴떨리고 흥분되는 마음에 꺼지지 않는 불을 붙일만한 한권의 책을 만난다. 세계적인 축구 전술전문가인 '마이클 콕스'의 축구 전술서인 <조널 마킹>이 그것이다. 현대 유럽 축구의 철학과 전술적 진화라는 부제가 붙은 본서는 현대 유럽 축구를 선도한 7개 나라인 네덜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 독일, 영국을 타겟으로 하여 유럽 축구의 전술적 변화와 역사, 그리고 각국의 전술적 핵심으로 자리잡았던 선수들과 그들을 조련한 명장들에 관한 이야기로 빼곡하다. 책의 특징은 1992년부터 4년 단위로 끊어서 각 시대를 풍미하고,주름잡았던 7개의 나라 중 각 시대를 대표하는 나라의 대표적 전술과 변화, 흐름을 메인 테마로 선정하여 이야기를 전개한다. 20세기말 현대 유럽 축구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한 저자의 해박한 축구 지식은 580페이지가 넘는 본서의 분량만큼이나 전문적이고 백과사전과 같은 폭넓은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저자는 각국의 대표팀만을 한정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보다는 대표팀과 더불어 각국의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소위 빅클럽의 이야기를 동시에 등장시키기에 축구팬과 독자의 입장에서는 리그 클럽팀과 대표팀의 전술적 변화와 연계를 두루 확인할 수 있는 유익과 재미가 있다. 그렇기에 축구를 사랑하는 축구팬들의 입장에서 본서는 유럽 축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필독서라 아니할 수 없다.

오렌지군단 네덜란드는 토탈사커라는 전술적 특징을 통해 강력한 공격 축구의 진면모를 보인 나라다. 대표적인 클럽은 네덜란드 프로리그인 에레디비지에의 강호 아약스가 있다. 더불어 유럽 축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귀동냥으로라도 들어보았을법한 네덜란드 축구의 레전드 요한 크루이프, 베르캄푸, 판 할 등의 이름은 네덜란드 축구가 90년대 초중반 유럽을 호령했던 시절 그들의 진가를 발휘한 전설적인 축구 선수들이다. 네덜란드는 개인과 조직의 갈등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두드러졌던 팀이었다. 특별히 선수 개개인의 스타성을 인정하며 개인의 능력을 존중하려고 했던 크루이프와 달리 조직의 규율과 팀으로서의 정체성에 의미를 두었던 판 할간의 미묘한 차이와 갈등은 90년대 초중반 네덜란드 축구를 이야기하는 특색 중 하나다.

이러한 네덜란드의 토탈사커는 이후 카테나치오라 불리는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의 빗장수비 축구에 전술적 우위를 넘긴다. 아니 전술적 우위를 넘겼다기보다는 흐름이 넘어갔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공격수에 대항하여 항상 수적 우위를 통해 전술적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축구를 추구했던 것이 바로 이탈리아의 그 유명한 카테나치오(빗장수비)축구이다. 이탈리아 프로리그 세리에A를 대표하는 클럽은 지금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몸담고 있는 유벤투스, 인테르 밀란, AC밀란, AS로마, 피오렌티나 등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이탈리아의 클럽을 뒤로하고 유로2000에서 프랑스가 이탈리아를 격파하고 우승을 차지한 그 시점을 전문가들은 이탈리아 축구의 전술적 흐름이 프랑스로 넘어갔음에 대한 신호탄으로 여긴다. 프랑스 프로리그 리그1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파리 생제르망, AS모나코, 릴 등의 클럽이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프로리그보다는 상대적으로 유럽 프로리그에서 리그1의 인지도가 낮기에 본서에서는 리그1의 클럽 이야기보다는 프랑스 대표팀을 아트사커라고 불리도록 헌신한 위대한 선수들의 이야기와 그들과 관련된 전술적 개념들이 등장한다. 그 핵심은 당연히 프랑스 축구의 레전드들인 지네딘 지단, 티에리 앙리, 트레제게와 같은 선수들이다. 특별히 중원의 사령관 지네딘 지단은 플레이메이커로서의 10번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며 아트사커 프랑스의 물 흐르는 듯한 유려함과 스피디한 축구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이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조세 무리뉴 감독의 포르투갈은 프랑스로부터 전술적 흐름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사실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리그의 유명세가 떨어지는 포르투갈의 프리메이라리가의 대표적 클럽인 포르투는 조세 무리뉴 감독의 지도하에 2004년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기염을 토한다. 상대적으로 엄청난 자금력을 내세운 유럽의 명문 빅클럽들을 제치고 차지한 우승 트로피이기에 그 의미는 FC 포르투 특정 클럽의 영예가 아닌 포르투갈 전체의 영광이었다. 이후 스페인 프로리그 프리메라리가의 엘 클라시코라는 전 세계 최고의 라이벌 클럽 대항전을 통해 독자는 슈퍼스타 군단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불꽃튀는 축구 전쟁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축알못'이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한번쯤 들어보았을 법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를 필두로 기라성같은 축구 선수들이 조세 무리뉴와 펩 과르디올라라는 명장들의 전술적 지휘하에 격돌한 엘 클라시코의 전술적 변화와 그 안에서 벌어진 숨겨진 이야기들은 축구팬과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할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무적함대 스페인의 축구는 티키타카라는 짧고 빠른 패스 위주의 전술적 특색으로 표현된다. 과르디올라 감독에 의해 바르셀로나에 이식된 티키타카 전술은 볼의 점유율을 극대화시키는 전술이다. 볼의 점유율이 높은 팀이 상대적으로 승리할 공산이 크다는 확정할 수 없는 전술적 특징을 가진 스페인 축구는 이후 게겐프레싱이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전술적 변화를 들고 나온 독일에 그 흐름을 양보하게 된다. 전차군단 독일의 축구 전술은 위르겐 클롭이라는 탁월한 감독에 의해서 도르트문트라는 독일 프로리그 분데스리가의 명문구단을 통해 이식되어 전파되어진다. 게겐프레싱은 상대에게 공을 빼앗겼을 때 지체함 없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다시 공을 빼앗아오기 위한 일종의 압박 전술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게겐프레싱을 통해 역습 상황에서 역습해 들어오는 상대 공격수를 수비수가 뒷걸음질치며 수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전방 압박을 통해 역습의 시간을 늦추고, 가능하면 공을 빼앗아 바로 역역공으로 전환하는 것까지로 보는 게겐프레싱은 클롭 감독에 의해 이후 도르트문트 뿐 아니라 라이벌 클럽인 바이에른 뮌헨까지 게겐프레싱 전술의 수혜를 얻도록 만든다.

이후 우리의 손흥민 선수가 현재 활약하고 있는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의 이야기가 책의 대미를 장식한다. 프리미어리그는 전 세계 축구 선수들과 축구팬들에게는 꿈의 무대라고 불리는 유럽 축구의 대표적 프로리그이다. 그러나 본서에서 저자는 프리미어 리그가 영국인 감독이나 선수들보다는 오히려 외국 감독과 선수들의 영입이 더 활발하기에 전통적인 축구종가 잉글랜드의 특색이나 색채는 다소 약함을 지적한다. 그래서 영국을 설명하는 챕터의 소제목 중 하나가 '더 믹서' 가 아닐까 짐작하게 된다. 그러나 다양한 색깔과 배경을 지닌 감독들과 선수들이 하나로 어우러지고 섞여서 예측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전술적 완성도를 선보이는 리그이다보니 그 경기의 다채로움과 흥미진진함, 스펙타클함은 여느 다른 나라의 프로리그와는 비교불가의 재미가 있다.

책을 덮으며 축구라는 하나의 주제를 두고 거의 600여페이지 가까운 전술서 한권을 탄생시킨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현대 유럽 축구의 역사와 전술적 변화, 철학을 접함으로서 앞으로 유럽 축구를 즐기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만 같다. 감독들이 왜 저렇게 지시하고, 선수 포메이션을 어떤 이유로 구성했으며 왜 특정 선수를 선호하는지와 같은 이유를 아주 작게나마 발견하게 된다. 바둑을 두는 분들은 허구한 날 바둑 기보책을 보며 혼자 바둑 두는 연습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바둑판이라는 작은 공간 안에서 수 많은 전략과 전술이 머릿속을 오간다. 축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피치 위에서 뛰는 선수들의 피지컬, 뛰어난 개인 기량과 더불어 선수 11명의 조직적인 팀플레이는 말할 것도 없이 중요하다. 그러나 피치 밖 테크니컬 라인에서 22명의 선수들을 응시하며 수 많은 전략과 전술의 퍼즐들을 머릿속에 떠올린 채 선수들의 위치를 지정하고 때로는 수정하면서 경기의 전반적인 내용을 조율하는 감독들의 지략 싸움은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데 있어 바둑의 수 싸움만큼 중요하며 치열하다.

본서는 이와 같이 현대 유럽 축구 전술의 탄생과 변화, 역사를 통해 지금껏 있어왔고 현재도 진행형인 위대한 축구인들의 행보를 한눈에 살펴보기에 충분한 저작이다. 70년대 차범근이라는 위대한 축구 선수 한명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프리미어리그라는 슈퍼무대에서 차범근의 뒤를 이어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손흥민이라는 걸출한 스타 플레이어의 활약을 흥분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축구팬으로서 우리가 이러한 손세이셔널 손흥민 선수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너무나 행복하여 쉽사리 믿겨지지 않는 사실이 바로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점이다. 이 또한 손세이셔널 손흥민 선수의 리그 4호골을 기대하며 벌써부터 다음주에 있게 될 웨스트햄과의 13라운드가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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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의 역사 - 인류 역사의 발자취를 찾다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성춘택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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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가장 즐거운 시간을 꼽으라면 단연코 가을 운동회와 봄, 가을 소풍이었다. 그 중에서 소풍은 맛있는 김밥과 과자, 음료수 등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소풍의 백미는 뭐니해도 바로 보물찾기였다. 쪽지에 선물을 적어서 소풍 장소 인근의 수풀과 바위 틈새, 나무 밑둥 등에 쪽지를 숨겨놓고 정해진 시간에 선물이 적힌 쪽지를 찾는 보물찾기야말로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러한 어린 시절의 즐거운 추억을 소환하며 한권의 책을 만나게 되었는 데 책의 제목은 <고고학의 역사>이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고고학자 '브라이언 페이건'에 의해서 쓰여진 본서는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학문으로서 자리잡기 이전부터 고대 인류와 문화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 시작된 고고학의 기원을 시대와 인물, 장소에 따라서 상세하게 기술한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고학이라고 하면 서두에서 꺼낸 보물찾기와 같이 숨겨진 유적지를 파헤쳐 그 안에서 수 많은 보물과 값비싼 유물들을 발굴해내는 것에 대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고고학에 대해 동일한 생각을 했던 사람 중 하나다. 이러한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은 예전에 <인디아나 존스>와 같은 고고학적 배경을 토대로 만들어진 헐리우드 영화의 영향이 없지 않아있다.

이번에 책을 펼쳐들고 읽어내려가면서 새롭게 배우고 발견하게 된 고고학이라는 학문의 개념은 나와 같은 문외한들이 생각했던 고고학의 개념을 송두리채 흔들어 놓는다. 진정한 고고학의 개념은 숨겨진 보물과 유물을 찾는 보물찾기의 편협한 개념을 뛰어넘는다. 그것은 바로 인류, 즉 인간에 대한 학문이다. 발굴을 통해 유적을 발견하고 출토되는 유물을 통해 궁극적으로 그 시대를 살다 간 선조들의 문화와 삶의 양상,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과 앞으로 올 미래의 인간상을 미리 비춰볼 수 있는 인류와 인간에 대한 거울과 같은 학문이 바로 고고학이다.

책은 총 40개의 주제로 나뉘어져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적과 그 발굴의 현장 속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감당했던 수 많은 고고학자들과 호고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매 챕터마다 흥미진진하게 어우러져 있다. 본서의 초반부를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있는 사실은 실제적으로 고고학의 역사가 지금으로부터 약 250년 전에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여타 학문에 비해 그리 긴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은 고고학은 19세기말까지 전문적인 고고학자로 불릴 만한 사람들은 없었다. 20세기 들어서야 전문적인 고고학자로 불리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것도 제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전세계를 통틀어 수 백명에 불과했다. 이렇듯 짧은 학문의 역사와 그 학문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수가 지극히 소수였던 고고학은 이제 방사선탄소연대측정법, 리모트 센싱, LIDAR을 비롯해서 다양한 과학기술에 힘입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고고학이 전문적 학문으로서 자리잡지 못했던 시기에는 유적지 유물을 단지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기 위한 보물 정도로만 여긴 전문 도굴꾼들에 의해서 수 많은 유물과 유구들이 소실되거나 탐욕스러운 개인들의 소장품으로 넘어가는 안타까운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는 우리가 풍문으로 들어 알고 있는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 메소포타미아 유적, 앗시리아 유적, 남아메리카 잉카와 마야, 아즈텍 유적, 중국 진나라 시황릉의 병마총과 같은 다양한 유적과 유물에 대한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개인적으로 인상깊게 다가왔던 내용 중 몇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그 중 하나는 35장 <모체의 전사-신관>에 기록된 이야기이다. 페루 마야 문명 속에서 이루어진 잔혹한 인신 희생 제사를 그린 항아리의 발견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는 마치 10여년 전에 개봉했던 멜 깁슨 감독의 <아포칼립토>라는 영화의 내용을 연상케 만든다. 전투와 침략을 통해 사로잡힌 포로들의 옷을 벗기고, 목에 밧줄을 감아서 마치 굴비를 하나로 엮은 것처럼 끌고간 후 피라미드 위에 있는 신관들이 한명씩 산채로 포로의 배를 갈라 심장을 꺼낸다. 그리고 그 시체를 피라미드 아래로 굴리면 아래에서 다른 신관들이 시체를 토막내는 인신 희생 제사를 드리는 잔혹한 장면이 뇌리에 깊이 남아있다. 본서의 35장에는 그와 유사한 내용이 등장한다. 고고학을 통한 이러한 유구의 출토와 발견이 아니었으면 페루 마야 문명의 이러한 문화상을 구체화 된 스토리로 구성할 수 없었을 것이기에 고고학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느낀다.

또 한가지는 39장 <보이지 않는 곳에 빛을 비추다>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안젤리나 졸리가 열연한 영화 <툼레이더>의 촬영 장소로도 알려진 캄보디아 씨앤립 지역에 있는 불가사의한 거대 사원 '앙코르와트'에 관한 것이다. 10여년 전에 실제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방문했었다. 밀림 속 숨겨진 신비의 사원을 바라보며 숨막히는 전율과 감동을 맛보았던 기억이 있다. 다양하고 다채로운 모양의 사원들과 석상에 정교하게 새겨진 그림들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석상 조각 기술이나 도구가 변변치 않았을 그 고대에 만들어진 이러한 세밀하고 아름다운 조각상들과 벽면의 부조를 바라보며 도대체 누가 어떻게 이런 거대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을까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발견 당시 앙코르와트는 밀림 속에 철저하게 숨겨져 있었으나 지표투과레이더를 이용한 지표조사 결과 원래 앙코르와트가 밀림에 덮여 있지 않았으며 75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주민이 사는 1000 제곱 킬로미터 면적의 거대한 도시 한가운데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낸다. 흙손과 붓을 가지고 쪼그리고 앉아서 세밀하게 유물과 유구를 조심스럽게 발굴하고 채취하는 고고학의 원시적 방법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제 현대 고고학은 과학기술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이용해서 그동안 밝혀내지 못했던 인류의 숨겨진 발자취를 베일 벗기듯 들춰내고 있다.

신비로움 속에 숨겨지고 감춰진 인류의 역사를 발견하고 발굴하며 밝혀내는 일은 언제나 우리를 흥분으로 이끈다. 당시의 사람들은 어떠한 문명과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았을까? 그들은 어떠한 일을 하며 살았고 그들의 의식주는 어떠했을까? 인류가 태동하고 문명과 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한 이래로 우리가 가진 이 궁금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 커져만 간다. 그리고 고고학은 이러한 우리의 궁금증을 해결함으로서 그 의문에 답하기 위해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가 발을 내딛고 살아가는 이 지구에는 아직도 사람들의 발길이 미치지 못한 고대 인류의 유적과 유물들이 무수하게 많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러한 고대 인류의 유구들은 베일에 싸인 채 미래에 자신들을 발견하여 세상 속에 드러내 줄 손길을 고대하며 기다리고 있다. 단순한 유물 발견에 그치는 것이 아닌 고대와 현대 그리고 미래의 인류를 하나로 이어주는 고고학의 역할과 의미는 그래서 남다르다.

 

우리는 같은 지구상에서 우리보다 먼저 살다간 사람들의 체취와 흔적 속에 숨겨진 메시지를 통해 오랜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어 그들과 대화한다. 그리고 그 대화는 고고학이라는 학문과 그것을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본서는 이러한 고고학을 이해하는 데 있어 첫 관문과 같은 책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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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50만부 돌파 초판 무삭제 완역본) 데일 카네기 초판 완역본 시리즈
데일 카네기 지음, 임상훈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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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직장을 떠나는 주요한 이유? 라는 주제의 설문조사 결과를 흥미롭게 주목한 적이 있다. 연령대별 조사는 결과가 조금 상이했지만 보편적으로 설문조사의 결과는 거의 일방적 수치를 보였는데 직장인들이 직장을 떠나는 주요 원인 1위는 81%의 응답을 보인 '사람과의 관계 문제' 이며 일이 적성에 안맞는다거나 일이 싫어서의 이유는 단지 19%였다. 또한 28%의 업무관련 스트레스와 달리 72%의 압도적 수치를 보인 것은 다름아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였다. 이러한 설문조사의 결과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크다. 그것은 바로 사회를 구성하고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야하는 내 주변의 이웃들인 타자들과의 관계가 우리의 일상의 삶 속에서 우리네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원인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이렇듯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인간관계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잘 지내고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다년간의 임상경험과 깊은 사회학적 연구를 토대로 탄생시킨 한권의 책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오늘 서평으로 만나보게 되는 인간관계에 관한 유명한 고전인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 수 많은 사람들에게 인간관계의 어려움과 고민들에 대해 명확하고 명료한 답변을 제시함으로서 그들의 인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인간관계 영역에 있어서는 거의 독보적 고전인 본서의 가치는 이루말할 수 없이 크다. 이 책은 단순히 인간관계 해결을 위해 정답을 제시해주는 솔로션북이 아니다. 본서는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며 인간에 대한 사려깊은 이해와 사상을 담은 일종의 라이트한 철학서라고 평해도 과함이 없다.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내용은 사람을 다루는 기본 방법부터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6가지 방법, 사람을 설득하는 12가지 방법,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 사람을 바꾸는 9가지 방법,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7가지 방법 등 신물 날 정도로 진절머리치게 싫은 사람들을 매일 만나야 하는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의 귀가 솔깃할 정도의 주제들이 매우 친절하고 간결한 필치로 밀도있게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특징은 매 주제가 끝날 때마다 마지막 페이지에 각 챕터에서 다룬 핵심 원리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마치 시험을 앞둔 학생들에게 요점 정리하듯 간략한 tip을 제공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타인에 대해 비난하거나 비판, 불평하지 말며 타인의 작은 장점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솔직하게 진심으로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의 중요성은 사실 많이 들어왔던 내용이다. 하지만 본서는 이처럼 우리가 살면서 수 많은 강연이나 여타 다른 책 등에서 익히 들어왔던 내용이 결코 재탕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익숙한 가르침들을 한편의 건조한 논문을 쓰듯 써 내려간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저자의 개인적 체험이나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달하고 있기에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피부에 와닿는 듯 실제적이고 사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책은 유익하면서도 너무나 재미있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갖는 것, 항상 미소짓고 웃는 것,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것, 내 말만 늘어놓기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잘 경청하는 것, 다른 사람의 관심사에 관심을 갖고 대화를 진행해 나가는 것 등은 정말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매우 중요한 핵심이기에 머릿속에 각인되도록 집중하며 읽게 된 챕터였다. 실천하기 쉬운 내용들도 있지만 어쩌면 잘 잊어버리고 실천하지 못하는 내용들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개인의 성격이나 성향상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은 가르침들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독자들에게 분명하게 말한다. 이 책의 내용은 그냥 좋은 격언을 들려주기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실천이 동반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나라 옛 속담에도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훌륭하고 탁월한 가르침인들 그것을 듣고 배우는 사람이 자신의 삶의 현장 속에 온전히 풀어내고 실천하지 못한다면야 그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서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6부를 통해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7가지의 비결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의 대부분은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에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원칙들을 다루었다면 마지막 챕터에서 저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친밀해야만 할 부부간의 관계에 대해 조명한다. 어쩌면 다른 모든 관계의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건강한 부부의 관계일 것이다. 부부가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를 이루어갈 때 가정이 건강해지며 그 좋은 에너지는 밖에서 만나는 타인들과의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기에 그렇다. 이러한 이유로 저자는 책의 마지막을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만드는 7가지 비결'로 마무리 짓는 것이 아닐까?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7가지의 조언 중 나는 6번째로 이야기한 부부간에도 예의를 지키라는 내용이 나머지 6가지 조언들의 기반이라 여겨진다. 인간에 대한 예의, 상호존중이 결여된 관계는 반드시 깨지고 결렬되기 마련이다. 아니 어쩌면 본서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 중 하나는 바로 인간 상호간의 예의라고 보여진다.

개인적으로 자기계발분야의 책들은 선호하지 않는다. 이 책을 집어들고 자기계발서의 냄새가 날 수도 있지 않을까 염려하며 책장을 펼쳤으나 그것이 한낱 기우였음을 깨닫게 된 것은 불과 5분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어쩌면 본서는 위에서 잠간 언급했듯이 일종의 작은 철학서 또는 인간의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은 심리학서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나 또한 직장 생활을 하며 만나게 되는 수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즐겁고 행복할 때도 있었지만 죽기보다 싫을 정도의 인간관계가 가져다 준 고통으로 인해 신경성 위염을 앓을 정도로 고생한 경험이 있다.

사실 인간관계는 이렇게 어렵다. 그러나 본서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깨닫게 되는 이 책의 핵심은 딱 하나로 귀결되는 데 그것은 바로 '겸손'이다. 본서를 주의깊게 정독하다보면 발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핵심이자 본서의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겸손'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다른 이들을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오래 참아주고, 인내하며 상대방을 인정하고 칭찬하며 항상 웃어주고, 상대방의 관심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관심사를 양보하는 것 등등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모든 것은 나의 주장을 펼치고 싶은 욕구와 타인의 잘못에 대해 맞서 싸우고 싶은 욕망, 때로는 비굴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정도로 상대방 앞에서 나 자신을 납작 엎드려야 하는 낮아짐의 자세와 태도이다. 그리고 이것을 우리는 한 단어로 '겸손' 이라 말한다. 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행하는 비굴한 굴종이나 마지못해 보여야만 하는 아첨이 아니다. 저자 또한 본서를 통해 자신이 이 책에서 가르치고 있는 원칙들은 진심에서 우러나올 때에만 효과가 있음을 강조한다. 상대방의 심리를 파악하여 교묘하게 조종하는 잔재주와 같은 처세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겸손한 마음으로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라는 신약 성경의 가르침이 어쩌면 본서에서 말하는 핵심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문장일 수도 있다. 우리는 타인에 대해 진심과 진정어린 마음으로 겸손한 태도를 갖출 때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는 첫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 겸손한 척 하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상대방에 대해 겸손의 미덕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은 이미 본서를 통해 저자가 말하는 여러가지 효과적인 원칙들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준비를 갖춘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만이 획기적으로 변화된 인간관계를 통해 얻게 된 보상으로서 상상할 수 없이 크고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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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명 - 마음에 새겨야 할 하나님의 명령 현대인을 위한 신앙의 기초
케빈 드영 지음, 조계광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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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교회의 주일학교에서는 성경 암송대회, 성경 퀴즈대회와 같은 행사들을 자주 하곤했다. 그러면서 더불어 십계명 암송과 같은 과제도 주어졌었기에 성경 맨 뒷장을 펼치면 항상 수록되어 있던 십계명과 관련구절들을 열심히 암기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상품에 눈이 멀어(?) 도대체 십계명이 뭔지도 모르고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체 무조건 글자 글대로 기계적 암기를 행했던 나의 어린시절 어리숙한 모습을 떠올리며 한권의 책을 펼쳐들었으니 그야말로 책 제목 자체가 <십계명>이다. 신앙 생활을 오래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도 그 명확한 개념과 진정한 의미를 설명하라고 하면 버벅일 수 밖에 없는 제법 진중한 주제인 십계명을 다룬 본서를 보고서 일부 독자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은 채 그냥 예수 잘 믿어 복받자고 말하는 캐쥬얼한 신앙도서를 뒤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의 저자를 보는 순간 나는 이 책의 가치를 대번 알아봤다. 저자는 미국의 대표적 개혁주의 신학자이며 목회자인 '케빈 드영' 이다. 케빈 드영의 저작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이 책을 손에 쥐고, 만면에 행복한 미소를 띠었다.

십계명 하면 대부분의 신자들은 고리타분한 율법, 구약시대의 먼지가 풀풀 날리는 유물과 같은 가르침으로 치부하며 은혜의 시대인 지금을 살아가가는 우리와는 별로 관련 없는 이야기라 생각하며 터부시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이러한 십계명에 대한 오해와 누명이 팽배한 요즘 본서를 통해 저자는 출애굽기 20장과 신명기 5장에 등장하는 십계명에 관한 내용을 하나하나 친절한 필치로 십계명이 무엇이고, 그 십계명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며 왜 우리는 십계명을 지키고 그 말씀에 순종해야하는 가에 관한 원론적이면서도 동시에 실제적인 가르침을 설파한다. 구약시대 이스라엘 민족에게 주어진 제한적 율법의 하나로 생각하고 오해하는 십계명에 대한 참된 가르침을 통해 독자는 바른 신자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우리 행위의 기준과 신앙의 표본으로서 십계명을 이해하고, 믿음의 규칙과 살아야 할 삶의 교훈으로서의 십계명을 바라봄으로서 우리 자신과 하나님과의 관계, 우리와 우리를 둘러 싼 이 세상 타자들과의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십계명에 대한 많은 설교와 가르침들이 넘쳐나지만 책장을 넘기며 나는 개인적으로 본서와 같이 성경에 기초한 바른 신학적 지식, 특별히 건강한 개혁신학에 바탕을 둔 교리적 가르침에 의해 기록되어진 본서의 탁월함을 발견하게 된다. 더불어 이는 저자가 가진 성경을 해석하는 그 비범한 신학적 혜안과 깊은 학문적 역량과 더불어 바른 신앙을 소유한 저자의 깊은 경건 속에서 가능한 작업이었음을 직감하게 된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어느 것 하나버릴 수 없이 소중한 책의 내용들 가운데 특별히 개인적으로 마음 한켠을 울린 몇개의 내용들이 떠오른다. 십계명의 제 2계명인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그것들에 절하지도 말고 섬기지 말라는 계명에 대한 저자의 탁월한 견해에 대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대부분의 신자들은 이 말씀을 우상숭배하지 말라는 정도의 간략한 계명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기존에 우리는 교회에서 그렇게 배워왔다. 그러나 저자는 제 2계명의 말씀을 성경적 범위 안에서 더욱 더 실제적인 우리네 삶의 현장 가운데로 확장시킨다. 그것은 창세기 1장 26~27절 말씀을 토대로 우리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대로 창조된 존재라는 사실에 대한 자각으로부터 출발한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그분의 형상을 만드는 우상숭배를 행한다. 그러나 반면 하나님의 형상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그분의 형상(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바 된 우리의 이웃)을 무시한다. 다른 이들을 악독하게 대하고, 그릇된 방식으로 대하는 것은 우상숭배와 더불어 하나님의 형상을 훼손하는 또 하나의 죄악이라는 이 충격적인 해석을 맞닥뜨리고 난 후 나는 한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그동안 내가 그토록 무시했던 여러 사람의 얼굴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가며 다름아닌 내가 바로 하나님의 형상을 무시했던 또 한명의 우상숭배자였음을 회개하게 된다.

또 한가지는 우상숭배가 아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예배를 드려야 하는 신자의 의무를 통해 올바른 예배의 모습을 상고하게 만든다. 오늘날의 많은 기독교 리더들과 교회는 사람들의 필요와 욕구를 중심으로 예배를 구성하려고 노력한다. 매주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느라 많은 예산을 쏟아붓는다. 그러나 책을 통해 저자는 예배를 위한 하나님의 계획은 항상 반문화적임을 말한다. 그러면서 말씀은 사람들을 인도하는 수단이자 그들이 도달해야 할 목적임을 강조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성경의 진리를 하나씩 신중하게 가르치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왜냐하면 태초에 연극이나 그림이나 행사가 아닌 말씀이 있었기 때문임을 말한다. 이러한 저자의 가르침을 통해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는 부드럽고 달콤한 쉬폰 케익과 같은 조국 교회 예배의 현장이 떠올라 속이 쓰리다.

마지막으로 제 3계명인 네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는 말씀의 가르침을 통해 하나님 이름의 고귀함과 순결함은 시대를 초월하여 반드시 지켜지고 따라야 할 계명임을 배운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하나님의 이름을 장난스럽게 사용하고, 하나님의 이름을 가지고 농담을 하며 웃고 떠든다.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신성모독이며 무거운 죄악임을 모른체 말이다.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간다. 결코 타협은 없다. 이러한 사람들에 대해 하나님께서는 죄 없다 말씀하지 않으실 것이다.

더불어 제 3계명을 통해 우리가 흔히들 실수하며 저지르는 잘못된 신앙의 태도를 지적하는 데 그것은 바로 인간이 세운 결정이나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하나님의 이름, 권위를 마음대로 끌어다 쓰는 그릇된 신앙 태도에 관한 점이다. 신앙 생활을 조금 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흔히 자기도 모르게 이러한 오류에 잘 빠진다. "하나님이 내게 이것을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이것을 하기 원하십니다"와 같이 자신의 어떠한 목적이나 어떠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마치 자신이 하나님의 직통계시를 받은 것 마냥 하나님의 이름과 권위를 끌어다 사용하는 모든 행위들에 대해 저자는 이 또한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사용하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책을 읽는 내내 낯이 뜨거워서 견딜 수 없었다. 하나님께서 이미 우리에게 특별계시로서 성경을 주셨음에도 나 또한 마치 내가 대단히 영적인 사람인 것 마냥 하나님의 이름을 나의 목적을 관철시키려는 수단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갖다 붙이곤 했기에 책의 따끔한 가르침에 부끄러움과 함께 겸허히 머리를 숙이게 된다.

얼마 전 초등학생인 첫째 녀석이 교회 주일학교를 통해 과제를 받아왔다. 부모님과 함께 공부하는 성경공부라고 매일마다 해야한다는 것이다. 받아 온 책을 펼쳐들고 눈을 의심했다. 그것은 다름아닌 교리문답이었다. 책을 받아든 내 가슴이 벅찬 감동으로 어찌나 뛰든지...아이들에게 교리문답을 하도록 가정에 과제를 내주신 교회 전도사님의 신학적 혜안과 목회 방침을 느끼며 그분을 다시보게 되었다. 어린 아이들의 사고와 가치관이 세속화 되기 전 하나님의 말씀을 철저하게 암기시키고, 가르쳤던 청교도들의 교육 방식이 원래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임에도 이제는 그러한 모습이 사라져버린 교회 주일학교의 모습 속에서 이러한 과제를 붙잡고 감격하는 내 모습이 오히려 이상스럽게 여겨진다.

사람들은 교회가 타락했다고 염려하며 교회가 세속화 되었다고 탄식한다. 연이어서 터지는 목회자들의 성범죄, 횡령, 담임목회직 세습 등과 같은 교계의 아픔들을 보며 망연자실해한다. 교회 윤리는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다들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웅성이다. 그러나 나는 방금 언급한 아이들의 교리문답을 독려하는 목회자들이 있다는 사실과 함께 본서와 같은 탁월한 저작 속에서 실낱같은 희망의 빛을 본다. 그것은 back to basic!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떠들썩하고, 화려한 프로그램들을 내려놓고 오직 그분의 계명, 말씀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조국 교회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500년 전 죽음이 일상화 되어버린 그 암흑의 중세교회 역사 속에서 'post tenebras lux'(어두움 후에 빛)라는 종교개혁의 슬로건을 내걸고 기본으로 돌아가기 위해 목숨을 바쳐 로마 카톨릭과 맞선 종교개혁 선진들의 핏발 선 외침이 본서의 마지막 뚜껑을 덮는 나의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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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의 5가지 원리 - 참된 믿음을 추구하는 프로테스탄트의 외침
제이슨 앨런 외 지음, 조계광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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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좀 덜하지만 예전에는 서울역이나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서 전도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 적이 많았다. 보통 여러가지 구호들을 외쳤지만 가장 강렬한 문구 중 하나인 <예수 천당, 불신지옥>이라는 전도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에서 복음을 전하곤 했다. 나는 그리스도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분들의 전도활동에 대해서 어떠한 부정적인 감정이나 폄하하는 느낌을 말하지 않는다.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렇게 외칠 수 있는 용기가 나에게는 없기에 감히 그분들의 활동에 대한 어떠한 평가도 나는 사양한다. 출판사로부터 선물 받은 책을 펴들고 이 책의 전면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조용하고 평범하지만 강력한 단어 하나를 발견했으니 그것이 바로 SOLA(오직) 라는 라틴어 단어 하나이다. 그리고 500년이 지난 종교개혁적 의미에서 그 SOLA가 함의하는 바가 바로 방금 내가 서두에서 이야기한 길거리 복음전도자들이 외치는 복음의 구호 속 함축된 의미와 같음을 발견하며 나는 이 작은 책이 가지는 진중한 무게감을 느낀다.

500여년 전 마틴 루터라는 위대한 종교개혁자에 의해서 시도된 개혁의 바람이 들불처럼 중세유럽에 퍼져나가게 되었는데 로마 카톨릭의 부패한 교권주의와 타락상으로부터의 벗어남일 뿐 아니라 1000년간 묻어둔 진리에 대한 진리의 재발견의 순간이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종교개혁의 5가지 슬로건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Sola Scriptura, Sola Gratia, Sola Fide, Solus Christus, Soli Deo Gloria이다. 즉 오직 성경, 오직 은혜, 오직 믿음, 오직 그리스도,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5가지의 종교개혁을 상징하는 명제들을 통해 개신교는 로마 카톨릭과의 확연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그리고 그 차이를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오직을 뜻하는 SOLA라는 단어의 유무이다.

본서는 5명의 개혁주의적 신학을 견지하고 있는 현직 신학교 교수들과 목회를 담당하고 있는 저자들이 한가지씩의 주제를 가지고 각각의 주제를 신학적 성경적으로 이야기한 것을 하나의 제목하에 엮은 모음집이다. 저자들은 동일하게 이 책이 말하는 Sola에 주목한다. 오직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 단어 하나로 인해서 500년전 수 많은 믿음의 사람들이 형언할 수 없이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 목이 잘리며, 화형에 처해지는 극심한 핍박과 순교의 현장을 통과해야 했다.

오직 성경만이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하나님의 진리를 간직한 특별계시라는 사실에 대해서 로마 카톨릭은 성경으로만은 부족하며 교회의 오랜 전통이 첨가되어야 함을 강조했고, 오직 은혜로 구원을 받는다는 가르침에 덧붙여 교회안에서 행해져야 하는 신자가 가지는 의무의 필요성을 말했으며 오직 믿음에 대하여 인간의 공로가 더해져야 함을 강조했기에 인간의 선행 등의 조건이 요구되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구원에 대한 믿음의 불충족성을 의미하며 나아가 인간의 행위가 하나님의 은혜와 신인협력하기에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이라는 다섯번째 Sola를 인정하지 않게 된다. 또한 위대한 종교개혁자 존 칼빈은 병든 영혼들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은 '오직 그리스도' 라고 말한다. "구원의 길은 그리스도의 고난 안에 있고, 죄의 빚을 탕감받는 길은 그분이 정죄당하신 사실 안에 있으며, 저주에서 놓여나는 길은 그분의 십자가 안에 있다(갈3:13)

이렇듯 종교개혁자들이 내건 5가지 개혁의 기치는 500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들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는가? 세상은 기독교가 세상에서 가장 편협한 종교이며 독선과 아집으로 똘똘뭉친 사람들이 그리스도인들이라고 말한다. 타 종교를 인정하고 관용하는 여타 다른 종교들과는 달리 유독 개신교만이 자신들에게만 구원이 있다고 강조함을 조소하며 비난한다. 그런데 이러한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비아냥거림과 비난에 대해 처음에는 나도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작은 지식이지만 조금씩 개혁주의적 개신교가 말하는 성경의 진리들을 배워가면서 발견하게 되는 사실은 본서에서 말하는 이 5가지의 Sola에 함축된 타협할 수 없는 진리가 가지는 그 배타성과 유일성이다. 마틴 루터를 보름스의회에 소환한 카를 5세는 마틴 루터에게 "너의 진리에 대한 모든 견해를 철회하고 나라와 교회를 평안케하라!"고 말했다. 이러한 강요 앞에 마틴 루터는 양심을 거스르는 것은 안전하지도 않고, 옳지도 않기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철회할 수 없습니다. 달리 어찌할 길이 없습니다. 하나님 나를 도와주소서!"라고 말했다.

왕과 귀족들 앞에서 순식간에 목이 달아날 수 있는 이 긴박한 상황 가운데서 루터는 진리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철회하지 않았다. 그뿐인가? 이름도 빛도 없이 화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수 많은 믿음의 선배들 또한 그들이 가진 개신교 진리의 정수인 이 5가지의 Sola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이유가 그들이 화형당하는 유일한 이유였다. 시대를 막론하고 진리는 진리였기에 미움을 받았고, 핍박을 받았다. 타협할 수 없고, 양보할 수 없기에 진리이다. 섞이고 희석될 수 있다면 그것은 진리가 아니다. 진리가 가진 그 유일성과 배타성, 고결함과 순결함은 진리를 진리되게 한다. 그리고 본서에서 말하는 개신교 5가지의 Sola는 이러한 의미에서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의 신자들에게는 명확함과 묵직한 의미로서 다가온다.

어제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담임목사직 부자 세습으로 몇년간 교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서울의 교인수 10만명을 가진 초대형교회의 부자세습에 대한 결정이 해당교회가 속한 총회의 회의로 일단락 되었다. 담임목사 퇴임 후 5년 후에는 세습이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실질적으로 세습의 길을 열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이 결정으로 어제 하루 SNS가 뜨거웠다. 실망과 분노의 목소리들이 들끓었다. 한국 교회는 이제 정말 죽었다라는 자성과 한숨 섞인 목소리들이 SNS를 타고 전해져온다. 한 사람의 평범한 신자로서 부끄러웠다. 그러면서 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었다. 자신의 몸이 화형주에 묶여 타들어가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이 5가지 Sola를 외치며 세상 권력과 타협하지 않고, 의연히 죽음을 선택했던 믿음의 선배들과 로마 원형 경기장에서 맹수들의 먹잇감이 되어 죽어가면서도 신앙을 붙들었던 수 많은 초대교회 신자들의 그 죽음이 어제 뉴스와 묘하게 오버랩되며 허탈함이 몰려오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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