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직장을 떠나는 주요한 이유? 라는 주제의 설문조사 결과를 흥미롭게 주목한 적이 있다. 연령대별 조사는 결과가 조금 상이했지만 보편적으로 설문조사의 결과는 거의 일방적 수치를 보였는데 직장인들이 직장을 떠나는 주요 원인 1위는 81%의 응답을 보인 '사람과의 관계 문제' 이며 일이 적성에 안맞는다거나 일이 싫어서의 이유는 단지 19%였다. 또한 28%의 업무관련 스트레스와 달리 72%의 압도적 수치를 보인 것은 다름아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였다. 이러한 설문조사의 결과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크다. 그것은 바로 사회를 구성하고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야하는 내 주변의 이웃들인 타자들과의 관계가 우리의 일상의 삶 속에서 우리네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원인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이렇듯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인간관계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잘 지내고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다년간의 임상경험과 깊은 사회학적 연구를 토대로 탄생시킨 한권의 책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오늘 서평으로 만나보게 되는 인간관계에 관한 유명한 고전인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 수 많은 사람들에게 인간관계의 어려움과 고민들에 대해 명확하고 명료한 답변을 제시함으로서 그들의 인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인간관계 영역에 있어서는 거의 독보적 고전인 본서의 가치는 이루말할 수 없이 크다. 이 책은 단순히 인간관계 해결을 위해 정답을 제시해주는 솔로션북이 아니다. 본서는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며 인간에 대한 사려깊은 이해와 사상을 담은 일종의 라이트한 철학서라고 평해도 과함이 없다.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내용은 사람을 다루는 기본 방법부터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6가지 방법, 사람을 설득하는 12가지 방법,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 사람을 바꾸는 9가지 방법,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7가지 방법 등 신물 날 정도로 진절머리치게 싫은 사람들을 매일 만나야 하는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의 귀가 솔깃할 정도의 주제들이 매우 친절하고 간결한 필치로 밀도있게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특징은 매 주제가 끝날 때마다 마지막 페이지에 각 챕터에서 다룬 핵심 원리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마치 시험을 앞둔 학생들에게 요점 정리하듯 간략한 tip을 제공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타인에 대해 비난하거나 비판, 불평하지 말며 타인의 작은 장점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솔직하게 진심으로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의 중요성은 사실 많이 들어왔던 내용이다. 하지만 본서는 이처럼 우리가 살면서 수 많은 강연이나 여타 다른 책 등에서 익히 들어왔던 내용이 결코 재탕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익숙한 가르침들을 한편의 건조한 논문을 쓰듯 써 내려간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저자의 개인적 체험이나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달하고 있기에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피부에 와닿는 듯 실제적이고 사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책은 유익하면서도 너무나 재미있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갖는 것, 항상 미소짓고 웃는 것,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것, 내 말만 늘어놓기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잘 경청하는 것, 다른 사람의 관심사에 관심을 갖고 대화를 진행해 나가는 것 등은 정말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매우 중요한 핵심이기에 머릿속에 각인되도록 집중하며 읽게 된 챕터였다. 실천하기 쉬운 내용들도 있지만 어쩌면 잘 잊어버리고 실천하지 못하는 내용들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개인의 성격이나 성향상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은 가르침들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독자들에게 분명하게 말한다. 이 책의 내용은 그냥 좋은 격언을 들려주기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실천이 동반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나라 옛 속담에도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훌륭하고 탁월한 가르침인들 그것을 듣고 배우는 사람이 자신의 삶의 현장 속에 온전히 풀어내고 실천하지 못한다면야 그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서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6부를 통해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7가지의 비결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의 대부분은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에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원칙들을 다루었다면 마지막 챕터에서 저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친밀해야만 할 부부간의 관계에 대해 조명한다. 어쩌면 다른 모든 관계의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건강한 부부의 관계일 것이다. 부부가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를 이루어갈 때 가정이 건강해지며 그 좋은 에너지는 밖에서 만나는 타인들과의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기에 그렇다. 이러한 이유로 저자는 책의 마지막을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만드는 7가지 비결'로 마무리 짓는 것이 아닐까?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7가지의 조언 중 나는 6번째로 이야기한 부부간에도 예의를 지키라는 내용이 나머지 6가지 조언들의 기반이라 여겨진다. 인간에 대한 예의, 상호존중이 결여된 관계는 반드시 깨지고 결렬되기 마련이다. 아니 어쩌면 본서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 중 하나는 바로 인간 상호간의 예의라고 보여진다.
개인적으로 자기계발분야의 책들은 선호하지 않는다. 이 책을 집어들고 자기계발서의 냄새가 날 수도 있지 않을까 염려하며 책장을 펼쳤으나 그것이 한낱 기우였음을 깨닫게 된 것은 불과 5분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어쩌면 본서는 위에서 잠간 언급했듯이 일종의 작은 철학서 또는 인간의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은 심리학서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나 또한 직장 생활을 하며 만나게 되는 수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즐겁고 행복할 때도 있었지만 죽기보다 싫을 정도의 인간관계가 가져다 준 고통으로 인해 신경성 위염을 앓을 정도로 고생한 경험이 있다.
사실 인간관계는 이렇게 어렵다. 그러나 본서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깨닫게 되는 이 책의 핵심은 딱 하나로 귀결되는 데 그것은 바로 '겸손'이다. 본서를 주의깊게 정독하다보면 발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핵심이자 본서의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겸손'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다른 이들을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오래 참아주고, 인내하며 상대방을 인정하고 칭찬하며 항상 웃어주고, 상대방의 관심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관심사를 양보하는 것 등등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모든 것은 나의 주장을 펼치고 싶은 욕구와 타인의 잘못에 대해 맞서 싸우고 싶은 욕망, 때로는 비굴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정도로 상대방 앞에서 나 자신을 납작 엎드려야 하는 낮아짐의 자세와 태도이다. 그리고 이것을 우리는 한 단어로 '겸손' 이라 말한다. 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행하는 비굴한 굴종이나 마지못해 보여야만 하는 아첨이 아니다. 저자 또한 본서를 통해 자신이 이 책에서 가르치고 있는 원칙들은 진심에서 우러나올 때에만 효과가 있음을 강조한다. 상대방의 심리를 파악하여 교묘하게 조종하는 잔재주와 같은 처세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겸손한 마음으로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라는 신약 성경의 가르침이 어쩌면 본서에서 말하는 핵심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문장일 수도 있다. 우리는 타인에 대해 진심과 진정어린 마음으로 겸손한 태도를 갖출 때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는 첫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 겸손한 척 하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상대방에 대해 겸손의 미덕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은 이미 본서를 통해 저자가 말하는 여러가지 효과적인 원칙들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준비를 갖춘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만이 획기적으로 변화된 인간관계를 통해 얻게 된 보상으로서 상상할 수 없이 크고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