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의 역사 - 인류 역사의 발자취를 찾다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성춘택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등학교 시절 가장 즐거운 시간을 꼽으라면 단연코 가을 운동회와 봄, 가을 소풍이었다. 그 중에서 소풍은 맛있는 김밥과 과자, 음료수 등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소풍의 백미는 뭐니해도 바로 보물찾기였다. 쪽지에 선물을 적어서 소풍 장소 인근의 수풀과 바위 틈새, 나무 밑둥 등에 쪽지를 숨겨놓고 정해진 시간에 선물이 적힌 쪽지를 찾는 보물찾기야말로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러한 어린 시절의 즐거운 추억을 소환하며 한권의 책을 만나게 되었는 데 책의 제목은 <고고학의 역사>이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고고학자 '브라이언 페이건'에 의해서 쓰여진 본서는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학문으로서 자리잡기 이전부터 고대 인류와 문화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 시작된 고고학의 기원을 시대와 인물, 장소에 따라서 상세하게 기술한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고학이라고 하면 서두에서 꺼낸 보물찾기와 같이 숨겨진 유적지를 파헤쳐 그 안에서 수 많은 보물과 값비싼 유물들을 발굴해내는 것에 대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고고학에 대해 동일한 생각을 했던 사람 중 하나다. 이러한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은 예전에 <인디아나 존스>와 같은 고고학적 배경을 토대로 만들어진 헐리우드 영화의 영향이 없지 않아있다.

이번에 책을 펼쳐들고 읽어내려가면서 새롭게 배우고 발견하게 된 고고학이라는 학문의 개념은 나와 같은 문외한들이 생각했던 고고학의 개념을 송두리채 흔들어 놓는다. 진정한 고고학의 개념은 숨겨진 보물과 유물을 찾는 보물찾기의 편협한 개념을 뛰어넘는다. 그것은 바로 인류, 즉 인간에 대한 학문이다. 발굴을 통해 유적을 발견하고 출토되는 유물을 통해 궁극적으로 그 시대를 살다 간 선조들의 문화와 삶의 양상,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과 앞으로 올 미래의 인간상을 미리 비춰볼 수 있는 인류와 인간에 대한 거울과 같은 학문이 바로 고고학이다.

책은 총 40개의 주제로 나뉘어져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적과 그 발굴의 현장 속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감당했던 수 많은 고고학자들과 호고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매 챕터마다 흥미진진하게 어우러져 있다. 본서의 초반부를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있는 사실은 실제적으로 고고학의 역사가 지금으로부터 약 250년 전에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여타 학문에 비해 그리 긴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은 고고학은 19세기말까지 전문적인 고고학자로 불릴 만한 사람들은 없었다. 20세기 들어서야 전문적인 고고학자로 불리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것도 제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전세계를 통틀어 수 백명에 불과했다. 이렇듯 짧은 학문의 역사와 그 학문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수가 지극히 소수였던 고고학은 이제 방사선탄소연대측정법, 리모트 센싱, LIDAR을 비롯해서 다양한 과학기술에 힘입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고고학이 전문적 학문으로서 자리잡지 못했던 시기에는 유적지 유물을 단지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기 위한 보물 정도로만 여긴 전문 도굴꾼들에 의해서 수 많은 유물과 유구들이 소실되거나 탐욕스러운 개인들의 소장품으로 넘어가는 안타까운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는 우리가 풍문으로 들어 알고 있는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 메소포타미아 유적, 앗시리아 유적, 남아메리카 잉카와 마야, 아즈텍 유적, 중국 진나라 시황릉의 병마총과 같은 다양한 유적과 유물에 대한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개인적으로 인상깊게 다가왔던 내용 중 몇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그 중 하나는 35장 <모체의 전사-신관>에 기록된 이야기이다. 페루 마야 문명 속에서 이루어진 잔혹한 인신 희생 제사를 그린 항아리의 발견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는 마치 10여년 전에 개봉했던 멜 깁슨 감독의 <아포칼립토>라는 영화의 내용을 연상케 만든다. 전투와 침략을 통해 사로잡힌 포로들의 옷을 벗기고, 목에 밧줄을 감아서 마치 굴비를 하나로 엮은 것처럼 끌고간 후 피라미드 위에 있는 신관들이 한명씩 산채로 포로의 배를 갈라 심장을 꺼낸다. 그리고 그 시체를 피라미드 아래로 굴리면 아래에서 다른 신관들이 시체를 토막내는 인신 희생 제사를 드리는 잔혹한 장면이 뇌리에 깊이 남아있다. 본서의 35장에는 그와 유사한 내용이 등장한다. 고고학을 통한 이러한 유구의 출토와 발견이 아니었으면 페루 마야 문명의 이러한 문화상을 구체화 된 스토리로 구성할 수 없었을 것이기에 고고학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느낀다.

또 한가지는 39장 <보이지 않는 곳에 빛을 비추다>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안젤리나 졸리가 열연한 영화 <툼레이더>의 촬영 장소로도 알려진 캄보디아 씨앤립 지역에 있는 불가사의한 거대 사원 '앙코르와트'에 관한 것이다. 10여년 전에 실제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방문했었다. 밀림 속 숨겨진 신비의 사원을 바라보며 숨막히는 전율과 감동을 맛보았던 기억이 있다. 다양하고 다채로운 모양의 사원들과 석상에 정교하게 새겨진 그림들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석상 조각 기술이나 도구가 변변치 않았을 그 고대에 만들어진 이러한 세밀하고 아름다운 조각상들과 벽면의 부조를 바라보며 도대체 누가 어떻게 이런 거대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을까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발견 당시 앙코르와트는 밀림 속에 철저하게 숨겨져 있었으나 지표투과레이더를 이용한 지표조사 결과 원래 앙코르와트가 밀림에 덮여 있지 않았으며 75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주민이 사는 1000 제곱 킬로미터 면적의 거대한 도시 한가운데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낸다. 흙손과 붓을 가지고 쪼그리고 앉아서 세밀하게 유물과 유구를 조심스럽게 발굴하고 채취하는 고고학의 원시적 방법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제 현대 고고학은 과학기술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이용해서 그동안 밝혀내지 못했던 인류의 숨겨진 발자취를 베일 벗기듯 들춰내고 있다.

신비로움 속에 숨겨지고 감춰진 인류의 역사를 발견하고 발굴하며 밝혀내는 일은 언제나 우리를 흥분으로 이끈다. 당시의 사람들은 어떠한 문명과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았을까? 그들은 어떠한 일을 하며 살았고 그들의 의식주는 어떠했을까? 인류가 태동하고 문명과 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한 이래로 우리가 가진 이 궁금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 커져만 간다. 그리고 고고학은 이러한 우리의 궁금증을 해결함으로서 그 의문에 답하기 위해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가 발을 내딛고 살아가는 이 지구에는 아직도 사람들의 발길이 미치지 못한 고대 인류의 유적과 유물들이 무수하게 많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러한 고대 인류의 유구들은 베일에 싸인 채 미래에 자신들을 발견하여 세상 속에 드러내 줄 손길을 고대하며 기다리고 있다. 단순한 유물 발견에 그치는 것이 아닌 고대와 현대 그리고 미래의 인류를 하나로 이어주는 고고학의 역할과 의미는 그래서 남다르다.

 

우리는 같은 지구상에서 우리보다 먼저 살다간 사람들의 체취와 흔적 속에 숨겨진 메시지를 통해 오랜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어 그들과 대화한다. 그리고 그 대화는 고고학이라는 학문과 그것을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본서는 이러한 고고학을 이해하는 데 있어 첫 관문과 같은 책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