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5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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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캐릭터로 유명한 짐 캐리가 주연한 '트루먼쇼'와 명배우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식스 센스'라는 영화의 공통점은 탄탄한 시나리오와 관객들의 영혼을 뒤흔드는 소름 끼치는 반전의 요소를 갖췄다는 점이죠. 이렇듯 좋은 이야기들은 예나 지금이나 설득력 있는 전개를 위해서 '플롯'이라는 극에 있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개념을 탑재합니다. 그런데 이 플롯은 이미 기원전 4세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서 '시학'이라는 이름의 철학과 학문으로 연구되었습니다. 소피스트들에 의해 '테크네'로서의 실용적인 지식이 유포되었던 당시 상황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과 합리적인 원칙 없이 실용성만을 강조했던 테크네의 본질과 원리를 규명합니다. 그러면서 당시 사람들에게 인기 있었던 '비극'을 연구하며 시학을 탄생시키게 되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시학은 비극, 희극, 서사시, 서정시 모두를 포괄하는 의미입니다. 본서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은 총 26장으로 구성됩니다. 원래는 총 2권으로 1권에서는 비극과 서사시, 2권에서는 희극을 다루었는데 현재는 1권만 전해집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전반부에서는 시 일반의 내용을 다루고 본론에서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비극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지막 3부에서는 서사시에 대해 말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모든 행위를 모방하는 일에 있어 큰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는 인간이 선한 인격과 미덕을 고양하는 데 있어서 바른 감정을 느끼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죠. 그런데 이러한 바른 감정의 표출은 당시 유행했던 비극이라는 공연 도구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소피스트들에 의해서 실용적인 기술에 지나지 않았던 것을 당당한 철학과 학문의 분야로 승격시킨 것은 바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이 분야에 대해서 큰 의미를 두었다는 반증입니다. 대중 예술인 비극을 통해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감으로써 그들에게 바른 감정의 표출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이로 인한 건강한 감정과 판단은 사람들의 고매한 인격과 미덕, 선한 인품을 보장한다고 여겼던 것이죠.

비극은 양념을 친 온갖 언어를 곳곳에 배치해, 낭송이 아니라 배우의 연기를 통해, 훌륭하고 위대한 하나의 완결된 사건을 모방하여 연민과 공포를 느끼게 함으로써 그 감정의 정화를 이루어내는 방식이다. p26

그러면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의 6가지 특성을 말하는데 그중에서 비극의 몸통을 구성한다고 볼 수 있는 플롯을 위해서 많은 지면을 할애하죠. 쉽게 말해서 플롯은 행위나 사건을 구성하는 뼈대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다양한 정황과 사건들이 서로 인과관계 속에서 필연성과 개연성을 갖고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극의 상황을 치달리게 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 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반전과 인지, 수난의 요소가 포함됩니다.

 

 

 

 

서두에서 영화 트루먼쇼와 식스 센스 이야기를 꺼냈는데 이번에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영화 한 편이 책의 내용과 계속 오버랩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난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아카데미 시상식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기생충'이었습니다. 본서에서 말하는 탄탄한 플롯과 역대급 반전, 인지, 수난의 모든 요소가 이처럼 잘 녹아져 있는 영화가 드물죠. 우선 "가장 훌륭한 비극은 플롯이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어야 하고, 공포와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나 사건이 있어야 한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염두에 둘 때 영화 기생충은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듯합니다. 사실 유머 코드를 영화 곳곳에 적절히 배치한 봉준호 감독의 센스와 탁월한 배우들의 열연이 영화를 비극이라기보다는 희비극에 가깝게 만들었죠. 하지만 플롯은 러닝타임 내내 마치 외줄타기를 보는 듯 적당한 텐션을 유지하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애간장을 졸이게 만듭니다.

그리고 숨겨져 왔던 지하방의 진실이 밝혀진 영화의 중간과 마지막 장면에서는 반전과 인지의 요소를 매우 휼륭하게 투여함으로써 다시 한번 관객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영화의 묘미를 선보입니다. 더불어 수난의 장치 또한 적절하게 사용함으로써 훌륭한 비극이 갖추고 있어야 할 반전, 인지, 수난의 기법을 진득하게 녹여낸 작품이 아닐 수 없죠.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은유를 잘 사용할 줄 아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것만은 다른 사람이 가르쳐 줄 수 없으며 천재의 징표다. 은유를 잘 사용한다는 것은 유사성을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합니다. 영화의 제목이 은유하는 기생충은 다른 개체에 기생하며 영양분을 빨아먹는 존재죠. 봉준호 감독은 부잣집에 들러붙은 한 가족과 이미 오랜 시간 그 집의 지하방에서 존재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기생충으로 은유했죠. 이러한 모습을 볼 때 봉준호 감독은 이미 천재성을 지닌 연출자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가능하긴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일보다는 불가능하지만 개연성 있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 믿을 수 없는 일로 플롯을 구성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합니다. 사실 영화 기생충은 이 조건에 딱 들어맞습니다.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인데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충분한 개연성을 지녔다는 말이죠.

서평에 웬 영화 이야기?

2400여 년의 시간차를 두고 전해져오는 탁월한 철학자의 메시지가 최근 우리의 일상에서 만난 너무나 훌륭한 영화 한 편에 녹록히 녹아져 있다는 사실에 흥분해서 주저리 늘어놓아봤습니다. 그런데 책을 덮으며 생각해 보면 기실 우리네 인생 자체가 비극이요 희극이며 삶의 발자취가 새겨진 서사시가 아닐까요? 어린 시절 '왕년에 내가", "라떼는 말이야"를 호기스럽게 외치셨던 동네 어른들의 막걸리 입담 속 이야기들이 어쩌면 어설프지만 반전과 인지, 수난의 요소를 두루 갖춘 훌륭한 인생극의 표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수사학>과 더불어 단순한 유흥거리로서 전락할 수 있었던 비극, 희극, 서사시를 일종의 철학 체계와 학문으로서 승화시킨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적 역량을 살펴볼 수 있는 저작이었습니다. 더불어 매일 아침 눈 뜨면 맞닥뜨려야 하는 우리의 일상이 비극임과 동시에 희극이라는 아이러니컬한 현실을 볼 때 한편의 비극을 관람하며 그 안에서 불러일으켜진 공포와 연민을 통한 감정의 정화(카타르시스)라는 인지적 메커니즘은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필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책을 통해 오늘도 살아내야 하고 버텨내야만 하는 타자가 아닌 본인의 굴곡진 반전과 인지, 수난의 희비극적 일상의 터전 속에서 철학자가 건네는 진정한 행복의 단면을 발견할 수 있다면야 이 작은 책은 자신의 소임을 다한 것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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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 - 매일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공부하는 소교리문답
스타 미드 지음, 김혜경 옮김 / 부흥과개혁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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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혼 가전이었던 TV를 버렸습니다. 오래 사용한 연유로 기능상의 문제가 발생한 이유가 컸지만 삶에서 TV가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싶었던 내면의 갈망도 있었죠. 연일 웃고 떠들어대는 TV가 사라진 공간과 시간이 주는 그 적막함과 약간의 공허함(?)이 느껴졌지만 역시 인간은 환경에 무섭게 적응하는 동물인가 봅니다.

 

몇 달 전 초등학생인 첫째 아이가 출석했던 교회의 주일학교에서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성경 말씀을 공부할 수 있는 제본 노트 한 권을 주었습니다. 매일 부모님과 아이가 번갈아가면서 성경적인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책이었는데 펼쳐들고서는 깜짝 놀랐죠. 책은 다름 아닌 성경의 핵심 교리를 정리해 놓은 일종의 교리문답집이었습니다. 교리가 사라진 대다수 현대 교회, 그것도 주일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교리를 가르치는 교회가 있다니 실로 신선한 충격이었죠. TV가 없어진 이 호기를 그냥 놓칠 수 없기에 매일 밤 잠자기 전 아이와 함께 교회에서 나눠준 교리문답집을 가지고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아이에게 좀 더 체계적으로 교리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나게 된 책이 <365일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입니다.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은 1643년부터 47년까지 영국 웨스트민스터 총회에서 작성되고 승인된 장로교회의 표준 문답서입니다. 이 안에는 성경에서 길어올린 그야말로 진리의 정수가 담겨있죠. 개혁주의 교리와 십계명, 주기도문이 주요 내용으로 소교리문답은 아이들과 초심자들을 위한 교리문답집이며 대교리문답은 성인들과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쓰였습니다.

 

이 책 <365일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은 학교 교사이자 주부이며 세 아이의 엄마인 미국의 '스타 미드'라는 평범한 여성에 의해서 쓰인 책입니다. 교회에서 교리를 말할 때 대부분의 반응은 신학적 파벌을 나누는 다툼의 원인으로 생각해서 터부시하거나 아니면 오랜 유물과 같이 먼지가 풀풀 날리는 따분한 그 무엇으로 생각하죠. 이는 현대 복음주의 교회 내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교리에 대한 큰 오해입니다. 교리는 성경에서 추출한 진리의 핵심입니다. 즉, 성경 말씀 그 자체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죠. 그렇기에 바른 신자라면 자신이 믿는 신앙의 대상과 관련해서 성경이 말하는 진리를 배우고 익혀야 하는 일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현실은 위의 이야기한 교리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으로 인해 대다수 복음주의 교회에서는 교리를 설교하거나 가르치지 않습니다.

 

본서는 아직 아이들의 세계관과 자아가 온전히 정립되기 전 아이들에게 바른 성경적 세계관과 가치관, 무엇보다도 바른 신앙 위에 굳건히 설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목적의 책입니다. 총 107문항으로 구성되어 한 문항을 가지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공부합니다. 매일 해당 문항에 관련한 짤막한 주제 묵상을 읽고 아이와 함께 생각하며 토론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구성되어 있어요. 아이들을 위한 교리문답 책답게 가능한 가장 쉬운 말로 설명하고 있으며 묵상 중에는 해당 교리와 관련된 중요 성경 구절 한두 개가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직접 찾아보고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짧은 집중 시간을 고려하여 5분을 넘기지 않는 간략한 내용으로 핵심을 압축함으로써 운영의 묘미를 발휘한 책이기도 하죠.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 제 2문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즐거워하기 위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법칙은 무엇입니까?

--->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가르쳐 주는 유일한 법칙은 신,구약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p24

 

그런데 가장 중요한 학습의 key는 뭐니 뭐니해도 해당 교리를 암송하는 것입니다. 교리 문답서의 목적이 바로 학습자가 성경의 핵심을 암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거든요. 스마트폰만 켜면 각종 검색 사이트에서 세상의 모든 지식이 제공되는 첨단의 시대 속에서 암기와 암송은 참 미개한 방법과 같이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상을 적지 않게 살아오면서 느꼈던 점은 이 암기와 암송의 힘을 결코 무시할 수 없음을 여러 번 체험했다는 것이죠. 아이에게 매일 문답을 시작하기 전 그날의 문답과 전 주간에 배웠던 문답을 복습 차원에서 한 번씩 물어보고 시작합니다. 학습을 마쳤을 때 이 절차를 한 번 더 반복해 주죠. 이렇게 해도 총 시간은 5분을 넘지 않습니다. 이 바쁘고 고단한 세상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이렇게 키울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반신반의했던 아이가 문답을 정확히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을 바라볼 때의 기쁨은 우리가 피곤한 몸을 침대에 던짐으로써 갖게 되는 휴식이 주는 즐거움과는 비교할 수 없는 희열로서 다가옵니다.

 

공교육의 현장이 무너졌다고 다들 아우성칩니다.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다양한 기계 문명 속 우리 아이들의 정체성과 세계관이 오염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신자는 언약 자손으로서의 자녀들을 어떻게 양육해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교회에만 자녀의 신앙 교육을 맡기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죠. 자녀의 신앙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부모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맞다고 여겨집니다. 경건한 믿음의 선조들인 청교도들 또한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철저하게 교리를 가르쳤습니다. 아이들의 자아가 정립되기 전 세상의 사조가 아이들의 가치관을 잠식하기 전 그들이 하나님과 세상을 바라보는 성경적인 틀을 만들어주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인 것이죠. 그리고 교리문답은 이러한 일의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됩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유아인 둘째 아이는 차치하고, 초등학생인 첫째 아이는 매우 활달한 성향이라서 그런지 집중하는 것이 여간 쉽지 않습니다. 문답 시간에 여전히 떠들고 다른 책을 가져와서 읽으려고 하는 등 참 말을 듣지 않네요.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몇 번씩 샘솟지만 아이이기에 그럴 수 있음으로 여기고 기도하며 인내를 갖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진리를 붙잡지 않으면 결코 살아갈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부모로서 절박한 마음이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나에게 가장 자신 없는 일이 바로 자녀 양육이랍니다. 그러나 나의 아이들이 언약 자손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바른 신앙 안에서 발견하여 하나님과 이웃을 섬기고 사랑하는 자들로서 살아가도록 하나님께서 부모인 우리에게 자녀 양육의 사명을 맡기셨음을 알기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죠! 기도로서 눈물과 땀의 씨앗을 뿌릴 때 언젠가 기쁨으로 단을 거둘 때가 올 것을 믿으며 오늘도 우리 가정의 교리문답은 계속됩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따르는 자녀 양육'이라는 탁월한 자녀 양육서를 쓴 저자 '조엘 비키' 목사님의 기도문 한 구절을 소개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오, 하나님! 제 혈육이 멸망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저와 사랑으로 맺어진 이들이 주님의 눈에 보배로운 사람이 되어 주님의 영광을 위해 헌신하게 하옵소서..."

 

하나님의 약속을 따르는 자녀 양육 / 조엘 비키 / 지평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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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의 불행에 답하다 21세기 리폼드 시리즈 12
브라이언 채플 외 지음, 허동원 옮김 / 지평서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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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시절 교회 누나의 남동생이 갑작스럽게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인은 자살. 결코 믿을 수 없고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머릿속에 생생합니다. 또한 교회에서 신실하게 신앙생활하셨던 어느 집사님의 5세 아들이 뇌 병변으로 인한 2년간의 투병 끝에 사망하여 장례식장에 다녀왔던 기억도 있습니다. 이러듯 젊은 신자의 자살, 아직 인생을 제대로 시작도 못한 어린 자녀의 죽음 등을 목격하며 당시 청년 신자로서 교회를 출석하고 있던 내게 크나큰 충격과 함께 깊은 신앙적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신자들에게 어찌 이러한 끔찍스러운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이런 모든 슬픔과 고통의 원인은 도대체 무엇일까? 사랑의 하나님이 이러한 모든 비극을 그냥 허용하신다는 말인가? 이와 같이 신앙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 앞에 섰지만 당시 누구 하나 나에게 이와같은 질문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 주는 사람은 없었죠.

최근 이러한 청년 시절 내가 목격한 신자들의 고통과 절망의 상황 속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발견토록 도와주는 정말 보기드문 저작 한 권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브라이언 채플, 마이클 호튼, 존 파이퍼, 팀 켈러 등 총 12명의 미국 개혁주의 신학을 대표하는 신학자이며 목회자들이 함께 공저한 <성도의 불행에 답하다>입니다. 책은 쉽게 말해서 목사님들의 장례식 설교문을 그대로 수록한 것입니다. 다만 평범한 장례식이 아닌 정상적이라고 말하기 힘든 극심한 고통과 역경으로 대변되는 신자들의 비극적 죽음 앞에서 행한 설교문들인 것이죠. 테러로 인한 사망, 낙태, 유산, 사산, 지체장애 아동의 죽음, 신생아와 유아돌연사, 어린이의 죽음, 교통사고, 살인, 목사의 자살, 친구의 자살, 청소년의 자살 등 결코 정상적이지 않은 죽음 뒤에 따라오는 신자들의 자연스러운 반응과 의문 앞에서 개혁주의 목회자들이 내놓은 해답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마음 깊은 곳을 울립니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가슴이 메어지는 기가 막힐만한 비극의 현장 속에 있는 유족들에게 무슨 위로의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고인을 추모하며 그 안에서도 참된 복음을 전해야 하는 어려운 사명이 목회자들에게 주어졌습니다. 의례적인 장례 설교가 아니라 성도가 당한 슬픔의 애가 속에서 하나님의 진정한 위로와 회복, 소망의 메시지를 퍼올려야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책은 두 가지 면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결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아픔의 현장 속에서 설교해야만 하는 목회자들에게 바른 장례 설교의 표본과 같은 역할을 해준다는 것입니다. 신학교와 실제적인 임상목회의 현장 속에서 쉽게 배울 수도 없을뿐더러 평생 목회하면서 만나고 싶지 않은 위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이 책의 설교들은 바른 장례 설교의 이정표가 되어 줄 것입니다.

두 번째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대한 말할 수 없는 사랑을 간직한 개혁주의 신학자이며 목회자들이 성경과 바른 신학적 바탕 위에서 성도의 불행에 답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핵심을 놓치고 마는 수박 겉핥기식의 말씀이 아니라 정확한 성경과 바른 교리적 지식으로부터 도출된 위로의 말씀들이 빼곡합니다. 개인적으로 개혁주의권에서 이러한 책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고무적으로 다가오기도 했고요. 더불어 이 책이 가지는 특징은 매우 따뜻하다는 점입니다. 결코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운 극심한 고통과 아픔 속에서 개혁주의 신학이 가진 날카롭고 예리한 지성을 토대로 따스한 목양의 마음이 담긴 복음의 메시지는 비극적 상황 앞에 힘겨워하는 유족들에게는 크나큰 위로와 소망의 메시지로 다가오는 동시에 장례식에 참석한 신자들과 불신자들 모두에게는 예수 그리스도 복음의 비밀을 깨닫도록 돕습니다.

 

 

 

 

"모든 역경에 빛나는 유일하고 절대적인 해답, '그리스도의 십자가'

 

깊은 상실과 불행 앞에서는 피상적인 위로, 신학적이고 철학적이며 지성적인 사유도 전부 쓸모가 없습니다. 생살이 찢기는 것과 같은 처참한 고통의 물음 앞에서 자신이 견지해왔던 기독교 신앙과 믿음마저 흔들릴 때 우리를 붙잡아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하나님의 살아계심에 대한 의문과 그분의 능력에 대한 불신이 영혼의 심연 가운데서 싹트기 시작할 때 우리의 믿음을 올곧게 세워 줄 수 있는 말씀이 정녕 있을까요? 하나님께서는 정말 책에 나오는 비극적 질문에 대해 침묵하고만 계실까요? 책에서 저자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내 사랑하는 아이가 인생의 꽃도 피우지 못한 채 죽었다! 도대체 내가 믿는 하나님은 어디 계시느냐?라고 절규하며 울부짖는 부모의 처절한 물음 앞에 저자들은 성경을 통해 독자들의 시선을 2천 년 전 갈보리 언덕 위에 세워진 십자가를 향하도록 이끕니다. 그렇습니다! 헤어 나올 수 없는 절망의 실존 앞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본서의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이 책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주제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입니다!

그리고 본서는 바로 그 성경 안에서 찾은 진리의 정수를 고통과 비극의 심장에 이식합니다. 이렇듯 침묵하고 계시는 것만 같은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사랑하는 독생자 예수를 보내셔서 우리가 당해야 할 죄의 고통과 무게를 겪게 하셨습니다. 우리의 모든 비극에 대한 하나님의 대답은 다름 아닌 그리스도의 십자가라는 것이죠! 그리고 십자가를 통한 고귀한 은혜는 성도가 고난과 고통으로 점철된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 때 경험하게 되는 하나님의 주권, 경륜과 섭리, 그분의 말할 수 없이 완전한 지혜를 포괄합니다. 요 며칠 절판이 되었기에 중고서점을 통해 어렵게 구한 책을 가지고 텅 빈 도서관 열람실에 홀로 앉아 마음으로 얼마나 울면서 읽었는지 모릅니다. 오래전 내가 경험한 그 일들이 마치 데자뷰와 같이 되살아나서 그랬던 것일까요? 유아들의 죽음과 신자들의 자살을 이야기하는 챕터에서는 선뜻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경험을 합니다.

그렇습니다! 참혹한 고통의 현장 속에서 결국 성도가 눈을 들어 바라보아야 하는 곳은 바로 십자가가 세워진 갈보리 언덕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주권과 지혜, 경륜과 섭리의 신비가 응축된 십자가의 은혜만이 정신을 잃고 미쳐버릴 것만 같은 비극과 슬픔의 애가 속에 있는 성도들에게 참된 위로와 소망의 메시지가 되어 그들의 불행에 답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다른 위로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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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3, 과학이 온다 - 길에서 만나는 과학 초간단 인문 교양 시리즈
이경윤 지음, 유영근 그림 / 대원키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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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볕이 좋은 날이면 골목에서 친구들과 으레 하곤 했던 놀이가 있었습니다. 볼록 돋보기를 가지고 나와 내리쬐는 햇살의 초점을 신문지의 검은색 인쇄 부분에 맞추어 태우는 놀이였는데 그때는 그러한 놀이가 어떠한 원리로서 이루어지는지 잘 몰랐었죠. 이후 과학 수업 시간에 볼록렌즈와 오목렌즈의 기능과 빛의 성질, 원리 등을 배우기 전까지는요. 이렇듯 수업 시간을 통해 우리 주변을 둘러싼 일상 속 소소한 과학의 원리를 발견하고 재미있어한 기억이 새롭습니다. 이런 단상 속에 얼마 전 초등학생의 학부모로서 아이가 읽으면 도움이 될 만한 작은 과학 만화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

<초3, 과학이 온다 : 길에서 만나는 과학>은 사계절 일상 속에 숨겨진 과학 원리를 만화로서 간결하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책입니다. 등장인물인 유리, 아빠 그리고 말하는 고양이 '야옹이'를 주인공으로 우리 생활 속 과학 이야기를 흥미롭게 알려주기에 단순 서술식으로 딱딱하고 건조하게 지식만을 전달하는 여느 과학 책들과는 달리 아이들에게 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죠. 책은 계절별로 10개, 총 40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봄에는 나뭇잎은 왜 녹색일까?","비는 어떻게 내리는 거야?","공원의 수돗물, 마셔도 될까?"와 같이 실생활에서 아이들이 의문을 가질만한 그야말로 생활밀착형 질문들이 빼곡합니다.

또한 책이 가지는 특징이자 장점 중 하나는 독자인 아이들이 읽은 내용을 잘 기억하고 있는지를 테스트하고 리마인드 해볼 수 있도록 계절별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일종의 단원평가와 같은 마무리 구성을 해놓았다는 점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가장 재미있었고 좋았던 것이 마지막 부분이기도 했고요. 공부한 단원에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초성 퀴즈, 지그재그 낱말 잇기, 작대기 잇기 퀴즈, 문장 완성과 단어 완성 퀴즈, 가로세로 퍼즐 등을 풀다 보면 연상되는 과학 용어들에 대한 기억이 제법 오래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는 키워드 찾아보기를 통해서 아이들이 혹 궁금해하는 과학 개념과 용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일종의 색인으로서의 기능도 갖추고 있음을 볼 때 작은 책 한 권이 매우 짜임새 있게 구성되었음을 발견하게 되네요.

 

 

"붕어빵 겉이 바삭하고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것은 마이야르 반응 때문이야." p89

 

위의 문장은 겨울 챕터 "붕어빵에도 과학이 있다고?"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겨울 길거리 간식 중 최애 메뉴에 속하는 붕어빵을 먹으며 성인인 나 또한 항상 궁금했던 점이 붕어빵의 겉은 이처럼 바삭하니 맛있는데 어찌 속의 내용물은 하나도 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이 책에서 바로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의 의사이자 화학자인 '마이야르'라는 사람이 발견한 원리이기에 그의 이름을 붙인 마이야르 반응은 식품을 130~200도의 고열로 가열할 때 식품 속 당과 아미노산이 반응하여 식품이 갈색으로 변하고, 수분이 빠지면서 바삭하게 구워지는 효과를 낸다고 하네요. 빵과 고기를 굽고, 커피 원두를 볶을 때 모두 이 마이야르 반응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실로 생활 친화적 과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집 첫째 아이는 책이 도착하자 순식간에 완독을 했습니다. 뒤 페이지에 실린 문제까지 풀면서요. 이제 개학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책에 나오는 내용들을 학교 수업 시간에 만나게 된다면 아이에게 있어서는 이미 한번 접한 주제에 대한 익숙함이 공부를 하는 데 있어 큰 자신감으로 다가오리라 믿습니다. 물론 이처럼 초등학생들에게 과학 수업을 예습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도 좋지만 만화로서 놀이와 같이 흥미롭게 독서를 하는 것도 부담 없고 좋을 듯하네요. 사실 이제는 부모 세대와는 달리 일상의 호기심을 스마트폰과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그때그때 해결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직접 책장을 넘기며 페이지의 촉감을 향유할 수 있는 활자 매체로서 책만이 가지는 그 아날로그적 감성의 장점은 비교불가이죠. 그렇기에 이러한 과학 학습 만화 한 권의 가치는 더 높다고 봅니다. 비대면 언택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때 직접 실험하고 경험하는 일들은 쉽지 않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 주변을 둘러싼 생활 환경과 계절의 변화 속에서 발견하는 과학의 원리들을 배울 수 있는 한 권의 책은 방안에 우두커니 앉아 TV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일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쁨과 유익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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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드이발소 6 - 브레드 VS 바게트 브레드이발소 6
(주)몬스터스튜디오 원작, 임광천 구성 / 형설아이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최근 인기 애니메이션 브레드 이발소의 여섯 번째 필름북이 출간되었습니다.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제법 탄탄한 스토리로 깨알 재미를 선사하는 브레드 이발소의 인기는 여전한가 봅니다. 예쁜 연두색 북 커버로 단장한 6권을 받아들자마자 순식간에 완독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드는 생각이었죠. 책 자체도 전작들과 동일하게 교훈적인 내용들을 곳곳에 심어놓았기에 아이들이 보고 읽기에 무리가 없습니다. 이번 6권의 메인타이틀은 '브레드 VS 바게트' 입니다. 여섯 편의 에피소드 중 마지막 세 편을 차지할 정도로 브레드 이발소 필름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중요한 스토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천재 이발사 브레드가 어떻게 이발사가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는 '회상' 챕터를 통해서 미리 스토리의 밑밥을 깔아주는 원작자의 숨은 의도가 돋보이네요. 청년 시절 연극배우가 꿈이었던 브레드는 자신의 연기력이 형편없음을 깨닫지만 우연한 기회에 만난 단팥빵 이발사는 대번에 브레드가 가진 천재 이발사의 신체 조건을 보고 브레드에게 이발사의 길을 걷도록 독려하며 이로써 브레드는 배우의 꿈을 접고 이발사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스승의 이발소에는 이미 10년간 단팥빵 이발사의 수석 도제로 일하고 있는 바게트라는 경쟁자가 있었다는 설정이죠. 시간이 흘러 더 이상 현역으로 일할 수 없게 된 스승 단팥빵 이발사는 자신의 이발소를 브레드와 바게트 두 도제 중 하나에게 넘기기로 결정합니다. 결정은 다름 아닌 이발 시합을 통해서였고요. 그러나 이 시합에서 타고난 천재적 이발 실력을 가진 브레드가 승리하게 되며 경쟁에서 진 바게트는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이발소를 떠납니다.

그리고 또 오랜 세월이 흘러 어느 날 베이커리 타운의 독보적 빌런인 감자칩은 프랑스 미용계를 평정하고 돌아온 바게트 이발사를 자신의 야욕을 만족시키기 위한 도구로서 영입합니다. 베이커리 타운에서 브레드를 밀어내고 자신이 베이커리 타운의 모든 이발권을 독점하겠다는 위험한 생각이었죠. 개인적으로 바게트는 단팥빵 이발소를 브레드에게 빼앗긴 사무치는 원한을 갚을 수 있다는 마음을 품고 감자칩이 내민 검은 손을 붙잡습니다. 이윽고 이들은 브레드 이발사에게 도전장을 내밀게 되는데요... 다시 만난 브레드와 바게트의 첫번째 시합에서 브레드는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다가 바게트에게 일격을 당합니다. 그리고 이발소의 모든 손님들이 감자칩 미용실의 바게트에게 찾아감으로써 이발소 폐업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죠.

 

 

여섯 편의 에피소드가 짜임새 있게 구성돼 있음으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는 필름북의 가치가 돋보입니다. 아이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금세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이죠. 또한 책이 가진 장점 중 하나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매우 교훈적입니다. 단팥빵 이발사가 브레드를 이발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초청하는 장면에서 던지는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는 어른이며 아이들에게 현실을 직시하는 일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늘 같을 순 없지!"

 

요즘 들어 '현타' 왔다는 외계어가 약간은 네거티브하면서도 냉소적인 느낌으로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죠. 그러나 사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단팥빵 이발사가 말한 것과 같이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항상 같을 순 없고, 그렇게 고집하면서 인생을 낭비하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들이 너무 짧다는 사실이죠. 무슨 유아들이 보는 필름북에서 이처럼 거창한 철학적 교훈을 끄집어 내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구분해서 이야기하고 교육하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좋아하는 일만 고집하면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일은 좋아하는 일로서 남겨두고 본인이 강점을 갖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가능하면 빨리 찾아서 그 안으로 뛰어드는 것이 어쩌면 더 현명한 일일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전문성이 생기고 하다 보면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며 그 일을 좋아하게 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으니까요. 또한 더 고무적인 사실은 브레드 이발사의 천재적인 이발 실력을 통해서 이발소를 찾는 베이커리 타운 수많은 빵들이 행복함을 누린다는 점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잠시 미뤄두고 잘하는 일을 통해서 이웃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삶을 살아갈 때 놓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인생의 가치 중 하나입니다.

 

브레드는 배우의 일이 좋았고 그렇기에 배우가 되고자 원했지만 자신에게 배우로서의 재능이 전혀 없음을 몰랐습니다. 그러나 대신 그에게는 이발로서 타고난 천재적인 탤런트가 있었고, 그것을 정확히 발견하여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낼 수 있도록 도운 것은 다름 아닌 스승의 한마디였습니다. 아무튼 독자의 연령대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재미와 교훈을 선사하는 인기 애니메이션 필름북 브레드 이발소 6권은 브레드와 바게트의 대결로 끝납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애독자들을 기대와 설렘으로 이끄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후속 시리즈가 출간될 예정이라는 사실이네요. 더불어 북 커버와 종이의 재질, 깔끔하고 선명한 일러스트레이션 등 책의 외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여느 필름북과 비교할 때 결코 손색이 없는 고품질의 도서임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겨울의 끝자락, 코로나19로 아직까지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해야 하는 시간 속에서 브레드 이발소 6권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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