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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3, 과학이 온다 - 길에서 만나는 과학 ㅣ 초간단 인문 교양 시리즈
이경윤 지음, 유영근 그림 / 대원키즈 / 202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 볕이 좋은 날이면 골목에서 친구들과 으레 하곤 했던 놀이가 있었습니다. 볼록 돋보기를 가지고 나와 내리쬐는 햇살의 초점을 신문지의 검은색 인쇄 부분에 맞추어 태우는 놀이였는데 그때는 그러한 놀이가 어떠한 원리로서 이루어지는지 잘 몰랐었죠. 이후 과학 수업 시간에 볼록렌즈와 오목렌즈의 기능과 빛의 성질, 원리 등을 배우기 전까지는요. 이렇듯 수업 시간을 통해 우리 주변을 둘러싼 일상 속 소소한 과학의 원리를 발견하고 재미있어한 기억이 새롭습니다. 이런 단상 속에 얼마 전 초등학생의 학부모로서 아이가 읽으면 도움이 될 만한 작은 과학 만화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
<초3, 과학이 온다 : 길에서 만나는 과학>은 사계절 일상 속에 숨겨진 과학 원리를 만화로서 간결하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책입니다. 등장인물인 유리, 아빠 그리고 말하는 고양이 '야옹이'를 주인공으로 우리 생활 속 과학 이야기를 흥미롭게 알려주기에 단순 서술식으로 딱딱하고 건조하게 지식만을 전달하는 여느 과학 책들과는 달리 아이들에게 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죠. 책은 계절별로 10개, 총 40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봄에는 나뭇잎은 왜 녹색일까?","비는 어떻게 내리는 거야?","공원의 수돗물, 마셔도 될까?"와 같이 실생활에서 아이들이 의문을 가질만한 그야말로 생활밀착형 질문들이 빼곡합니다.
또한 책이 가지는 특징이자 장점 중 하나는 독자인 아이들이 읽은 내용을 잘 기억하고 있는지를 테스트하고 리마인드 해볼 수 있도록 계절별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일종의 단원평가와 같은 마무리 구성을 해놓았다는 점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가장 재미있었고 좋았던 것이 마지막 부분이기도 했고요. 공부한 단원에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초성 퀴즈, 지그재그 낱말 잇기, 작대기 잇기 퀴즈, 문장 완성과 단어 완성 퀴즈, 가로세로 퍼즐 등을 풀다 보면 연상되는 과학 용어들에 대한 기억이 제법 오래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는 키워드 찾아보기를 통해서 아이들이 혹 궁금해하는 과학 개념과 용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일종의 색인으로서의 기능도 갖추고 있음을 볼 때 작은 책 한 권이 매우 짜임새 있게 구성되었음을 발견하게 되네요.

"붕어빵 겉이 바삭하고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것은 마이야르 반응 때문이야." p89
위의 문장은 겨울 챕터 "붕어빵에도 과학이 있다고?"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겨울 길거리 간식 중 최애 메뉴에 속하는 붕어빵을 먹으며 성인인 나 또한 항상 궁금했던 점이 붕어빵의 겉은 이처럼 바삭하니 맛있는데 어찌 속의 내용물은 하나도 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이 책에서 바로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의 의사이자 화학자인 '마이야르'라는 사람이 발견한 원리이기에 그의 이름을 붙인 마이야르 반응은 식품을 130~200도의 고열로 가열할 때 식품 속 당과 아미노산이 반응하여 식품이 갈색으로 변하고, 수분이 빠지면서 바삭하게 구워지는 효과를 낸다고 하네요. 빵과 고기를 굽고, 커피 원두를 볶을 때 모두 이 마이야르 반응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실로 생활 친화적 과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집 첫째 아이는 책이 도착하자 순식간에 완독을 했습니다. 뒤 페이지에 실린 문제까지 풀면서요. 이제 개학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책에 나오는 내용들을 학교 수업 시간에 만나게 된다면 아이에게 있어서는 이미 한번 접한 주제에 대한 익숙함이 공부를 하는 데 있어 큰 자신감으로 다가오리라 믿습니다. 물론 이처럼 초등학생들에게 과학 수업을 예습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도 좋지만 만화로서 놀이와 같이 흥미롭게 독서를 하는 것도 부담 없고 좋을 듯하네요. 사실 이제는 부모 세대와는 달리 일상의 호기심을 스마트폰과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그때그때 해결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직접 책장을 넘기며 페이지의 촉감을 향유할 수 있는 활자 매체로서 책만이 가지는 그 아날로그적 감성의 장점은 비교불가이죠. 그렇기에 이러한 과학 학습 만화 한 권의 가치는 더 높다고 봅니다. 비대면 언택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때 직접 실험하고 경험하는 일들은 쉽지 않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 주변을 둘러싼 생활 환경과 계절의 변화 속에서 발견하는 과학의 원리들을 배울 수 있는 한 권의 책은 방안에 우두커니 앉아 TV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일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쁨과 유익을 가져다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