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의 불행에 답하다 21세기 리폼드 시리즈 12
브라이언 채플 외 지음, 허동원 옮김 / 지평서원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청년 시절 교회 누나의 남동생이 갑작스럽게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인은 자살. 결코 믿을 수 없고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머릿속에 생생합니다. 또한 교회에서 신실하게 신앙생활하셨던 어느 집사님의 5세 아들이 뇌 병변으로 인한 2년간의 투병 끝에 사망하여 장례식장에 다녀왔던 기억도 있습니다. 이러듯 젊은 신자의 자살, 아직 인생을 제대로 시작도 못한 어린 자녀의 죽음 등을 목격하며 당시 청년 신자로서 교회를 출석하고 있던 내게 크나큰 충격과 함께 깊은 신앙적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신자들에게 어찌 이러한 끔찍스러운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이런 모든 슬픔과 고통의 원인은 도대체 무엇일까? 사랑의 하나님이 이러한 모든 비극을 그냥 허용하신다는 말인가? 이와 같이 신앙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 앞에 섰지만 당시 누구 하나 나에게 이와같은 질문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 주는 사람은 없었죠.

최근 이러한 청년 시절 내가 목격한 신자들의 고통과 절망의 상황 속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발견토록 도와주는 정말 보기드문 저작 한 권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브라이언 채플, 마이클 호튼, 존 파이퍼, 팀 켈러 등 총 12명의 미국 개혁주의 신학을 대표하는 신학자이며 목회자들이 함께 공저한 <성도의 불행에 답하다>입니다. 책은 쉽게 말해서 목사님들의 장례식 설교문을 그대로 수록한 것입니다. 다만 평범한 장례식이 아닌 정상적이라고 말하기 힘든 극심한 고통과 역경으로 대변되는 신자들의 비극적 죽음 앞에서 행한 설교문들인 것이죠. 테러로 인한 사망, 낙태, 유산, 사산, 지체장애 아동의 죽음, 신생아와 유아돌연사, 어린이의 죽음, 교통사고, 살인, 목사의 자살, 친구의 자살, 청소년의 자살 등 결코 정상적이지 않은 죽음 뒤에 따라오는 신자들의 자연스러운 반응과 의문 앞에서 개혁주의 목회자들이 내놓은 해답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마음 깊은 곳을 울립니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가슴이 메어지는 기가 막힐만한 비극의 현장 속에 있는 유족들에게 무슨 위로의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고인을 추모하며 그 안에서도 참된 복음을 전해야 하는 어려운 사명이 목회자들에게 주어졌습니다. 의례적인 장례 설교가 아니라 성도가 당한 슬픔의 애가 속에서 하나님의 진정한 위로와 회복, 소망의 메시지를 퍼올려야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책은 두 가지 면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결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아픔의 현장 속에서 설교해야만 하는 목회자들에게 바른 장례 설교의 표본과 같은 역할을 해준다는 것입니다. 신학교와 실제적인 임상목회의 현장 속에서 쉽게 배울 수도 없을뿐더러 평생 목회하면서 만나고 싶지 않은 위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이 책의 설교들은 바른 장례 설교의 이정표가 되어 줄 것입니다.

두 번째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대한 말할 수 없는 사랑을 간직한 개혁주의 신학자이며 목회자들이 성경과 바른 신학적 바탕 위에서 성도의 불행에 답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핵심을 놓치고 마는 수박 겉핥기식의 말씀이 아니라 정확한 성경과 바른 교리적 지식으로부터 도출된 위로의 말씀들이 빼곡합니다. 개인적으로 개혁주의권에서 이러한 책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고무적으로 다가오기도 했고요. 더불어 이 책이 가지는 특징은 매우 따뜻하다는 점입니다. 결코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운 극심한 고통과 아픔 속에서 개혁주의 신학이 가진 날카롭고 예리한 지성을 토대로 따스한 목양의 마음이 담긴 복음의 메시지는 비극적 상황 앞에 힘겨워하는 유족들에게는 크나큰 위로와 소망의 메시지로 다가오는 동시에 장례식에 참석한 신자들과 불신자들 모두에게는 예수 그리스도 복음의 비밀을 깨닫도록 돕습니다.

 

 

 

 

"모든 역경에 빛나는 유일하고 절대적인 해답, '그리스도의 십자가'

 

깊은 상실과 불행 앞에서는 피상적인 위로, 신학적이고 철학적이며 지성적인 사유도 전부 쓸모가 없습니다. 생살이 찢기는 것과 같은 처참한 고통의 물음 앞에서 자신이 견지해왔던 기독교 신앙과 믿음마저 흔들릴 때 우리를 붙잡아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하나님의 살아계심에 대한 의문과 그분의 능력에 대한 불신이 영혼의 심연 가운데서 싹트기 시작할 때 우리의 믿음을 올곧게 세워 줄 수 있는 말씀이 정녕 있을까요? 하나님께서는 정말 책에 나오는 비극적 질문에 대해 침묵하고만 계실까요? 책에서 저자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내 사랑하는 아이가 인생의 꽃도 피우지 못한 채 죽었다! 도대체 내가 믿는 하나님은 어디 계시느냐?라고 절규하며 울부짖는 부모의 처절한 물음 앞에 저자들은 성경을 통해 독자들의 시선을 2천 년 전 갈보리 언덕 위에 세워진 십자가를 향하도록 이끕니다. 그렇습니다! 헤어 나올 수 없는 절망의 실존 앞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본서의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이 책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주제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입니다!

그리고 본서는 바로 그 성경 안에서 찾은 진리의 정수를 고통과 비극의 심장에 이식합니다. 이렇듯 침묵하고 계시는 것만 같은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사랑하는 독생자 예수를 보내셔서 우리가 당해야 할 죄의 고통과 무게를 겪게 하셨습니다. 우리의 모든 비극에 대한 하나님의 대답은 다름 아닌 그리스도의 십자가라는 것이죠! 그리고 십자가를 통한 고귀한 은혜는 성도가 고난과 고통으로 점철된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 때 경험하게 되는 하나님의 주권, 경륜과 섭리, 그분의 말할 수 없이 완전한 지혜를 포괄합니다. 요 며칠 절판이 되었기에 중고서점을 통해 어렵게 구한 책을 가지고 텅 빈 도서관 열람실에 홀로 앉아 마음으로 얼마나 울면서 읽었는지 모릅니다. 오래전 내가 경험한 그 일들이 마치 데자뷰와 같이 되살아나서 그랬던 것일까요? 유아들의 죽음과 신자들의 자살을 이야기하는 챕터에서는 선뜻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경험을 합니다.

그렇습니다! 참혹한 고통의 현장 속에서 결국 성도가 눈을 들어 바라보아야 하는 곳은 바로 십자가가 세워진 갈보리 언덕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주권과 지혜, 경륜과 섭리의 신비가 응축된 십자가의 은혜만이 정신을 잃고 미쳐버릴 것만 같은 비극과 슬픔의 애가 속에 있는 성도들에게 참된 위로와 소망의 메시지가 되어 그들의 불행에 답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다른 위로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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