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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우스 로마사 1 - 1000년 로마의 시작 ㅣ 리비우스 로마사 1
티투스 리비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3월
평점 :
'티투스 리비우스' 는 로마의 위대한 3대 역사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러한 그가 평생의 역작으로 남긴 리비우스 로마사는 수 많은 로마의 역사를 다룬 저작들 가운데서 역사성과 사실성, 그 문학성에 있어서 단연 두각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후대에 전해지고 있다. 그의 일생에 142권이라는 어마무시한 방대한 분량의 집필을 이루어 내었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이 소실되고 현재 우리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것은 그 재미와 문학적 가치에 있어서 탁월함을 인정받은 1-5권, 21-45권까지 총 35권이다.
보통 역사서라고 하면 매우 딱딱하고 지루하며 수 많은 연대와 어려운 지명, 인명들이 등장하는 지극히 교과서적인 사실들의 나열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러한 오해 아닌 오해는 우리 나라 역사 교육의 맹점 속에서 양육되어진 세대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본서는 이러한 독자들의 오해를 한번에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힘을 가지는데 그것은 책을 펼쳐 드는 순간 마치 빠져 나올 수 없는 재미와 몰입감을 통해 마법의 미로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동시에 독자는 한편의 역사 서사시와 같은 장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로마의 유구한 역사를 탄탄한 문학적 구성과 화려한 이야기로 재탄생시킨 저자의 천재성을 엿보게 된다. 본서는 역사서 본연의 임무인 사실성과 객관성 그러면서도 결코 독자들의 한눈 파는 것을 불허하는 이야기 전개의 긴박성과 치밀함, 흥미의 요소까지 매우 균형감있게 다룸으로서 역사서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다양한 조건에 있어 동일한 로마의 역사를 그린 여타의 저작들과는 확연한 차별성을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본서가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저자인 티투스 리비우스가 로마라는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는 점에 있다. 역사서가 보통 그 후대 사람들의 관점으로 서술되는 것이 보통이라면 본서는 로마라는 당대 역사의 한 가운데에서 직접 그 시대를 살아내며 보고 들은바를 기술한 사관의 현재성에 있다는 점은 본서가 가지는 다른 여타의 로마사-예를들어 '하이켈하임 로마사'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와 같은-저작들과는 다른 독특함인 동시에 장점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항상 문학적 가치와 재미, 그리고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감있는 저작들을 즐겨 출판하고 있는 현대지성을 통해 1-5권까지의 내용이 수록된 '리비우스 로마사 1'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은 역사와 문학, 인문 고전을 즐겨찾는 독자들에게 마른 하늘에 단비와 같은 매우 귀한 은혜이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본서는 우선 어떻게 로마라는 나라가 세워졌는지에 관한 서술로 시작된다. 어느 나라이건 한 나라가 세워지는 그 건국 배경은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역사적 사실임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 나라를 보더라도 고조선의 단군 신화와 같은 건국에 관한 이야기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듯이 로마라는 역사의 가장 중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주체의 건국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새롭다.
실제적인 로마의 건국 시조라고 불릴 수 있는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늑대젖을 먹고 자랐다는 이야기등은 마치 고조선의 건국 신화 속에서 환웅이 곰이 사람으로 변한 웅녀와 결혼해서 단군을 낳았다는 것과 같은 신화와 우화적인 레토릭으로 여겨진다. 아무튼 로물루스를 통한 로마의 건국은 곧 왕정의 시대를 열었고, 약 244년에 걸쳐 왕에 의해 다스려지는 초기 로마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러면서 본서의 1권을 통해 미모와 정숙한 여인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루크레티아'에 대한 로마 왕 타르퀴니우스의 아들 섹스투스의 능욕 사건은 로마 왕정의 마지막을 고하는 사건의 단초가 되며 뒤이어 왕정을 마무리하고, 권력을 공유하는 두 명의 집정관과 지금의 의회의 기능을 담당한 원로원이 역사의 무대에 전면으로 등장하는 공화정의 막을 여는 계기가 된다.
귀족 중심 두 명의 집정관, 원로원, 그 이후 평민 세력의 대변인으로 등장하는 호민관, 국가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임시직인 독재관, 귀족의 권력 집중을 견제하는 기능을 가졌던 집정관급 정무관등의 새로운 직제들이 등장하면서 로마 공화정 역사의 수레바퀴는 계속적으로 굴러가게 된다. 초기 로마의 역사는 왕정에 이어 계속되는 주변 민족들의 침략에 맞서게 되는 전쟁과 정복, 귀족과 평민의 내부적인 계급간 갈등과 투쟁의 역사로 점철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즉, 본서가 2700여년의 시간적 간극을 뛰어넘어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의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키워드는 로마의 건국과 왕정, 공화정 속에서 귀족과 평민간의 갈등, 외세와의 전쟁과 정복으로 표현된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있어왔던 지배층과 피지배층과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갈등과 대화, 그리고 마침내 협의를 이끌어내었던 당시 로마의 모습은 현대 정치판에 있어서 일종의 데쟈뷰이며 산 교훈일 수 있다. 로마는 귀족의 책임과 평민의 의무를 동일하게 요구했고, 때로는 그것이 성실하게 준수되지 않았기에 갈등했으며 그러한 갈등은 전쟁이라는 외부로터의 위기를 통해서 다시 한 번 화합과 통합의 장으로 승화될 수 있었다. 다시말해 국가 내부의 갈등은 외부의 위기로 인해 돌파되어졌고, 로마 사회를 하나되게 만드는 일종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러한 외부의 압력이 눈녹듯이 사라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공정한 토지분배와 개혁과 같은 평민과 귀족간의 권리 싸움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모든 일련의 역사적 사건은 끊임없이 본서의 마지막 5권을 향해 치닫는다.
발음하기도 쉽지 않은 헬라적 어감의 수 많은 역사적 인물들의 이름을 전부 기억할 수도 없고, 인지할 수 없지만 독자들은 그러한 부차적 문제에 눈을 고정하기 보다는 저자인 리비우스가 본서를 통해 말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역사적 본의를 찾으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리라. 즉, 앞에서 말했듯이 딱딱하고 건조한 사건과 인물, 연대의 단순한 나열이 아닌 충분히 흥미로운 내러티브를 통해 단지 독자는 숲에서 나무만을 바라보는 세부적이고 협의적 관점이 아닌 광대하게 우거진 울창한 역사의 숲을 광의적이고 통전적인 맥락과 관점에서 관찰할 수 있는 특권만을 감사하게 취하면 그만인 것이다.
리비우스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며 시사하는 바는 바로 이와 같다. 권력 투쟁과 암투, 갈등, 그리고 전쟁과 정복으로 점철된 인간사의 축소판을 다름아닌 바로 이 로마사에서 발견하라는 것. 그리고 독자는 이러한 역사의 한 장을 주의깊게 살피며 그것을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 삶의 현장 속에서 올바른 삶이라는 형상으로 풀어내고 살아내고자 노력할 때 역사서가 가지는 본래의 가치와 기능,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소화하는 것이리라.
어느 시대건 사람들은 자신들의 시대가 가장 최신이며 가장 발달된 첨단의 문명을 누리며 살아가는 '새 시대'임을 자부한다. 그러나 역사는 그 이전 역사의 재탕일 뿐 해 아래 새것은 없다! 리비우스 로마사는 바로 이와 같이 때로 진부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팩트를 한눈에 확인해볼 수 있도록 독자를 역사의 한복판으로 초대한다. 그렇기에 독자들로 하여금 안달이 날 정도로 '리비우스 로마사 2' 를 기대하게 되는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