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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마디를 행운에 맡기지 마라 - ‘대통령의 통역사’가 들려주는 품격 있는 소통의 기술
최정화 지음 / 리더스북 / 2018년 3월
평점 :
본서는 대한민국 최초의 국제회의 통역사로서 다년간 현장에서 세계 최고 정상들의 통역을 담당했던 저자가 배우고 느꼈던 인간 관계에서의 소통의 기술을 담담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무엇보다 독자는 저자가 들려주는 품격 있는 대화와 소통이 무엇이고 그것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소통과는 어떠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지를 배울 수 있다.
4개의 chapter로 구성되어 있는 본서에서 어떻게 말할 것이고, 어떻게 경청할 것이며 어떻게 나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향기로서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다양한 경험은 독자들로 하여금 책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특별히 각국 정상들의 통역사로서 세계를 이끌고 움직이는 그야말로 세계의 리더들이 가지는 품격있는 대화와 소통의 기술들을 옆에서 바라보며 왜 그들이 세계를 움직이는 리더들인지에 대해서 우리네 범인들과 그릇부터 다른 그들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혼자하는 대화가 아닌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다양한 경청의 소통,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적절한 유머의 기술, 그리고 사람에 대한 따뜻하고 소소한 관심은 리더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품격있는 대화와 소통의 비법임을 발견한다.
기술된 내용들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지만 특별히 나는 본서에서 몇가지 이야기들이 깊이 마음에 와 닿았다. 우선 현대인들에게 보편화 되어 있는 스마트폰과 SNS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소통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닫도록 기술된 저자의 가르침은 우리가 두고 두고 마음에 새겨 볼 필요가 있다. SNS 사이버상에서 만나게 되는 수 많은 관계보다는 실제로 목소리를 듣고, 시간을 내어 만나는 것이 진정한 인간 대 인간의 소통을 가능케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진리이다.
물론 타국이나 타지에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예외라고 하더라도 본서의 저자가 말하는 것은 실제로 시간을 내고 노력을 기울이면 충분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 조차도 SNS라는 온라인 공간 안에 가둬놓고 관계의 범위를 축소시키는 현대인들의 진정한 소통부재의 현상을 꼬집는다. '인터렉티브 고독' 즉 SNS라는 상호적인 관계망안에 서로가 연결되어 있지만 혼자서 하는 SNS는 실상 아무하고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혼자만의 상태임을 지적하는 의미로서 이와 같은 거짓된 친밀함은 품격있는 소통은 커녕 현대인의 존재적 외로움과 고독을 더 부채질 할 뿐이라는 것은 정말로 공감가는 내용이다.
또 한가지는 먼저 연락하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사람들은 자존심이든 뭐든 내가 먼저 연락하고 내가 먼저 인사하기를 꺼린다는 점이다. 먼저 상대방의 안부를 궁금해하고, 나보다 나이가 어리든 많든 직위가 높든 낮든지간에 먼저 인사하고 다가가는 것은 바로 품격있는 소통의 첫걸음이며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는 사실은 정말로 중요하고 잘 알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실천하지 못하는 약점이라는 사실에 대해 내 삶을 비춰보며 동의하게 된다.
소통과 대화에 관한 주제로 가득찬 책이라고 섵불리 판단할 수 없는 이유는 한권의 책 속에 품격있는 대화와 소통의 기술 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진정성 있는 관계에 대한 귀한 통찰이 다양한 사례와 경험을 바탕으로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국제회의 통역사로서 저자가 십수년간 세계 정상들의 곁에서 보고 들은 그야말로 향기를 내뿜는 품격있는 대화와 소통의 참된 모습을 통해 나의 대화와 소통의 민낯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상대방에 대한 인간적 배려, 진심어린 마음으로 전해지는 상대방에 대한 따뜻한 관심은 계속 찾고 싶고, 함께 있고 싶으며 지속적인 만남을 가능케하는 인격의 향기, 언향(言香)을 통해 발산됨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