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겸손 ㅣ 세계기독교고전 27
앤드류 머리 지음, 원광연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8년 2월
평점 :
앤드류 머레이는 19세기 화란의 개혁주의 목회자로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사역한 19세기 대표적인 복음주의 설교자이다. 본서는 그의 대표작들 가운데 CH출판사에서 <하나님만 바라라>와 함께 두권을 합본으로 선보였던 책을 이번에 새롭게 분권하여 출간시켰다. 본서는 그리스도인들이 생각하는 겸손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성경에 기반한 저자의 깊은 경건에서 우러나오는 진리의 가르침을 기술하고 있다.
책은 총 12chapter 125페이지의 아주 얇은 분량의 저작이다. 저자가 성경을 통해서 발견한 겸손의 진정한 의미는 신자들이 단지 말로만 "겸손한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라고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내가 없어지고 죽어버리는 나 자신에 대한 철저한 부인과 함께 하나님만이 만유의 주인이 되신다는 의식의 전환과 고취, 그리고 그것이 삶으로 고스란히 드러나야함을 말한다. 그러면서 발견할 수 있는 신자의 겸손에 대한 중요한 insight는 하나님 앞에서의 겸손은 반드시 나의 동료 이웃들과의 관계 속에서 표현되어지고 증명되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즉, 하나님 앞에서 진정으로 겸손한 신자는 이웃과의 관계에서도 필연적으로 겸손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만이 진짜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겸손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대한 증명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귀한 통찰이다.
또 한가지 신자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신적 겸손의 모범을 보이신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라는 사실에 대한 자각이다. 우리가 믿고 따르는 예수 그리스도의 그 가장 겸손한 삶의 모습은 신자들이 닮아가야할 가장 중요한 신앙의 행태이다. 하나님의 어린양으로서의 지극히 순수한 겸손은 그것과는 대조되는 교만에 의한 죄로 인해 부패하고 타락한 인간의 구속을 위한 하나님의 구속사의 가장 핵심 요지이다. 하나님과 그분의 아들 예수께서 겸손하지 않으셨다면 어찌 인류 구원이라는 위대한 마스터 플랜이 실행될 수 있었겠는가?
마지막으로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겸손의 모습이다. 저자는 누군가가 진정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신자로서 겸손한 사람인가를 확인할 때 그 사람이 일상 속에서 무심코 행하는 그의 언행을 통해서 쉽게 확인되어진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의미 없이 내던지는 일상의 모습이 바로 그 사람의 겸손을 측량하는 하나의 척도가 된다는 것. 저자의 놀라운 통찰력에 박수를 보낸다. 진정으로 겸손한 신자의 삶은 그 삶 자체가 이미 겸손이라는 신앙적 덕목에 깊이 침잠해있기에 일부러 겸손한 척 가식적인 쇼를 하지 않아도 일상의 삶 자체에서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겸손한 삶의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다.
본서를 통해 겸손의 진정한 성경적 의미를 배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의 삶 속에서 나는 얼마나 겸손한 사람인가?를 자문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못견뎌하는 상황은 바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누군가가 나의 진가를 알아주지 않을 때, 내가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그래서 더더욱 나를 드러내고 싶을 때...바로 이때가 본서가 말하는 진정한 겸손의 덕목을 삶의 지평 속에 풀어놓아야 할 때이다. 저자는 이렇게 누구도 나를 돌아보지 않고 고통과 고난, 소외와 무관심의 시간에 오직 나를 인정하고 나의 가치를 존중하며 격려하고 위로하는 하나님의 영광만을 구하는 신자의 삶의 태도를 강조한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태도는 신자의 삶이 정해진 선로를 탈선하지 않고 신앙의 여정을 완주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장치 가운데 하나이다.
나의 이름, 나의 명예, 나의 지위, 여기 저기 나 좀 알아 봐주기를 갈급해하고 남보다 조금 더 상석에 앉기 위해서 아우성 대는 자기 드러냄의 세상속에서 겸손의 덕목은 분명 매력 없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들은 복음을 수용한 신자들에게도 동일하게 드러난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 자아 부인의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의 현장 속에서 신자가 바라보아야 할 가장 핵심적 가치는 바로 하나님의 보좌 우편을 버리시고 낮고 천한 인간의 몸으로 incarnation하신 하나님의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의 그 신적 겸손의 비밀을 내 삶 속에투영시키는 것 뿐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