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 쉴 틈 없는 회사의 시간과 숨 돌릴 나만의 시간 사이에서
박인경 지음 / 빌리버튼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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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는 감성 에세이집이다. 소위 말하는 읽다보면 감성돋는다는 표현이 제격인 책이다. 저자는 치열함과 분주함, 그렇지만 동시에 존재적 외로움이 공존하는 서울이라는 공간 속에서 '직장인' 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아이들과 동료들과 부대끼며 하루 하루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을 살아내는 저자의 진솔하고 담백한 삶의 스토리가 한손에 들어오는 작은 책 속에 편안함으로 스케치되고 있다.

힘겨웠던 하루의 일상을 마치고 땅거미가 내려앉아가는 도심의 감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보랏빛 책의 겉표지가 본서의 느낌을 대변한다. 또한 책의 곳곳에 수록된 싱그러운 일상과 고즈넉한 풍경의 사진들은 본서가 말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친근감있게 부각시킨다. 누구나 겪고 있는 그리고 직장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고민들을 함께 고민해보고, 그리고 한번쯤은 눈코뜰새 없이 바쁜 일상의 한가운데서 내 주변의 풍경들을 바라보며 심호흡 한번 해볼 수 있는 삶의 여유를 가져보라고... 

출근, 일, 퇴근, 주말이라는 4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는 본서를 통해 저자는 삶의 터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일깨우며 날마다 자신의 밥벌이를 위한 그렇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닌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자신만의 여정을 담담하게 써 내려갔기에 독자는 결코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운 한편의 일기장 한권을 옅보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저자는 본서에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자리에서 일어나 삶의 터전을 향해 출근하는 본인을 전사로 표현한다. 삶이라는 전쟁 속에서 오늘도 승리해야하고, 버텨내야하는 그래서 무사히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와야하는 이름없는 전사로서의 삶. 저자는 바로 이러한 서울이라는 익명의 공간 속에서 오늘도 최선을 다해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위해 힘겹게 때로는 몸에 부칠 정도의 빡빡함의 시간들을 살아내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직장인들의 텅빈 가슴을 따뜻한 필치로 위로해준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래의 꿈과 진로, 이 일을 앞으로 얼마나 더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만 어느새 아이들의 웃음과 미소에 저절로 다시금 마음의 허리띠를 동여메는 저자의 모습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공감가는 대목이다. 당장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가족의 웃음을 위해서 또 다시 밝아오는 아침햇살을 받으며 삶이라는 전쟁터 한가운데로 당당히 나아가야 하는 우리네 삶.

일하고 싶지만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없는 수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러한 불평은 분명 배부른 자의 사치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음에 감사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또 다시 달려갈 새힘을 구하며 발을 내딛는 것이리라.

그러나 저자가 본서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지 삶의 빡빡함과 숨통을 조이는 직장 생활의 비애가 아니다. 본서가 독자들에게 베푸는 가장 큰 선물은 오히려 그 반대이다.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선물을 감사하며 즐기라는 것!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24시간이라는 선물이 식상해져간다면 본서는 그러한 매너리즘을 부수기에 충분하다. 나에게 주어진 인생이라는 시간을 더 열심히 살아내야하고, 더 열심히 주변을 돌아봐야하며 더 열렬히 내 주변의 사람들을 사랑하라는 것.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책 한권의 힘이 이 작은 책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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