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어짐




한 겨울에도 내복 입지 않기
우측통행 표지판을 못본 척 좌측통행하기
지하철 좌석 텅텅 비어도 서서 가기
종이신문 구독하기
단어 거꾸로 읽기, 김밥집 이름 '토마토' 읽고
맘 상하기
울고 싶을때 크게 웃기
안웃긴 얘기에 티나게 크게 웃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오르기
사흘 굶어도 배부른 척 하기
휴대폰 굶기기
모기물렸던데도 긁지않기
국물 흘려도 그 옷 입기


#반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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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커니




며칠째 심장이 쿵쿵거려 이상하다 이상하다
했는데 담벼락에 세워 둔 차가
얄궂다고 내 가슴 치는 소리였구나
심장 제세동기로 살려낸 차는
한 시간 째 벌벌 떨고
나는 그놈 달래다가 지쳐
우두커니 앉아 있다


#심장제세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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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무처럼


#밤




밤나무처럼 살고 싶다. 쪼빗쪼빗 가시돋힌 밤나무는 알고 보면 부끄럼이 많다. 봄, 여름 내내 밤톨은 주둥이를 꽉 다물다가 가을이 되면 발랑까져 두 알의 심장을 내보인다. 




밤(:) 밤(night)에 먹어야 제 맛이다. 아궁이에 나뭇가지, 낙엽 쓸어담고 은근불에 구워 낸 밤을 두 조각 내어 숟가락으로 퍼먹곤 했다. 아들, 며느리 먹으라고 밤 한 상자 야무지게 포장해서 보내신 밤을 삶았다. 




"아버지가 하루 종일 주운거다. 안 썩게 부지런히 먹어라~"




호두만큼 딱딱하지 않고, 땅콩만큼 기름지지 않은 밤은 밥이 되고, 빵이 된다. 고무신 신고, 토시 끼고, 작대기로 밤톨을 까면 붉어진 두 눈망울이 보인다. 




나무에서 떨어질 때도 제 새끼 안다치게 가시 박힌 몸뚱아리를 땅에 박고, 누가 낚아챌까 낙엽 속에 숨어 엎드린 밤나무의 마음을 가슴에 담고, 밤나무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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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대화 - 시는 가장 낮은 곳에 머문다 - 이성복 대담
이성복 지음 / 열화당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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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답은 있다 (시인 이성복 대담집, '끝나지 않는 대화' 를 읽고)

1. 정답은 있다. 오답 속에 정답이 있다. 시험지에는 오답과 정답이 섞여 있다. 오답없는 세상에는 정답도 없다. 정답만 있는 세상은 모두 오답이다. 

오답노트를 펼쳤다. 내가 틀렸던 문제들이 보인다. 맞히긴 했지만 찍었던 문제도 적어 놓았다. 객관식과 주관식은 다르다. 상대평가와 절대평가가 다르듯이. '무엇을'과 '어떻게', 내용과 형식, 개인과 사회, 사회적 현실과 보편적 인간의 문제, 물질적 삶과 내면적 삶, 통시성과 공시성, 종과 횡의 문제들로 노트를 채운다.

정답은 흔들어야 나온다. 콜라병을 한참 흔들다가 병뚜껑을 땄을 때 줄줄 흘러나오는 거품처럼 주체할 수 없이 나온다. 공기속의 질소와 탄소를 헤집고 산소를 빨아들이는 폐의 힘으로 힙겹더라도 정답을 위한 물음을 던져야 한다.

2. 정답과 오답, 그것들을 감싸는 물음을 찾기 위해 시인 이성복의 '끝나지 않는 대화'를 펼쳤다. 부제는 '시는 가장 낮은 곳에 머문다'이다. 시는 거룩하다. 정확히 말하면 시는 거룩하게 한다. 시는 자신을 낮춤으로서 상대를 거룩하게 하는 것이다. 

1980년대부터 2014년까지 여러 매체에서 시인 이성복을 인터뷰 한 내용을 모은 대담집을 읽어나가다 보면 시인의 문학과 현실을 대하는 태도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아, 입이 없는 것들'이라는 그의 시집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시인은 말할 수 없는 사물에 대해 말한다. '불가능에 대한 글쓰기인 동시에 그 자체로 불가능한 글쓰기'에 대해 말한다. 또한 '문학은 그것을 말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허위가 되고, 그것을 말하면 모든 것이 스캔들이 되는 어떤 것'이라고 몇 번이나 말한다. 

질문과 대답이 철학적인 부분도 많고, 문학과 인생, 종교, 현실 등 폭넓은 주제를 다루다 보니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오답 속에서 정답을 찾아가는 한 가지 길을 찾은 것 같다.


** 메모

한국시를 묘사 고백/진술 발견 으로 대별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묘사는 대상에의 집착입니다. 내가 공을 때리려고 덤비는 것처럼요. 묘사도 실제로는 주관적이고 직정적이고 이데올로기적입니다. 객관적 현실이 있을 수 있나요. 자기주장이지요. 고백은 반대로 대상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머리속에서 세계를 지식으로 조립합니다. 이때 세계는 방해물입니다. 여기 이 탁자는 그릇을 놓는 물건인데, 이 탁자를 돌아가려 하지 않고 치우려고 합니다. 방해물로 보는 거지요. 자의식으로 세상을 왜곡하는 겁니다. 해체주의자들의 언어 역시 자의식의 과도한 팽배일 뿐입니다. 43쪽


인위적인 예절과 교양에 가려진 원초적인 것을 보고 싶어 하는 충동이 있습니다. (소총)십자통 마개를 찾은 것과 만년필 촉을 훔친 것이 나의 원체험입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용서나 구원, 위로를 받기가 불가능한 막다른 상황, 그러니까 죽음이나 사랑 같은, 누구의 손도 잡을 수 없는 절대적 고독을 체험하고 싶어 하는 것이지요. 내 산문 전체를 엮는 문제의식이 바로 이것입니다. 58쪽


백치임신과 가상임신, 그리고 그것들의 '임신'이라는 공통분모가 바로 '물집의 세계'인거야(77쪽)


 - 가령 임신이라고 하면 우리는 축복할 일로 여기는데, 사실은 그것이 하나의 '물집'일 수도 있는 거고, 곪아서 팅팅 부어오르는 '종기'일 수도 있다는 거지요.


물집. 삶이라는 종양. "삶이란 본래/ 시골 마을 질 나쁜 젊은 녀석들이 / 백치 여자 아이를 건드려 / 애 베게 하는 것" , 그럼에도 "찔레꽃 따먹다 엉겁결에 당한 / 백치 여자 아이 "(찔레꽃 따먹다 엉겁결에 당한)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환상 속을 신나게 뛰어다니는 것. 그는 존재라는 추상을 물집이라는 구상으로 끌어내린다. 

 "끝없이 부풀고 꺼지고를 되풀이하는 암컷들의 배는 물집이었어. 그 배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생이라는 환상도, 그리고 그 속에서 잠자다 누에처럼 꿈틀거리는 너도 나도 물집인거야. 이때까지 나는 한 번도 임신이 물집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 내가 이미 임신의 물집 안에 틀어박혀 있었기 때문이지. 여전히 그 속에서 꿈틀거리며 난 그 물집의 몽골 텐트를 떠받치고 있는 네 개의 기둥들을 더듬어 보았어. 노음 노양 소음 소양 사상처럼, 네 개의 'ㅅ'으로 시작되는 생 사 성 식." 105쪽


 - 시인 이성복을 '그'라고 쓰면서 나는 또 카프카를 생각한다. 카프카는 '나'라는 말을 '그'라는 말로 바꿀 수 있었던 그 순간부터, 놀라움과 기쁨을 동시에 느끼며 문학에 몰입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라는 이 비인칭의 누군가란 바깥 세계, 개인적인 관계의 모든 가능성을 예고하고 앞지르며 또 용해시켜 버리는 바깥세계와 같다고 썼던 이는 모리스 블랑쇼였다. '나'와 '너'의 일부가 섞여 있으므로 '우리'라고도 부를 수 있을 드넓은 '그'를 이성복의 표현으로 한다면 '옆'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88쪽 (김행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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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수 없기에 쓰는 글

여행을 다녀오고 책을 읽고 신문을 보고 텔레비전을 봐도 글을 쓸 수 없다. 글이 쓸 수 없어서 이 글을 쓴다. 연휵 끝나는 마지막 날 저녁이 다음날 출근길보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도 같은 이치겠지. 마음은 시간보다 더 예민한 동물이다.

글은 공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날아가는 공을 낚아채는 것, 이성복 시인은 시에 대해, 쓰지 않으면 허위이고 쓰면 불가능해지는 것을 쓴다고 하셨지만 내 글은 쓸 수록 허구에 같힌 진실에 가까워진다. 

한 글자가 다음 글자를 토하고, 한 행이 다음 행을 밀어내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나는 자꾸 뒤로 걷고 있다. 거제 몽돌해변에서 돌무지 사이로 튀기는 파도의 물줄기처럼 내 옷깃 적시는 놈도 있겠지. 반반한 돌을 골라 앉아 기다린다. 

아침일찍 문 연 커피가게에 매일 똑같은 시간에 문을 열며 "따뜻한 아메리카노요!"소리치는 단골처럼 내 가게에도 단골이 생기겠지. 쿠폰도 마구 찍어줘야겠다. 쿠폰 10개 모이면 글 하나 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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