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처럼


#밤




밤나무처럼 살고 싶다. 쪼빗쪼빗 가시돋힌 밤나무는 알고 보면 부끄럼이 많다. 봄, 여름 내내 밤톨은 주둥이를 꽉 다물다가 가을이 되면 발랑까져 두 알의 심장을 내보인다. 




밤(:) 밤(night)에 먹어야 제 맛이다. 아궁이에 나뭇가지, 낙엽 쓸어담고 은근불에 구워 낸 밤을 두 조각 내어 숟가락으로 퍼먹곤 했다. 아들, 며느리 먹으라고 밤 한 상자 야무지게 포장해서 보내신 밤을 삶았다. 




"아버지가 하루 종일 주운거다. 안 썩게 부지런히 먹어라~"




호두만큼 딱딱하지 않고, 땅콩만큼 기름지지 않은 밤은 밥이 되고, 빵이 된다. 고무신 신고, 토시 끼고, 작대기로 밤톨을 까면 붉어진 두 눈망울이 보인다. 




나무에서 떨어질 때도 제 새끼 안다치게 가시 박힌 몸뚱아리를 땅에 박고, 누가 낚아챌까 낙엽 속에 숨어 엎드린 밤나무의 마음을 가슴에 담고, 밤나무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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