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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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배철현, 심연(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 21세기북스



1. 고전문헌학자, 종교학과 교수인 저자가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묶은 책이다. 신문 지면으로 읽었을 땐 주제와 내용 면에서 조금은 추상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책으로 묶이니 ‘고독-관조-자각-용기’라는 구성을 달고 내용도 곁가지를 쳐내고 핵심만으로 추린 듯하다.



셈족어, 인도-이란어 고전문학 전공자답게 단어의 기원과 그 밑바탕의 의미를 풀어내며 글을 확장해나가는 방식, 영화나 책의 인용, 실제 경험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주제에 맞추어 풀어 나간다.


특히 책을 다 잃고 특별한 메모 없이 목차만으로도 전체 흐름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읽기 전에 한 번, 읽고 난 후 한 번 목차를 읽으시길 권한다.



* 책의 목차


1부 고독, 혼자만의 시간 갖기



* 순간, 봄의 약동으로 싹이 트는 찰나의 시간
* 생각, 인생이라는 집을 짓도록 도와주는 설계도
* 현관, 진화를 위해 거쳐야 하는 장소
* 인내, 열정과 몰입이 안겨주는 선물
* 침묵, 자신에게 몰입할 때 들리는 내면의 소리
* 실패, 어두운 숲속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는가
* 동굴, 환상과 공포가 함께 존재하는 매혹적인 공간



2부 관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하기
* 묵상, 나를 돌아보게 하는 제3의 눈
* 단절, 과거의 나를 과감히 버리는 용기
* 숭고, 불완전한 나를 끌어안는 삶의 태도
* 사유,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거룩한 선물
* 관찰,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연습
* 오만, 자신에게 닥쳐오는 위험을 감지하는 못하는 상태
* 심연, 이제껏 발을 들인 적 없는 미지의 땅



3부 - 자각, 비로소 찾아오는 깨달음의 순간
* 괴물, 나를 조정하는 내 안의 또 다른 나
* 임시 치아,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나를 바꿀 유일한 무기
* 가면, Show yourself! 당신 자신을 내게 보여주십시오.
* 갈림길, 내가 선택한 그 길에는 발자국이 찍혀 있지 않았다
* 멘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려는 자에게만 찾아오는 스승
* 진부, 나에게 찾아오는 새로움을 막는 훼방꾼
* 자립, 당신 자신과 무관한 그 어떤 것도 추구하지 마십시오



4부 - 용기, 자기다운 삶을 향한 첫걸음
몫, 당신의 마아트는 무엇인가
열정,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 힘
믿음,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유일한 길
아우라, 당신의 아우라는 얼마나 숭고한가
착함,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인내로써 지켜내는 행위
옳음, 양심을 용기 있게 행동으로 옮기는 것

빛의 축제, 자기 자신이 곧 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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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길 (반양장) - 박노해 사진 에세이, 티베트에서 인디아까지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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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사진에세이, 다른 길(티베트에서 인디아까지), 느린 걸음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라오스, 미얀마, 인디아, 티베트의 풍경과 사람을 찍었다. 한결 같이 근현대에 굴곡진 역사를 가진 나라들이다. 왼쪽에 사진 한 장과 오른쪽에 대략 10줄 정도의 짤막한 글이 실렸다. 제목은 ‘다른 길’이지만 저자는 우리와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책을 덮고 나니 불현듯 떠오른 생각 ‘그러고 보니 거의 모든 사진들에 그곳의 사람이 등장했구나.’ 풍경만 찍은 사진들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아이의 젖을 물리며 좌판에서 기념품을 파는 여인, 허름한 학교에서 만년설을 눈 안에 담은 아이들의 눈빛, 물이 새는 배에서 아비는 고기를 낚고 아들은 물을 퍼내는 장면들은 그 자체로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길은 사람 속에, 내 몸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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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감자 200그램
박상순 지음 / 난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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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순 시집, 슬픈 감자 200그램, 난다



1.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시들이었다. 일상적인 소재지만 시인은 관계에 집중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묘한 상상력과 결합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형식적으로는 수첩에 끄적여 놓인 메모 같은, 이를 테면 '- 함, - 임' 처럼 시에서 잘 쓰지 않는 어미처리와 툭툭 내던져 놓는 듯한 이미지들이 흥미롭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 메모

- 현실은 내 웃음을 모방한다 32-33쪽

세상의 모든 집들이 내 증오를 모방한다. 무거운 지붕을 덮고 문을 걸어 잠근다. 한밤의 거리는 내 눈동자를 모방한다. 검은 호수에 누워 있을지라도 가라앉지 않는다.

한낮의 소리는 내 손가락을 모방한다. 갈라지고 흩어진다. 허공만을 움켜쥔다. 한낮의 우울은 내 목소리를 모방한다. 너를 향해 울린다.

그리하여 너는 내 우울을 모방한다. 동그랗게, 동그랗게 통통해진다. 먹구름은 내 두려움을 모방한다. 땅은 비에 젖는다. 축축한 내 절망을 모방한다.

봄은, 가을은, 달아나는 나를 모방한다. 망실이는 나를 모방한다. 겨울은, 여름은, 내 가슴속의 돌들을 모방한다. 쌓인다. 무너진다. 사라지는 나를 잊으려 하지 않는다.

현실은 내 웃음을 모방한다. 벽들이, 벽돌들이, 그런 아이들이 웃는다. 텅 빈 복도에는 아무도 없는데,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나를 모방한다. 길을 막는다. 길을 막는다.



- 나는 네가, 40-41쪽 부분

나는 네가 오래도록 우울하면 좋겠다./ 아무도 치료할 수 없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나는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략 // 어느 날 어느 순간 갑자기, 이 세상에 네가 없을 때에도/ 나는 끝까지 살아남아 네 모든 것에 어찌할 수 없도록 얽매인 불행이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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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의 로마서 강해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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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 도올의 로마서 강해, 통나무



1. 도올 선생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로마서는 사도 바울(Paul)이 로마에 보낸 서한을 담은 경전이다. 한때 기독교인을 탄압했던 바울이 복음의 전파자로 거듭나는 과정과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중점을 두어 해설하고 있다.


크게 입오(入悟, 구약의 세계, 신약의 세계, 나의 탐색여정)와 로마서 강해,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서론에 해당하는 입오 부분은 유대 신앙의 근원과 기독교가 탄생하는 역사적 배경, 당시의 정세를 폭넓게 다루고 있어서 몇 회에 걸쳐 고대 종교역사 강의를 들은 것 같았다. 도올 선생의 입말이 반영된 아주 재밌다. 로마서 강해까지 완독이 벅찬 분들은 입오 부분만 읽어보아도 개략적인 로마서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겠다.



* 메모



- 이사야 45:1
야훼께서 당신이 기름부어 세우신 고레스에게 말씀하신다.

여기서 “당신이 기름부어 세우셨다”는 것은 곧 히브리말로 “메시아Messiah"를 의미하고, 이것의 희랍어 번역어가 ”그리스도 christos"이다.




- 데모스테네스는 스파르타의 과두정치와 아테네의 민주정치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아테네에서는 스파르타의 헌법과 삶의 방식이 더 좋다고 찬양을 해도 되는데 스파르타에서는 타국의 어떠한 헌법도 찬양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사실에 있다고 말했다. 152-153쪽



- 소크라테스는 정치적 이념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묻게 만들고, 회의하게 만들고, 기존체제의 모든 가치를 검토하게 만들고, 대화하게 만들고, 모든 권위에 도전하게 만든 “지혜” 때문에 처단된 것이다. “무지의 무지”를 돌파하는 인간의 능력이 바로 로고스이며 이성이다. 159쪽



- 바울의 모든 사상의 출발점은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다. 여기서도 “예수”라 하지 않고 “그리스도”라 한 말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그리스도”는 본시 기름부음을 받은 자라는 뜻이지만 바울의 의미맥락 속에서는 철저히 부활을 전제로 한 것이다. 169-170쪽



- 나의 최종적 견해 229-230쪽 부분

첫째, 구약이라는 문헌은 결코 이스라엘민족의 삶의 크로놀로지를 말해주는 역사서는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구약이 아주 까마득한 옛날에 성립한 문헌이고, 신약은 예수의 죽음 이후 로마시대에 성립한 별도의 문헌이라는 생각이 매우 나이브한 우리의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일깨우려 함이다. 결국 크게 보자면, 구약과 신약은 동시대에 동시대의 문명적·사상적 패러다임에서 성립한 문헌들이라는 것이다. 구약과 신약은 목표가 다르다. 구약은 이스라엘민족의 구속사를 기술함으로써 유대인의 아이덴티티를 공고하게 만들고 토라(=율법)에 의한 민족단결을 호소하기 위한 매우 내셔날리스틱한 문헌이다. 신약은 이스라엘민족의 구원이 아닌 인류 전체의 구원을 외치기 위하여 율법의 구속을 파기한 보편주의적 문헌이다.



- 2장 13절 “하나님 앞에서는 율법을 듣는 자가 의인이 아니요, 오직 율법을 행하는 자라야 의롭다 함을 얻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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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 - 삶에 질식당하지 않았던 10명의 사상가들
프레데리크 시프테 지음, 이세진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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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리크 시프테 지음, 이세진 옮김, 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삶에 질식당하지 않았던 10명의 사상가들), 문학동네



1. 프랑스에서 철학자이자 철학교사인 저자의 에세이다. 니체, 페소아, 프루스트, 쇼펜하우어 등 10명의 철학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있는데 다분히 주관적인 견해가 많이 포함된 듯하다. 이는 어릴 때 아버지를 잃은 경험으로부터 성장과정에서 갖게 된 허무주의(저자는 이를 우주론이라 칭함)나 비관과 염세의 철학을 바탕으로 글을 전개한다. 지나친 삶에 대한 긍정을 강조하는 글보다 떄로는 비판적, 비관적 현실주의자의 글이 공감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이 그랬다.



* 메모

- 나는 허무주의자로서, 모든 것이 우연과 죽음에 불과하다는 데 대해 확신까지는 하지 않되 그럴 거라는 뚜렷한 느낌은 품고 있다. 확신과 뚜렷한 느낌은 다르다. 우리가 무언가를 확신하는 이유는, 그것이 뚜렷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모호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207-208쪽



* 프리드리히 니체

“하루의 3분의 2를 자기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은 노예다.”



* 페르난두 페소아

“교양 있되 정념 없는 삶, 언제라도 권태에 빠질 수 있을 만큼 느리지만 결코 그렇게 되지는 않을 만큼 심사숙고하는 삶을 살라.”

- “누군가를 애도할 때는 세상이 초라하고 공허하게 느껴지지만, 우울증에 빠지면 자기 자신이 초라하고 공허하다”고 프로이트는 말한다. 50-51쪽


* 마르셀 프루스트

“관념은 슬픔의 대용품이다.” 여기에 프루스트는 덧붙인다. “슬픔은 관념으로 변하는 순간 우리 마음에 끼치는 유해성을 일부 잃는다. 심지어 처음에는 그러한 변화 자체가 급작스러운 기쁨을 발산한다.” 74-75쪽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인생 이야기는 항상 고통의 이야기다.”

- 고슴도치의 비유

-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스피노자의 ‘지복론’과의 차별화



* 전도서

“너무 의롭게 살지도 말고, 너무 슬기롭게 살지도 말아라. 왜 스스로를 망치려 하는가?”



* 미셸 드 몽테뉴

“우리 생애의 목적은 죽음이다.”



* 세바스티앵 샹포르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철학은 유쾌한 풍자와 멸시 어린 관용을 조화시키는 것이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 ‘인간의 인간에게 늑대다.’ 인생과 역사의 이 가르침을 앞에 두고 누가 감히 반박할 수 있겠는가?”

- 프로이트는 『문명 속의 불만』에서 홉스에게 진 빚을 여러 차례 언급한다. 홉스는 『리바이어던』에서 이렇게 쓰지 않았던가. “인간의 본성에는 불화의 세 가지 주된 원인이 있다. 첫째 원인은 경쟁심이다. 둘째는 자기 확신의 결여다. 셋째는 영광에 대한 욕구다. 인간들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명성을 얻기 위해서 서로를 공격하게 마련이다.” 185쪽



* 클레망 로세

“‘난잡한 상태’가 만물의 근본 상태다.”



*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사랑은 두 고독을 맞바꾸려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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