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가고 쏜살 문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박명진 옮김 / 민음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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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소설, 태풍이 지나가고, 민음사




동명의 영화를 극장에서 본 지 꽤 되었다. 영화를 떠올려보면 몇 장면만 끊어진 필름처럼 드문드문 머리에 박혀 있었다. 소설을 읽어가면서 기억이 떠올랐고 멀리 떨어진 곳에 사시는 부모님과 같이 사는 아내와 딸이 생각났다. 소설가이면서 십오 년 째 소설을 쓰지 않고 도박에 가진 돈을 탕진하는 ‘료타’.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 이혼한 부인과 그들의 아들 ‘신고’.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걷는 듯 천천히’ 보여준다. ‘분양’단지와 ‘임대’단지의 부의 불평등문제와 노인빈곤문제, 점점 옅어져 가는 가족의 끈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인물들의 모습은 우리들의 이야기다. 태풍으로 비바람이 쏟아지는 밤에 세 가족이 문어 모양의 미끄럼틀에서 쪼그려 앉아 커피를 마시는 모습과 료타의 어머니가 베란다에 기르는 귤나무에 찾아오는 청띠제비나비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메모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것은 교코가 늘 소중하게 지켜 왔던 것이었다. 절실한 언어로 주고받는 대화가 자아내는 인간의 우매함과 잔혹함, 아름다움 그리고 희미한 희망. 교코는 이 이야기를 사랑했다. 언젠가 자신도 이런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바랐던 시절도 있었다. 료타가 생활인으로서는 실격이었다고 해도 『무인의 식탁』은 그런 교코에게 목표와도 같은 책이었다. “잘 모르겠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88쪽




- 베란다에서 귤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근처에 있는 잡목림 속에서 녹나무를 먹고 자란 것이, 베란다 귤나무에 들어서 귀고 있었을 뿐이었던 청띠제비나비. 그게 어쩌면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고 료타는 생각했다. 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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