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저 앉기를 권함 - 스즈키 슌류, 마지막 가르침
스즈키 슌류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9월
평점 :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여러분이 깨달음을 얻기 전에 이미 깨달음은 이 자리에 있습니다. 깨달음이 드러나기에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닙니다. 깨달음은 언제나 여기에 있고, 이를 알아차리는 것이 깨달음입니다. 깨달음이 언젠가 닿거나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것이라 생각한다면 좌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pp.35~36
여러분의 마음이 맑을 때 그 맑음에 집착하지 말고, 맑지 않을 때 그로부터 도망치려 하지 마세요. 그로부터 벗어나려 애쓸 때 여러분은 맑음에 집착하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불성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불성은 소자아가 아니며, 여러분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지켜보고 언제나 그 행동을 수용하는 대자아입니다. 무슨 짓을 하든 불성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하, 좋구나. 거기서 잘못된 건 하나도 없다." 깨달음은 언제나 그 본성을 의식하는 것입니다.
pp.56~57
사람들은 실제로는 겪고 있지 않은 문제를 만들어냅니다. 어떤 문제를 두려워하거나, 자기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면 여러분은 실제로는 없는 문제를 만들어냅니다.
여러분은 참선 수행을 할 때 아무런 문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자신 안에 밝은 빛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안팎으로 밝은 빛을요. 빛이 비칠 때는 아무런 문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pp.98~99
"모든 날이 좋은 날"은 그가 실제로 살아가는 매일이 '유'와 '무'를 포함하며, 그가 '있다'의 개념과 '없다'의 개념에 만족한다는 의미입니다. 뭔가가 있어도 좋고, 아무것도 없어도 좋습니다.
어쨌든 그에게는 매일이 좋은 날입니다.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있다'도 좋고 '없다'도 좋습니다. 하루하루가 좋은 날이기 때문입니다.
p.142
계율을 지키는 올바른 정신은 그 계율을 지킬 수 있을지 없을지를 확신하지 않는 겁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그것이 부처가 바라는 말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이는 문자 그대로 계율을 지키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불성과 불심을 갖추며 우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걸로 충분합니다.
p.167
깨달음은 어떤 특별한 단계가 아니며, 어디에든 존재합니다. 여러분이 어디를 향하든, 깨달음은 그곳에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할 때, 그게 깨달음입니다. 이 점은 우리의 참선 수행과 일상생활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수행은 일상생활의 일부이고, 우리는 일상에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p.184
스즈키 슌류, <그저 앉기를 권함> 中
+) 이 책의 저자는 선불교를 연구하고 따르는 스님이다. 그리고 미국으로 건너가 선불교 사상과 명상 및 좌선 수행법을 서양인들에게 전파한 인물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좌선 수행을 통해 진정한 자기 찾기의 과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한다. 그저 앉기를 바라고, 그저 앉기를 권하는 것이 기본이고 핵심이다.
불교의 가르침인 '알아차림' 또한 이 책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엇을 하든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그때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 의미 있다고 말한다.
'있다 없다, 좋다 싫다, 옳다 그르다' 등의 이분화된 잣대는 좌선 수행에 방해가 되는 생각이다.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으며, 옳아도 좋고 옳지 않아도 좋다. 매일을 좋은 날로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즉, 깨달음이란 이미 존재하는 것이며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곧 깨달음이다. 저자가 그저 앉으라고 권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깨달음은 본성을 의식하는 것으로 우리는 좌식 수행을 통해 우리 자신과 만날 수 있다. 우리의 본성을 우리가 알아차리는 것. 그때 우리는 우리답게 살아갈 수 있다.
저자는 그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어렵고 복잡한 수행이 아니라, 좌선과 명상을 통해 우리가 알아차리는 순간을 발견하며 진정한 자신을 찾기를 바란다.
이 책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실천하는 수행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그저 앉는 것만으로도, 그저 앉는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진짜 나를 만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일상의 매 순간에 집중하는 것, 오직 그 순간에 앉는 것, 그 몰입이 좌선 수행이고 명상 수행이다. 그리고 그렇게 일상의 순간을 수행할 때 우리는 우리 내면의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다.
단순하지만 단호한 지혜를 담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종교를 떠나 자기 내면의 자아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 나답게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듯하다.
감정 소비가 심한 현대인에게, 어떤 관계에서도 애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저 앉기를 권하는 저자의 조언이 위로와 공감이 되리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