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있다 1
제인도 지음 / 반타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동티 나려고... 아주 작정을 했구나."

수아 언니가 중얼거린다. 팔짱을 끼고 있는 내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다. 언니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다. 동티? 그게 뭘까?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그게 아니면? 이따위가 뭐 중요한 거라도 돼?"

"아직 상속 전이니까 조심하자는 거지. 형이 여기 있는 식기 하나, 이불 하나 함부로 쓰면 안 된다고 말했잖아. 우리 것이 되기 전까지는 주의해야 한다고."

p.128 [1권]

수아 언니도 웃으며 뒤따라 들어왔다. 그리고 신발장 위에 놓인 수납 트레이를 힐끗 봤다.

"여기 뒀구나. 잘 어울리네. 현선아, 내가 한 말 기억나지?"

"귀신 붙은 것 아니냐고 소희가 난리 피운 거? 에그, 겁쟁이"

현선 언니가 깔깔거리며 놀렸다.

p. 326 [1권]

"항시 몸에 지니고 다녀야 해."

"그러면... 이제 이상한 게 보이지 않을까요?"

"이건 잡귀를 물리치는 거지, 영안을 닫는 비책이 아니야. 계속 눈에 보이기는 할 거야."

"귀신이 항상 보인다고요?"

"아까 말했지. 숙명이라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고."

p.35 [2권]

<얘야, 나를 섬기지 않겠느냐?>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포근한 목소리가 말을 건넨다.

<혼자서는 힘들 텐데, 내게 오지 그러니.>

갑자기 힘이 난다. 그 말이 지친 몸과 마음에 힘을 불어넣는다.

<아... 돼...>

<소...야... 거기... 돼.>

"엄마? 엄마야?"

"엄마, 도와줘! 나 들어가기 싫어! 제발!"

pp.156~159 [2rnjs]

제인도, <누가, 있다> [1권], [2권] 中

+) 이 책은 호러, 공포 소설 그리고 오컬트 소설이라 부르기에 적합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엄마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주인공 소희에게 갑자기 사촌 형제와 자매들이 등장한다.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고모가 소희를 포함한 사촌들에게 유산을 상속했다는 것이다. 고모가 살던 시골집에서 사촌들과 함께 며칠을 보내면 공동 재산인 유산을 나눠가질 수 있다는 게 조건이다.

거기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엄마를 잃고 상심한 소희에게 새로운 가족으로 등장한 사촌들과의 동거, 유산 상속이라는 뜻밖의 행운, 그 행운의 이면에 숨겨진 엄청난 저주, 반갑지 않은 존재들, 보고 싶지 않은 존재와의 만남, 그리고 소희를 지키려는 엄마의 영혼과 무당들.

이 소설은 조상, 악귀, 무당, 내림굿, 부적, 명두, 영물, 산신 등의 무속 신앙을 중심 소재로 한국식 오컬트를 만들었다.

작품에서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초자연적이고 신기한 현상들이 신비로운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소름 끼치도록 무섭고 괴기한 현상으로 일어난다.

소설 표지를 보면서 진짜 무섭게 그렸다고 느꼈는데, 이 작품을 읽는 내내 표지를 뒷면으로 엎어두었다. 책을 읽으면서 소름이 돋는 순간이 몇 번이나 있었고 덕분에 한여름 더위를 가시게 해준 소설이었다.

외롭게 살던 소희에게 친근하게 다가온 사촌들의 모습을 보면서 계속 중얼거렸다. 가족이라는 말로 갑자기 다정하고 친절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하는데.

마음이 여린 소희가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함께 안타까워했다. 혼자만 살겠다고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소희에게 저주를 떠넘기는 것을 보며 같이 속상하고 분노했다.

소설은 한 편의 영화를 보듯 흥미진진했다. 무엇이 진실일까 궁금했고 어떻게 끝이 날까 궁금했고 악귀를 모시는 무당과 신을 모시는 무당이 이렇게나 다르구나 생각했다.

어떤 선택이든 본인의 몫이지만 기본적으로 그 선택은 항시 책임이 따른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고도 생각했다. 선한 마음이 있어야 선한 존재들이 돕는다는 것도 배웠다.

소름 끼치는 순간을 느낄 때마다, 긴 분량의 장편 소설임에도 술술 읽힐 때마다, 이 작품을 영화 한 편으로 제작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오컬트 호러 소설에 관심이 생길 만큼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칵테일, 러브, 좀비 (리커버)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순간부터 난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의 취향에 맞게 옷을 입었고, 머리를 바꾸었다. 내 삶의 모든 게 정현에게 맞춰져 갔다. 그래도 당시에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치 마취약이라도 맞은 것처럼, 나는 스스로의 변화에 무뎌졌다. 누구에게 뭐라고 하소연할 수도, 정현에게 따질 수도 없었다. 그가 한 건 강요도, 협박도 아닌 한마디 말일뿐. 전부 내 선택이었으니까.

그때의 나는 늘 목의 이물감에 시달렸다. 크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고, 잊고 있다가 침을 삼킬 때면 한두 번씩 따끔 하는 정도였다. 너무 사소해서 남에게 말하기조차 민망하지만 확실히 나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 존재하지 않지만 나에겐 느껴지는 것. 그런 걸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9% [초대]

주연은 자신에게 가족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했다. 아빠를 사랑했나? 사랑했다. 하지만 사랑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엄마를 함부로 대하고 고집불통이고 자기 이야기만 맞다고 주장하는 그가 꼴보기 싫었던 적도 많았다. 사실 싫은 기억이 더 많았다.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를 사랑하지만, 아빠와 함께 사는 엄마를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모든 가족들이 이럴까? 증오 없이 사랑만 하는 가족 따위는 텔레비전에나 나오는 거 아닌가? 그런 건 다 가식이다. 적당한 가식이 세상을 유지시킨다는 걸 안다.

52~53% [칵테일, 러브, 좀비]

사실 언제든지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 언제든지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일 수 있었고 언제든지 나도 아버지를 죽일 수 있었다. 매번 차마 그러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과도로, 어머니를 죽인 과도로 내 안의 '차마'를 끊어 버렸다.

그래서 나도 아버지의 목을 잘랐다. 사실 이것은 공평하지 않다. 그동안 그가 우리에게 베푼 폭력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는 아직 한참이나 공평하지 않았다. 하지만 삶이란 것이 원래 불공평한 것 아닌가.

66%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조예은, <칵테일, 러브, 좀비> 中

+) 이 소설집은 호러 소설, 판타지 소설, 스릴러 소설 등의 다양한 주제에 올라있는 책이다. 그만큼 이 소설집을 읽으면 살짝 충격을 받는다. 괴기스러운 장면이 등장하고 잔인하게 느껴지는 장면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만히 그 장면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왜 그렇게까지 행동하는지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생각하게 된다. 왜 저럴까. 나라면 어떨까.

목구멍에 가시가 걸린 듯 불편한 느낌으로 사는 여자에게 서슴없이 자기 취향을 강요하며 여자를 변모시키는 남자, 목의 이물감처럼 좀 불편했으나 사소했기에 그의 의견을 수용하다가 어느 순간 자기 본모습을 잃은 여자.

갑자기 숲에 나타난 귀신을 보고 놀라며 궁금해하다가 그리워하는 물귀신, 자기도 귀신이 분명한데 숲귀신의 존재가 무서우면서 반가운 신기한 존재.

뱀술을 잘못 먹고 좀비가 된 아빠, 웬수라고 구시렁거리면서도 좀비 남편을 어쩌지 못하는 엄마, 그런 엄마와 좀비 아빠를 가족이라는 테두리로 감싸안으려는 여자.

엄마를 때리다가 가끔 자기도 때리는 아빠를 죽이고 싶었던 남자, 아빠가 엄마를 죽이기 전으로 돌아가 어떻게든 상황을 바꾸고 싶었던 아들,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계속 같은 결과가 지속되는 무력한 상황 속 남자.

이런 캐릭터들이 이 소설집에는 등장한다. 데이트 폭력, 환경오염, 동물 학대, 국가의 방관, 가정 폭력 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인물들은 매번 선택을 해야 한다.

우리라면 어떨까.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 접하는데 처음에는 낯선 느낌에 멍했다가, 다시 골똘히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는 소설 구성이 공모전 취지에 맞게 추리물로서 적합했고 영화 같은 서사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네 편의 스토리가 뚜렷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에는 좀 불편했는데, 다 읽고 다시 훑어보니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들을 있는 듯 없는 듯 써 내려간 문장들이 흥미로웠던 것 같다.

호러물이나 괴기스러운 상황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는 재미있는 작품집이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상생활 영어 회화 급상승 - 여행, 비즈니스 등 활용 가능한 100개의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QR코드 및 mp3 파일 제공
배현 지음 / 탑메이드북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How can I get there?

하우 캔 아이 겟 데얼?

"거기까지 어떻게 가면 됩니까?"라는 뜻입니다. 상대방에게 길을 물어볼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으로 특정 장소로 이동하려고 할 때 사용합니다. 관련 표현을 잘 익혀서 적절한 상황에 사용해보시기 바랍니다.

Let me take you there.

렛 미 테익 유 데얼.

제가 데리고 가 드리겠습니다.

You can get there by cab.

유 캔 겟 데얼 바이 캡.

택시를 타면 그곳에 갈 수 있습니다.

You have to take a subway.

유 해브 투 테익 어 썹웨이.

지하철로 가셔야 돼요.

TIP → 영어에서 by는 아주 많은 뜻을 갖고 있습니다. 수동태에서 "~에 의해서"라는 의미로도 쓰이고 시간상 "~까지"로도 쓰일 수 있으며, 위에서 알 수 있듯이 "~를 타고"라는 뜻도 있습니다.

  • 관련표현

- 길을 알려주세요.

Please tell me the directions.

플리즈 텔 미 더 디렉션스.

- 우회전을 해야 합니까?

Do I have to turn right?

두 아이 해브 투 턴 롸잇?

- 쭉 가세요.

Go straight.

고우 스츄레잇.

- 코너에서 좌회전하세요.

Turn left at the corner.

턴 레프트 엣 더 코널.

  • 단어

direction 방향, 길 / turn right 우회전하다 / turn left 좌회전하다 / go stright 직진하다 / corner 코너

  • 우리나라의 좌회전 우회전이라는 말은 영어로 turn left / right이라고 말합니다. 차를 타고 가다가 안내를 해주거나 길을 알려줄 때 자주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유용한 표현이니 꼭 외워두세요.

pp.240~241

배현, <일상생활 영어 회화 급상승> 中

+) 이 책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대화를 10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총 100개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으로 구성한 영어회화 책이다.

우선 '소개, 시간/번호, 쇼핑/금액, 단위, 만남, 일상, 음식, 부탁/요정, 직장, 학습'의 소주제와 관련된 일상생활 영어회화를 대표적인 질문과 예상 답변으로 담아낸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표현들을 추가적으로 제시하고 주요 단어를 정리하며, 해당 영어 회화문에서 유의해야 할 점들을 TIP 등으로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핵심 문장을 살린 대화문을 실어 현실적으로 영어회화에 활용할 수 있도록 단어와 핵심 설명과 함께 수록했다.

이 책을 읽을 때 꼭 처음부터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독자 본인이 필요한 소주제를 찾아 영어 사용 목적에 따라 먼저 읽어보며 공부해도 된다.

영어 회화문을 처음 공부하는 초보자를 위해 영어 발음을 한국어로 같이 기록하고 있어 어려움이 없다. 또 QR코드를 활용하거나, 반석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MP3 파일을 무료로 다운로드해 원어민이 녹음한 음원을 들을 수 있어서 말하기 듣기 공부 모두 가능하다.

특히 영어 회화 핵심 문장을 원어민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문화에서, 어떤 맥락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가르쳐 주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된다.

영어 회화 공부는 막연히 듣고 말하기보다 특정한 상황과 맥락을 정해 공부한다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영어 회화 초보자들을 위해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꼭 필요한 영어 문장을 우선적으로 가르쳐 준다고 느낀다.

단어 설명도 있고, 음원을 들을 수 있어서 공부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유익한 책이었다.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초 영어회화를 쉽게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제 오븐을 켤게요 - 빵과 베이킹, 그리고 을지로 이야기
문현준 지음 / 이소노미아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티라미수는 이탈리아어로 '나를 끌어올리다'라는 의미가 있다. 한마디로 기운 나게 해준다는 뜻이다. 비록 만드는 과정은 번거롭지만 잘 만든 티라미수는 말 그대로 사람의 에너지와 기분을 끌어올리는 달콤한 맛이다.

p.43

도대체 어떻게 해야 시간이 지나도 바삭한 모카번을 만들 수 있을까? 이것이 그때 내가 가진 가장 큰 고민이었다.

결국 무엇을 하더라도 이전보다 명확하게 나아진 결과를 얻지는 못해서, 인터넷 영상에서 나오는 바삭하게 부서지는 쿠키와 그 아래 보드라운 빵결의 모카번은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계속 궁금할 뿐이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모카번 베이킹은 그 후 다소 싱겁게 끝을 맞이했다. 동네의 유명한 빵집에서 일부러 모카번을 사서 먹어본 날이었을 거다.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유명한 빵집이니 참고삼아 보려고 했는데, 그 모카번 역시 시간이 지나자 눅눅해졌던 것이다.

'아, 모카번은 원래 눅눅해지는 거구나.' 나는 그제서야 그만둘 수 있었다.

pp.79~80

오히려 요리나 베이킹 등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과 일정을 진행할 때 나는 좀 더 재미있다고 느끼는 편인데, 누군가가 해 본 적 없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게 꽤 큰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쿠키나 빵을 만든 후 직접 만든 것을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는 것을 볼 때, 그 성취감이 내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다.

p.96

모두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하면 그땐 공식적으로 미안한 일이 되어버리는데, 시실 대대적으로 사과할 만큼 잘못한 일은 아니지 않냐고 내게 반문하기도 했다.

"잘 안된 일정은 그냥 다음부터 잘하겠다고 하고, 다음부턴 그러지 않도록 조심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

담담한 그녀의 설명. 그리고 미안하다고 말하면 그때부터 진짜 미안한 일이 되니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까지. 그때 그 이야기가 진정으로 나를 위하는 말인 것 같아 아직도 마음에 새겨두고 있다.

p.106

아직도 종종 생각한다. 그때 돈과 시간이 들더라도 아예 바닥 미장을 처음부터 다시 했어야 했다고. 평평하고 견고하게 맞춘 후 수평 작업과 코팅을 진행했다면 좀 더 낫지 않았겠느냐고.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종종 바닥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공사했던 사람은 나중에 이런 문제가 터질 줄 미리 알고 있지 않았을까? 물론 내가 요청한 시간 안에 공사를 마무리하려면 어쩔 수 없었겠지만.'

pp.156~157

삶은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고 그것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가 불행의 시작이 된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나는 기대하지 않는 법을 먼저 배웠다. 그것이 회사에서건, 삶에서건 간에.

p.214

문현준, <이제 오븐을 켤게요> 中

+) 이 책의 저자는 빵을 굽고 쿠키를 만드는 취미가 있는 사람이었다. 베이킹에 진심인 그는 빵을 만들다가 궁금한 게 생기면 여러 번 반복해 만들어보거나 베이킹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며 해결책을 찾곤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과 함께하는 베이킹 체험 활동을 계획했고, 처음에는 공유 공간을 이용해 베이킹 작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계속 달라지는 공유 주방에서 베이킹 활동을 하다 보니 저자 자신도 낯설어서 이런저런 당황스러운 일들이 발생했다. 그러자 저자는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마침 퇴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저자는 용기를 내 을지로에 베이킹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덕분에 을지로 곳곳의 인상적인 먹거리 공간들을 소개하는 부분도 책에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베이킹 활동을 진행할 때 생기는 일들, 베이킹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과정, 그리고 다양한 빵과 쿠키를 만드는 경험 등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책의 후반부에는 저자가 독일 유학을 갔을 때의 경험담과 회사 생활을 하며 느낀 점들을 담아냈다.

빵을 만드는 취미가 있으면 어떨까 막연하게 생각해왔는데, 저자도 이런 생각을 하다가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베이킹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빵을 만드는 공방을 만들고 그곳에서의 행복한 시간을 타인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베이킹에 대한 구체적인 레시피를 담지 않았지만 베이킹이나 요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 번쯤 시도해 봐도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었다.

글을 읽는 내내 책에서 기분 좋은 빵 냄새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베이킹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나, 베이킹 활동에 참여하고 싶은데 걱정되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반갑고 좋을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완벽한 결혼
제네바 로즈 지음, 박지선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애덤, 당신도 날 이해해 줘. 난 여기 당신 아내가 아니라 변호사로 왔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다른 변호사를 선임하겠다고 말해야겠지만 세라의 말이 옳았다. 세라는 최고의 변호사이고 나를 이 상황에서 구해줄 유일한 사람이었다. 허드슨의 말에 따르면 내게 불리한 증거가 많았다.

"둘이 언제 처음 만났어?"

"1년 반 전쯤."

pp.79~81

"들은 그대로예요. 이런 말 하면 안 되는 거 압니다. 하지만 내가 볼 때 스콧에케는 언제나 미심쩍은 구석이 있었어요. 예의를 차리고 도덕적이려고 애쓰는 정도가 지나치단 말입니다.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고, 겉으론 착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아주 나쁜 사람인 경우도 많잖아요."

p.100

"그건 그래. 가끔은 나도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건가 싶어."

"뭐가요?"

"내 편에 서지 않은 남편을 편 들어주는 것 말이야."

"옳은 일이죠. 당신은 좋은 사람이니까요. 남편이 나쁜 짓을 했다고 해서 똑같이 나쁜 짓을 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스스로에게 진실했다는 게 중요하죠. 애덤이 여생을 감옥에서 보내든 아니든 결국 자신이 저지른 일을 후회할 거예요. 그건 분명해요."

p.148

어쩌면 내가 그에게서 무언가를 찾고 싶어서, 그나 내가 찾는 답을 내놓기를 바라는 마음에 너무 과하게 해석한 것인지도 몰랐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답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다. 답을 찾아 나서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상황이 싫다. 기다리는 게 싫다. 모르는 게 싫다.

p.247

그 말을 믿어도 될지 모르겠지만 내게 희망이 생겼다. 삶에 남은 게 아무것도 없을 때도 희망만은 결코 빼앗길 수 없다. 스콧은 다른 말은 하지 않고 나갔다. 나는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이제 기다리는 일엔 제법 익숙해졌다.

pp.317~318

제네바 로즈, <완벽한 결혼> 中

+) 이 책은 한 부부의 별장에서 남편이 내연녀와 바람을 피웠고, 그러던 중 그 내연녀가 잔인하게 살해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남편은 소설가인데 첫 작품 이후로 뚜렷한 입지를 굳히지 못했지만, 아내는 뛰어난 형사 전문 변호사로 남편의 꾸준한 글쓰기를 위해 기꺼이 별장을 구입해 뒷받침을 해준다.

그러나 유명한 변호사인 만큼 아내는 늘 바빴고 아이 없이 그들만 지내면서, 남편은 별장이 있는 작은 마을의 한 여자와 바람을 피우게 된다.

남편과 있다가 죽은 내연녀 때문에 남편은 졸지에 살인 용의자가 되고 아내는 그를 변호하기 시작한다. 소설은 남편인 '애덤 모건'의 시점과 아내인 '세라 모건'의 시점으로 번갈아 구성되었다.

처음 이 책을 손에 쥐었을 때는 누적 판매량이 상당히 많고 뉴욕 타임스에 베스트셀러로 기재되고 영상화될 만큼 유명한 소설이라 오히려 편견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단순하고 익숙한 제목을 보며 요란한 유명세 덕을 본 책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손에서 내려놓기가 어려웠다. 너무 재미있어서.

흡입력이 대단한 소설이었다. 이들 부부의 시점을 짧은 장면으로 번갈아 구성해서일 수도 있지만, 매끄러운 서사적 흐름으로 미스터리 소설의 묘미를 살렸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시리즈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다음 상황, 또 다음 상황이 궁금했다. 꽤 재미있어서 흥미진진하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거였구나 새삼 느낀 소설이었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은 범인이 누구겠구나 짐작이 되면서 왜 그런지도 궁금해지는데, 이 작품은 범인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이 사람도 의심스럽고 저 사람도 의심스럽고 그러다가 그럴 이유가 전혀 없지 않을까 의견을 반려하기도 하며 범인 찾기에 몰입해 읽었다.

마지막의 반전 같은 결말도 그럴 거라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아닐 거라고 고개를 젓는 혼란 속에서 맞이했기에 더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스릴러 소설로서 이 작품이 끝날 때까지 독자의 시선을 잡아두는 서사적 힘은 이 작품의 유명세를 증명한 셈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듯,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로 기분 전환을 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계속 그다음이 궁금해지는 흡입력과 몰입감이 높은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