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일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설익은 인생 성장기
작은콩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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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딴생각을 길게 할 틈도 없이, 곧 제 번호를 부르는 간호사 선생님의 부름에 얼른 따라가 피 검사를 합니다. 팔에 꽂힌 관을 따라 나오는 따뜻한 피를 보며 잠시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아무리 못난 것 같아도, 어쨌든 저는 살아 있습니다. 숨을 쉬고 피를 만들면서요. 누군가는 삶이 특별한 축복이라 말합니다. 무언가 이루지 않아도 존재만으로도 의미 있다고도 합니다. 스스로 의식하지 않아도 알아서 매일 수십만 개의 세포를 만들어내는 신체를 바라보면 꼭 우주처럼 신비로워서, 어쩌면 정말 그 말이 맞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p.26

그렇게 병이 생기고도 여전히 저는 자신을 돌보지 않았습니다.

힘들면 게으른 거라 여겼고, 쓰러질 때까지 달려야만 마음이 놓였습니다. 웃기지만, 그렇게 달리면서도 어디로 가는지조차 몰랐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저는 '노력' 말고는 세상을 버티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이 '열심히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웠습니다.

pp.78~79

빛나고 싶어 태운 것이 사실은 나 자신이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죠.

이제는 다시 노력해 보려 합니다. '태우는 노력'이 아니라, '살리는 노력'으로요. 불에 그을린 땅에는 물을 뿌려 적시고, 흙을 고르게 섞어 영양을 세우고, 다시 씨앗을 심어 따뜻하게 품는 것처럼. 이번엔 남이 아니라, 나를 위해 필요한 노력을 하고 싶습니다.

pp.147~148

「 '몸에 좋은 음식'이란 없었다. 」

ㅡ 답은... 멀리 있지 않았어.

「 그저 그때그때, '내 몸에 맞는 음식'만 있을 뿐. 」

ㅡ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내 몸이 말하는 걸 먼저 들어야 하는 거였어.

pp.155~156

「 느려도 괜찮고

끝까지 가지 못해도 괜찮다.

중요한 건 내 발로 걷는다는 것.

다 하지 못하더라도 '했다'는 것.

다시 걷자.

우리 다시, 같이 걷자.

너무 애쓰지 말자.

그냥 하자. 」

pp.168~170

달리지 않고서야 알게 됐습니다.

달리지 않고도 사는 사람은 많다는 것을.

우리는 사실, 달리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것을.

p.173

틀린 감정은 없습니다. 실수하고 실패하더라도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수 있다면, 넘어지더라도 분명 다시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비교에 끝이 없는 만큼 불안한 마음도 아무리 열심히 산다고 한들 아예 없앨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니 애써 없애려 하지 마세요. 오히려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시길 바랍니다. 과해지지도, 너무 무기력해지지도 않을 정도로 조절하며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으면 됩니다.

매일 쌓여가는 일상의 힘은 매우 큽니다.

p.256

「 앞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또 좌절할 일은 생길 것이고 수난이 오겠지만,

그럼에도 믿기로 한다.

자신을 믿는 게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한번 일어났던 그 '경험'을. 」

p.313

작은콩, <설은일기> 中

+) 이 책은 20대의 젊은 나이 때부터 자가 면역 질환(류머티즘성 관절염)을 앓아온 저자가 열심히 살아온 자신을 마주한 시간과 병으로 좌절하며 힘들어한 시간과 그리고 나아갈 힘을 알게 된 시간을 담고 있다.

저자는 노력 중독으로 힘들었던 10대와 20대를 지나 몸이 아프면서 마음도 아픈 20대와 30대를 거쳐 지금의 자리에 서 있다.

병에 걸리기 전,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노력해 미대에 합격하고 관련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일을 한다.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며 아름다운 몸을 유지하기도 했으나 이내 본인이 자가 면역 질환을 앓고 있다는 걸 인지한다.

물론 병에 걸린 초반에는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애쓰기도 했으나 조금만 무리해도 몸이 붓고 아파서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었다.

어렵게 유지해 온 날씬한 몸은 병원 약과 운동 부족으로 붓기 시작하고 저자는 다시 날씬해지고 싶은 강박에 시달린다.

그러면서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진 스스로를 발견한다. 언제쯤 이런 생활이 끝날까, 매 순간 자신을 불살라 노력하며 살아온 생이 허무하다고 느낄 때, 저자는 생각한다.

이제는 나를 태우는 노력이 아닌 나를 살리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그러면서 저자는 자기 몸에 맞는 먹거리를 찾고 걷기 운동을 하며 SNS에 그림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이 책은 그 그림일기를 모아 저자의 단상과 함께 엮은 것이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은 그림일기는 저자의 삶에 새로운 희망과 행복으로 자리잡는다.

무기력함으로 세상에서 혼자 멈춰 선 것 같을 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처럼 여겨질 때, 그 순간 저자의 그림일기를 보며 위안을 받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걸 보게 된다.

그렇게 저자는 다시 살아갈 희망을 얻고 나를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현실을 수용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인정하며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한다.

아무리 애써도 좌절하고 실패하는 경험은 언제든 할 수 있으니 그때마다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섰다는 걸 기억하자고 언급한다.

그리고 그런 조언들을 그림일기에 담아 우리에게 따뜻하게 전달한다. 저자의 일상과 진심이 담긴 글들이라 읽는 이로 하여금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살면서 무던히 노력했으나 실패를 경험한 이들, 앞만 보고 달리다가 공허함과 무기력함에 빠진 이들, 지금 딱 한 걸음만 내딛고 싶은 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불안과 좌절로 괴로운 이들에게도 추천한다.

어떤 모습의 자신이라도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책이라고 생각한다. 불안과 희망을 끌어안고 한 걸음 내 딛는 용기를 갖는 것이 삶이라는 걸 느끼게 해준 따뜻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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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지구에서 신나게 지내려면 - 미래를 지키는 환경 상식 반갑다 과학 6
조성문 지음, 신병근 그림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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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① 우리 사회는 이렇게 대응하고 있어요

- 대기 오염 물질 배출량 제한하기

- 친환경 자동차 이용 늘리기

- 도로 위 미세먼지 청소하기

② 생활 속에서는 이렇게 대응해요

- 외출 시 주의하기

- 외출 후 깨끗하게 씻기

- 실내 미세먼지 관리하기

pp.16~17 [미세먼지]

오존은 성층권에 있느냐 대류권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작용한다고 이야기했어요. 성층권의 오존은 앞서 말한 것처럼 자외선으로부터 지구 생명체를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요. 태양에서 오는 자외선은 동식물의 세포를 손상시키고, 유전자를 변형시킬 수 있어요.

반면, 오존이 우리가 생각하는 대류권에 생기면 문제가 발생해요. 사람들이 오존에 많이 노출되면 기침이 나오고 숨쉬기 어려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또한, 오존은 대기 중에 있는 또 다른 오염 물질과 반응해 '광화학 스모그'라는 대기 오염을 일으킬 수 있어요. 광화학 스모그가 생기면 가시거리가 짧아져 비행기와 선박의 운항이 어려워지고, 햇빛을 차단해서 식물의 성장을 방해해요.

pp.24~25 [오존]

남조류가 물속에 많이 번식해 있으면 물이 녹색으로 변하고, 규조류가 많이 번식해 있으면 붉은색으로 변해요. 물이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은 '녹조', 붉은색으로 변하는 현상은 '적조'라고 불러요. 녹조는 강이나 호수에 생겨 우리가 마시고 사용하는 물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적조는 바닷가에 생겨 물고기를 키우는 양식장에 피해를 줄 수 있어요.

p.31

① 우리 사회는 이렇게 대응하고 있어요

- 오염된 물 정화하기

- 녹조 제거 장비 투입하기

- 농경지 거름과 가축 배설물 관리하기

② 생활 속에서는 이렇게 대응해요

- 세제 적게 사용하기

-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 비 오기 전 퇴비와 비료 사용 피하기

pp.36~37 [녹조]

바다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줘요. 그런데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이 늘면서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지나치게 많이 흡수해 바닷물이 점점 산성으로 변하고 있어요. 바다가 산성화되면 게나 굴 같은 생물들은 껍데기가 녹거나 만들어지지 않아 살기 어려워지고, 결국에는 바다 생태계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어요.

p.55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 생활 폐기물이 썩는 데 걸리는 시간

종이

우유팩

담배 필터

나무젓가락

2~5개월

5년

10~12년

20년

일회용 컵

가죽 구두

나일론 천

금속 캔

20년 이상

25~40년

30~40년

100년

일회용 기저귀, 칫솔

알루미늄 캔, 플라스틱 병, 플라스틱 용기, 플라스틱 백, 스티로폼

100년 이상

500년 이상

p.65 [생활폐기물]

유해 화학 물질은 코나 입, 피부를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요.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비염, 천식이 있어요. 이와 같은 증상을 '환경성 질환'이라고 해요. 따라서 우리는 제품을 사용할 때 유해 화학 물질로부터 안전한지 확인하고, 주의하며 사용해야 해요.

p.85 [생활 속 유해 화학 물질]

조성문 글, 신병근 그림, <내일도 지구에서 신나게 지내려면> 中

+) 이 책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설정하여, 우리가 익히 들어본 환경 문제와 대응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만화 그림과 도표 등을 활용하여 어렵지 않게 다루고 있다.

'미세먼지, 오존, 녹조, 생물다양성과 외래종,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 생활 폐기물, 토양 오염, 생활 속 유해 화학 물질'을 소주제로 정해 환경 이야기를 담아냈다.

각각의 환경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설명하며 환경 오염 문제가 우리 인간과 지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우리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말하며, 개개인이 생활 속에서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대응책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언급한다.

이 책의 부제는 '미래를 지키는 환경 상식'이다. 그만큼 이 책은 중요한 환경 문제로 무엇이 있는지 이야기하며 그 원인을 함께 찾아봄으로써 환경을 지키는 상식을 단단하게 키워 주고 있다.

환경 문제에 대한 대응책도 중요하나, 환경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안다면 그것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생각부터 기를 수 있다고 본다.

환경에 대한 상식은 어린이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어른들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후 위기를 접한다면 지구 환경을 지키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환경 문제는 내일을 위한 일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계속 연구하고 보호해야 할 현재진행형의 일이다. 그렇기에 환경을 지키는 상식은 우리가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존과 녹조 현상 등에 대해 좀 더 배우게 되었다. 그동안 막연하게 알고 있던 환경 지식을 만화 그림과 주요 내용을 정리한 구성으로 만날 수 있어서 반가운 책이었다.

초등학생들에게 환경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듯하다. 더불어 생활 속 환경 문제 대응책을 스스로 찾아보고 친구들고 논의할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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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을 구워냅니다
김나을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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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그나저나, 너 술 좋아해?"

"술?"

운은 문득 치고 들어오는 윤오의 물음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갸웃하며 반문했다.

"이장님 생일 잔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달릴 거거든."

"무슨 생신 잔치를 대학교 엠티처럼 말해?"

p.58

활짝 열린 대문 너머 빈 주택의 바깥 마루에 멍하니 앉아 지붕 끝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물을 바라만 보고 있던 여자. 아주 한참이나 그 자리에 앉아서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희한하게도 그 모습이 고요하면서도 불안정해 보여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너무 무채색이었어. 삶의 희로애락을 다 잃어버린 여든의 노인 같았어. 아, 내 얼굴이, 내 표정이 이렇게 텅 비었었나 싶었어. 차라리 영정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할머니 표정이 더 생기 있어 보이더라고.'

pp.74~75

네잎클로버는 행운, 세잎클로버는 행복을 의미하거든.

그래서 할머니는 세잎클로버가 좋단다.

행복. 그건 평범해 보이는데,

실은 그게 행운보다 중요하고 어려운 거거든.

생각보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p.103

소율이 또박또박 말했다.

"당연하죠. 연준이도 삼촌이 산타 분장한 거 모르는 척하기로 저랑 약속했어요. 엄마 아빠랑 삼촌이 노력했으니까!"

'어른 동심은 아이들이 지켜주고 있던 거네.'

pp.219~220

어떤 날엔 괜찮았고. 어떤 날엔 불안의 둑이 터져 무너져 내렸다. 모두가 완주한 마라톤에서 텅 빈 길에 홀로 남아 아직도 뛰고 있는 기분이었다. 적어도 남들만큼, 아니면 그 이상 노력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방향이 잘못되었을까. 내가 했던 선택은 다 틀렸나. 언제부터 여기에 혼자 남았지.

애매하게 포기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가질 수도 없었어. 손에 쥐어지지도 않는 것을, 겨우겨우 부스러기를 잡고서 이 자리를 계속해서 맴돌고 있었다.

p.239

"누가 친구 하나 보러 여기까지 와. 좋아하는 사람 보러 온 거지.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안 괜찮아. 네가 없으니까, 갈 데가 전혀 없어. 정말로."

그가 평소답지 않게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유운... 사람은 왜 지나고서야 알까. 네가 없는 게 어려워. 좀처럼 쉬워지지 않아."

p.286

"윤오야, 이렇게도 저렇게도 살 수 있더라. 세상은 내가 있는 곳이, 내가 보는 것이 다가 아니야. 남들이 말하는 대로 살지 않아도 괜찮아. 봐, 내가 회사를 나온다고 해도 내 세상이 사라지진 않았어. 네가 회사를 나왔다고 해서 무언가 포기한 것도, 실패한 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괜히 집 한구석에 틀어박혀서 허송세월 보내지 마. 지금부터라도 남들이 괜찮다, 좋다 하는 거 말고 네가 좋은 게 뭔지, 하고 싶은 게 뭔지 그걸 생각해 봐."

p.323

김나을, <오늘도 행복을 구워냅니다> 中

+) 이 책은 베이커리와 음료를 파는 어느 시골의 과자점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행복과자점'을 오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된다.

도시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 위해 여러 번 실패해도 계속 시험을 보며 애를 쓰던 '유운'. 어느 날 유운은 외할머니가 돌아가시자 할머니의 시골집을 베이커리 카페로 고쳐 운영한다.

공허한 눈빛과 무표정한 자신을 발견하면서, 숨 쉴 공간을 찾아 행복과자점을 오픈한 유운. 그곳의 단골손님인 '김윤오'는 갑자기 그녀에게 친구 하자고 말을 건네고 어색하지만 둘은 친구가 된다.

윤오와 친구가 되면서 유운은 마을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게 되고 도시에서는 겪지 못한 즐거운 경험도 하게 된다.

이 소설에는 사랑을 잃었다가 다시 찾으려는 사람, 지난 사랑을 미련 없이 놓으려는 사람, 현재의 감정이 사랑임을 확인하며 사랑을 시작하려는 사람 등이 등장한다.

하지만 소설 속 사랑 이야기는 부차적인 소재일 뿐이다. 중요한 건 각자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그들의 삶에서 내린 많은 결정이 인생에서 어떤 의미인지 묘사하는 부분이다.

이 작품은 주요 인물 외에도 행복과자점을 방문하는 손님들, 그리고 유운과 윤오의 지인들의 이야기도 그리고 있다.

죽도록 노력해서 공무원이 되었으나 지방에서 근무하며 그 일이 과연 자기가 원하는 것인지 고민하는 '이도영', 귀농해 딸기를 기르지만 그걸 선택하기까지 두려워했던 '박은정', 오래 공부하며 대학원까지 다녔지만 결국 카페를 경영하는 '도현서' 등이 그들이다.

그 외에도 과자점에 방문하는 할머님들, 과자점 베이커리에 푹 빠진 꼬마들, 유운의 부모님과 친한 친구 소진의 소소한 이야기도 다정하게 담고 있다.

시골집의 작은 카페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인물들은 삶의 방향을 새로 정하고 인생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게 쉽지 않은 결정이기에 고민하며 방황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천천히 자기만의 길을 찾아간다. 소설은 인생의 수많은 고민과 걱정 앞에서 흔들리던 사람들도 어떻게든 자기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무한 긍정이나 낙관만 담은 소설이 아니라, 현실판 인생을 실어두었다고 생각한다. 인물들이 흔들리고 방황하며 고민하는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기에 현실적인 소설이다.

그러나 결국 이들의 선택에서 희망과 사랑을 발견할 수 있기에 행복하고 따뜻한 소설이기도 하다. 우여곡절이 많은 현실을 사는 독자 입장에서 이들이 어렵고 힘들게 결정한 모든 선택을 응원한다.

그 선택의 결과를 따지기보다 그렇게 결정하기까지 이들이 견뎠을 시간들을 보듬어주고 싶은 소설이었다. 따뜻한 소설을 읽으며 추운 겨울밤을 잘 보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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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 강아지, 인생 2회차! 내인생의책 그림책 134
태미 포스터 지음, 마르고 데이비스 그림, 조선희 옮김 / 내인생의책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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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하인드바텀 씨는 지팡이를 휘두르고,

코를 풀며 문을 쾅 닫아버렸어요.

"그 지저분한 개도 데려가!"

그가 소리 질렀어요.

어느 날 하인드바텀 씨가

개를 끌어안고 목욕통에 넣었어요.

"너 여기 있을 거면, 냄새나면 안 돼!"

그가 엄하게 말했어요.

시간이 흘러, 하인드바텀 씨는 창문을 활짝 열어 햇빛을 들였어요.

그러자 사람들이 그의 문을 두드리게 됐지요.

그러다 그는 갔어요.

개는 속으로 다짐했어요.

다시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겠다고.

태미 포스터 지음, 마르고 데이비스 그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 강아지, 인생 2회차!> 中

+) 이 그림책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고, 그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상황도 잘 묘사하고 있다.

책의 제목과 함께 실린 첫 장의 그림과, 마지막 장의 그림을 같이 펼쳐두고 보면 사랑하는 마음이 어떤 모습인지 은은하게 느껴진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것, 어떤 생명이든 서로를 생각할 때 생겨나는 것,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것,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스며드는 것.

이 책은 사랑이 무엇인지 수묵화처럼 그려내고 있다. 상대방이 누구든 상관없이 사랑은 피어난다는 걸 담아냈다. 강아지와 할아버지, 그리고 어린 소녀는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고 보살피며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본다.

그렇게 서로에게 물들어가며 생의 의지도 갖고 삶의 활력도 얻고 행복한 순간도 만든다. 그때는 그게 사랑이라는 소중한 감정인지 몰라도 언젠가는 알게 된다.

물론 아픈 이별의 순간도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다시 새로운 사랑을 만날 수 있다. 이별의 상처가 너무 커서 또 사랑하지 않기로 마음먹어도 사랑하는 마음은 그런 의지와 관계없이 조금씩 형성된다.

'다시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을 거야.' 하고 다짐하는 강아지가 어린 소녀를 만나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것. 자기도 모르게 소녀를 바라보고 생각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

이렇게 이 책은 아이들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순간, 온전히 사랑하는 모습, 이별을 견디고 희망을 갖는 상황, 그리고 사랑은 계속된다는 것 등을 표현한다.

그림을 보면 강아지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만큼 강아지가 사람들에게 어떤 표정과 자세를 취하는지도 알 수 있다. 그런 한 장면 한 장면에서 사랑은 일방적인 게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또 한 번 첫 장의 그림과 마지막 장의 그림을 보면 좋을 듯하다. 할아버지와 강아지의 뒷모습, 강아지와 소녀의 뒷모습에서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

어른들이 아이들과 함께 책을 본다면 글을 읽어주되, 아이들이 스스로 그림을 통해 느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생에서 사랑과 이별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가르쳐 주고, 모든 존재가 사랑하고 교류할 수 있다는 것도 배울 수 있는 책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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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궁리한 조선의 선비들 - 청빈과 이익 사이, 조선 선비들의 머니 스토리
곽재식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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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독점 판매자까지 감안해 사회 전체를 볼 때 독점이 일어나면 독점이 일어나지 않을 때보다 이익이 줄어드는데, 이를 사중손실이라고 한다. 독점이 일어나면, 독점자가 조금 더 이익을 보려고 소비자들에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피해를 입히는 일이 생기곤 한다. 그 이익과 피해의 차이가 사중손실이다. 심각한 독점, 겸병 상황에선 사중손실이 굉장히 커지기도 한다.

p.30

말하자면 이런 이야기다. 조선 시대 사람들은 정도전이 겸병을 무너뜨린 일을 보면서 '독점의 피해를 막아야겠다'라는 교훈을 얻기도 했지만, 동시에 '벼슬에 올라 세력을 만들어 나라를 주무를 수 있으면 나라의 힘으로 땅은 얼마든지 빼앗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p.44 [정도전]

뒤집어 보면, 어떤 나라의 화폐 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환율이 점점 오르고 있다면 사람들은 그 나라 정부를 믿지 못하고 그 나라의 법과 제도가 흔들려 결국 화폐 자체의 의미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p.86 [하륜]

이지함은 나라에는 세 가지 중요한 창고가 있으므로 그것들을 잘 활용해야 나라가 부강해진다고 했다. 그 세 가지 중요한 창고는 도덕지부고, 인재지부고, 백용지부고다. 풀이하자면 도덕의 창고, 인재의 창고, 100가지 산업의 창고다.

p.129 [이지함]

경묘법이란 사람마다 차지하고 있는 땅이 어디인지 그 넓이와 위치를 정확하게 정해 장부에 기록해 두고, 실제 넓이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자는 취지의 제도다. 유형원은 땅이 어디에 어느 정도의 넓이로 있는가 하는 내용을 사람들끼리 서로 문서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관청에서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pp.166~167 [유형원]

유수원은 규모의 경제라는 말을 '출원본 중합력' 즉, '밑천을 모으고 힘을 여럿이서 합치는 것'이라는 말로 달리 표현했다. 그리고 그것이 이익을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유수원은 사업의 규모를 크게 키울 경우, 분업과 전문화의 장점이 커진다고 봤다.

p.210 [유수원]

박제가는 더 좋은 물건은 원하는 사람, 더 귀한 물건을 알아보고 비싼 값에 사서 쓰려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그래야 나라의 기술이 발전하고 나라가 부강해질 수 있다고 봤다. 산업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언뜻 보기에 사치스럽고 쓸데없어 보이는 일이라 해도 나라가 풍요롭게 발전하는 데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 것이다.

p.248 [박제가]

『경세유표』는 세상을 잘 경영하려면 어떤 제도를 채택하고 운영해야 하는지 제안한 책이다. 지금 식으로 말하면 '입법' 지침서다. 『목민심서』는 목민관, 즉 지방을 다스리는 임무를 맡은 사람이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 안내하는 책이다. 지금 식으로 말하면 '행정' 지침서다. 『흠흠신서』는 범죄를 수사하고 판결하는 방법을 방대하게 연구하고 정리한 책이다. 지금 식으로 말하면 '사법' 지침서다.

pp.280~281

정약용은 과학기술의 효과를 강조하고자, 기술이 발전하면 더 적은 땅에서 더 많은 곡식을 얻을 수 있을 테니 더 많은 사람을 굶주림으로부터 구할 수 있고 의학 기술이 발전하면 병을 더 잘 치료할 수 있으며 무기 제조 기술이 발전하면 전쟁에서 더 유리해질 거라는 점을 지적했다.

p.290 [정약용]

곽재식, <경제를 궁리한 조선의 선비들> 中

+) 이 책은 경제를 연구하고 제도를 정비하며 국가 경제 전반에 열정을 쏟은 조선 시대 선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대의 경제 전문가, 경제학자 그리고 서양의 고전 경제학자들에 견주어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난 조선 시대 학자들의 생각을 풀어냈기에 흥미롭다.

권력자가 땅을 겸병해 독점적으로 차지하는 문제를 파격적으로 해결하려 한 혁신가 정도전, 유동성을 고려해 통화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자 지폐를 고안한 하륜, 항해와 장사의 달인으로 조선의 산업 및 상업을 주도한 이지함,

노비 해방을 주장하며 공정한 토지 분배 등 공정성과 자율성을 추구한 유형원, 사업의 확장으로 규모의 경제를 꿈꾼 학자 유수원, 검소함보다 소비함으로 얻는 가치, 즉 쓸모의 효용성을 강조한 박제가, 과학기술의 가치를 강조하며 입법, 행정, 사법 등의 영역까지 두루 연구한 정약용.

저자는 이런 학자들의 사유와, 그들이 발간한 저서 그리고 그에 얽힌 일화를 실어 어려운 경제 서적이 아닌 한 권의 재미있는 이야기책으로 이 책을 구성했다.

화폐, 토지, 시장, 상업, 무역 등 조선 경제 전반의 영역을 다루고 있어서 폭넓게 읽을 수 있다. 더불어 조선의 경제를 당대 대표 학자 7명의 의견으로 설명하고 있기에 신뢰감이 든다.

무엇보다 이 책은 관점을 조선 시대에만 두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 시대의 경제관념을 현대의 우리 경제 개념과 비교하고 있어서 배울 점이 있다.

역사와 경제를 아우르는 책이 왜 현대에도 필요한지 알 수 있게 해준 책이다. 어렵지 않게 여러 일화를 엮어 작성했기에 청소년을 비롯해 조선의 경제와 역사 등을 재미있게 읽고 싶은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저자가 서문에서 언급했듯이 '편안하고 재미있게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경제와 돈에 관한 여러 주제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는 목적에 적합한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서 한 걸음 나아가 지금의 경제와 현실을 함께 고려해 돌아보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데 도움이 된 책이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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