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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궁리한 조선의 선비들 - 청빈과 이익 사이, 조선 선비들의 머니 스토리
곽재식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12월
평점 :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독점 판매자까지 감안해 사회 전체를 볼 때 독점이 일어나면 독점이 일어나지 않을 때보다 이익이 줄어드는데, 이를 사중손실이라고 한다. 독점이 일어나면, 독점자가 조금 더 이익을 보려고 소비자들에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피해를 입히는 일이 생기곤 한다. 그 이익과 피해의 차이가 사중손실이다. 심각한 독점, 겸병 상황에선 사중손실이 굉장히 커지기도 한다.
p.30
말하자면 이런 이야기다. 조선 시대 사람들은 정도전이 겸병을 무너뜨린 일을 보면서 '독점의 피해를 막아야겠다'라는 교훈을 얻기도 했지만, 동시에 '벼슬에 올라 세력을 만들어 나라를 주무를 수 있으면 나라의 힘으로 땅은 얼마든지 빼앗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p.44 [정도전]
뒤집어 보면, 어떤 나라의 화폐 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환율이 점점 오르고 있다면 사람들은 그 나라 정부를 믿지 못하고 그 나라의 법과 제도가 흔들려 결국 화폐 자체의 의미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p.86 [하륜]
이지함은 나라에는 세 가지 중요한 창고가 있으므로 그것들을 잘 활용해야 나라가 부강해진다고 했다. 그 세 가지 중요한 창고는 도덕지부고, 인재지부고, 백용지부고다. 풀이하자면 도덕의 창고, 인재의 창고, 100가지 산업의 창고다.
p.129 [이지함]
경묘법이란 사람마다 차지하고 있는 땅이 어디인지 그 넓이와 위치를 정확하게 정해 장부에 기록해 두고, 실제 넓이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자는 취지의 제도다. 유형원은 땅이 어디에 어느 정도의 넓이로 있는가 하는 내용을 사람들끼리 서로 문서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관청에서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pp.166~167 [유형원]
유수원은 규모의 경제라는 말을 '출원본 중합력' 즉, '밑천을 모으고 힘을 여럿이서 합치는 것'이라는 말로 달리 표현했다. 그리고 그것이 이익을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유수원은 사업의 규모를 크게 키울 경우, 분업과 전문화의 장점이 커진다고 봤다.
p.210 [유수원]
박제가는 더 좋은 물건은 원하는 사람, 더 귀한 물건을 알아보고 비싼 값에 사서 쓰려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그래야 나라의 기술이 발전하고 나라가 부강해질 수 있다고 봤다. 산업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언뜻 보기에 사치스럽고 쓸데없어 보이는 일이라 해도 나라가 풍요롭게 발전하는 데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 것이다.
p.248 [박제가]
『경세유표』는 세상을 잘 경영하려면 어떤 제도를 채택하고 운영해야 하는지 제안한 책이다. 지금 식으로 말하면 '입법' 지침서다. 『목민심서』는 목민관, 즉 지방을 다스리는 임무를 맡은 사람이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 안내하는 책이다. 지금 식으로 말하면 '행정' 지침서다. 『흠흠신서』는 범죄를 수사하고 판결하는 방법을 방대하게 연구하고 정리한 책이다. 지금 식으로 말하면 '사법' 지침서다.
pp.280~281
정약용은 과학기술의 효과를 강조하고자, 기술이 발전하면 더 적은 땅에서 더 많은 곡식을 얻을 수 있을 테니 더 많은 사람을 굶주림으로부터 구할 수 있고 의학 기술이 발전하면 병을 더 잘 치료할 수 있으며 무기 제조 기술이 발전하면 전쟁에서 더 유리해질 거라는 점을 지적했다.
p.290 [정약용]
곽재식, <경제를 궁리한 조선의 선비들> 中
+) 이 책은 경제를 연구하고 제도를 정비하며 국가 경제 전반에 열정을 쏟은 조선 시대 선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대의 경제 전문가, 경제학자 그리고 서양의 고전 경제학자들에 견주어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난 조선 시대 학자들의 생각을 풀어냈기에 흥미롭다.
권력자가 땅을 겸병해 독점적으로 차지하는 문제를 파격적으로 해결하려 한 혁신가 정도전, 유동성을 고려해 통화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자 지폐를 고안한 하륜, 항해와 장사의 달인으로 조선의 산업 및 상업을 주도한 이지함,
노비 해방을 주장하며 공정한 토지 분배 등 공정성과 자율성을 추구한 유형원, 사업의 확장으로 규모의 경제를 꿈꾼 학자 유수원, 검소함보다 소비함으로 얻는 가치, 즉 쓸모의 효용성을 강조한 박제가, 과학기술의 가치를 강조하며 입법, 행정, 사법 등의 영역까지 두루 연구한 정약용.
저자는 이런 학자들의 사유와, 그들이 발간한 저서 그리고 그에 얽힌 일화를 실어 어려운 경제 서적이 아닌 한 권의 재미있는 이야기책으로 이 책을 구성했다.
화폐, 토지, 시장, 상업, 무역 등 조선 경제 전반의 영역을 다루고 있어서 폭넓게 읽을 수 있다. 더불어 조선의 경제를 당대 대표 학자 7명의 의견으로 설명하고 있기에 신뢰감이 든다.
무엇보다 이 책은 관점을 조선 시대에만 두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 시대의 경제관념을 현대의 우리 경제 개념과 비교하고 있어서 배울 점이 있다.
역사와 경제를 아우르는 책이 왜 현대에도 필요한지 알 수 있게 해준 책이다. 어렵지 않게 여러 일화를 엮어 작성했기에 청소년을 비롯해 조선의 경제와 역사 등을 재미있게 읽고 싶은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저자가 서문에서 언급했듯이 '편안하고 재미있게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경제와 돈에 관한 여러 주제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는 목적에 적합한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서 한 걸음 나아가 지금의 경제와 현실을 함께 고려해 돌아보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데 도움이 된 책이었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