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철학하기 - 낯익은 세상을 낯설게 바꾸는 101가지 철학 체험
로제 폴 드르와 지음, 박언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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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하가 걸려버려서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변수들과 그 많은 자료들을 모두 감당하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이래서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긴장과 피로와 신경질이 극에 달한 순간, 이번 체험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제일 먼저 자신에게 물어보라. "내가 오늘 아침에 어디 있었더라?", "오늘 첫번때 약속은 뭐였더라?", "어젰밤 누구랑 있었더라?" 기타 등등. 생활패턴에 따라 질문은 다양해질 수 있다.

p.42  -갑작스러운 질문 던져보기

 

겉으로 보기엔 전혀 특별할 것이 없다. 천까지 세자면 약 15분. 즉 900초 정도의 일정한 시간이 걸릴테고 지루함이 몰려올 것이다. 언뜻 이 체험은 뻔하고 단조로워 보인다.

 

당신은 드디어 천의 고지에 도착했다. 무엇을 배웠는가. 아마 단 하나, 천이라는 수가 굉장히 큰 수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어쨌든 천까지 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15분은 족히 걸리는 일이고, 술술 잘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리고 천까지의 숫자를 한눈에, 한꺼번에 파악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p.85  -천까지 세어보기

 

상상력이란 현실에 덧붙여지는 것, 혹은 현실과 대립되는 것, 현실과 모순되는 것, 현실을 감추는 것이 결코 아니고 그래서도 안된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현실 그 자체를 상상계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p.178  - 상상의 숲 거닐기

 

 

로제 폴 드르와, <일상에서 철학하기> 中

 

 

+) 이 책은 '철학'이 무겁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가까이 있고 일상에서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는 것임을 드러낸다. 즉, 철학을 이론이나 개념이 아니라 '체험'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저자가 권한 여러가지 방법들을 한번 따라해보았는데, 저자의 말대로 그런 행동을 하고보면 그간 내가 생각하던 것들에서 조금 비껴나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를 발견하고, 나를 찾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 저자의 언급대로 빈 방에서 자기 이름을 불러보기도 하고, 나를 찾는 헛수고를 통해 결국 내가 찾는 나는 '생각 속의 나'일 뿐이구나 라는 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과정 속에 있다. 이 책은 무작정 철학의 개념들을 언급하기보다, 독자들 스스로 체험을 통해 철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 좋다. 청소년을 비롯해서 성인이 읽어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 책 속에서 철학적 개념이나 지식을 얻길 바라는 사람은 다른 책을 읽어라. 이 책 속에 개념은 없다. 이 책 속에는 개념이 녹아나는 일상의 철학만 있을 뿐이니까. 오늘 나는 천까지 세어보기를 경험하고자 한다. 그럼 천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지 않을까. 참 기발하다. 이 책에는 기발하고 신선한 생각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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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니야
얀네 텔러 지음, 이효숙 옮김 / 솔출판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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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무언가가 화를 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그 무언가는 기뻐할 만한 가치도 있는거야. 만약 무언가가 기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거라면 그 무언가는 의미가 있는 거야. 하지만 그럴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걸 ... 몇 년 후면 너희는 모두 죽고 잊혀져서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거야. 그러니까 너희도 아무것도 없게 되는 연습을 지금 당장 시작해보는 게 좋을 텐데."

p.12


"의미는 의미야. 그런데 너희가 정말로 의미를 발견했다면 그 의미를 늘 갖고 있을 테지. 그리고 전 세계 언론은 너희가 발견한 것이 무엇인지 이해해 보려고 여전히 여기에 있었을거야. 그런데 그들은 이제 여기 없잖아. 그러므로 너희가 발견한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은 의미가 아니었던 거야. 왜냐하면 바로 그 의미가 지금 존재하지 않으니까!" -

p.146

 

 

얀네 텔러, <아무 것도 아니야> 中

 

 

+) 이 책은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 그리고 의미있는 것, 그리고 결국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 등등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보았을, 그러나 쉽게 결론내지 못했을 그런 화제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자신들이 가장 가치있는 것과 의미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이 단순하지만 잘 드러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극단적이고 잔인하다. 마치 영화로 만들면 희대의 파격적인 작품이 될 정도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매우 잔인하다. 소름끼치도록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두려웠다. 이 소년과 소녀들의 끝에 남게 될 허무와 공허는 어쩌란 말인가.

 

이 작품은 작품성 측면에서 높이 인정받아 좋은 상을 받았다. 아이들의 기준으로 '의미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는 과정은 흥미로웠으나, 그 방식을 이끌어가는 스토리가 잔인하기에 나는 사실 좀 의문이 든다. 그러나 그건 어쩌면 문화의 차이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하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다 읽고 느껴지는 두려움과 찝찝함은 어쩔 수가 없다.) 이 책은 오히려 청소년보다 어른들이 읽는게 낫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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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 - 대한민국 부끄러운 보고서
김학희 지음 / 나무와숲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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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염치다. 올바르고 깨끗한 정신 상태에서 스스로 정한 내면 기준에 따라 부끄러움을 인식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이다. 부끄럽다는 감정에서 유발되는 이성적인 반응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옳은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한다.

p.15

 

부끄러움이 필요한 여섯가지 이유

 

첫째, 부끄러움은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가를 가르치기 때문이다.  

둘째, 부끄러움은 법으로 강제할 수 없는 관습이나 규범을 지키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셋째, 부끄러움은 내가 아닌 남을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넷째, 부끄러움은 사람을 새롭게 발전시킨다.

다섯째,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은 내 안에 선이 있다는 또 다른 표현이다.

여섯째, 이처럼 염치가 사람에게 필수불가결한 덕목으로 자리잡고 인간 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부끄러움이 부족하면 병이 된다.

pp.16~18

 

 

김학희, <염치> 中

 

 

+) 이 책은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과거사가 실려 있다. 염치를 모르는 뻔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풀어놓고 있다. 몇 천억원의 재산을 은닉한 채 비리가 전혀 없는 정치인 행세를 하는 사람부터, 아들의 복수를 대신 해주는 재벌 회장님,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적이 없는 실험에 최초로 성공했다고 대담히 거짓말을 하는 박사님, 똑똑한 제자들 논문에 숟가락 올리고 비슷하게 논문 베끼는 교수님 등등이 이 책에 등장한다.

 

물론 그와 정반대로 염치를 알고 받은만큼 사회에 돌려주는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우리나라 소록도 환자들을 성심성의껏 돌보다가, 자신들이 나이가 들어 짐이 되면 안되겠기에 조용히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간 외국인 수녀님, 가진 것 없이 평생 타인을 위해 살아온 할머님이 그분들이다.

 

사람이 염치를 알아야 사람다운 법이다. 너무 뻔뻔하면 상대방은 참 어이가 없어진다. 살면서 주변에서 점점 염치없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저자의 언급대로 부끄러움은 남을 생각하게 만들고, 내 안의 나를 돌아보며 스스로를 성장하게 만드는 힘이다. 우리는 부끄러움의 미학을 잊지말고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종종 가져야 한다.

 

나는 종종 사람들이 각자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면 우리 사회가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그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비리 같은 것이 있을 수가 없다. 사람들이 좀 더 거품을 빼고, 염치를 아는 생활을 하면 좀 더 따뜻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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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기적
틱낫한 지음, 오다 마유미 그림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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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들이쉬며 몸을 고요히 하고

숨을 내쉬며 미소를 짓네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최고의 순간임을 깨닫네

p.46

 

 '목탁 소리 속에서 / 모든 고뇌를 떨쳐버리네 / 마음은 고요하고 / 슬픔은 멈추었네 / 이제 무엇에도 묶여 있지 않네 / 내 고통과 다른 이들의 고통에 / 귀 기울이기를 배우네 / 마음 속에서 지혜가 솟아나면 / 자비심도 함께 솟아나네'

 

 의식적으로 호흡을 하면서 타인의 마음 속 고통도 들여다볼 수 있다. 의식적으로 호흡을 하면서 정신을 깨우고 타인을 관찰하면 그의 고통이 우리 마음에 와 닿고 동정심이 생겨난다. 그가 겪는 신체적 혹은 정신적 고통을 좀 더 분명하게 이해해감에따라 우리의 자비심도 더 많이 솟아난다.

 동정심과 이해심은 서로를 끌어당기고 서로에게 의존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떤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 조차도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는 변함없이 동정심이 우러나야 한다.

p.74~75 

 

걷기 명상의 목적은 걸음을 진정으로 즐기는 데 있다. 이를테면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해 걷는 것이 아니라 그냥 걷는 것이다. 그 목적은 지금 이 순간에 있기 위함이고,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즐기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근심 걱정을 털어버리고, 미래도 과거도 생각하지 말고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 된다.

p.85

 

인간이기에 우리는 실수를 저지른다. 실수가 없다면 다른 사람을 더 많이 받아들이고 자비심을 갖는 일 등을 배울 기회도 없을 것이다. 실수를 저질렀다고 하여 죄의식의 감옥에 갇혀 있을 필요는 없다.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벌써 쓰레기를 꽃으로 바꾸기 시작한 사람이다. 새로 시작하는 길은 언제나 열려 있으며, 그 길을 걸음으로써 우리는 삶을 의미로 가득 채울 수 있다.

p.158

 

 

틱낫한,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기적> 中

 

 

+) 이 책은 틱낫한 스님이 수행에서 깨어있는 마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읊는 게송이 실려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일상 생활에 필요한 게송들이 적혀 있다. 특별히 어마어마한 의미가 있는 책이 아니다. 그저 아침에 일어날 때, 자연을 볼 때, 통화를 할 때, 분노를 삭일 때 등등 일상에서 겪는 일들에 앞서 그 행위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마음을 평온하게 만드는 게송들이다.

 

이 책은 명상 수련에 도움이 되도록 사람의 마음을 차분히 해줄 수 있는 게송들을 실어 놓았다. 종교적 색채가 있는 편이라 일반 사람들에게 살짝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편안히 모든 것들에 감사하고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함을 인식한다고 판단한다면 한결 나을 것이다. 그 무엇을 하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전달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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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엄마 - 거의 행복한 어느 가족 이야기
무리엘 비야누에바 페라르나우 지음, 배상희 옮김 / 낭기열라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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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건지 아니까 틀림없이 결혼하게 될 거라고. 어쩌면 엄마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내 친구들 중에는 결혼하겠다는 애가 한 명도 없다.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친구들에게 말한다. 우리 가족이 너무 평범하지 않아서 한 번이라도 평범함을 느껴보기 위해 지극히 평범한 가족을 만들어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그러면 친구들이 웃는다.

p.30

 

동성애자로 산다는 것은 몇 가지 특별한 권리를 누리지 못함을 뜻한다. 하나는 세계인권선언에서 말하는 성 때문에 차별받지 않을 권리이고, 또 하나는 결혼할 권리다.

 

누군가 말한다. 실제로 게이나 레즈비언으로 사는 것은 어떤 권리를 얻지 못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몇몇 권리를 빼앗기는 것이라고.

p.37

 

 

무리엘 비야누에바 페라르나우, <두 엄마 - 거의 행복한 어느 가족 이야기> 中

 

 

+) 이 책은 레즈비언 커플인 두 엄마 밑에서 자란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다. 이 소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가족 형태와 더불어 새로운 가족 형태도 존중하고 인정해주어야 함을 전한다. 두 엄마를 둔 아이들은 세상에 나가 그들의 가족에 대해 쉽게 말하지 못하고, 그것 때문에 고민하는 두 엄마의 모습이 등장한다.

 

작가의 말대로 사람들은 성적 소수자들의 아이 입양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그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입장을 생각해보았냐는 말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 부분에 대해 명확히 말한다. 동성 커플의 아이들에게 그 가정이 어떤지 물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들의 입을 다물게 하면서 동성 커플을 보는 어른들의 의견만이 분분한데 그게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두 엄마와 두 아이의 삶이 우리의 일반적인 가정과 별로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부제로 '거의 행복한 어느 가족 이야기'는 지금 우리 가족들의 모습은 아닐까. 아이들의 시선으로 동성 커플의 가정 꾸리기를 바라보니 훨씬 더 진솔하고 단순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다.  우리 사회의 편견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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