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 명함만 없던 여자들의 진짜 '일' 이야기 자기만의 방
경향신문 젠더기획팀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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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평생 일하셨는데요, 혹시 명함 있으세요.

아뇨. 뭐 하러. 안 만들었어요.

ㅡ 그러네요. 인생이 명함이시니까요.

눈뜨면 내가 나갈 자리가 있다는 게 참 좋은 거예요. 예전엔 기도도 많이 했는데 이제 안 해요.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13% 손정애님 인터뷰

내 이름도 잘 얘기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엄마들 모임 가면 20년 가까이 만나도 본명을 모를 때가 많아요. 누구 엄마라고만 부르니까.

늘 내 인생이 뭐였을까 생각하면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밖에 없지 않나 생각했는데요. 이렇게 얘기해보니까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이구나 생각하게 되네요. 지금까지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요.

25% 장희자님 인터뷰

- 이름은 '필수적' 노동, 대접은 '선택적' 사용

필수노동 전반이 대접받지 못하며, 홀대는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35%

어떻게 보면 엄마는 본인이 가진 자갈, 바위, 돌이 섞인 미운 흙들을 온몸으로 고르고 골라 고운 흙만 저에게 주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요. 장갑조차 낄 틈 없이 맨손으로 고르고 골라내느라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렸는데. 저는 엄마의 상처를 보려 하지 않고 내가 물려받은 흙들이 아직도 너무 거칠다고 불평만 했어요.

곱고 예쁜 흙들을 남겨주고 싶었는데 자식들에게 쥐여준 흙이 아직도 부끄럽고 미안한, 그게 일하던 엄마들의 마음이 아닐까 감히 가늠해봅니다.

44% 윤순자님, 마혜원님 인터뷰

도미 씨는 "'엄마', '할머니' 등의 이름으로 하고 있는 수많은 여성 노동을 숭고한 것으로 타자화시키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건 숭고한 희생 같은 게 아니라 현실에 있는 일이자 나의 일로 인식해야 해요."

52%

울 시간이 있어야 울지. 울어도 달래줄 사람이 있어야 울지. 너무 힘들어서 '나는 못 살겠다' 하고 큰애를 업고 주문진 바닷가까지 나왔어요. 무작정 집을 나왔는데 이게 무슨 돈이 있어야지. 돈이 있어야 버스를 탈 거 아니래요. 하루 종일 바닷가에 앉아 있다가 할 수 없이 도로 걸어서 들어갔어요. 용감하지 않으면 울타리를 벗어나기 힘들어요.

누구나 목표를 세우고 과한 욕심만 안 부리면 하고자 하는 걸 이룰 수 있어요. '하겠다'는 생각에 빠져서 자꾸자꾸 키워가면 돼요. 지금은 부러운 것도 없고 시골에 살아도 멋있어.

56%~58% 이광월님 인터뷰

경향신문 젠더기획팀,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中

+) 이 책은 시대를 떠나 우리 곁에 언제나 존재하는, '끝없이 일하면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할머니 혹은 엄마로 불리며 희생이 희생인지도 모른 채 당연한 것으로 치부된 삶을 산 사람들이 그들이다.

아마 처음에는 기획 기사로 제작된 인터뷰였던 것 같은데, 추후 더 많은 여성들의 인터뷰를 담아 책으로 엮은 듯 보인다.

여성들은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 살아가는 것에 길들여져 스스로의 이름을 점차 사용하지 않게 된다. 이런 상황을, 책에서 언급했듯이 '타자화'하기 보다 '현실에 있는 일이자 나의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표현에 공감했다.

'여성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혹은 '여성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려, 그들이 어렵고 힘들게 해내는 모든 일들의 가치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피하지 않고 꿋꿋하게 그 일들을 해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주변 여성들이 많이 생각났다. 가정주부이든, 워킹맘이든 가족 울타리 안에 있는 그 어떤 여성도 자기만 생각하며 사는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 그들은 두세 배의 일을 더 하면서도 늘 가족들에게 미안해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참 모순적이고 아픈 현실이라고 느낀다.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구분 지어 하나하나 따져보자는 말이 아니다. 다만 지금껏 몇 십 년을 당연한 듯 일하고 무가치한 것으로 평가받으며 살아온 여성들의 노력과 마음을 인정하고 그들의 시간을 존중하자는 의미이다.

희생이든 배려든 양보든, 그것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그들이 견딘 시간과 노력과 샘솟는 애정이 지금의 우리를 존재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책 속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왜 '현실에 있는 일이자 나의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는지 이해가 됐다. 사회 구조적인 모순의 개선과 더 많은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정확히 드러낸,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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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고요, 일단 나부터 행복해지겠습니다 - 나를 응원하고 싶은 날, 쓰고 그린 365일의 이야기
하다하다 지음 / 섬타임즈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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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삶의 목표는 '선한 사람'이지만 무작정 '착한 사람'이고 싶지는 않다. 배려하는 걸 좋아하지만 내 마음에 불행이 얹히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다. 배려, 양보, 나눔 앞에서 나는 일단 마음을 사린다. 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잘하기 위해서다.

p.5

"당장 자신을 믿기 어렵다면 시간을 믿으십시오. 열 마리 말이 하루를 갈 길이라면, 한 마리 말로 열흘을 가면 됩니다. 자기를 믿기 어렵다면 자신에게 좀 더 시간을 주십시오.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는 대개 급하게 처리할 일들이 아닙니다."

ㅡ 서천석, <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

p.20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자책하거나 실망하는 일이 더러 있다. 모두 나 스스로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자책하지도 실망하지도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좋은 사람이길 포기하면 된다.

p.24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건,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p.38

사람은 누구나 각자 가지고 있는 생각의 틀이 있다. 멋지게 말하면 프레임이고, 풀어 말하면 어떤 생각을 하든지 결국 생각이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다.

나는 나이가 들수록 생각의 틀을 깨는 사람이 되고 싶다. 유연한 사람이 되고 싶다.

p.65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인생을 사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기적 같은 건 없다고 믿는 삶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일이 기적이라고 믿는 삶이다."

p.115

우리가 늘 '최고'에만 감동받는 건 아니다. 감동은 자기만의 '무엇'이 있을 때, 그 열정과 색깔이 자신 있게 드러날 때도 찾아온다.

p.136

"당신을 위로하려고 애쓰는 사람이 때로 당신에게 도움을 주는 그 단순하고 평온한 말속에서 아무 고통도 없이 편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그 사람의 삶에 고난이 없었다면 그런 위로의 말들을 찾아내지도 못했을 겁니다."

ㅡ 라이나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137

"인생 후반은 그동안 들인 습관으로 결정된다."

도스토옙스키가 말했다. 인생 후반의 행복을 위해 지금부터 할 일은 습관을 잘 들이는 일이다.

p.338

하다하다 글&그림, <됐고요, 일단 나부터 행복해지겠습니다> 中

+) 이 책은 서울을 떠나 제주에 정착하며 살아가는 일러스트레이터 저자의 단상을 모은 것이다. 일기 형식으로 구성하였지만, 2년간의 글을 모아 엮은 것이기에 날짜보다 계절에 더 적합한 글이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제주에 정착하여 지내면서 계절 별 제주 날씨에 맞는 소재를 찾아 글을 적기도 했고, 일기처럼 그날의 하루 중 인상적인 장면을 포착하여 쓰기도 했으며, 오로지 나 자신에 집중하여 편안하게 살아갈 다짐들에 중심으로 작성하기도 했다.

이 책 한 권을 읽다 보면 제주의 사계절이 스치듯 지나간다. 햇볕 좋은 날, 비가 오던 날, 태풍이 오던 날, 눈이 내리던 날까지 제주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상상된다. 그런 날 저자는 삶에 대해, 사람에 대해, 관계에 대해, 자기 자신에 대해 편안하고 따뜻한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

책 제목을 보면서 자책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부터 행복하자는 표현은 나만 행복하겠다는 이기심이 아닌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겁을 낸다. 공동체 중심의 사회문화적 분위기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기에 그런 듯하다.

그러나 저자가 설명했듯이 나부터 행복하자는 것은 '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잘하기 위해서'이다. 나부터 챙기고 아껴야 가족도, 타인도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신적이든 물리적이든, 내가 여유가 없다면 자연스레 타인에게 옹색해질 수밖에 없다.

겸손과 배려의 미덕을 지키려면 그 아래 숨은 희생을 스스로라도 챙겨야 한다고 믿는다. 적어도 자기 자신에게 숨 쉴 틈을 주어야 양보와 배려도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이건 참 어려운 일이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이기에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자기 자신도 지킬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도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문장과 힘이 되는 표현을 많이 본 것 같다. 친구의 말처럼 위로를 받은 구절도 많아서 읽는 내내 용기를 주는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단 나 자신부터 사랑하고 챙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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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을 높이는 생활습관 몸속 최고의 의사, 면역 이야기 2
전나무숲 지음 / 전나무숲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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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스트레스는 '단기간 나를 자극하며, 언제든 피할 여지가 있는' 스트레스다. 반면 나쁜 스트레스는 '장기간 나를 자극하며, 탈출구가 없는' 스트레스다.

좋은 스트레스는 마치 백신 같은 역할을 한다. 좋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같은 종류의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이 생기면서 면역세포가 더 많이 생성된다.

대단한 일을 해야만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쾌한 기분, 자신만의 만족감, 소소한 행복감 모두 스트레스에서 벗어났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무엇이 됐든, 일상에서 작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들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면역력을 유지하거나 높일 수 있다.

가장 행복하게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많이 웃는 것인데, 이 방법이 의학적으로 발전해 '웃음치료'가 되었다.

17~19%

  • 통증 관리를 돕는 운동법

혈액 순환이 잘 되면 오십견도 낫는다. / 매일 하는 기본 운동으로 맨손체조를 한다. / 요통이 있을 때는 조금씩 움직인다.(무리하지 말고 윗몸을 앞으로 숙이거나 뒤로 젖히고, 좌우로 돌리는 운동을 꾸준히 한다.) / 무릎 통증에는 누워서 하는 자전거 타기가 좋다.

37%

  • 나이와 체력에 맞는 운동 선택하기

- 20~30대에는 테니스, 축구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해도 체력이 있어 괜찮지만 40대 이후에도 격렬한 운동을 계속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 40대 이후에 알맞은 운동은 지구력을 키우는 걷기와 수영, 자전거 타기이다. 걸으면 다리와 등, 배의 근육이 단련된다.

- 운동을 할 때는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으로 간단한 체조나 스트레칭을 해서 몸을 풀어야 한다.

48%

햇볕을 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햇볕을 쐬는 시간'이다. 대체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사이, 하루에 10~15분 정도는 햇볕을 쐬어야 한다. 여름에는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자외선 B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그 시간대를 피해 햇볕을 쐬어야 한다.

53%

우리나라 사람들이 커피를 즐기다 보니 수분 부족 상태는 흔한 일이 되었다. 커피 한 잔에 물 2잔 정도의 수분이 체외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커피를 좋아하거나, 하루 물 섭취량이 2L가 안된다면 이제부터라도 틈틈이 물을 마셔주는 것이 면역력을 지키는 데 효과적이다.

73%

  • 면역력을 높이는 식품을 충분히 먹자

- 전체식품을 먹는다.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현미, 콩, 깨와 머리부터 꼬리까지 다 먹을 수 있는 뼈째 먹는 생선 등)

- 효소가 살아있는 발효식품을 먹는다. (청국장, 요구르트 등)

-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와 해조류를 충분히 먹는다. (채소, 해조류, 버섯, 콩 등)

- 항산화 식품을 먹는다. (과일, 채소, 씨앗, 뿌리 등)

81%

림프액의 순환 속도가 정상 상태보다 느려지는 것은 면역력이 약해졌음을 의미한다.

면역세포가 모여 있는 림프절은 주로 귀밑 샘, 목, 쇄골, 겨드랑이, 복부, 서혜(사타구니), 오금에 위치해 있다. 이곳을 매일 10분 정도 가볍게 마사지해주면 림프액의 순환이 촉진된다.

89%

전나무숲 편집부, <면역력을 높이는 생활습관> 中

+)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시기를 지나오면서 우리에게 면역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해당 출판사에서 면역력과 관련하여 기획 출판한 책들 중 한 권이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 무엇이 있는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우선 스트레스에도 좋은 스트레스와 나쁜 스트레스가 있음을 설명한다. 우리 스스로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을 확인하면서 면역력이 높아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좋은 스트레스이다.

다시 말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고 해결 후에 자존감이 높아지면서 스트레스가 줄어들기에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되도록 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적당한 운동과 박장대소하듯 많이 웃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좋다고 한다. 역시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운동은 각자의 연령대에 맞는 것을 추천한다. 나이 대에 맞지 않게 무리한 운동을 하기 보다 자기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 적당히 할 것을 권한다. 스트레칭, 걷기, 햇볕 쬐기, 혈액 순환을 돕는 목욕하기, 음주와 흡연을 줄이기 등을 제안한다.

또 평소 식사는 효소가 풍부한 식품, 식이 섬유가 많은 식품, 그리고 채소와 과일 등의 항산화 식품 등으로 구성할 것도 제시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식재료들이므로 그 양을 조절해서 반찬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리고 우리가 가볍게 아플 때 먹는 해열제, 진통제, 항생제 등의 약물도 남용하지 말라고 언급한다. 특히 면역력을 지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림프액 순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림프절 마사지를 추천한다. 더불어 복식 호흡과 명상으로 심신 안정에 도움을 줄 것도 이야기한다.

이 책은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특별한 방법들을 제안했다기 보다,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지킬 수 있는 평범하지만 기본적이고 중요한 방법들을 설명했다고 생각한다. 알고는 있지만 지키지 않는 것들의 가치를 다시 한번 강조한 책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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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
한봉선 지음 / 바른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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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나이 육백 살 한 때 나는 도깨비의 친구였네

내 나이 육백 살 한 때 나는 당산나무였네

내 나이 육백 살 지금은 바람이 부르는 노래라네 -

눈물이 나오려했어.

그러자 그 애가 사과했어.

"미안해, 대신 소원을 들어줄게."

정말 어이없지? 소원을 들어준데,

자기가 무슨 도깨비라도 되는 줄 아나봐.

정말 신 나는 하루였어

김서방은 최고였어.

다른 무엇보다 최고인 건,

김서방이 내 편이라는 거였어.

한봉선, <초코파이> 中

+) 이 책은 초등학생들이 보기에 좋은 그림 동화책이다. 특히 내성적이라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쉽게 상처받는 아이들이 보면 힘이 될 듯하다. 동화의 주인공은 경수와 김서방이다.

학교에 온전히 자기 편이 없어서 머뭇거리며 소극적이던 경수에게 어느 날 새로운 친구 김서방이 나타난다. 김서방은 경수의 초코파이를 한 입에 먹어놓고, 속상해하는 경수에게 바로 사과를 하며 소원을 들어준다고 이야기한다.

소원이라니? 경수는 어이가 없어서 웃지만, 막상 소원을 말하려고 하니 잘 생각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갑자기 소원이 뭐냐고 묻는다면 딱히 떠오르는 게 없지 않을까. 복권 당첨 등의 소원도 있겠지만, 어린아이인 경수에게 그 순간 그 소원이 생각날 리가 없다.

일단 소원을 미루고 둘은 학교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실컷 논다. 경수는 너무 행복하고 즐거워한다. 오로지 자기 편인 친구 김서방이 생겼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이라도 자기 편이 생긴다는 것, 그리고 함께 축구를 하며 실컷 놀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경수에게 소원은 큰 의미가 없다. 그 자체로 행복인데 더 큰 행복을 생각할 겨를이 있을까.

이 동화는 여러 번 곱씹어 읽을수록 의미가 있다. 친한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소원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는 점에 흐뭇해하며 읽었다. 이렇게 즐거운 시간만큼 소중하고 의미 있는 추억은 없다.

또 책 속의 그림을 자세히 보며 동화 속 비밀을 풀어가는 재미도 있다. 등장인물들의 관계도 호기심을 갖고 살펴보며, 그들의 소원이 무엇이었을지 짐작해 본다면 순간순간 미소를 짓게 된다.

초등학생들이 읽어도 흥미롭겠지만, 부모가 어린아이들에게 읽어주며 함께 동화 속에 숨어 있는 매력을 찾아본다면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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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를 산책하는 중입니다 - 헤매던 생각이 모여 내 삶에 스며드는 시간
댄싱스네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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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번에 몇 가지 대상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서

시간이 지나 생각과 마음의 방에 또 다른 대상이 들어오면

그 전에 어떤 힘든 일이 있었던 크게 애쓰지 않고도 잊어버리게 된다.

마음이 포화 상태가 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걱정의 총량에는 어차피 한계가 있다는 것.

그렇기에 그저 나를 기다려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

2%

노동으로 오늘의 감정을 전부 소모한 인간은

친밀한 타인에게 친절하기 어렵다.

그러니 평일에는 '다정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정도를 목표로 하자.

그것만으로도 서로의 진심을 전하기에는 충분할 테니.

21%

나이 들수록 깨닫게 되는 건

힘든 일을 얼마나 드러내는지 그 정도에 따라

겉보기에 더 힘들어 보이거나, 덜 힘들어 보일 뿐이라는 것.

누구의 삶이 더 낫다, 못하다고 비교할 수 없다는 말이다.

고된 일상의 틈새에 웃을 수 있는 건

아무런 걱정 없이 행복하기만 해서가 아니다.

때로 웃기 위해 웃으며 살 때도 있는 것이다.

많이 웃는 사람들은 알고 있다.

사실 그것 말고는 인생이 별것 없다는 걸.

25%

일이 생각처럼 안 풀리는 날에는

'이게 내 한계인가?' 같은 생각이 잠시 머릿속을 스칠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곧바로 머리를 세차게 가로저으며 뇌인다.

'아니, 이건 지금의 내 상태야. 한계가 아니라.'라고.

47%

매일 100퍼센트 노력을 하고 살다가는

언젠가 내 영혼은 탈탈 털리고 앙상한 뼈마디만 남을 것 같아 두렵다.

정신과 의사 정우열 선생님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의 인생 모토는 80점으로 살자"라고.

49%

지속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는 늘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단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내일 한 번 더 하는 것이다. 그래도 내일 또 걷는 것이다.

너무 큰 기대를 갖지 않고 그냥 계속 해나가면 된다.

64%

댄싱스네일, <나의 하루를 산책하는 중입니다> 中

+) 이 책은 매일 산책하듯 살고 싶다는 저자의 생각을 바탕으로, 단상 형식의 에세이와 저자가 그린 그림으로 구성되었다. 편안한 그림에서 묻어나듯이 저자는 단순하고 가볍게 살고 싶은 마음이 큰 사람 같다. 그가 써 내려간 문장들은 하나같이 진솔하고 따뜻하면서 위안을 준다.

이 책의 제목처럼 저자의 문장을 접하고 있을 때마다 볕을 쬐며 한 걸음씩 걷고 있는 기분이 든다. 말 그대로 산책하듯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기에 공감되는 부분이 곳곳에 있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생각만 하고 표현하지 못하는 어떤 상황과 감정들을 포착해서 묘사하는 능력이 좋은 사람 같다. 글로도, 그림으로도 그 순간과 마음을 구사할 수 있다는 건 섬세한 감정선이 있으며 세밀한 관찰력을 가진 사람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에세이집이나 자기 계발 서적이 많은 시대에서 저자의 문장이 와닿는 건 개인적으로 마음을 건드리는 지점이 비슷하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래서 기존에 읽었던 저자의 책에서도, 그리고 이번 책에서도 다정한 위로와 포근한 토닥임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삶에 여유를 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산책하듯 거니는 하루가 필요하다면, 가볍게 이 책을 읽으면서 산책하는 여유를 잠시라도 느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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