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선물 - 세상을 떠난 엄마가 남긴 열아홉 해의 생일선물과 삶의 의미
제너비브 킹스턴 지음, 박선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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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아무리 화가 난 순간에도 우리에겐 그런 다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우리에겐 싸울 필요가 있었고, 그 순간들이 너무 소중했다. 그런 모든 다툼과 성난 외침 뒤에는 우리가 결코 가질 수 없는 다른 것들의 그림자가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내가 데이트를 하러 나갈 때 어떤 옷을 입을지, 절대 간섭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나중에 어떤 남자친구를 만나고, 어떤 대학을 선택하고,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을 기르든, 내 생각을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

p.71

오빠와 나는 나중에 따로따로 엄마에게 가서 엄마가 죽는 순간에 우리 방에 있고 싶다고 말했다.

그날 밤, 오빠와 나는 둘 다 아래층에 있었다. 나는 '그 일'이 일어나면 내가 알아챌 거라고 생각했다. 마음속의 어떤 문이 열리거나 닫힌다거나, 빛이 어떻게 변한다거나, 내가 뭔가를 감지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오빠는 계속 게임만 했고, 나는 옆에서 오빠를 응원하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날 밤, 오빠는 엄마의 시신을 보고 나서 게임 CD를 전부 꺼내 뒷문 밖의 빗속으로 모두 던져버렸다.

p.119

"네가 너무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어서 너 자신을 믿지 못하고, 네 삶에서 당연히 누려야 할 행복과 사랑, 네 삶과 미래에 대한 권리조차 의심하게 될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그런 의심은 부디 거두길 바란다. 너는 네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삶을 살 권리가 있으니까."

p.132

"그렇다면 결국에 가장 중요한 건 뭘까? 엄마는 우리가 자신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진실한 모습으로 사는 거라고 생각해.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친절, 연민, 행복한 감정으로 기억되는 것, 고통과 아픔은 최소한만 남기고 떠나는 것, 그런 것들이라고 생각해.

엄마가 남기고 가는 진짜 보물은 너희 둘뿐이고, 너희는 너희 스스로 이루었으니까."

p.234

"정말 이상해요." 나는 버트 샐러드를 포크로 찌르며 말했다.

"엄마가 살기 위해 그렇게 애쓰는 모습을 다 봤으면서 아빠가 그랬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싸웠는데......"

"그치만." 이모는 내 비트를 포크로 찍어 먹으며 말했다.

"아빠가 엄마만큼 열심히 싸우지 않았다고 생각할 이유가 있을까?"

p.304

"우리 둘 다 스스로의 존재 가치에 대해 너무 자신이 없어서 자신의 가치를 계속 상대에게 확인받으려 했고, 조그만 비난에도 크게 상처받았지.

하지만 자신의 가치는 다른 사람한테서 찾을 수 없는 거란다.

엄마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하기 위해 정말로 잘 준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고 싶어서란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진정으로 자신을 알고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

우리는 주는 것과 받는 것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은 물론 상대도 용서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지녀야 해. 자신만의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상대방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줄도 알아야 하지. 또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책임진다는 생각이 필요해. 우리는 이런 힘을 모두 내면에 지니고 있단다. 우리가 얻는 행복의 원천은 다른 곳이 아닌 자기 내면에 있어야 해."

pp.353~358

제너비브 킹스턴, <마지막 선물> 中

+) 이 책은 어렸을 때부터 아픈 엄마와 함께 지내면서 인생에 종착지가 있다는 걸 일찍 깨달은 저자의 진솔한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어린아이일 때도 늘 엄마가 아팠기 때문에 엄마가 자기 곁을 떠나지 않기를 바랐고, 엄마가 하루라도 더 곁에 있어주길 바랐으며, 기적처럼 엄마가 다 낫기를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그럴 수 없다는 점과 마음의 준비라는 과정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자녀들을 바라보며 엄마는 자신이 없는 동안 아이들이 느낄 공허감을 채워주기 위해 편지를 쓰고 영상을 남긴다.

엄마는 자신이 떠난 후 아이들의 인생에 기념이 될 만한 일들을 떠올리며 그날 풀어볼 수 있는 선물 상자를 남긴다. 그 안에는 편지 혹은 영상, 선물이 담겨 있는데, 저자와 저자의 오빠는 특별한 날마다 그 상자를 열어 엄마의 편지를 본다.

그걸 작성하는 내내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지 생각하며 마음이 아프면서 동시에 따뜻해진 그런 글이었다.

엄마는 자신이 낫기 위해 노력한 시간들을 미안해하며 오히려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음을 미안해한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스스로를 더 사랑하고 아끼며 가치 있는 삶을 살기를 소망했다.

사실 저자는 엄마를 잃고서 마음이 아파 방황할 때가 많았다. 대학에 적응하지 못해서 떠나기도 하고,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괴로워하기도 하며, 아빠가 새엄마와 결혼해 살 때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또한 아빠의 죽음 앞에서 무너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순간에 엄마의 편지는 늘 함께했다. 아마도 엄마는 자신의 편지가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일지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작성했을 그 편지가, 이런 순간마다 저자에게 곁에서 묵묵히 손을 잡아주는 존재이지 않았을까 싶다.

10대와 20대 모두를 다사다난하게 보낸 저자의 삶이 안타까워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 과정을 삶의 과정이라 여기며 엄마의 말처럼 자신을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저자는 이미 성공했는지 모르겠다. 이 책을 만들면서 외면하거나 지우고 싶었던 순간들도 있었을 텐데 수용하며 용기 있게 적어내려갔기 때문이다. 엄마의 선물은 마지막 선물이면서 인생의 선물인 듯하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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