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리아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62
S.S. 반 다인 지음, 안동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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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반다인은 트릭이 너무 가볍지 않느냐고 하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 처녀작 <벤슨살인사건>도 그렇고 <그린살인사건>, <케닐살인사건>, <가든살인사건>, <딱정벌레살인사건>등 여러 작품에서 상당한 트릭을 구사하고 있다.

반다인이 그런 오해를 받는 것은 그가 극도의 충격적 결말은 피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는 탐정이나 해설자가 범인이라는 식의 독자가 깜짝 놀라는(그의 말을 빌면 독자를 속이는...) 설정이 없다. 그의 작품에서는 항상 용의자가 범인이다.(그것이 가장 의심을 덜 받던 사람이라 해도...) 이것은 상상력의 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스로가 정하고 고집스럽게 추구한 페어플레이 정신을 지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회피한 까닭이 더 크다. 그리고 그런 오해에는 <카나리아 살인사건>의 영향도 크다.

이 작품은 트릭과 물적 요소를 철저히 배제하고 오로지 심리학만을 추구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범죄심리학이 번스 특유의 현학적 어투로 마구 흘러나오니, 반다인의 팬이 아니라면 읽기가 고역일지도 모르겠다. 이제까지의 트릭과 물적증거 위주의 추리소설에 대해 심리학 중심의 카나리아 살인사건은 매우 청신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나, 심리학만으로는 범인이 누구인가를 맞출 수는 있어도 그것을 증명할 길이 막막하다. 그런 의미에서 카나리아 살인사건은 절반의 성공이라 하겠다. 반다인 역시 이 작품이후 물적 요소의 비중을 눈에 띄게 증가시켰다.

심리학에 치우친 나머지 트릭이 평범한 것이 불만이고 논리의 비약이 너무 심한게 아닌가도 싶지만, 대가의 작품으로 손색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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