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미스터리의 일인자 가드너의 처녀작인 <비로도의 손톱>은 사흘반이라는 집필기간을 의식하지 않아도 날림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고, 주인공의 직업만 다를 뿐 해미트와 챈들러의 아류라는 평가에서 벗어날 아무 특징이 없다. 작가의 두번째 작품인 <토라진 아가씨>와 어찌 이리 딴판인지 신기할 정도다. 아직 읽지 않은 작품이 많아서 속단하긴 어렵지만, 동서 목록 중에서 거의 최악에 속하지 않나 싶다.마지막 반전은 트랜트 최후의 사건같은 작품을 의식해 억지로 끼워넣은 느낌이다. 트릭이나 추론에서도 우수한 점을 찾을 수 없다. 총이 두번 발사 되었다는 것을 설명하는 장면은 정말 맥빠진다. 어떻게 경찰이 살인흉기인 권총에서 총알이 발사된 횟수를 소홀히 할 수 있단 말인가...홈즈나 포와로, 퀸, 번스 등 거물급 탐정의 첫등장과는 달리 메이슨의 개성에 대한 묘사가 적다는 것도 불만이다. 비서 델라와 사립탐정 폴과의 관계형성과정에 대한 언급도 없다. 한마디로 팬서비스가 엉망이다. 아마도 가드너는 메이슨을 1회용 캐릭터로 생각한 것 같다. <토라진 아가씨>에 비해 한참 뒤지고, <의안살인사건>, <행운의 다리 미녀>와 비교해도 두어수 아래라 느껴진다. 예전에 이것이 정녕 가드너의 작품이란 말인가라는 한탄을 절로 나오게 했던 <잊혀진 살인>보다 조금 나은 정도이다. 가드너의 거침없는 문장과 메이슨의 데뷔라는 것 말고는 다른 의미가 없어 보인다.가드너의 다른 작품들이나 헨리 세실의 <법정밖 재판>같은 법정물 특유의 묘미를 기대하지 마시라! 이 작품에는 법정장면이 아예 나오지도 않는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