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화살의 집 동서 미스터리 북스 25
앨프레드 메이슨 지음, 김우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화살의 집>, <노란방의 비밀>, <트렌트 최후의 사건>, <빨간집의 비밀>, <어둠의 소리>, <붉은 머리 레드메인즈>... 열거한 작품들의 공통점은?

첫째, 추리소설 제이황금기의 초엽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도일로 대표되는 단편추리소설과 반다인, 크리스티, 퀸 등 장편의 거장들을 연결시켜주는 교량역할을 수행하였고, 이들 3대 거장의 작풍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둘째, 제일황금기 단편추리소설의 한계였던 단순 추리퀴즈 같은 모습과 기계적 트릭 일변도를 극복하고, 심리적 측면을 강조하고 인간성의 탐구에 보다 진지한 자세를 보이며 묘사에 있어서도 좀더 세련된 기교를 도입하여, 문학으로서의 추리소설을 업그레이드시켰다.

셋째, 추리소설 이외의 문필분야에서 상당한 명성을 지닌 실력가들의 작품들로, 추리소설을 전업한 사람이 드물고 추리소설분야에서의 저작은 대개가 과작이다.

넷째, 문학적 측면에서의 장편추리소설의 형식은 이때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추리소설적 측면-결말의 의외성ꋯ추리기법의 다양화ꋯ홈즈의 그늘을 벗어난 탐정 캐릭터의 개성 확립에서는 이들 이후에 활약하는 3대 거장의 작품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약간의 손색이 있다.

다섯째, 추리소설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항상 언급되는 중요한 작품들이나 오랫동안 책을 구하기 어려워 매니아들의 애를 태우다가, 최근 동서추리문고가 부활하면서 한꺼번에 재등장하였다.

이작품의 주인공 탐정은 홈즈를 연상케 하는 이지적 탐정 아노인데 홈즈에 비하면 대인관계가 더 좋고 인간미가 좀더 느껴진다. 홈즈가 경찰에서 일한다면 이런 모습이지 싶다. 작품의 전반적 구성은 흥미를 유발하는 기괴한 발단→서서히 고조되는 추론과정의 전개→반전→의외의 범인체포에 의한 결말과 이에 대한 해명으로 이어지는 당시에 확립된 장편 미스터리의 정형적 구성을 모범적으로 취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추리소설적 측면 특히 의외성의 차원에서는 그다지 뛰어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느 한사람이 지속적으로 의심을 받다가 마지막에 가서 전혀 다른 사람이 범인으로 밝혀진다는 전형적 구성을 가지는데 3대 거장에 익숙한 추리독자라면 어렵지 않게 결말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초기의 작품이니 만큼 이 시기의 걸작들이 현대의 우리에게 매번 어디서 본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이후 작가들의 계속된 모방과 응용 때문인 까닭이 크지만, 이시기의 작품들이 대체적으로 의외성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의외성 부족을 지적하며 애써 이 시기의 추리걸작들을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 의외성이라는 것이 추리소설의 중요요소이기는 하나 결코 본질은 아니며, 이 시기는 장편 추리소설의 정립기로 파격보다는 정형의 완성이 시급한 때였고, 또 작가들이 전업추리작가들이 아니고 대개의 경우 극도의 과작인지라 후기의 작풍변화를 시도할 기회가 없었다는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추리소설 제이황금기의 첨병역할이라는 이들의 공로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작품은 추리소설의 심리적 측면-탐정과 범인의 고도의 심리적 두뇌 싸움이 특히 두드러진다. 범인은 탐정을 시험하고 탐정은 함정을 파고 범인의 반응을 지켜보는 많은 장면들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런 장면들은 초독에서는 별 주의 없이 지나치기 쉬운데, 재독을 한다면, 무심코 지나쳤던 대사나 행동들이 사실은 깊은 의미를 숨긴 의도적 언행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초독에서 느끼지 못한 새로운 재미와 긴장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초기 장편추리설의 대표적 작품인 <독화살의 집>은 결말의 의외성과 트릭의 기발함의 측면에서 크리스티나 퀸의 대표작에 비해서는 약간의 손색이 있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미스터리 매니아로서 꼭 읽어야 하는 고전’에 분명히 속하며, 초기 장편추리소설의 미덕을 충실히 갖춘 이 작품은 특히 범인과 탐정의 보이지는 않는 그러나 불꽃 튀는 심리적 대결 장면에 주목한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추리독자들을 만족시키리라고 판단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