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계곡 엘릭시르 셜록 홈스 전집
아서 코난 도일 지음, 권도희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달랑 4권뿐인 셜록 홈즈 장편의 마지막 권. 구조적으로 처녀작인 <주홍색 연구>와 같은 2중 구조를 가지지만, 내용적으로는 한결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 전반부의 트릭과 추론도, 후반부의 스토리텔링도 진일보하였다.

 

본작의 가장 큰 매력은 후반부의 매력적인 스토리인데, 마치 한편의 잘 빠진 하드보일드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출간년도가 1914년이니 소위 하드보일드의 시조라는 해미트가 등장하기 한참전이라는 걸 감안하면 퍼즐러 뿐 아니라 하드보일드 역시 도일에게 상당부분 빚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도일 장편중 최상작으로 꼽히는 <바스카빌가의 사냥개>를 제쳐놓고 <공포의 계곡>을 최고로 꼽은 딕슨카 역시 이런 맥락이 아닐까 싶다. 현대 추리소설에서 많이 유행하는 서술트릭이 살짝 끼얹어 있는 것도 포인트.

 

도일 작풍의 특징 중 하나가 아무리 선정적이고 끔찍한 상황일지라도 품위있게 묘사한다는 것인데, 이작품이야말로 작가의 그러한 스타일이 잘 표현되어있다. 작품의 소재인 스카우러스는 살인, 강도, 폭력을 아무렇지않게 해치우는 극악무도한 범죄집단이지만, 도일은 특유의 절제된 유머를 동반한 점잖은 서술로 선정성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긴장감 없고 시시한 작품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도일 묘사의 현장감과 리얼리티는 장르문학 전체의 모범으로 삼아도 될 정도로 최상급이다.

 

일반 추리소설 형식인 전반부와 하드보일드 스타일인 후반부 모두 작가의 명성에 걸맞게 잘쓰여진 걸작으로 개인적으로 도일의 4권의 장편중 최고로 꼽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