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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윤이에요
헬렌 레코비츠 지음, 박혜수 옮김, 가비 스위앗코스카 그림 / 배동바지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인 가족. 여자 아이는 아빠에게 '윤'이 아닌 'Yoon'을 쓰는 법을 배우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름을 적는 연습을 하라는 종이를 받아놓고 아이는 엉뚱한 단어들만을 쓰기 시작합니다. 공부 시간에 배운 'cat'을 쓰고 친구가 나눠준 'cupcake'를 쓰고...그때마다 그림 속의 아이는 고양이가 되고, 컵케이크가 되어있습니다.
선생님에게 마음을 표현하면서 아이는 이제 종이 한 가득 'Yoon'을 써서 냅니다. 선생님은 '네가 윤이구나' 하면서 꼬옥 끌어안아주십니다.
몇 장 안되는 그림책에서 정체성을 운운하면 과장이 될까...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언어로 자기 이름을 써내야 하는 윤이라는 아이에게서 정체성이 확립되어가는 과정이 그려졌다고 본다.
선생님이 자기를 안 좋아한다는 것 같다면서, 한국에서보다 덜 좋아하는 것 같다는 아이의 말에 엄마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너 자신에 대해서도 참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해준다.
이 책은 외국인 작가와 화가의 그림책이다. 외국인이 그린 한국 아이...그 모습이 참 낯설다. 아무리 후하게 점수를 주려 해도 중국인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그림이 생경해서 그런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느낌의 그림은 아니다. 무엇인가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그림이라 별 다섯 개를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새로운 느낌이 든다. 하긴 우리도 유럽인과 미국인을 구분할 수 없으니 서양인의 눈에 동양인은 다 이렇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보면서 아이에게 우리는 구별되는 중국인, 일본인과 차이점이 서양인에게는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도 말해줄 수 있었다.
이민 사회에서만 정체성이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렇게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는 그림책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이름을 영어로 써내는 윤에게 환하게 웃으며 포옹해준 선생님처럼, 우리의 아이들이 그렇게 정체성을 확립해 나갈 때 '바로 너구나'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그런 부모가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