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아이는 자고 남편은 좀 늦는다고 했다. 또 술 마시고 들어오는거 아니야 하면서 소파에서 뒹굴뒹굴 이재철 목사님의 <사랑의 초대>를 읽고 있었다. 달마다 새로운 주제의 이야기가 합본된 책인데, 하필 그 때 읽는 부분이 천생배필이라는 개념을 기독교 입장에서 풀이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새록새록 '맞아...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들면서 내 마음이 한결 누그러졌다. 고맙게도 남편은 정말 밥만 먹고 왔다.
여름성경학교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요즘 계속 그 일에 신경쓰고 있는데...어제도 예배 후 모든 선생님들과 준비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집사님 한 분이 그러셨다.
정말, 애 많이 쓴다. 혼자서 이걸 다 준비하느라 애썼겠다.
그 집사님은 나랑 나이 차이는 얼마 안 나지만, 신앙 연륜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나는 이제 막 믿는 그래서 말 그대로 직분 없는 성도이고 ,그 분은 모태신앙으로 순장 사역까지 하는 분이다. 그 분 또한 찬양과 율동 준비로 바쁘셨을 분이기에...
에이, 뭘요. 집사님도 율동 준비하시느라 애쓰셨잖아요 했지만...
오늘 아침에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를 읽고 있는데 이 일이 떠올랐다. 그래...과정 중의 격려, 표현하는 격려가 의외로 큰 활력소가 되어줌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알고 보면 인간은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태어나서 스스로 걷고 먹기까지 인간만큼 오랜 육아기간을 가지는 동물도 없다. 그리고 사회에 들어가는 한 사람의 성인이 되기까지는 또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여전히 미성숙한 채 어른이 된 사람도 너무 많지 않은가)
나와 남편은 아이가 자기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으로 컸으면 한다. 남들은 우리 부부를 보고 밝다고, 털털하다고 그러지만 우리는 둘 다 우울모드의 사람들이다. 친구도 부모도 잘 모르는 이 내면을 서로 귀신같이 알았기에 연애하고 결혼한 것 같다.
그런데 부모인 우리가 스스로 행복한 사람들이 아니기에, 아이에 대하여 남편은 지나친 허용을, 나는 지나친 억압을 해 온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더 득세하고 있었으니 아이는 지나치게 규제 받으며 컸다. 네가 행복한 줄 모르는구나 하고 내 맘대로 아이에게 지껄인 적도 있다. 아이가 자신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행복하다고 느끼며 커가게 하는게 의외로 참 어렵다. 내가 아이의 신앙 교육에 열심인 것은 아이에게 고갈되지 않는 행복감을 줄 수 있는건 신앙뿐이라는걸... 내가 믿음을 갖고 나서야 알았기 때문이다.
요며칠 책을 읽는데 그에 맞는 상황이 일어나곤 했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 물어 신앙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었다. 살면서 안 맞는 사람, 이해 안 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지금 모난 구석을 갖고 있는 저 사람, 내가 그와 똑같은 성장과정과 경험을 갖게 되었다면 나라고 별 수 있었겠는가...그래서 너무 많이 미워하지 않으려고 한다. 좀더 많이 사랑하려고 한다.
인생은... 아름답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
나는 당신을 참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