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긋기의 어려움 - 고종석 시평집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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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씨 애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는 학생 시절 그의 지독한 독자였다. 지독했다는 것은 그의 말을 의심할 줄 몰랐다는 뜻이다. 나는 이 창비 엔지니어의 지적 도덕적 권위에 주눅들어 최소한의 합리적 의심마저 내던지고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던 것 같다. 그런 식의 독서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걸 깨달은 건 서른이 다 돼서였다. 어떤 공인된 전문가도,어떤 공인된 대가도 틀릴 수 있다.
술에 취해 한 말이라 그럴 수도 있고, 격정이나 편견이나 이해관계에 휘둘려 쓴 글이라 그럴 수도 있고, 그가 본디부터 이름에 미치지 못하는 헐렁이여서 그럴 수도 있다. 그것을 잊지 않는 것이 지적 독립의 첫걸음이다.-238쪽

그만저만한 수준의 주목을 원하는 여느 사람에게 넘버쓰리 자리는 복이다. 그것은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거나 두번째로 소중한 사람이 되는 건 괴롭다. 누군가의 넘버원이 되면 그 사람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하고,넘버투가 돼도 넘버원의 경계와 의혹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2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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