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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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본 서평에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실 분들은 안보실 것을 권합니다.


 

기대도 많고 말도 많았던 1Q84 3권을 저도 읽게 되었습니다. 이 3권이 의혹을 낳았던 점은 3권으로 끝날 것인가 4권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덴고와 아오마메는 3권 마지막에 만나게 되지만 후카에리를 통해 드러난 '선구'의 리틀피플, 공기번데기 이야기가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사실 기존의 무라카미 하루키 스타일로 보면 3권으로 그냥 끝나도 이상할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범인이 누구고 어떤 트릭이었는지에 대해서 밝히는 방식의 소설을 써온 것은 아니니까요.


 

우선 3권 이야기를 해보면 1, 2권에서 지속되어 온 덴고와 아오마메가 화자가 되는 패턴에서 이번에는 우시카와까지 화자가 되어 세 사람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덕분에 우시카와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언급됩니다. 우시카와는 아오마메를 뒤쫓게 됩니다. 끈질기게 자료를 수집하여 진상에 가까운 추측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증거가 없기에 '선구'쪽에 제시하길 꺼립니다.




한편 2권에서 자살 시도를 했던 아오마메는 3권에서는 마음을 바꿉니다. 덴고를 만나기위해서 좀 더 살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지속적으로 덴고를 기다리는 일상이 시작됩니다.




덴고는 여전히 아버지에게 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가게된 진짜 이유가 등장합니다. 그녀의 사건이나 덴고의 존재는 어떤 진실을 담고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캐릭터들이 그래왔듯이 - 그러나 살짝 독자들에게만 그 이야기를 추측하게끔 알려줍니다. 그리고 덴고는 지혜를 얻습니다. 고양이 마을을 떠나 돌아옵니다.




이야기들은 순차적이라던가 동일 시간을 품고 있지는 않고 조금의 차이가 있어서 읽으면서 순간순간 추리를 하게 됩니다. 절묘해졌달까 1, 2권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부분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이 그래왔듯이 화자에게는 지혜를 주는 사람이 있어 각각의 캐릭터는 그것을 통한 감응으로 더 나아가게 됩니다. 결국 덴고와 아오마메는 만나고 이 1Q84의 세계를 빠져나갑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달이 하나인 세계입니다. 그러나 광고 에소 간판의 호랑이가 좌우가 바뀌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은 1984년도 1Q84년도 아님을 예측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오마메가 다마루와의 대화에서 생각했듯이 덴고와 있다면 어느 세계라도 상관없다고 여깁니다.




그리고 그들이 떠난 이 1Q84의 세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독자들에게만 추측하게 합니다. 리틀피플의 공기번데기 만들기 말입니다. 그 1Q84년에서 행해지는 공기번데기를 통해 만들어진 도터는 그들이 새로 당도한 세계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지 어떨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일본은 신학기가 4월에 시작되어서 그때부터 카운터했을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혹시 이들이 1Q84년에서 다시 1984년으로 돌아와서 4권은 '1984 BOOK4 1月~3月'이란 타이틀을 걸고 새로운 1984년으로 가는 것은 아닐까란 추측도 해봤습니다. 과연 이 소설의 4권이 등장할지 혹은 새로운 이름을 단 2부작이 출현할지는 알 수 없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식의 소설로는 이 3권의 결말도 충분히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그는 러브 스토리를 씁니다. 그의 소설 속 캐릭터는 대체적으로 떨어져있고 만나기 힘들고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지만 그림자가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결국 그 이유를 찾아내고 그리워하고 만나게 됩니다. 그것이 파국으로 치닫거나 해피엔딩이 되거나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구성하는 요소 안에 니가 꼭 필요하다'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소설도 결국 그런 세계관을 지니고 있구요. 제목의 설정이나 '리틀피플' 등장으로인해 유추할 수 있는 조지 오웰의 '1984'과의 관련성은 그렇게 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전체주의에 대한 '직접적' 우려라기 보다는 연애 소설적 경향이 부각되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습니다. '선구'의 모습이 그러했지만 그곳에 대해 직접적으로 그려지지 않아서 영향력은 좀 더 비밀리에 스며드는 것 같습니다. '리틀피플'이 공기 번데기를 만들고 '도터'로 인해 전 세계를 지배하는 이야기였다면 관련성이 있을 것 같기한데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마루를 통한 그들에게의 대적은 마치 '선구'(집단) 보다 더 한 개인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인지 그저 이야기의 흐름상 그렇게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이야기의 캐럭터들이 강력한 권력을 지닌 것으로 보여지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어느 쪽이 악역이라고 정해진 것 같기도 않구요. '선구' 측에서 분명 나쁜 짓을 하기는 했지만 반대쪽도 태연하게 살인을 자행하는 모습은 양쪽 다 문제가 있는 것은 똑같지 않은가란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고 전체주의의 반대가 절대적 평화나 반전이나 그런 이야기로 볼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어느 사상을 추구하고 있건 인간이 원하는 것은 자신이 살기위해 남을 제거하는 사고 방식은 동일하다는 것이 이 소설에서 보인 것 같아서요. 우시카와를 통해서도 컴퓨터로 공격하는 것 보다 피를 흘리는 것이 훨씬 낫다고 여기는 면도 역시 그랬습니다.




확실히 '선구'의 이야기를 통해 '리틀피플'이 하고자 하는 일은 3권에서 잠시만 드러납니다. 목적도 알 수 없습니다. 그것으로 보면 이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 3권의 짜임이나 긴박감, 두 사람의 결국 만나게 되는 이야기들이 흥미로워서 별 5개를 매겨봅니다.








 








책 정보




1Q84 BOOK 3, Haruki Murakami (2010)
(주) 문학동네
1판 1쇄 2010년 7월 28일

1판 2쇄 2010년 8월 3일
양윤옥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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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게임 도코노 이야기 3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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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평




단편 모음집 '빛의 제국'에서 '오셀로 게임'의 내용이 장편이 되었습니다. 이 도코노 일족들은 대체로 순수하고 따스한 느낌인데 '오셀로 게임'에서의 분위기는 상당히 어두웠지요. 이 '엔드 게임' 속에서도 상당히 어두운 분위기입니다. 주인공은 에이코와 도키코 모녀가 그대로 등장합니다.




이 가족의 능력은 '어느 것'을 뒤집는 일입니다. 오셀로 게임처럼 상대를 뒤집지않으면 자신이 뒤집히기 때문에 정신을 차려야합니다. 그것은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이 능력을 갖고 있는 각 사람에게 다른 물건으로 보여집니다.





'오셀로 게임'에서도 잠시 소개되었던 아버지의 실종에 관한 진상들이 나옵니다. 그것이 중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엄마 에이코가 갑작스럽게 일을 당하고 딸 도키코는 엄마를 위해서 도코노 일족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그래서 빨래꾼 히우라를 만나게 됩니다.


 

빨래꾼은 기억을 지우거나 바꾸는 능력을 가진 도코노 일족 중 하나입니다. 대체 진상은 무엇인지 아빠는 왜 실종될 수 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아빠를 데려갔던 사람은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가 지속적으로 의문이 되어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흔히 온다 리쿠는 '노스텔지어'를 잘 그려낸다고 합니다. 신간 '여름의 마지막 장미' 뒷쪽에 한 평론가의 글이 덧붙여져 있는데 그는 온다 리쿠를 '추억'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시킨다고 표현합니다.




대체적으로 온다 리쿠의 소설들은 '회상'이 강합니다. 그래서 간혹 어디부터 회상인지 제대로 읽어내려가지 않으면 뒤죽박죽이 되기도 합니다. 그녀의 관심은 진실이나 현상보다는 좀 더 개인의 내면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엔드 게임'에서도 역시 그런 온다 리쿠의 특성이 잘 드러납니다. 뒤집기 위해 보이는 것의 정체에 대해서 서로의 의견이 다르고 그것이 기억과 결부되어 있습니다. 빨래꾼 역시 그렇습니다.




이야기에는 악역처럼 보이는 자가 존재하지만 결국 누가 악역이었는지도 모호해져버립니다. 그들은 정말 행복할 수 있을지 확언할 수 있는 결말은 아니지만, '일족'이라는 이름 아래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이럴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확실히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독특하게 구성해가며 결말 마저도 그런 온다 리쿠의 작품. '엔드 게임'은 행복하고 귀엽고 즐거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책 정보




END GAME-TOKONO MONOGATARI by Riku Onda (2006)


엔드 게임 - 도코노 이야기 세 번째, 온다 리쿠


(주)국일출판사


초판 1쇄 발행 2007년 7월 25일


초판 3쇄 발행 2007년 8월 3일


옮긴이 권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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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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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작품은 픽션으로 실존하는 개인이나 단체, 사건과는 관계가 없다.' 는 명시에도 불구하고 2002년 미쓰비시 자동차의 대형 트럭 타이어 분리에 의한 사상 사건과 리콜 은폐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역자의 이야기가 덧붙여져 있습니다(p. 606). 얼마 전에는 실제 도요타 자동차 리콜 사태도 있었지요.





저자 이케이도 준은 실제로 소설가가 되기 전에 미쓰비시 은행에서 근무를 했었다고 합니다. 국내 출간된 그의 단행본 '은행원 니시키씨의 행방'을 통해 은행의 소소한 모습들을 자뭇 미스터리인지 외로운 현대인의 모습인지 모를 독특한 감각으로 그려냈습니다.





이 소설을 엄청 인상적이고 독특한 느낌으로 괜찮게 봤기 때문에 신뢰가 가는 작가이긴 했지만 본 소설은 너무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데다가 역자의 후기까지 608 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입니다. 그래서 읽기 전에 나름의 각오와 숨고르기가 필요했지만 많은 후기들을 통해서 호평 받았던 저력은 역시 읽어봐야 공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제목을 비롯한 광고에서도 알 수 있지만 이 소설의 중심은 트럭에서 빠져나간 타이어 때문에 한 주부가 죽는 사건이 중심이 됩니다. 그로 인해 위험해진 영세 운송 회사의 사장이 주인공입니다. 선대를 이어 사장이 된 그는 정말 매달 몇만엔 수준의 이익밖에 남지않는 작은 운송 회사를 경영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의 의구심을 다 버릴 수 있을만큼 정비가 잘 되어있고 트럭이 낙후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의 강점은 단순히 한 사건을 통한 리얼리티적인 과정을 그린 곳에서 오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의 등장인물들은 다양합니다. 문제의 트럭을 만들어내는 호프자동차. 그 안의 사원들과 경영진. 그리고 같은 계열사이며 영세 운송 회사인 아카마쓰 운송의 주거래은행인 도쿄호프은행, 훗날 아카마쓰 운송에 힘이 되어 주는 하루나은행, 호프자동차의 트럭을 구입하여 꾸려가는 수많은 운송 회사들. 문제를 발견하고 기사를 좇는 주간초류 기자와 경찰, 피해자 그리고 주인공 아카마쓰의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도 또 다른 세계로 이야기에 등장합니다.




제가 처음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강한 인상을 받은 소설이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였습니다. 아무래도 지면의 한계로 인해 단 몇명의 용의자로 한정되는 이야기완 달리 실제 사건이 발생하면 수많은 목격자와 관련 인물들이 등장하는게 사실이지요. 글을 쓰는 사람으로써 캐릭터에 집착을 하게 마련일 것 같은데 단순히 몇 주요 등장인물에 한정 시키지 않고 끝도 없을 것처럼 쏟아져드는 관련 인물들로 인해 정말 질리면서도 놀랍더라구요. 이 소설도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좀 더 그들의 관점을 살리고 있습니다.




크게는 아카마쓰 운송 사장이 주인공이고 그를 상대하는 호프 자동차의 사와다, 아카마쓰 운송의 거래를 담당하는 도쿄호프은행과 반면 호프 자동차의 거래를 담당하는 본점의 이자키가 주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각각의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처신을 하는 것으로 각 직업에 따른 직원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형사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도덕성'을 전면에 내세워 중시되지 않습니다.




아카마쓰 운송 사장은 성실한 사람입니다. 여태까지 주거래은행에 매달 내어야할 금액을 어긴적이 없을 정도이며 회사 직원들에게도 따스한 사장님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집에서도 그렇고 억지로 떠맡은 아이 학교의 학부모회장도 성실히 이행합니다. 그의 성격이 가장 잘 나타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사건으로 이야기를 해보면 아카마쓰 운송의 트럭은 정비에 이상도 없고 3년째 트럭을 몬 것이기 때문에 노후될 일도 없습니다. 그 문제의 조사를 호프자동차에 맡겼는데 정비 불량으로 결론낸 호프자동차를 믿지 못합니다. 그런 의문을 가진 아카마쓰는 다른 곳에 의뢰를 하기 위해 - 국토교통성 - 트럭 타이어를 연결하는 허브를 돌려달라고 요청합니다. 그것을 대응하는 것이 호프자동차의 판매부 고객전략과 과장 사와다입니다.




그는 상당히 똑똑한 남자로 꼬투리잡힐만한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유연하게 빠져나갑니다. 그런 그에게 자사의 문제를 감지하게 되고 '정의감'이나 '도덕성'이 아닌 단순히 자신의 위치나 팀의 권력 문제 때문에 조사를 해보게 됩니다. 이 호프 자동차는 이미 3년 전의 리콜 은폐를 통한 이미지 추락을 겪은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3년동안 변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와 달리 정말 정의감을 가진 직원도 등장하고 반대로 최악의 직원도 등장합니다.





한편, 또 다른 배경인 은행원들은 냉철하고 잔인한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한 회사의 자금을 대어주고 함께 망하느냐 냉철하게 잘라냐느냐에 관한 이야기는 앞에 등장했던 두 주요 인물을 통해서 봤던 인정이나 도덕성과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 거래 회사의 정보를 다뤄서 함께 죽느냐 우리는 사느냐를 고민하는 그들의 모습은 조금 다른 이면을 보여줍니다.





아카마쓰 운송의 주거래점이 아닌 호프자동차의 주거래 점인 본점의 이자키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은행원도 각기 다른 모습이기 때문에 인정없이 더 큰 거래를 위해 작은 거래를 매몰차게 버려버리는 악독한 은행원이나 반대로 도와줌으로써 더 나은 회사를 함께 만들어 보자는 신뢰를 주는 은행원의 모습도 그려집니다. 이자키는 흐름을 지켜보고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흐름을 돌리는 대단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 모습은 어떤 의미에서는 호프자동차의 사와다와 비슷하지만 이자키가 더 대단한 인물임을 마지막에 깨닫게됩니다.




이런 세 가지 공간의 이야기가 '호프자동차 리콜 은폐'의 과정과 내막, 폭로까지 함께 진행됩니다. 사실 실제 이런 일이 있다면 대기업을 넘어설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호프자동차 리콜 은폐의 가장 중심에서 명령을 내린 가노 상무의 생각처럼 유능한 변호사 여러명을 붙여서 트집을 잡아 재판 기간을 늘리게 되면 영세한 회사는 버틸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정확한 증거가 없어 경찰 수사가 난항을 겪은 것도 그렇습니다. 전혀 이야기를 위해 만들어낸 부분이 아니라 실제 살아오면서 뉴스를 통해 봤던 일들과 비슷합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물론 두꺼운 책과 대단한 스케일의 이야기를 읽었다는 만족감은 듭니다. 그러나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는 책입니다. 회사를 너무 사랑해서 자사가 더 발전하기를 바랬기에 그런 결정을 했다는 스기모토. 자신의 꿈을 이루기위해 도덕성 같은건 내던졌지만 자사는 결국 그 꿈을 실현해줄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옳은 결정을 내린 사와다. 법으로 판결받지 않았지만 세상 모두가 의혹의 눈으로 바라볼 때 그저 회사의 탄탄함을 믿어주고 도와준 하루나 은행 신도. 비록 회사의 방향을 움직일 수는 없지만 잘못된 회사는 막을 내려야한다고 생각했던 이자키.





한 사건을 위해 범인을 좇고 잡아 법의 심판을 받게하는 그런 하나의 가치를 추구하는 소설이 아니라 한사람 한사람 자신의 자리에서 옳다고 여기는 가치를 추구해나가는 인물들이 빛이 났던 소설입니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나도 하루를 더 치열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따스함이 들기도 하네요.


 

 

 






책 정보




SORATBU by Ikeido Jun (2006)

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펴낸곳 Medioa2.0+ (인텔미디어)


옮긴이 민경욱


초판 1쇄 인쇄_2010년 8월 20일


초판 1쇄 발행_2010년 9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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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의 비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추지나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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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7가지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입니다. 좀 피곤한 상태에서 읽어서 한 두편 정도 보고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잡은채로 한권을 순식간에 읽어버렸네요. 역시 미야베 미유키라는 소리가 나옵니다. 몇편을 제외하곤 대체적으로 행복한 결말인 것 같아서 뒷끝이 좋습니다. 그리고 기묘한 느낌들이 어우러져서 독특한 분위기를 줍니다. 각 단편의 줄거리를 아래와 같습니다.





표제작 '지하도의 비'는 동백꽃 한송이가 그려진 넥타이를 보면서 주인공이 회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좋은 회사에 다니면서 같은 직장 동료와 결혼하기로 한 아사코. 그러나 그는 결혼 2주 전에 파혼 당하고 맙니다. 다른 여자를 더 사랑한다면서.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회사도 그만두고 절망에 빠져있다가 엄마의 성화에 못이겨 작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됩니다.





자신의 경력을 묻지 않을, 과거를 말하지 않아도 될 그런 작은 카페. 그녀는 아직도 그 괴로움을 씻어버리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한 여자 손님과 알게됩니다. 서로에게 상처가 있다는 것으로 위로가 되었지만 그녀는 남자 앞에서 무섭게 돌변합니다. 과연 그 동백꽃 넥타이는 무엇인지 그녀와의 관계는 무엇인지 흥미진진하게 그려집니다. 안좋은 이야기일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상당히 뒷맛이 좋았습니다.




'결코 보이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조금 으스스한 이야기인데요. 괴담이라던가 스릴러 정도까지 무서운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빨간실로 이어져있다고 하잖아요. 반대로 죽을 때도 그런 관계가 있는 설정에서 이야기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결말이 좀 정확하지 않아서 대체 무엇일까. 예지몽이었을까?란 생각이 드는 결말이었습니다.


 

'불문율'은 일가족 네 명이 탄 차가 그대로 바닷속으로 빠져 죽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 진상에 관한 경찰의 인터뷰가 기록 형식으로 짧게 언급되어 있습니다. 간혹 혼잣말이나 동료가 친구랑 이야기하는 내용들이 섞여 있습니다. 독특한 흥미로운 구성입니다. 

 

'혼선' 이 이야기도 기묘한 이야기에 속합니다. 괴기스럽달까요. 그런 면이 있습니다. 한 남자가 여동생에게 장난 전화를 합니다. 스토커 수준으로 자주하고 음탕합니다. 그런 그와 여자애 오빠는 통화를 시도하는데 장난 전화에 얽힌 괴담을 이야기해줍니다. 그리고 결말은 상상 이상이었네요.




'영원한 승리' 주인공 히로미가 큰이모의 장례식을 위해 상복을 사러가는 이야기부터 시작됩니다. 큰이모는 좀 독특한 사람이었는데 쉰다섯으로 죽기까지 결혼을 하지 않고 선생님으로, 교감선생님으로 그리고 전과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봉사도 했던 사람이었답니다. 그녀의 장례식을 통해서 일어나는 일들, 그녀의 과거 이야기가 얽혀 있습니다. 좀 기분 나쁜 부분도 있었지만 유쾌한 결말이라 좋았습니다.




'무쿠로바라'는 주인공이 경찰서 반장입니다. 그는 조금 불만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사건의 피해자가 정신이 살짝 이상해져서 자주 찾아옵니다. 그는 아무 이유없이 사람들에게 칼을 들고 위협했던 사람과 뒤엉켜 졸지어 사람을 죽이게 되는 과거를 가졌습니다. 죄는 인정되지 않았지만 집 주변 사람들도, 아이의 학교에서도 제대로 살아갈 수 없어서 이혼당하고 홈리스로 살아갑니다. 게다가 공무원이라 재취업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 그는 어느 날 부터 갑자기 '무쿠로바라(가해자 이름)'가 살아있다고 생각하며 그의 범행이 또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다섯건의 사건의 기사를 항상 가져오는데 사건이나 범인상에 일관성이 없습니다. 이 이야기와 반장 자신의 심리 상태가 결부되어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마지막을 읽음으로 아! 바로 이런 연결이 있었던거구나 라는 깨달음이 생깁니다. 딸이 그를 구해주는 결말도 좋았습니다.


 

'안녕, 기리하라 씨'도 기묘한 이야기입니다. 소란스러운 집에 살고 있는 주인공 미치코는 어느 날 문득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일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이상한 '기리하라 씨'가 등장하고 모든게 뒤죽박죽인 것만 같습니다. 재밌는 발상이었지만 의외로 사회파 미스터리 같은 소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결말이 좋아서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책 정보




CHIKAGAI NO AME(地下街の雨) by Miyabe Miyuki (1994)


지하도의 비(地下街의 雨), 미야베 미유키


펴낸곳 도서출판 북스피어

옮긴이 추지나

초판 1쇄 발행 2010년 9월 10일


 








   p. 23~4


   "계속 지하에 있으면 비가 내려도, 줄곧 내려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지? 그런데 어느 순간 별생각 없이 옆 사람을 보니 젖은 우산을 들었어. 아, 비가 내리는구나, 그때 비로소 알지. 그러기 전까지 지상은 당연히 화창하리라고 굳게 믿었던 거야. 내 머리 위에 비가 내릴 리가 없다고."

   어수룩하지, 하고 그녀는 말했다.

   "배신당할 때 기분이랑 참 비슷해."


 



   p. 195


   마더 테레사 정도는 아닐지언정 아직 아키야마만 한 나이였을 무렵, 아쓰카와 사건의 피고들을 위해 분골 쇄신한 작가 히로쓰 가즈오가 변호사도 뭣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까지 열심인가 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당신은 다른 사람이 발을 밟힌 걸 보고 아프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하고 되받아쳤다는 일화를 듣고 순수하게 감동했던 반장은 아무리 해도 아키야마처럼 딱 잘라 떼 버릴 수 없었다.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p. 282


   거슬러 주세요. 누가 거슬러 주기를 바랐습니다. 나는 거스르지 못해서 외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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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추정 시각
사쿠 다쓰키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서평




이 소설은 오인 체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법정 소설입니다. 왜 이것부터 밝히냐하면 소설의 홍보 자체가 형사물이나 추리물로 다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 표지 뒷면의 설명에서도 딸의 유괴, 살해로 인해 과연 살해 시각은 몸값을 달라는 시간 전인지 후인지에 관해서만 언급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이 소설은 그 사망 추정 시각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고 그 부분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갈 것이라고 예상하여 보게되지만 조금 다른 이야기가 초점입니다.




우선 작가 이력을 언급해보겠습니다. 작가를 지망하던 한 청년(?)이 소설을 쓰기 위한 자료 조사로 법쪽을 연구하다가 관심을 가지게 되고 결국 변호사가 됩니다. 그리고 현직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필명으로 이 책을 출판합니다. 왜 필명으로 했지는지 책을 읽어보면 이해가 갑니다.




흔히 형사물은 형사 이외의 변호사, 범인 등이 악인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형사물 안에서도 내부 비리 같은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변호사 중심의 법정 소설 속에서는 경찰의 무능함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후자의 패턴으로 이 소설은 현직 변호사가 한 사람의 인생이 '법'의 교묘한 이용을 통해 어떻게 쉽게 망가지는지를 보여줍니다. 이것이 작가의 의도인 것 같습니다.




이 소설 속에서는 경찰 뿐만 아니라 판사, 검사조차도 무능하게 나옵니다. 조직 사회에서 그 조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진실'은 은폐되며 자신들의 생각대로 일을 진행시키는 추악함이 보여집니다. 물론 변호사만이 유능하고 깨끗하다고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추악한 그들과 똑같은 변호사도 물론 등장합니다.




최근 '개그콘서트'의 한 프로그램 속에서 얄미운 범인을 취조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쩔쩔매는 경찰은 무능하다기보다 불쌍해보입니다. 그런 지능범들이 있는 반면, 이 소설에 나오는 '범인(으로 지목된 자)'은 너무도 불쌍합니다.




알려진대로 이 소설은 야마나시현의 지역 유력인사인 와타나베 쓰네조의 외동딸이 유괴됨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몸값은 1억엔인데 돌아가는 상황이 좀 이상합니다. 여느 형사물, 탐정물 등에서 등장하는 음성 변조라던가 몇 가지 부분들이 눈에 띕니다. 그리고 이 쓰네조는 지역의 어두운 세력들과 손을 잡고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 적이 많은 인물로 나옵니다. 부인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결국 경찰의 지시로 몸값은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딸은 시체로 발견됩니다.




한편 '범인(으로 지목된)' 고바야시 쇼지는 제대로 된 일도 없이 빈둥거리고 세 건의 절도 전과를 갖고 있는 26살 청년입니다. 그는 아부라를 캐러 갔다가 피해자 미카의 가방을 발견하고 지갑에서 돈을 훔칩니다. 그리고 시체를 발견하는데 무서워서 도망치게 됩니다. 그가 가방에 남긴 지문을 통해서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고 경찰의 무자비한 협박조의 취조를 통해 자백을 하게 됩니다.




이 상황은 정말 이해가 안갑니다. 그러나 상당히 리얼리티가 강해서 정말 작은 도시의 경찰서에서는 그렇게 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무서운 기분이 듭니다. 그는 국선변호사도 배정받지 못합니다. 그리고 사건의 증거 자체도 이상합니다. 지문이 완전히 지워진 가방에서 딱 이 청년의 지문만이 발견되었습니다. 깨끗하게 죽인 시체에서도 이런 허술한 청년의 범행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의 차, 집, 범행 현장이라고 강요해서 알아낸 곳에서도 전혀 피해자의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추어라도 그를 범인으로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는 범인이 됩니다.




그것도 사망 추정 시각을 피해자 아버지가 무서워서 바꾸는 짓을 하면서까지 경찰은 한 청년을 사형 선고까지 만들어갑니다. 원래 음성 변조를 하지 않았던 범인의 목소리는 중년 남성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 가족은 범인을 추측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아버지는 경찰에게 화도 내지 않고 그 범인에 대한 응징 같은 것도 없습니다. 이 부분이 너무 이상했습니다.




이야기는 르포의 형태로 진행됩니다. 마치 실화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극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치밀하지 않아서 되려 현실 같은 느낌입니다. 1부에서는 결국 사형으로 판결이 납니다.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 경찰 비리도 등장합니다 - 사망 추정 시각을 변경하고 변호사는 전혀 변호하지 않고 판사와 검사도 이 허술함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2부에서는 내용이 좀 달라져서 국선변호인으로 새로운 변호사가 등장합니다. 그는 이런 치졸한 현실 속에서 영웅과도 같은 훌륭한 변호사입니다. 그는 사건들을 짚어가면서 완전히 잘못되었음을 알게됩니다. 그리고 분투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호락호락하게 판결을 뒤집는 결말을 내지 않습니다.




누구를 위한 법인가. 경찰의 비리와 판사, 검사, 변호사, 범인, 피해자 가족 전부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범인을 잡고자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진실'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은 그렇게 망가졌습니다. 이 소설이 추리물이라면 마지막 반전을 통해서 범인이 드러나고 피해자의 복수라던가 원한 같은 감정들이 드러났겠지요. 그렇게 진상이 드러났을테지만 이 소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 모두를 고발하는 이야기이기에 슬픔만이 남습니다. 그리고 다음 항소에서는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게 되는 형태의 열린 결말로 마무리 됩니다.




오인 체포, 사형 제도에 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소설입니다.


 


 

 








책 정보




SHIBO SUITEI JIKOKU by Saku Tatsuki (2004)

사망 추정 시각, 사쿠 다쓰키


펴낸곳 (주)태일소담 (소담출판사)


옮긴이 이수미


펴낸날 2010년 9월 10일 초판 1쇄









   p. 294


   ... 이 범죄는 모두 이 피의자가 저지른 것으로 완전히 굳어져 있었다. 그렇게 만든 경찰이 이제 와서 그 조서는 모두 거짓이며 피의자는 범인이 아니라고 말한다는 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뒤집혀도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






   p. 350


   "그런 변호사도 있어요. 모든 변호사가 다 '윤리적'이진 않다고요."

   가와이보다 두 배 정도 경력이 많은 사무원은 그리 놀라지 않았다.


 



   p. 399


   "아뇨, 이것만큼은 꼭 받아주십시오. 이건 저의…… 뭐랄까, 오기 같은 것입니다."

   "오기?"

   "예. 뭐랄까, 이런 불합리한 일로 한 사람의 생명을 없애고도 태연한 사람들, 그런 세상이랄까, 사법제도랄까. 그런 것에 대한 제 오기입니다."


 



   p. 426


   재판장은 빈정거리는 듯한 어투로 말하고는 회의를 마쳤다.


   '이 재판관은 왜 그저 빨리 끝내는 데에만 정력을 쏟는 거지?'

   도쿄 고재 형사부는 한가했다. 그렇다면 사건을 충분히 해명하기 위해 배려해 줘도 되지 않나 싶었다.


 


   p. 525


   선생님, 어제는 죄송했어요. 사실은 다 알고 있었어요. 선생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재판관이 나쁜 거예요. 선생님은 내 목숨을 구해줬어요. 고마워요. 정말로 어제는 죄송했어요. 나, 괜찮아요. '무기'라도 좋아요. 사형은 안 될 테니까. 목숨은 구했으니까. 오늘부터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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