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도의 비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추지나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




7가지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입니다. 좀 피곤한 상태에서 읽어서 한 두편 정도 보고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잡은채로 한권을 순식간에 읽어버렸네요. 역시 미야베 미유키라는 소리가 나옵니다. 몇편을 제외하곤 대체적으로 행복한 결말인 것 같아서 뒷끝이 좋습니다. 그리고 기묘한 느낌들이 어우러져서 독특한 분위기를 줍니다. 각 단편의 줄거리를 아래와 같습니다.





표제작 '지하도의 비'는 동백꽃 한송이가 그려진 넥타이를 보면서 주인공이 회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좋은 회사에 다니면서 같은 직장 동료와 결혼하기로 한 아사코. 그러나 그는 결혼 2주 전에 파혼 당하고 맙니다. 다른 여자를 더 사랑한다면서.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회사도 그만두고 절망에 빠져있다가 엄마의 성화에 못이겨 작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됩니다.





자신의 경력을 묻지 않을, 과거를 말하지 않아도 될 그런 작은 카페. 그녀는 아직도 그 괴로움을 씻어버리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한 여자 손님과 알게됩니다. 서로에게 상처가 있다는 것으로 위로가 되었지만 그녀는 남자 앞에서 무섭게 돌변합니다. 과연 그 동백꽃 넥타이는 무엇인지 그녀와의 관계는 무엇인지 흥미진진하게 그려집니다. 안좋은 이야기일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상당히 뒷맛이 좋았습니다.




'결코 보이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조금 으스스한 이야기인데요. 괴담이라던가 스릴러 정도까지 무서운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빨간실로 이어져있다고 하잖아요. 반대로 죽을 때도 그런 관계가 있는 설정에서 이야기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결말이 좀 정확하지 않아서 대체 무엇일까. 예지몽이었을까?란 생각이 드는 결말이었습니다.


 

'불문율'은 일가족 네 명이 탄 차가 그대로 바닷속으로 빠져 죽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 진상에 관한 경찰의 인터뷰가 기록 형식으로 짧게 언급되어 있습니다. 간혹 혼잣말이나 동료가 친구랑 이야기하는 내용들이 섞여 있습니다. 독특한 흥미로운 구성입니다. 

 

'혼선' 이 이야기도 기묘한 이야기에 속합니다. 괴기스럽달까요. 그런 면이 있습니다. 한 남자가 여동생에게 장난 전화를 합니다. 스토커 수준으로 자주하고 음탕합니다. 그런 그와 여자애 오빠는 통화를 시도하는데 장난 전화에 얽힌 괴담을 이야기해줍니다. 그리고 결말은 상상 이상이었네요.




'영원한 승리' 주인공 히로미가 큰이모의 장례식을 위해 상복을 사러가는 이야기부터 시작됩니다. 큰이모는 좀 독특한 사람이었는데 쉰다섯으로 죽기까지 결혼을 하지 않고 선생님으로, 교감선생님으로 그리고 전과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봉사도 했던 사람이었답니다. 그녀의 장례식을 통해서 일어나는 일들, 그녀의 과거 이야기가 얽혀 있습니다. 좀 기분 나쁜 부분도 있었지만 유쾌한 결말이라 좋았습니다.




'무쿠로바라'는 주인공이 경찰서 반장입니다. 그는 조금 불만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사건의 피해자가 정신이 살짝 이상해져서 자주 찾아옵니다. 그는 아무 이유없이 사람들에게 칼을 들고 위협했던 사람과 뒤엉켜 졸지어 사람을 죽이게 되는 과거를 가졌습니다. 죄는 인정되지 않았지만 집 주변 사람들도, 아이의 학교에서도 제대로 살아갈 수 없어서 이혼당하고 홈리스로 살아갑니다. 게다가 공무원이라 재취업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 그는 어느 날 부터 갑자기 '무쿠로바라(가해자 이름)'가 살아있다고 생각하며 그의 범행이 또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다섯건의 사건의 기사를 항상 가져오는데 사건이나 범인상에 일관성이 없습니다. 이 이야기와 반장 자신의 심리 상태가 결부되어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마지막을 읽음으로 아! 바로 이런 연결이 있었던거구나 라는 깨달음이 생깁니다. 딸이 그를 구해주는 결말도 좋았습니다.


 

'안녕, 기리하라 씨'도 기묘한 이야기입니다. 소란스러운 집에 살고 있는 주인공 미치코는 어느 날 문득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일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이상한 '기리하라 씨'가 등장하고 모든게 뒤죽박죽인 것만 같습니다. 재밌는 발상이었지만 의외로 사회파 미스터리 같은 소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결말이 좋아서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책 정보




CHIKAGAI NO AME(地下街の雨) by Miyabe Miyuki (1994)


지하도의 비(地下街의 雨), 미야베 미유키


펴낸곳 도서출판 북스피어

옮긴이 추지나

초판 1쇄 발행 2010년 9월 10일


 








   p. 23~4


   "계속 지하에 있으면 비가 내려도, 줄곧 내려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지? 그런데 어느 순간 별생각 없이 옆 사람을 보니 젖은 우산을 들었어. 아, 비가 내리는구나, 그때 비로소 알지. 그러기 전까지 지상은 당연히 화창하리라고 굳게 믿었던 거야. 내 머리 위에 비가 내릴 리가 없다고."

   어수룩하지, 하고 그녀는 말했다.

   "배신당할 때 기분이랑 참 비슷해."


 



   p. 195


   마더 테레사 정도는 아닐지언정 아직 아키야마만 한 나이였을 무렵, 아쓰카와 사건의 피고들을 위해 분골 쇄신한 작가 히로쓰 가즈오가 변호사도 뭣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까지 열심인가 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당신은 다른 사람이 발을 밟힌 걸 보고 아프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하고 되받아쳤다는 일화를 듣고 순수하게 감동했던 반장은 아무리 해도 아키야마처럼 딱 잘라 떼 버릴 수 없었다.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p. 282


   거슬러 주세요. 누가 거슬러 주기를 바랐습니다. 나는 거스르지 못해서 외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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