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권일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서평

본 서평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소설은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이카가와 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라고 합니다(p. 429). 최근 작가의 데뷔작이자 '이카가와 시 시리즈' 첫 번째 작품도 번역 출간되어서 반가운 소식이네요. 국내에서는 '저택섬'과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그리고 데뷔작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까지 출간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제목이 상당히 독특해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일단 고양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로 이 소설을 택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용 역시 고양이와 상당히 관련이 많고 제목대로 등장하는 고양이도 많습니다. 결과적으로도 고양이에 대해 잘 아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이야기도 등장하게 됩니다. 다만 표지와 달리 이 소설에서 중심이 되는 고양이는 삼색 털을 가진 쪽이지만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정통 탐정물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정통 탐정물은 뭘까? 라고 생각해보다가 정의를 내려본 것이 주인공이 그리 명탐정은 아닐 것, 그렇지만 순간의 재치가 엿보이는 의외의 타이밍에 추리를 해낼 것, 가난할 것, 나름 명탐정이지만 그리 인정받지 못할 것, 무능한 형사가 등장할 것, 전체적으로 아주 코믹하지 않고 불행하다던가 악인이 등장하는 무거움을 가지고 있어도 종종 실소를 금할 수 없어야할 것.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런 탐정물이 유능하다던가 도덕성을 내세우는 형사물에 완전 반대가 되는 느낌을 가진 채로 명맥이 이어져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역시 이 소설도 그런 요소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의뢰가 이어지지 않아서 월세를 내지 못한 덕분에 건물주에 의해서 강제로 고양이 찾아주는 의뢰를 승낙해버리고 맙니다.

놀라운 것은 이 시원찮을 것 같은 일이 부자의 고양이를 찾아주는 것으로 무려 120만엔의 보수를 얻을 수 있는 월척이었습니다. 기본 골격은 이렇지만 소설 자체의 시작은 10년 전의 미해결 살인 사건을 보여주고 다시 10년 후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탐정 우가이 모리오로 설정되어 있지만 탐정쪽에만 무게가 실려있는 것은 아니고 꽤나 그럴듯한 추리를 해내는 형사 스나가와 경부가 등장합니다. 물론 추리물의 제약상 마지막까지는 명탐정 쪽도 엘리트 형사 쪽도 제대로된 추리는 해내지 못하지만요. 두 사람의 분량이 비슷하게 번갈아가며 등장하는 구성도 흥미롭습니다.

피해자는 탐정의 의뢰인인 고도쿠지 도요조입니다. 그는 마네키스시 체인점으로 유명한 부자인데 가게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마네키네코를 마스코트로 사용하고 있고 마네키네코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마네키네코는 일본의 고양이 모양의 인형입니다. 한 손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 돈을 불러준다는 의미를 가진 캐릭터입니다. 가게 앞의 엄청나게 큰 마스코트 덕분에 KFC 창립자 커넬 샌더스의 말을 본따 '야옹넬 냐옹더스'라 불리우는 사람입니다.

월세를 내야하는데다가 고생한 보람도 없이 일을 끝낼 수 없어서 우가이 탐정은 삼색 털 고양이 '미케코'를 계속 찾기로 하고 어느새 범인 추리에 합류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시도 때도 없이 피식거리는 실소를 머금게 하는 대사들이 등장합니다. 

물론 코드가 안맞으실 분도 있지만 이런 부분이야말로 일본식 탐정물스러운 유머 아닐까 싶습니다. 사망 추정 시각을 두고 에누리를 한다던가, 범행 시각을 경매로 결정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린다던가 무능함을 비꼬는듯 하면서도 피식거리게 만드는 엉뚱한 상황들은 재미의 또 다른 요소이기도 합니다.

결국 탐정과 형사의 추리는 각각의 모습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오고 종종 관련된 부분들도 있어왔지만 마지막에 되어서야 전체적인 사건의 틀이 잡히게 됩니다. 형사가 도달한 결론과 탐정의 결론이 각각 진행되는 것을 보면 두 사람의 위치에 따른 차이점도 느낄 수가 있구요. 결국 이건 탐정물이 맞구나 싶은 상황들로 결론을 맺게됩니다.

그다지 심각한 진행 방식이 아니라 지나치게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가지지 않았나 하고 손을 놓게되는 탐정물이 있는가 하면 대수롭지 않은 부분은 마찬가지인데 결론이 궁금해서 읽는 속도를 내게되는 탐정물도 있는 것 같습니다. 대체 결론이 뭔지 궁금해서 계속 읽게되는 이 소설은 역시 고양이를 좋아하고 잘 아는 사람에게는 재밌는 결말이었습니다. 아는 이야기가 나와서 반갑기도 했구요.

조금 긴장감이 떨어진달까 깊지 않은 소설이긴 하지만 탐정물이야 대부분 그런 편임을 감안한다면 트릭과 범죄 동기, 구성 방식이 재밌어서 당분간 관심있는 작가로 눈여겨보게 될 것 같습니다.

 


책 정보

Kanzen Hanzai Ni Neko Wa Nanbiki Hitsuyo Ka? by Tokuya Higashigawa (2003, 2008)
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
지은이 히가시가와 도쿠야 
펴낸곳 폴라북스 ((주)현대문학)
초판 1쇄 펴낸날 2011년 7월 30일
옮긴이 권일영
Cover Design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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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카페 > 북카페◈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 remonade0719
원문 http://cafe.naver.com/readbook/1361866


안녕하세요~!  북카페 가족 여러분

 
아슬아슬한 엇갈림, 완벽한 밀실 트릭
그 해결의 열쇠는?


오늘 진행하는 이벤트도서는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입니다!

소설의 도입부 자체로 충분히 미심쩍은 서막을 알리며,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하기까지 그 사흘 동안의 자취를 따라갑니다.
류헤이의 가장 가까운 주변인물 두 명이 같은 날 밤 살해되는데요.
류헤이의 전 여자친구인 곤노 유키의 죽음, 그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모로 고사쿠의 죽음과 밀실.
사건 발생과 해결까지 사흘 동안의 자취를 빠르게 내달리며 탄탄하고 치밀한 트릭으로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줍니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한 번쯤 도전해봐야 할 작품으로 완벽에 가까운 이야기 구성으로 본격 미스터리를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거예요.


류헤이의 행적을 쫒고싶은 북카페 가족여러분!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 이벤트 기간 10월 18일 ~ 10월 24일


▶ 모집인원 : 30명

 
▶ 참가 방법


▶  1. 만약 억울하게 누명을 쓴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 같나요?
 2.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서평단 참가를 원하는 분은,


하나! 자신의 블로그에 이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한 뒤,  덧글로 '스크랩 완료' 를 달아주세요.

둘! 위의  질문에 대한 덧글을  '스크랩 완료'와 함께 달아주세요.
  


이벤트를 타 온라인매체에 스크랩하신 후 주소(URL)을 덧글로 남겨주시면 당첨 확률이 높아집니다


▶ 당첨자 발표 :  10/26

 
▶ 서평단 선정기준 : 


☞ 같은 아이디로 닉네임만 바꿔서 상습적으로 이벤트 신청하시는 분들(그러면서 서평도 쓰지 않고)은 서평단 선정시 제외합니다.


☞ 지난 이벤트에 당첨된 분들 중에서는 우리카페와 인터넷서점에 서평을 제때 쓰신 분


☞ 신입 회원분들의 경우 게시글과 덧글달기 등 열심히 활동(게시글, 덧글, 최종 방문일자 순으로 점수화함)


☞ 평소 카페 활동을 많이 하시는 분들(게시글, 덧글, 최종카페 방문일자도 포함)이 뽑힐 가능성이 99.9% 입니다!


☞ 울 카페를 좋은 분들께 많이 추천해주시고 소개받고 오신 분들(앞으로 추천하실 경우, 추천받은 분이 카페에 가입할때 카페 가입 경로에 추천하신 분 닉네임을 쓰도록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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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참여하시는 분들은, 카페닉네임을 "닉네임(아이디)"형식으로 바꿔놓으시면, 더 편하시겠죠?^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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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글 및 게시글의 정성 감안

 
▶ 서평 기한 : 책 수령 후 2주 이내


▶ 서평 남겨야 할 곳


-필수 : 울 카페<이벤트서평>게시판+인터넷 서점 (YES24, 인터파크, 인터넷 교보문고, 알라딘, 리브로 중 1곳 이상)

=>서평을 올리고 나서는 울카페의 "이벤트 서평완료"게시판에 해당 책 제목의 게시물에 서평완료하셨다는 덧글과 함께 서평 올린 곳,

서평 올린 곳의 닉네임 혹은 아이디를 같이 올려주세요^^

=>울카페와 인터넷 서점 두군데 모두 쓰셔야 합니다!

=>책만 받고 서평을 쓰지 않는 분들은 차기 이벤트시 무조건 제외됩니다.

 


▶ 책 소개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의 저자 히가시가와 도쿠야


일본에서 2011년 서점 대상 1위를 차지하고,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로 잘 알려진 히가시가와 도쿠야.
그의 작품은 기존의 미스터리 소설과는 차별화된, 경쾌하고 유머가 돋보이는 중독성 있는 문체와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트릭을 곳곳에 배치해놓은 절묘한 서술 방식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어딘지 모르게 허술하고 능청스러운 개성 만점 캐릭터들의 활약상
결말까지 빠르게 내닫게 만드는 중독성 있는 유머와 미스터리의 환상적 결합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는 많은 독자들로부터 데뷔작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수작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이후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에서 배경이 된 가상의 도시 이카가와 시를 부대로 한 소설을 연이어 선보이며 ‘유머 본격 미스터리’라는 그만의 독특한 작풍을 완성했다.


*댓글로 아래 질문에 답변을 남겨주세요*


 1. 만약 억울하게 누명을 쓴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 같나요?
 2.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 저자소개


지은이 히가시가와 도쿠야

1968년 히로시마 현 오노미치 시에서 태어났으며 오카야마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2002년에 신인 발굴 프로젝트인 ‘Kappa-One’ 제1탄에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가 선발되어 데뷔했다.
이 작품은 많은 독자들로부터 데뷔작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완성도 높은 수작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후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에서 배경이 된 가상의 도시 이카가와 시를 무대로 한 미스터리 소설을 연이어 선보이며 ‘유머 본격 미스터리’라는 그만의 독특한 작풍을 완성했다.
어딘지 모르게 허술해 보이는 등장인물들이 종횡무진 활약하며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는 아슬아슬한 엇갈림, 대담한 트릭 등의 촘촘하고 탄탄한 구성으로 예상치 못한 결말에 이르며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그 밖의 저서로는 『밀실을 향해 쏴라!』『교환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등이 있다.

 

옮긴이 임희선

일본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으며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대학원 한일과를 졸업했다. 주요 역서로는『걸(girl)』『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운명의 인간(1~4권)』『일본 호러 걸작선』『행복의 거짓말』『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해독하다』등이 있다.

 


▶ 책 속으로

 
차례
 


프롤로그


제1장 사건 이전
제2장 사건 첫째 날
제3장 사건 둘째 날
제4장 사건 셋째 날


에필로그


줄거리

류헤이는 여자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기분 전환 겸 선배의 집에서 비디오를 보기로 한 날, 그의 전 여자친구는 누군가에게 등을 찔린 후 아파트 4층에서 떨어져 죽는다. 게다가 그날 밤 류헤이와 같이 있던 선배까지 칼에 찔려 죽는다. 당시 선배의 집은 완벽한 밀실 상태였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몰린 류헤이는 사립탐정 우카이 모리오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치밀하고 대담한 밀실 트릭, 그 해결의 열쇠는?
 



본문내용

“탐정이 현장을 보고 싶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 그런 경우 왓슨 역은 기쁘게 따라나서는 게 ‘관례’고. 안 그래?”
“그럼 제가 왓슨 역할이에요? 전 제가 의뢰인인 줄 알았는데?”
“쓸데없는 고집 작작 부리고. 여하튼 너도 같이 가야 해.”

“그렇지요. 그러니까 완벽한 밀실이었다는 거죠.”
“아니, 그렇지가 않아. 오히려 너무 완벽하다는 게 허점이지.”
(……)
“그렇다면 체인을 건 사람은…… 엉”
“맞아.”
우카이가 씨익 웃었다.
“혹시…… 저예요?”
“너 바보냐?”
“어째서 네가 되는데? 자기가 뭘 하고, 뭘 안 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잖아.” 

“아아, 큰일 날 뻔했네.”
우카이가 진땀을 손으로 닦으면서 말했다.
“저 남자 꽤나 예리한 데가 있어. 어쩌면 그냥 평범한 라멘 가게 주인이 아닌지도 모르겠군.”
“그냥 평범한 라멘 가게 주인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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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 스토리콜렉터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

역자 후기까지 꽉 채워도 286 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 이 소설을 작가 후기에서는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단행본으로 쓰기에는 다소 분량이 짧고, 중 · 단편집에 넣기에는 독립성이 너무 강해 튄다는, ...' 저도 처음엔 단지 분량만 보고 실망감을 좀 가졌지만 일단 읽고 보니 '역시 미야베 미유키'란 생각이 절로 드네요.

'R.P.G.'란 단어를 보면 게임이 먼저 떠오르는게 일반적이겠지만 사실 '롤플레잉(Role-Playing)'은 실제 역할연기를 통한 문제 해결을 터득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제목은 단순히 피해자가 행했던 넷상에서의 '유사가족' 뿐 아니라 다른 의미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한 점은 기존의 미야베 미유키 소설 속에서 봐왔던 패턴과는 조금 달라서 놀랐습니다.

미야베 미유키하면 사회파 미스터리가 먼저 떠오르는데 이번에도 역시 초반부는 그렇습니다. 수사를 발로 해야한다는 수사원들의 집념이 고스란히 담긴 설명 방식을 이번에는 정리의 형태로 축약해서 적어놓았기 때문인지 분량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작가가 좀 더 이 부분을 강하게 보이고 싶어서 그랬구나란 생각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들게 됩니다. 미야베 미유키스러운 느낌을 가진 채 경찰의 취조실에서의 심문 과정에 작가의 생각을 응집해놨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범인 자체야 그렇게 깊게 숨겨놓지는 않았는데 눈치 챈 독자에게는 그 과정을 즐기는 재미가 있고 눈치 채지 못한 독자는 알기까지의 흥미진진함을 느낄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크지 않은 소소한 몇 가지 트릭 또한 즐거운 요소가 됩니다.

그리고 기존 독자에게 반가운 소식은 '모방범'에서의 다케가미와 '크로스파이어'에서의 치카코의 재등장입니다. 사무직으로 물러나 있는 두 사람이 만나게 된 시점에서부터야말로 이 소설의 임팩트를 보여주고 있지 않나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건은 한 중년 남성의 사체를 발견하면서 시작되지만 그 전에 여대생 교살사건과의 관련성을 검토하게 되면서 우연히 경시청 수사 1과 3계가 4계 수사진에 합류하게 됩니다. 피해자의 관련성을 통해 대두된 연결점으로부터 여대생의 원한 관계를 조사하다가 시선을 돌려 중년 남성의 관계자도 검토하게 됩니다.

이 중년 남성은 넷상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유사가족'을 만들어 가족 행세도 하고 직접 만나기도 했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30년 동안 데스크(사무처리) 업무만 해왔던 나카모토가 자신의 의견을 내어 이 '유사가족'에 대한 심문을 맡게됩니다. 젊은 수사원들에게도 나왔던 의견이지만 시모지마 경감은 혹시 실패할 경우를 염두해서 덮을 수 있는 대수롭지 않은 인물들을 쓰고자 합니다.

그러면서 여성 경찰이 필요했기에 이시즈 치카코를, 나카모토가 쓰러지는 바람에 다케가미 에쓰로가 그의 대역으로 이 심문에 참여하게 됩니다. '유사가족'들이 차례로 피해자와의 관련성을 들려주고 집 주변에서 낯선 인물을 봐왔다는 피해자 도코로다 료스케의 딸 가즈미가 이들을 확인하게 됩니다.

미야베 미유키는 그간 집필했던 소설들을 통해서 사회적 이슈들을 다뤄오긴 했지만 그 안에서 좀 더 개인적인 감정 문제를 소홀히 하지 않으려던 노력들을 봐왔습니다. 그래서 사건 자체가 '사회적 이슈'라는 단어 아래 뭉뚱그려져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감정이 있고 인과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소설 역시도 그러한 의도가 엿보입니다.

그런 미야베 미유키스러운 이야기 안에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사용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묵직한 이야기 속에서 몇 번의 웃음 포인트를 넣어준 것도 인상적이었구요. 평범해보이지만 쉽지 않은 캐릭터들을 배치한 것 또한 현실적으로 있을 법한 인물들이기에 리얼리티가 느껴지곤 하는 것 같습니다.

'모방범', '크로스파이어', '이유' 같은 작가의 두꺼운 작품만 보다보면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의 소설에는 김이 새곤 하는데 읽고 나면 '역시 미야베 미유키'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이번 소설 역시도 그랬지만 새로운 시도에서 더욱 점수를 주고 싶구요. 등장 인물들의 힘이 더욱 느껴지지 않았나란 생각도 듭니다. 

 


책 정보

R.P.G. by Miyabe Miyuki (2001)
지은이 미야베 미유키
펴낸곳 북로드
초판 1쇄 인쇄 2011년 8월 16일
초판 1쇄 발행 2011년 8월 29일
옮긴이 김선영
디자인 서은영, 최원영
Cover collage & design 인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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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하이웨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1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

모리미 도미히코의 이전 작품들을 즐겨 읽어오셨던 분들이라면 이번에도 교토 배경에 또 어떤 기상천외하면서도 살짝은 우울한 이야기를, 그 안에서 진행되는 코믹함 같은 것들을 보여줄지 기대감을 갖고 읽으실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전작을 다 읽거나 팬이라고 자청할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저자 특유의 특징들을 떠올리며 기대감을 갖고 읽었지요. 

그런데 의외로 주인공은 초등학교 4학년의 남자아이였습니다. 일반 아이들보다 조금 천재소년이라는 점이 특별하긴 하지만 무난한 일상 이야기에 조금은 이상하게 생각했지요. 게다가 교토가 배경도 아니고 관련된 지역이나 연고가 있는 주인공이 등장하지도 않았습니다. 일종의 성장 소설 같게만 보이던 이 평범한 소설은 읽을수록 그 매력이 서서히 보이는 독특한 작품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이 소설은 SF 판타지에 속합니다. 그러나 전혀 다르기만한 세상의 이야기는 아니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 속에 살포시 판타지가 얹어져있어서 어쩌면 일어날지도 모르는 기묘한 이야기에 속하는 내용들을 작가는 선사해줍니다. 이 소설은 2010년 제31회 일본 SF 대상을 수상하고 서점대상 3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주인공 아오야마는 천재적이지만 그렇지 못한 동생이나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 살아가는 소년입니다. 늘 노트에 기록을 하며 홀로 연구를 하고 두뇌를 많이 써서 단것으로 에너지를 보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치과에 정기적으로 다니며 치과에서 일하는 누나와 친하게 지냅니다.

이런 자칫 지루할만한 평범한 아오야마의 일상에 펭귄이 갑자기 등장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이 펭귄의 어떤 행동이나 모습이 충격적인 이야기를 낳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 더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이 소설이 주목받았겠지요. 아직은 그 내용들의 시작일 뿐인비다. 펭귄을 비롯해서 이상한 장소도 생겨나고 또 다른 생물들도 출현합니다. 

이런 기이한 현상들은 아오야마의 시각으로 연구되어 집니다. 연구라기 보다는 조사에 더 가깝겠지만, 아오야마와 함께 친구들은 공통의 연구를 공유하면서 우정을 쌓고 또 다른 관계들을 형성해나갑니다. 그리고 단순히 현상에만 그치지 않고 마을을 위험으로 밀어넣는 상황에까지 빠지게되면서 조사들은 모여 진상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점은 '기이한 현상' 자체가 완벽히 SF적인 상황대로 설명하고자 하지 않았다는 면과 반대로 현실 자체에 수긍할만한 설명을 함으로 이런 기이함들이 일종의 개인의 심리 상태로부터 기인했다는 식의 합리화를 하지 않았다는 면에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과학적이라던가 작가 자신의 세계관을 그대로 녹여내는 SF의 이야기였다면 SF 소설 자체로써의 즐거움을 줄 수는 있었겠지만 그저 SF 소설의 한 작품에 지나지 않았겠지요. 반대로 후자의 경우라면 이 소설의 현상들이 완벽히 현실적인 것으로 설명할 수는 있었겠지만 인물의 정신적인 문제라던가 상상에 기인한다는 무리수를 동반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완벽하게도 기이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현실성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결말의 그런 마무리는 역시 그의 작품들을 'SF 판타지' 라던가 '매직 리얼리즘' 기법을 사용했다고 평하는 것만큼 흥미로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F 그대로의 장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매직 리얼리즘'은 아무래도 좀 더 현실에 닿아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욱 '일어날 법한 일'처럼 느껴지는 리얼함을 가질 수 있고 반대로 그래서 더욱 판타지적인 기분이 드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완벽한 비현실적 세계관은 그것 그대로 매력이 있지만 아무 것도 설명하지 않는 이런 판타지는 어쩌면 지금보다 더 꿈꿀 수 있는 이야기들을 독자들에게 줄 수 있지는 않을까란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그렇게 감탄하고 즐겁게 읽은 소설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초등학교 4학년의 단조로운 일상과 어법은 작품으로 하여금 상당히 늘어지는 인상을 주었다는 면과 색다르긴 했지만 무언가 부족한 듯한 기분이 들어서 별은 4개만 매겨봅니다.

 


책 정보

Penguin Highway by Tomihiko Morimi (2010) 
펭귄 하이웨이
지은이 모리미 토미히코 
펴낸곳 작가정신
초판 1쇄 인쇄일 2011년 7월 25일
초판 1쇄 발행일 2011년 8월 1일 
옮긴이 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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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서평


이 소설은 요코야마 히데오의 전작 '그늘의 계절'에 수록된 단편인 <검은 선>의 후속작입니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던 '몽타주를 그리는 여경' 히라노 미즈호의 이후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2003년 나카마 유키에 주연의 11부작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그늘의 계절' 서평 http://lanpaper.blog.me/100136817963 )

배경은 역시 D현경 본부로 동일합니다. 히라노 미즈호는 그 사건 이후 비서과 홍보실에 배속되어 있습니다. 전작에서 미즈호는 목격자의 진술을 통해 몽타주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상부의 명령에 따라 사진을 보고 그려야만 했던 사건 덕분에 좌절하고 경찰도 그만두고 싶어했지만 결국 남기로 합니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는 안그래도 여경이 설 자리가 좁은 상황인데 거기다가 한직으로 밀려나 잡무 처리 밖에 할 수 없는 고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자 요코야마 히데오는 실제 신문사 기자 출신입니다. 그래서 경찰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기자와의 관계들을 상당히 현실감 있게 써 내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보통 그런 기자와의 관계가 등장하는 이야기 안에서는 그런 특징이 장점이 되었는데 이 소설 속에서는 어딘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것이 불완전함 속에서 드러나는 어색함이 아니라 어린 나이의 여경의 모습을 그려내기엔 너무 유려한 문체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좀 더 감성적인 여성의 느낌을 자아내는 문체였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하면서 읽어나갔지만 역시 '히라노 미즈호'는 그런 인물은 아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서 결국 이 소설의 별점은 5개로 매겨봤습니다.

이야기는 다섯 편의 연속된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홍보실에 배속된 이야기도 등장하고 허울만 좋은 이동을 통해 범죄 피해자 지원 대책실에서 상담 업무를 맡기도 합니다. 그리고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수사 1과 강력범수사 제4계에서 활약하기도 합니다.

마녀 사냥
감식과의 기동감식반의 일원이었던 히라노는 지금 스물셋, 순사 6년차에 비서과의 홍보공청계로 배속되어 있습니다. 잡무 처리에 질려서 좀 더 경찰다운 일을 해보려고 무리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주로 기자들과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어느 기자가 정보를 빼돌려 특종을 썼는지에 대해 추리해가는 과정이 등장합니다. 전반부엔 무리하고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설픈 모습이 등장하지만 역시 홍보만 하기엔 아까운 추리력을 가진 인물임을 보여주는 단편입니다.

결별의 봄
D시에서는 연속 방화 사건이 발생해서 걱정스러운 상황이지만 잡무처리만 하고 있는 미즈호에게는 지루한 하루입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배치전환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감식은 아니고 상담 전화를 받는 업무입니다. 그 일을 통해 예전 방화 사건의 피해자를 알게되고 진상을 파악하게 됩니다.

의혹의 데생
예전에 데생의 기초를 배웠던 회화 교실에 이번엔 자비로 다니게 되면서 재출발을 결심합니다. 그러다가 현재 몽타주 담당 여경을 만나게 되고 그녀의 데생 수준을 보게 됩니다. 그 후 사건이 발생하여 몽타주를 보고 미즈호는 의혹을 품게 됩니다. 자신과 같은 일을 당하지 않았을까 우려하여 추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공범자
'은행 강도 통보 훈련' 실시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동시간대에 강도가 발생하는 바람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해서 감찰과가 등장합니다. 룸메이트인 여경에게도 적잖은 피해를 준 것 같아 추리를 시작하는데 전편들보다는 좀 더 대담한 수사 능력이 펼쳐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진상은 조금 가슴 아픈 이야기였습니다.

마음의 총구
유일한 강력범수사계의 여경이 출산 휴가로 공석이 된 자리에 임시 배치된 미즈호. 수사 1과  형사부실로 출근을 하게 됩니다. 여경에게 처음으로 권총이 지급되어 권총에 관련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사격 대회 우승자인 여경이 권총을 빼앗기고 구타당하는 사건이 발행합니다. 그 사건을 조사하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추리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이렇듯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통해 여경의 고충이나 경찰간의 관계들을 살펴볼 수 있고 소소하게 피해자나 가해자의 모습들이 등장해서 단순한 사무직 여경의 모습이 아닌 경찰 소설로서의 내용들도 접할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단순히 '몽타주를 그리는' 그림 실력만을 가진 경찰이 아니라 그것이 수사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이 소설의 특징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늘 그랬지만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에는 신뢰할 수 있을만한 재미가 있습니다. 이번 소설 역시 그랬습니다. 여경이 단순한 업무를 통해 고심하는 부분과 수사하는 경찰로 그려지는 부분이 적절히 나눠져있고 감상적인 부분이 등장해 늘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끄럽게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는 부분들은 탁월한 작가의 능력같습니다.

매번 느끼지만 다른 작품도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책 정보

FACE (顔) by Hideo Yokoyama (2002)
얼굴 
지은이 요코야마 히데오 
펴낸 곳 랜덤하우스코리아(주)
1판 1쇄 인쇄 2010년 9월 23일
1판 1쇄 발행 2010년 9월 30일
옮긴이 민경욱
디자인 랜덤하우스 디자인팀 김미성 김선영
일러스트 허정은 


   p. 266

   하지만 감식과 얼굴 그림을 통해 배운 관찰 안목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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