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서평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소설은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이카가와 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라고 합니다(p. 429). 최근 작가의 데뷔작이자 '이카가와 시 시리즈' 첫 번째 작품도 번역 출간되어서 반가운 소식이네요. 국내에서는 '저택섬'과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그리고 데뷔작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까지 출간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제목이 상당히 독특해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일단 고양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로 이 소설을 택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용 역시 고양이와 상당히 관련이 많고 제목대로 등장하는 고양이도 많습니다. 결과적으로도 고양이에 대해 잘 아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이야기도 등장하게 됩니다. 다만 표지와 달리 이 소설에서 중심이 되는 고양이는 삼색 털을 가진 쪽이지만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정통 탐정물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정통 탐정물은 뭘까? 라고 생각해보다가 정의를 내려본 것이 주인공이 그리 명탐정은 아닐 것, 그렇지만 순간의 재치가 엿보이는 의외의 타이밍에 추리를 해낼 것, 가난할 것, 나름 명탐정이지만 그리 인정받지 못할 것, 무능한 형사가 등장할 것, 전체적으로 아주 코믹하지 않고 불행하다던가 악인이 등장하는 무거움을 가지고 있어도 종종 실소를 금할 수 없어야할 것.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런 탐정물이 유능하다던가 도덕성을 내세우는 형사물에 완전 반대가 되는 느낌을 가진 채로 명맥이 이어져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역시 이 소설도 그런 요소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의뢰가 이어지지 않아서 월세를 내지 못한 덕분에 건물주에 의해서 강제로 고양이 찾아주는 의뢰를 승낙해버리고 맙니다.
놀라운 것은 이 시원찮을 것 같은 일이 부자의 고양이를 찾아주는 것으로 무려 120만엔의 보수를 얻을 수 있는 월척이었습니다. 기본 골격은 이렇지만 소설 자체의 시작은 10년 전의 미해결 살인 사건을 보여주고 다시 10년 후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탐정 우가이 모리오로 설정되어 있지만 탐정쪽에만 무게가 실려있는 것은 아니고 꽤나 그럴듯한 추리를 해내는 형사 스나가와 경부가 등장합니다. 물론 추리물의 제약상 마지막까지는 명탐정 쪽도 엘리트 형사 쪽도 제대로된 추리는 해내지 못하지만요. 두 사람의 분량이 비슷하게 번갈아가며 등장하는 구성도 흥미롭습니다.
피해자는 탐정의 의뢰인인 고도쿠지 도요조입니다. 그는 마네키스시 체인점으로 유명한 부자인데 가게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마네키네코를 마스코트로 사용하고 있고 마네키네코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마네키네코는 일본의 고양이 모양의 인형입니다. 한 손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 돈을 불러준다는 의미를 가진 캐릭터입니다. 가게 앞의 엄청나게 큰 마스코트 덕분에 KFC 창립자 커넬 샌더스의 말을 본따 '야옹넬 냐옹더스'라 불리우는 사람입니다.
월세를 내야하는데다가 고생한 보람도 없이 일을 끝낼 수 없어서 우가이 탐정은 삼색 털 고양이 '미케코'를 계속 찾기로 하고 어느새 범인 추리에 합류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시도 때도 없이 피식거리는 실소를 머금게 하는 대사들이 등장합니다.
물론 코드가 안맞으실 분도 있지만 이런 부분이야말로 일본식 탐정물스러운 유머 아닐까 싶습니다. 사망 추정 시각을 두고 에누리를 한다던가, 범행 시각을 경매로 결정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린다던가 무능함을 비꼬는듯 하면서도 피식거리게 만드는 엉뚱한 상황들은 재미의 또 다른 요소이기도 합니다.
결국 탐정과 형사의 추리는 각각의 모습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오고 종종 관련된 부분들도 있어왔지만 마지막에 되어서야 전체적인 사건의 틀이 잡히게 됩니다. 형사가 도달한 결론과 탐정의 결론이 각각 진행되는 것을 보면 두 사람의 위치에 따른 차이점도 느낄 수가 있구요. 결국 이건 탐정물이 맞구나 싶은 상황들로 결론을 맺게됩니다.
그다지 심각한 진행 방식이 아니라 지나치게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가지지 않았나 하고 손을 놓게되는 탐정물이 있는가 하면 대수롭지 않은 부분은 마찬가지인데 결론이 궁금해서 읽는 속도를 내게되는 탐정물도 있는 것 같습니다. 대체 결론이 뭔지 궁금해서 계속 읽게되는 이 소설은 역시 고양이를 좋아하고 잘 아는 사람에게는 재밌는 결말이었습니다. 아는 이야기가 나와서 반갑기도 했구요.
조금 긴장감이 떨어진달까 깊지 않은 소설이긴 하지만 탐정물이야 대부분 그런 편임을 감안한다면 트릭과 범죄 동기, 구성 방식이 재밌어서 당분간 관심있는 작가로 눈여겨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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