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요코야마 히데오의 전작 '그늘의 계절'에 수록된 단편인 <검은 선>의 후속작입니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던 '몽타주를 그리는 여경' 히라노 미즈호의 이후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2003년 나카마 유키에 주연의 11부작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그늘의 계절' 서평 http://lanpaper.blog.me/100136817963 )
배경은 역시 D현경 본부로 동일합니다. 히라노 미즈호는 그 사건 이후 비서과 홍보실에 배속되어 있습니다. 전작에서 미즈호는 목격자의 진술을 통해 몽타주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상부의 명령에 따라 사진을 보고 그려야만 했던 사건 덕분에 좌절하고 경찰도 그만두고 싶어했지만 결국 남기로 합니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는 안그래도 여경이 설 자리가 좁은 상황인데 거기다가 한직으로 밀려나 잡무 처리 밖에 할 수 없는 고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자 요코야마 히데오는 실제 신문사 기자 출신입니다. 그래서 경찰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기자와의 관계들을 상당히 현실감 있게 써 내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보통 그런 기자와의 관계가 등장하는 이야기 안에서는 그런 특징이 장점이 되었는데 이 소설 속에서는 어딘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것이 불완전함 속에서 드러나는 어색함이 아니라 어린 나이의 여경의 모습을 그려내기엔 너무 유려한 문체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좀 더 감성적인 여성의 느낌을 자아내는 문체였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하면서 읽어나갔지만 역시 '히라노 미즈호'는 그런 인물은 아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서 결국 이 소설의 별점은 5개로 매겨봤습니다.
이야기는 다섯 편의 연속된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홍보실에 배속된 이야기도 등장하고 허울만 좋은 이동을 통해 범죄 피해자 지원 대책실에서 상담 업무를 맡기도 합니다. 그리고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수사 1과 강력범수사 제4계에서 활약하기도 합니다.
마녀 사냥
감식과의 기동감식반의 일원이었던 히라노는 지금 스물셋, 순사 6년차에 비서과의 홍보공청계로 배속되어 있습니다. 잡무 처리에 질려서 좀 더 경찰다운 일을 해보려고 무리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주로 기자들과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어느 기자가 정보를 빼돌려 특종을 썼는지에 대해 추리해가는 과정이 등장합니다. 전반부엔 무리하고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설픈 모습이 등장하지만 역시 홍보만 하기엔 아까운 추리력을 가진 인물임을 보여주는 단편입니다.
결별의 봄
D시에서는 연속 방화 사건이 발생해서 걱정스러운 상황이지만 잡무처리만 하고 있는 미즈호에게는 지루한 하루입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배치전환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감식은 아니고 상담 전화를 받는 업무입니다. 그 일을 통해 예전 방화 사건의 피해자를 알게되고 진상을 파악하게 됩니다.
의혹의 데생
예전에 데생의 기초를 배웠던 회화 교실에 이번엔 자비로 다니게 되면서 재출발을 결심합니다. 그러다가 현재 몽타주 담당 여경을 만나게 되고 그녀의 데생 수준을 보게 됩니다. 그 후 사건이 발생하여 몽타주를 보고 미즈호는 의혹을 품게 됩니다. 자신과 같은 일을 당하지 않았을까 우려하여 추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공범자
'은행 강도 통보 훈련' 실시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동시간대에 강도가 발생하는 바람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해서 감찰과가 등장합니다. 룸메이트인 여경에게도 적잖은 피해를 준 것 같아 추리를 시작하는데 전편들보다는 좀 더 대담한 수사 능력이 펼쳐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진상은 조금 가슴 아픈 이야기였습니다.
마음의 총구
유일한 강력범수사계의 여경이 출산 휴가로 공석이 된 자리에 임시 배치된 미즈호. 수사 1과 형사부실로 출근을 하게 됩니다. 여경에게 처음으로 권총이 지급되어 권총에 관련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사격 대회 우승자인 여경이 권총을 빼앗기고 구타당하는 사건이 발행합니다. 그 사건을 조사하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추리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이렇듯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통해 여경의 고충이나 경찰간의 관계들을 살펴볼 수 있고 소소하게 피해자나 가해자의 모습들이 등장해서 단순한 사무직 여경의 모습이 아닌 경찰 소설로서의 내용들도 접할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단순히 '몽타주를 그리는' 그림 실력만을 가진 경찰이 아니라 그것이 수사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이 소설의 특징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늘 그랬지만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에는 신뢰할 수 있을만한 재미가 있습니다. 이번 소설 역시 그랬습니다. 여경이 단순한 업무를 통해 고심하는 부분과 수사하는 경찰로 그려지는 부분이 적절히 나눠져있고 감상적인 부분이 등장해 늘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끄럽게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는 부분들은 탁월한 작가의 능력같습니다.
매번 느끼지만 다른 작품도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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