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임경화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서평

 

전직 기사 출신의 저자 요코야마 히데오는 1991년 데뷔 이래 수많은 추리 소설을 써냈습니다. 많은 작품이 상을 수상했고 종종 드라마화되기도 하구요. 경찰 소설들이 눈에 띄지만 경찰 소설만을 고집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집은 표제작 '동기'를 포함한 4편의 단편 모음집입니다. 표제작 '동기'는 2000년 제53회 일본추리작가협회 단편부문 수상작입니다.

 

이 작가하면 경찰 소설이 먼저 떠오르는 면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사건이나 트릭, 해결 등을 초점에 맞춘 추리물이 아니라 좀 더 인간적인 갈등부가 두드러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경찰 내부의 조직 간의 문제를 탁월하게 그려냅니다. 그렇다고 너무 섬세해서 늘어지는 감정선을 갖는 것도 아니구요. 깔끔하고 담백한 문체를 지니고 있습니다.

 

신뢰가 가는 작가이긴 하지만 반대로 얘기하자면 너무 모범생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요. 그래도 이런 면이 경찰 소설과 제법 잘 어우러지는게 아닐까 싶어서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이번 단편 모음집에는 각기 다른 네 사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표제작은 물론 경찰이 주인공이지만 피의자와 피해자 가족, 기자와 취재원, 판사의 이야기로 다양합니다.

 

동기

J현경 본부 경무과 기획조사관으로 44세의 경시인 가이세 마사유키는 아버지를 이은 2대째 경찰입니다. 사건 정보가 기록된 중요한 경찰 수첩을 경찰서에 일괄보관 하자는 제도를 만들어낸 장본인인 그에게 보관 중이던 수첩이 일체 도난당했다는 연락이 옵니다.

 

이 안건을 낸 그의 경력도 흠집이 나게되고 더욱 문제는 경찰서 내부 사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신이 조사를 하고자 합니다.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와 달리 일개 직원으로 수사 흉내나 내고 다니지 말라는 무시, 경력, 조직 내부를 의심해야하는 상황 등을 세밀하게 잘 그려낸 수작입니다.

 

이 소재를 장편으로 끌고 갔어도 꽤나 역작이 되지 않았을까란 기대감도 품게 될 정도로 흥미진진한 소재이긴 하지만 역시 잘된 단편이 줄 수 있는 빠른 템포의 진행과 결말의 여운이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입니다.

 

역전의 여름

야마모토 히로시는 13년 전 살인사건의 피의자입니다. 계획 범죄는 아니었지만 범행 자체를 부인하는 입장은 아니라 쥐죽은듯 살아가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딘가 한편으론 억울하다고 남탓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보호감찰관 덕분에 직업을 얻고 아무도 모르는 외딴 동네에서 묵묵히 살아갑니다. 그러나 진실을 알고 있는 사장의 행동 변화와 함께 집으로 걸려온 이상한 전화 한통으로 그의 조용한 일상은 변화를 더해갑니다. 살인청부 의뢰를 부탁하는 낯선 인물, 전부인과 아들을 위한 돈에 대한 욕심 등이 뒤섞여 생각의 변화들을 차곡히 그려낸 작품입니다.

 

피의자와 피의자 가족,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되는 결말이긴 하지만 작품 자체가 진행되면서 느낄 수 있는 점은 유혹 앞에 강한 마음을 가져야하며 진실을 모른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할까란 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재원

미즈시마 마치코는 15만명의 시민이 있는 작은 도시의 '겐민 신문'사 기자입니다. 그녀가 쓴 기사가 발단이 되어 신문사의 불매 운동까지 벌어지게된 골치 아픈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러다가 전국지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옵니다.

 

시끄러운 상황 한 가운데 있는 자신을 스카웃하려는 단 하나의 이유가 바로 자신의 '취재원'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되고, 다시 한번 취재원에게 정보를 얻어 더 나은 신문사로 이동하고 싶어하는 그녀의 급박한 모습들이 그려집니다.

 

여자 기자로써의 조직 내 위치라던가 경력에 대한 고심들이 잘 그려진 수작입니다. 결말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대작이 아니라는 점에서 무거운 결말이 아니기 때문에 더 괜찮았던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드네요.

 

밀실의 사람

D지방법원의 49세인 안자이 도시마사 판사는 삶의 모든 부분을 판사로써 살아간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직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법정에서 졸게됩니다. 원장 판사의 질책, 기자와의 대화 등을 통해 자신이 쌓아왔던 22년의 강직함이 하루 아침에 무능함으로 변화되고 그는 왜 졸게되었는지 추리를 이어갑니다.

 

그 끝에서 발견한 의외의 진실은 정말 추악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과거가 어떠했든 그것이 추악한 것이 아니라 그 과거가 들통날까봐 '지금' 한 사람이 취하는 태도가 그 됨됨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흠을 상대탓을 한다던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동기는 상대에게 있으니 책임을 전가한다던가 그런 행동들이 그 사람 자체의 품성을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리들 스토리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그들의 절망은 어떤 방향이건 상관없이 탈출구가 없어 보입니다. 내면을 보지 못하고 외면의 아름다움만을 보고 반한 그 자신의 탓이라고 해야할까요.

 

이상이 네 편의 단편에 대한 내용입니다.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고 각기 다른 사건들을 다루고 있지만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면은 '지금의 행동이 쌓여 나 자신을 이룬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 정보

 

DOUKI by Yokyama Hideo (2000)

동기

지은이 요코야마 히데오

펴낸 곳 랜덤하우스코리아(주)

1판 1쇄 인쇄 2007년 11월 16일

1판 1쇄 발행 2007년 11월 23일

옮긴이 임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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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그저께
이토 타카미 지음, 강라현 옮김 / 달리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서평

 

이토 다카미는 이 소설을 통해 2000년 제49회 쇼가쿠칸 아동 출판 문화상을 받았습니다. 원제는 '미카'로 내용을 보면 좀 더 단순하달까, 솔직합니다. 그러나 저는 번역본의 제목이 참 좋네요. 화자는 유스케로 초등학교 6학년생입니다. 이 소설을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쌍둥이인 미카를 지켜보면서 그녀의 성장 과정을 그린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용히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 아이 유스케와 달리 미카는 자신이 여자인 것을 싫어합니다. '남자 여자'라고 불리울 정도로 프로 레슬링과 K-1을 좋아하고 야구와 축구를 보는 것과 하는 것을 다 좋아합니다. 여자 취급을 할 때면 종종 싸움을 하기도 하지요.

 

남자 아이지만 조용히 있는 것이 좋기에 남자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유스케와 반대로 여성성을 부정하고 남자였으면 좋겠다는 미카. 공교롭게도 둘은 쌍둥이입니다. 그렇지만 쌍둥이이기 때문에 생기는 갈등은 전혀 없고 미카 자신의 갈등을 주로 다루는 편입니다.

 

아이에서 소녀로 변화되는 시기랄까요. 아직은 소녀이기를 거부하는 한 인물에 대한 성장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은 별거중이고 큰 누나인 고등학생 아유미도 그리 친절하게만은 나오지 않습니다. 언제까지라도 어린 아이인 채로 살아온 것처럼 살 수 없는 변화되는 환경들이 이 소설의 흐름이기도 합니다.

 

유스케와 미카는 우연히 한 생물체를 발견합니다. '고구마같이 생긴 털투성이 물체'. 동물도감을 봐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생물체입니다. 이 생물체에게 미카는 '그저께'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그저께 발견했기도 하고 금방 잊어버릴 것 같지 않다며 잘어울린다고 합니다. 키위를 먹는 그저께.

 

어느 날 유스케는 그저께를 안고 눈물을 흘리다가 그저께가 커지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억지로 울 때는 전혀 반응이 없지만 슬픈 눈물이 닿으면 커지는 그저께. 그래서 신 키위를 먹었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미카는 종종 그저께에게 가서 울곤 했는데 점점 커가는 그저께가 유스케의 눈으로 묘사됩니다. 반대로 그저께의 크기를 보면 얼마나 미카가 많이 울었는지 확인할 수 있지요. 그러나 유스케는 어떤 위로도 도움도 주지 못합니다. 너무 커져서 다른 장소를 찾아줘야할 것 같지만 비가 많이 내려 그저께는 사라집니다.

 

이후 유스케에게 많은 일이 생겨 부모님은 정식으로 이혼하고 아유미 누나는 엄마와 함께 살기로 합니다. 누나에게도 새로운 일이 생기고 이사를 하게됩니다. 그리고 2년이 흘러 미카는 평범한 여중생인듯 남자친구도 생기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미카의 슬픔은 그저께가 다 가져간듯 미카는 이제 미래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고 합니다.

 

남자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남자가 되고 싶어하는 한 소녀의 성장기. 어쩌면 소망했던 일이 불가능하단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의 이야기는 아닐까요. 아동 문학상을 받았지만 어른에게도 시사점이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슬픈 그저께는 과거로 보내고 행복해질 미래만을 생각해보는건 어떨까요.

 

 

 

 

 

 

책 정보

 

MIKA! by Takami Ito (1999)

안녕, 그저께

글쓴이 이토 타카미

펴낸곳 (주)도서출판 달리

1판 1쇄 박음 2007년 6월 20일

1판 1쇄 펴냄 2007년 6월 30일

옮긴이 강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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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스토리콜렉터 11
요시노 마리코 지음, 박선영 옮김 / 북로드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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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서평

 

이 소설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성장 소설입니다. 추억 전당포에는 마법사가 살고 있습니다. 돌층계를 내려간 절벽 아래 바닷가, 구지라 섬이 보이는 빨간 지붕의 크림색 돌벽을 가진 'ㅊㅜㅇㅓㄱ 전당포'라는 간판이 달린 건물. 이곳에는 어린이들만이 알아 볼 수 있는 마법사가 살고 있습니다. 창을 청소하고 있는 달팽이와 차를 따라주는 다람쥐도 함께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마법사에게 추억을 팔면 돈을 줍니다. 20살이 되기 전에 돈을 갚으면 그 추억은 모두 돌려줍니다. 추억을 판다고 해서 완전히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때 느꼈던 가슴 떨림이나 설렘같은 구체적인 감정은 사라진다고 하네요.

 

처음 등장하는 초등학교 6학년생 하루토는 단골로, 주요 인물로 종종 나오긴 하지만 정말 주인공은 구지라사키 중학교에 다니는 나가사와 리카입니다. 하루토가 늘상 추억을 팔러 전당포에 온다면 리카는 반대입니다. 미심쩍은 마법사를 의심하고 인터뷰 요청을 하게됩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의 태도라던가 여러 일들을 겪게 되면서 단단해지고 마법사와 친해집니다. 그러나 여전히 리카는 자신의 추억을 팔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알게된 이지메 사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되고 친구가 생깁니다. 남자 친구 이야기도 나오지요. 슬픈 일도 일어나고 마법사의 여러 일면도 엿보게됩니다.

 

누군가에겐 추억을 팔아서라도 돈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지만 추억은 나의 것이라며 간직하고 있는 리카 역시 인생이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아픈 과정을 겪어가면서 성장해갑니다. 20살 생일이 되기 전 도쿄로 대학 진학을 한 리카가 고향에 돌아옵니다.

 

20살이 되면 마법사를 만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모두에게 신비한 인물이었던 마법사이지만 자신에게 추억을 팔지 않으면서도 늘 놀러오는 리카를 특별히 생각했던 마법사. 마지막은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결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추억이라는 것이 단순한 기억을 넘어서 나를 구성하는 더 많은 감정과 함께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소중한지를 생각해보게됩니다. 지식을 담는 것이 아니라 느끼기 때문에 사람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구요. 누군가와의 만남의 소중함, 기억의 중요성 같은 것들을 생각해보게되는 가슴 따스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책 정보

 

Omoide Azukarimau by Mariko Yoshino (2011)

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지은이 요시노 마리코

펴낸곳 (주)더난콘텐츠그룹

초판 1쇄 인쇄 2012년 7월 31일

초판 1쇄 발행 2012년 8월 9일

옮긴이 박선영

디자인 서은영, 장진희

표지 디자인 인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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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길 위에 버리다 - 제135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이토 다카미 지음, 한성례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서평

 

이 책에는 단편 두 작품과 작가의 인터뷰가 함께 실려있습니다. 저자는 '조수석에서 빙글빙글 춤을 추며'로 대학 재학 중인 1995년 제32회 문예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와세다 대학에서 오노 아즈사 기념상 예술상을 수상했고 이후 '안녕, 그저께'로 제49회 쇼가쿠칸 아동출판문화상, '하늘 높이, 깊슨 플라잉 V'로 제21회 쓰보타 조지 문학상, 이 책에 수록된 '8월의 길 위에 버리다'로 제13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습니다.

 

순수문학은 아무래도 섬세한 감정 묘사의 힘이 필요한 장르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선입견으로 '아쿠타가와상 수상작'들은 어딘가 일그러지고 순탄치않은 소재를 풀어내지 않나란 생각을 했었습니다. 평범해서는 수상작이 되긴 어렵겠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읽는데 고생을 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지요.

 

어느 작품을 선택해서 읽을 때 작가의 취향이 나와 맞는지가 가장 많은 고려의 대상이 될 것 같은데요.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그다지 취향은 아닙니다. 그래도 이토 다카미의 작품을 읽게 되는 것은 묘한 매력을 느껴서인 것 같습니다.

 

'8월의 길 위에 버리다'에서는 트럭을 끌고 자판기의 캔을 채우는 일을 하는 두 사람이 주인공입니다. '미즈키 씨'가 일을 그만두려해서 마지막 날을 보내면서 화자인 아쓰시와 대화하는 것이 기본 스토리입니다.

 

특이하게 여자인 미즈키 씨와 아쓰시는 이혼을 했다는 점이 같습니다. 서로의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회상씬이 종종 삽입됩니다. 이토 다카미는 뒷 부분에 수록된 인터뷰를 통해서 좀 더 성숙한 30대 남자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고 밝힙니다. 소설을 구성하고 있는 몇 요소들이 데뷔작과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고 해도 작품의 깊이는 확실히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이후 2009년에 집필한 '해협의 남쪽'에선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나 싶습니다.

 
단순히 얘기하자면 이혼한 한 인물이 과거를 회상하는 정도의 이야기겠지만 탁월한 면은 '미즈키 씨'라는 인물을 등장시켰다는 면일 것 같습니다. 자신이나 전처와 동일시시키지 않고 배치시킨 캐릭터이지만 그러면서 아쓰시의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면도 있습니다.
 
사람의 시선이나 생각이 한가지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생각을 동시에 한다던가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점에서 굉장히 리얼함을 가지기도 합니다. 남성의 시각과 이러한 다양한 시점의 분산은 요시다 슈이치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이토 다카미가 완전한 남성적 시각이라면 요시다 슈이치는 남성의 여성적인 시각을 부각시키지 않나 싶습니다.
 
"자기만 행복해지고, 나빠요."(p. 94)라고 외치는 아쓰시의 모습에서 그의 철없음을 알게됩니다. 결단력도 없었고 상대와 문제 해결도 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끌어안고 가지도 못하는 유약함은 홀로 당당히 남자들의 세계에서 돈을 벌고 또 당당히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기 이해 도약하고자하는 미즈키 씨와는 전혀 다릅니다.
 
아쓰시의 회상은 자신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말을 통해 그가 변화되거나 변화를 소망하는 드라마적인 요소로 이 소설을 마무리하지 않습니다. 그랬다면 이 소설이 수상작이 되지도 않았을 것 같습니다.
 
돌멩이를 발로 차고 싶어하는 모습, 그마저도 발견하지 못하는 모습. 불평하는 모습 자체가 더 현실에서 있을 법한 것은 아닐까요. 제목처럼 아쓰시가 8월의 길 위에 무언가를 버리고 도약하기를 바라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조개 속에서 보는 풍경'은 화자 준이치가 마트에서 한 투서를 보고 겪은 일에 대한 아주 짧은 단편입니다. 동화적이기도 하고 판타지적인 것 같기도 한 이야기입니다. 정확한 진상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하는 분들에겐 조금 곤란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요.
 
 
 
 

 

 

책 정보

 

Hachiatsu no Rojo ni Suteru by Takami Ito (2006)

8월의 길 위에 버리다

지은이 이토 다카미

펴낸곳 대한교과서(주)

1판 1쇄 인쇄 2007년 8월 10일

1판 1쇄 발행 2007년 8월 25일

옮긴이 한성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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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의는 반드시 세 번 느낀다 코이가쿠보가쿠엔 탐정부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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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평

 

이 소설은 '코이가쿠보가쿠엔 고등학교 탐정부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입니다. 국내에 먼저 소개된 '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는 세 번째 소개된 작품으로 번외편입니다. 본편에서 등장하는 주요 등장인물인 세 명이 아닌 다른 인물이 주인공으로 그려졌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작품인 '초보 탐정들의 학교'는 번역 출간 예정에 있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탐정부가 주인공이다보니 학원물과 탐정물의 경계를 넘나드는 장르를 지니고 있지만 그보다 '안락의자형 탐정물'류에 가깝습니다. 저는 먼저 '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를 봤는데 역시 동일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표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야구'라는 소재가 상당히 큰 몫을 차지합니다. '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에서도 역시 그러했죠. 그렇다고 야구를 알아야 재밌는 것은 아닙니다. 야구를 몰라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소설의 성향을 단적으로 설명하자면 '탐정물'이라고 단정짓기는 좀 약합니다. '탐정물'이라기엔 정통 탐정 역할의 주인공은 나오지 않는다는 면에서 저자의 또 다른 시리즈인 '이카가와 시 시리즈'와 차별화된 점을 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쪽의 탐정이 좌충우돌하는 코믹한 면을 그리면서도 역시 천재 탐정이 주인공인 전형적인 코믹 탐정물과 다르게 이 소설에서는 탐정 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천재 탐정은 아닌 조금은 평범한 탐정부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물론 코믹한 일면들이 존재하지만 의외로 '이카가와 시 시리즈'에 비해선 진중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코쿠분지 시 서쪽에 위치한 사립 고등학교, 코이가쿠보가쿠엔. 평범한 고등학교이며 이 학교엔 최하위 팀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야구부가 있습니다. 화자는 이 고등학교 2학년 생으로 평범한 인물입니다.

 

그리고 탐정부 부장은 3학년 타마가와 류지로 미스터리 관련해서는 절대자이지만 그 외에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도 하는 독특한 인물입니다. 그리고 넘버 투인 야쓰하시 쿄스케 역시 3학년으로 간사이 사람(교토, 나라 오사카 등지의 지역)으로 통합니다. 역시 미스터리 애호가이며 공격적인 간사이 사투리를 쓰는데 소문에 의하면 도쿄에서 태어나 자란 것 같다고 합니다. 핵심을 찌르는 예리한 말을 하곤 합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화자와 그가 설명하는 두 선배의 활약상이 대충 이 소설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건은 장편 소설로 야구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최약체의 야구부에서 베이스가 도난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연습 경기를 보러 갔다가 시체가 발견되는 평범한 수순일 수도 있지요.

 

이 탐정부 3인은 사건 해결을 위해 이곳 저곳을 뛰어다닙니다. '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란 제목이 떠오를 정도로 학원물이지만 전혀 학교 생활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정말 간간히 나올 정도랄까요.

 

탐정부 부장과 부부장의 추리는 일리가 있고 설득력이 있긴 하지만 사건은 또 다른 방향성을 가집니다. 그 부분이 이 소설의 핵심이면서 더 재미있는 구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등학생 천재 탐정이라는 모습보단 오히려 이런 상황들이 발전 가능성도 있고 재밌지 않나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장편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끌고간 점은 상당히 즐겁게 읽었습니다. 탐정부가 추리한 부분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웠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한 미스터리 소설의 트릭만을 가지고 설명되지 않는다는 기분도 들었구요. 

 

아카가와 지로의 소설을 읽으면서 살인을 다뤄도 그리 무겁지 않게 서술하는 방식 탓에 읽은 후엔 트라우마가 적은 편이었는데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소설 역시 그런 것 같습니다. 각 시리즈 별로 전혀 다른 캐릭터들을 설정하고 또 다른 모습의 코믹을 그려넣는 것 자체가 상당히 흥미롭네요.

 

아무래도 '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를 먼저 읽은 탓에 키리가미네 료가 등장하지 않아 아쉬웠던 편이었습니다. 다음 편에선 이들이 만나 동시에 활약상을 펼치면 어떨지 기대하고 기다리라는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구요. 다음 편도 번역되길, 또 다른 편도 집필되길 기대해봅니다.

 

 

 

 

 

 

책 정보

 

Satsui wa Kanarazu Sando Aru by Tokuya Higashigawa (2006)

살의는 반드시 세 번 느낀다

지은이 히가시가와 도쿠야

펴낸곳 씨엘북스

초판 1쇄 찍음 2012년 9월 8일

초판 1새 펴냄 2012년 9월 16일

옮긴이 한성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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