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길 위에 버리다 - 제135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이토 다카미 지음, 한성례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서평

 

이 책에는 단편 두 작품과 작가의 인터뷰가 함께 실려있습니다. 저자는 '조수석에서 빙글빙글 춤을 추며'로 대학 재학 중인 1995년 제32회 문예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와세다 대학에서 오노 아즈사 기념상 예술상을 수상했고 이후 '안녕, 그저께'로 제49회 쇼가쿠칸 아동출판문화상, '하늘 높이, 깊슨 플라잉 V'로 제21회 쓰보타 조지 문학상, 이 책에 수록된 '8월의 길 위에 버리다'로 제13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습니다.

 

순수문학은 아무래도 섬세한 감정 묘사의 힘이 필요한 장르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선입견으로 '아쿠타가와상 수상작'들은 어딘가 일그러지고 순탄치않은 소재를 풀어내지 않나란 생각을 했었습니다. 평범해서는 수상작이 되긴 어렵겠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읽는데 고생을 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지요.

 

어느 작품을 선택해서 읽을 때 작가의 취향이 나와 맞는지가 가장 많은 고려의 대상이 될 것 같은데요.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그다지 취향은 아닙니다. 그래도 이토 다카미의 작품을 읽게 되는 것은 묘한 매력을 느껴서인 것 같습니다.

 

'8월의 길 위에 버리다'에서는 트럭을 끌고 자판기의 캔을 채우는 일을 하는 두 사람이 주인공입니다. '미즈키 씨'가 일을 그만두려해서 마지막 날을 보내면서 화자인 아쓰시와 대화하는 것이 기본 스토리입니다.

 

특이하게 여자인 미즈키 씨와 아쓰시는 이혼을 했다는 점이 같습니다. 서로의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회상씬이 종종 삽입됩니다. 이토 다카미는 뒷 부분에 수록된 인터뷰를 통해서 좀 더 성숙한 30대 남자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고 밝힙니다. 소설을 구성하고 있는 몇 요소들이 데뷔작과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고 해도 작품의 깊이는 확실히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이후 2009년에 집필한 '해협의 남쪽'에선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나 싶습니다.

 
단순히 얘기하자면 이혼한 한 인물이 과거를 회상하는 정도의 이야기겠지만 탁월한 면은 '미즈키 씨'라는 인물을 등장시켰다는 면일 것 같습니다. 자신이나 전처와 동일시시키지 않고 배치시킨 캐릭터이지만 그러면서 아쓰시의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면도 있습니다.
 
사람의 시선이나 생각이 한가지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생각을 동시에 한다던가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점에서 굉장히 리얼함을 가지기도 합니다. 남성의 시각과 이러한 다양한 시점의 분산은 요시다 슈이치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이토 다카미가 완전한 남성적 시각이라면 요시다 슈이치는 남성의 여성적인 시각을 부각시키지 않나 싶습니다.
 
"자기만 행복해지고, 나빠요."(p. 94)라고 외치는 아쓰시의 모습에서 그의 철없음을 알게됩니다. 결단력도 없었고 상대와 문제 해결도 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끌어안고 가지도 못하는 유약함은 홀로 당당히 남자들의 세계에서 돈을 벌고 또 당당히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기 이해 도약하고자하는 미즈키 씨와는 전혀 다릅니다.
 
아쓰시의 회상은 자신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말을 통해 그가 변화되거나 변화를 소망하는 드라마적인 요소로 이 소설을 마무리하지 않습니다. 그랬다면 이 소설이 수상작이 되지도 않았을 것 같습니다.
 
돌멩이를 발로 차고 싶어하는 모습, 그마저도 발견하지 못하는 모습. 불평하는 모습 자체가 더 현실에서 있을 법한 것은 아닐까요. 제목처럼 아쓰시가 8월의 길 위에 무언가를 버리고 도약하기를 바라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조개 속에서 보는 풍경'은 화자 준이치가 마트에서 한 투서를 보고 겪은 일에 대한 아주 짧은 단편입니다. 동화적이기도 하고 판타지적인 것 같기도 한 이야기입니다. 정확한 진상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하는 분들에겐 조금 곤란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요.
 
 
 
 

 

 

책 정보

 

Hachiatsu no Rojo ni Suteru by Takami Ito (2006)

8월의 길 위에 버리다

지은이 이토 다카미

펴낸곳 대한교과서(주)

1판 1쇄 인쇄 2007년 8월 10일

1판 1쇄 발행 2007년 8월 25일

옮긴이 한성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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