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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시효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김성기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요코야마 히데오 작품은 '종신검시관' 다음으로 두번째입니다.
다른 분의 추천이 있어서 믿었지만 상당한 수사물이라고 감탄했습니다.
감동적인 문체가 있었더라면 별 5개도 아깝지 않았을 구성과 캐릭터 선정인데
기자 출신이다 보니 상당히 담백하게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보통 소설을 읽을 때 감정의 선을 맞춰두기위해 감성적인 쪽을 읽었다면
수사물이나 추리물을 읽으면서 어느 한쪽으로 빠지지 않게 하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수사물은 생각을 해보게되는 면이 있어도 '도덕적'인 면에
대해서기 때문에 감정에 빠져들지는 않는데 이 소설은 좀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제목이 다 달라 6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는줄 알았는데
사건 자체는 다른 단편이 맞는데, 같은 F현 경찰청이 주요 무대입니다.
강력계 1, 2, 3반의 수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침묵의 알리바이
'한 때 심리 치료사를 목표로 하던 유모토 나오야. 성실하지 못해서
좀도둑과 푼돈 사기로 연명하다가, 그 때 알게된 지식으로 세명의
여성에게 약을 먹이고 강간했다. 그러나 죄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불충분이었지만 5년을 살았다. 이번에는 현금수송차 습격을 하고
살인까지 저질렀다. 그러나 공판에서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자신에게는 알리바이가 있다고 억울하다며 경찰 조사의 악랄함을 호소한다.'
이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뒷통수를 맞은 강력계 1반 팀들은 이 범인의
증거를 어떻게 잡으며 어떻게 밝혀내는지에 대한 추리물이 되어갑니다.
수사하는 경찰은 1반 반장 구치키 야스마사, 모리, 시마즈가 등장합니다.
특히 웃지 않는 반장 구치키의 카리스마가 대단한데, 웃지않는 잔인한
타입으로 주변에서도 그 카리스마에 눌리기도 합니다. 그런 그에게도
이유가 있는 사연이 밝혀집니다.
그리고 기자 출신답게 신문사의 취재나 대응 같은 것들도 함께 등장합니다.
그러나 철저히 경찰 편으로 써내려가기 때문에 기자하면서 '언론'이라는
매체에 대해서 반감을 품고있는 건가란 생각이 작가에게 들 정도 입니다.
제 3의 시효
혼마 유키에는 초등학교 시절 친구 다케우치 도시하루에게 에어컨 설치를
부탁했지만 그에게 강간 당한다. 그 때 들어온 남편과 싸우다가 남편은
죽고 다케우치는 도망친다. 그리고 이제 시효가 일주일 남았다.
그가 대만으로 도망쳐있던 7일 덕분에 원래 제 1의 시효가 무의미하게되고
제 2의 시효로 7일이 남았다. 그래서 수사 2계인 2반에서 7일 동안
도청, 잠복을 하게된다. 2반의 반장인 구스미, 1반에서 지원을 나온 모리,
2반인 미야지마, 우에쿠사가 수사합니다.
그리고 모리는 자신의 여자 관계를 생각해보게됩니다. 2반 반장인 구스미도
1반 반장 못지않은 카리스마와 능력을 지닌 인물입니다. 공안형사 출신으로
과거를 갖고 있는데 전혀 인정으로 자신의 반을 이끌고 갈 생각이 없고
자신의 수족으로 쓰려고 하는 인물.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다가 문득
딸 아리사의 통학로를 감시하는 건물에 나타나더니 모리의 여자에 대해
강한 혐오감을 나타내어 기분을 상하게 합니다. 구스미는 여자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갖고 있는 인물로 그가 맡은 여자 관련 사건들은 전부 해결하는
저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2의 시효가 끝났을 때 구스미는 나타나서 제목대로 제 3의 시효를
선언하고 결국 범인을 잡습니다. 처음 이 단편을 읽기 시작할 때 워낙 수사물을
많이 봐와서 대충 어떤 식이겠거니 예상은 했는데 큰 것은 맞췄는데 그 과정이
흥미로워서 놀랐습니다. 예상 못하신 분들께는 몇번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흥미로운 수사물입니다.
죄수의 딜레마
이번에는 수사 1과 과장 다하타 아키노부의 이야기 입니다. 반장 위의 직급입니다.
그래서 '주부 살해사건, 증권맨 방화살인사건, 밸런타인데이 조리사 살해사건'
이 세 사건들을 둘러보고 기자들과의 머리싸움 같은걸 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수사 진행도 함께 겸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물이지만 시점이 독특합니다.
이런 방식은 이미 '종신검시관'에서 다뤄졌기 때문에 신기하지는 않지만 기자와
경찰의 공생 관계에 조금 놀랐습니다. 국내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일본 경찰과장에게
기차들이 정보를 캐기위해 밤에 집으로 찾아와 질문한다고 합니다.
서로에게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아서 좀 놀랐습니다. 그런 면에게 기자들은 과장의
행적으로 사건의 해결 진행을 예측하고 과장은 역으로 그들의 그런 예측을 이용
하는 재밌는 다툼도 나옵니다. 그리고 다하타 과장의 눈을 통해본 사건 해결 과정
을 통해서 각 강력계가 얼마나 유능한지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보게됩니다.
앞에 나왔던 두 반장의 카리스마가 비단 그 사건에서만 발휘되었던 것은 아니구나
싶습니다. 마치 미국드라마 CSI의 각 도시의 반장들의 각각의 카리스마가 떠올려
지는, 확고한 캐릭터구나란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리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게 흥미롭습니다.
밀실의 탈출구
이번엔 3반의 이야기 입니다. 나카이소무라 마을의 국유림에서 사체가 발견되었
다고 하여 3반이 출동합니다. 그러다가 반장 무라세가 일과성 뇌허혈 발작을 일으켜
뇌경색으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히가시데가 맡게 됩니다. 그러나 많은
감시가 붙어있는 건물에서 용의자가 사라집니다. 이 밀실에서 도망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으려고 회의를 엽니다. 3반의 히가시데, 이시가미, 폭력단 대책과 유아사,
우지이에, 특별수사반 반장 고하마. 이 자리에 무라세 반장이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는 사건을 해결합니다.
무라세는 앞의 두 반장들과 달리 처음 사건 현장을 보고 감이 와서 그것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잘맞아서 신뢰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감만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니고 그것을 활용해서 제대로된 수사를
하는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인물입니다.
페르소나의 미소
이번에도 1반의 이야기입니다. 13년 전 화공약품 판매회사에 청산가리 250
그램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약 1600명의 성인을 살상할 수 있는
분량. 그 때 아이를 이용해 아버지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13년이 흐른
지금, 노숙사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동일 범인인지 의식해서 1반에서는
야시로와 다나카를 보냅니다. 야시로 또한 범인에게 이용 당한 아이였던 과거를
갖고 있는데 그 덕분인지 관할 경찰서에서 2년만에 형사, 그 후로 2년 만에
강력계가 되는 놀랄만한 인사를 경험합니다.
그것은 구치키가 자신을 이용하려고 한다는 이유였을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그 사건 이후로 절대 진심으로 웃을 수 없었던 것으로
범인을 파악하고 심문에서 성공합니다. 범행에 이용당하고 제대로 살아오지
못한 마음 때문에 더욱 경찰로써 열심히 할 수 있는 그의 슬픔이 느껴집니다.
흑백의 반전
이번에는 1과와 3과의 연합 수사입니다. 말이 좋아 연합이지 경쟁이 붙어서
서로를 경계하는 어린애들 같은 모습도 보입니다. 사건은 W시 후카미초의 한
가정집 유미오카 일가 살해 사건. 작은 아이도 죽였다는 점에서 수사 과장은
1과도 함께 배치시킵니다.
이 사건의 흥미로운 점은 어느 쪽이 사건을 해결했느냐가 아닌, 역시 두
반장은 멋있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1과 반장은 목격자의 증언의 허점을
발견하여 알았고, 3과 반장은 범인이 갖고 갔던 튤립을 가지고 파악함으로
사건을 해결합니다. 사건 자체는 끔찍하지만 두 사람의 캐릭터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런 내용을 가진 수사물입니다. '종신검시관'은 상당히 느슨한 느낌이 드는
수사였는데 '제 3의 시효'는 상당히 본격 수사물의 느낌입니다. 역시 추천
하는 책은 저력이 있구나라고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