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거짓말
요시다 슈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출간 당시 '소설을, 선물한다'라는 문구로 크리스마스 선물로 각광받았다고
합니다. 거짓말의 거짓말. 다섯개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된 얇은 소설입니다.
주인공 츠츠이는 4살(??) 아이의 아버지인데 자신의 친 아들이 아닙니다.
아이가 한 살 때 지금 부인과 결혼해서 장모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 게이와 동거도 했었고, 평범한 인생은 아닙니다.

그는 아이를 자신의 친자식이라고 생각하고 아이가 친아버지를 만날 때면
편안하지 않은 아버지의 모습도 보이지만 어느 날 문득 떠나고 싶은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을 회상하기도 하고, 예전 여자친구와 닮은 여자에게
마음도 가고 연락도 할까 생각도 합니다.

요시다 슈이치 소설을 읽으면 이 사람은 이런 부분들을 의미를 갖고 썼을까
싶은 곳이 있습니다. 어떤 복선의 개념으로 쓴 것인지, 혹은 아무 의미없이
그냥 일상을 쓴것인지.. 라는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됩니다.
상당히 평범한 일상을 쓴 것 같은 그런 모습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요시다 슈이치 소설을 읽으면 뭔가 늘어지는 것 같고, 우울하달까..
그런 기분이 되어서 천천히 읽게 되고 나눠읽게 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 소설을 읽고나서 판별하게 되었는데
주인공의 불안정함 때문인 것 같습니다.

'캐러멀 팝콘'에서도 그러했고, '퍼레이드'에서도 그러했습니다.
어딘가 화자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자신조차도
그 명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채 불안해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기분이 되어서 꽤 오랫동안
보지 않았었는데 요시다 슈이치 소설이 좀 그런 느낌인 것 같네요.

거기에 좀 더 잔인함을 가미한 것 같달까요.

이 책의 주인공은 그런 사람입니다.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해
의구심은 없지만 자꾸 다른 생각을 하게되는 나약한 면이 있습니다.
의연하고 대범한 부인의 모습이 좋아서 결혼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대조가 됩니다.

그는 다른 삶을 살아보거나, 가족을 버린다거나 그럴 마음은
아니지만 그의 '휴게소 주차장' 같은 면은 정말 말없이 어디론가
떠나버릴 사람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받은 소설이라는 것은 현대의 사람들이
이런 불안정성과 나약함을 공감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마음이
있어도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 같습니다.

요시다 슈이치, 팬도 많고 유명한 작가이지만 사실 추천은
조금 꺼려집니다. 기분이 착 가라앉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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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시효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김성기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요코야마 히데오 작품은 '종신검시관' 다음으로 두번째입니다.
다른 분의 추천이 있어서 믿었지만 상당한 수사물이라고 감탄했습니다.
감동적인 문체가 있었더라면 별 5개도 아깝지 않았을 구성과 캐릭터 선정인데
기자 출신이다 보니 상당히 담백하게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보통 소설을 읽을 때 감정의 선을 맞춰두기위해 감성적인 쪽을 읽었다면
수사물이나 추리물을 읽으면서 어느 한쪽으로 빠지지 않게 하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수사물은 생각을 해보게되는 면이 있어도 '도덕적'인 면에
대해서기 때문에 감정에 빠져들지는 않는데 이 소설은 좀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제목이 다 달라 6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는줄 알았는데
사건 자체는 다른 단편이 맞는데, 같은 F현 경찰청이 주요 무대입니다.
강력계 1, 2, 3반의 수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침묵의 알리바이

'한 때 심리 치료사를 목표로 하던 유모토 나오야. 성실하지 못해서
좀도둑과 푼돈 사기로 연명하다가, 그 때 알게된 지식으로 세명의
여성에게 약을 먹이고 강간했다. 그러나 죄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불충분이었지만 5년을 살았다. 이번에는 현금수송차 습격을 하고
살인까지 저질렀다. 그러나 공판에서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자신에게는 알리바이가 있다고 억울하다며 경찰 조사의 악랄함을 호소한다.'

이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뒷통수를 맞은 강력계 1반 팀들은 이 범인의
증거를 어떻게 잡으며 어떻게 밝혀내는지에 대한 추리물이 되어갑니다.
수사하는 경찰은 1반 반장 구치키 야스마사, 모리, 시마즈가 등장합니다.
특히 웃지 않는 반장 구치키의 카리스마가 대단한데, 웃지않는 잔인한
타입으로 주변에서도 그 카리스마에 눌리기도 합니다. 그런 그에게도
이유가 있는 사연이 밝혀집니다.

그리고 기자 출신답게 신문사의 취재나 대응 같은 것들도 함께 등장합니다.
그러나 철저히 경찰 편으로 써내려가기 때문에 기자하면서 '언론'이라는
매체에 대해서 반감을 품고있는 건가란 생각이 작가에게 들 정도 입니다.


제 3의 시효

혼마 유키에는 초등학교 시절 친구 다케우치 도시하루에게 에어컨 설치를
부탁했지만 그에게 강간 당한다. 그 때 들어온 남편과 싸우다가 남편은
죽고 다케우치는 도망친다. 그리고 이제 시효가 일주일 남았다.
그가 대만으로 도망쳐있던 7일 덕분에 원래 제 1의 시효가 무의미하게되고
제 2의 시효로 7일이 남았다. 그래서 수사 2계인 2반에서 7일 동안
도청, 잠복을 하게된다. 2반의 반장인 구스미, 1반에서 지원을 나온 모리,
2반인 미야지마, 우에쿠사가 수사합니다.

그리고 모리는 자신의 여자 관계를 생각해보게됩니다. 2반 반장인 구스미도
1반 반장 못지않은 카리스마와 능력을 지닌 인물입니다. 공안형사 출신으로
과거를 갖고 있는데 전혀 인정으로 자신의 반을 이끌고 갈 생각이 없고
자신의 수족으로 쓰려고 하는 인물.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다가 문득
딸 아리사의 통학로를 감시하는 건물에 나타나더니 모리의 여자에 대해
강한 혐오감을 나타내어 기분을 상하게 합니다. 구스미는 여자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갖고 있는 인물로 그가 맡은 여자 관련 사건들은 전부 해결하는
저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2의 시효가 끝났을 때 구스미는 나타나서 제목대로 제 3의 시효를
선언하고 결국 범인을 잡습니다. 처음 이 단편을 읽기 시작할 때 워낙 수사물을
많이 봐와서 대충 어떤 식이겠거니 예상은 했는데 큰 것은 맞췄는데 그 과정이
흥미로워서 놀랐습니다. 예상 못하신 분들께는 몇번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흥미로운 수사물입니다.


죄수의 딜레마

이번에는 수사 1과 과장 다하타 아키노부의 이야기 입니다. 반장 위의 직급입니다.
그래서 '주부 살해사건, 증권맨 방화살인사건, 밸런타인데이 조리사 살해사건'
이 세 사건들을 둘러보고 기자들과의 머리싸움 같은걸 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수사 진행도 함께 겸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물이지만 시점이 독특합니다.
이런 방식은 이미 '종신검시관'에서 다뤄졌기 때문에 신기하지는 않지만 기자와
경찰의 공생 관계에 조금 놀랐습니다. 국내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일본 경찰과장에게
기차들이 정보를 캐기위해 밤에 집으로 찾아와 질문한다고 합니다.

서로에게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아서 좀 놀랐습니다. 그런 면에게 기자들은 과장의
행적으로 사건의 해결 진행을 예측하고 과장은 역으로 그들의 그런 예측을 이용
하는 재밌는 다툼도 나옵니다. 그리고 다하타 과장의 눈을 통해본 사건 해결 과정
을 통해서 각 강력계가 얼마나 유능한지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보게됩니다.

앞에 나왔던 두 반장의 카리스마가 비단 그 사건에서만 발휘되었던 것은 아니구나
싶습니다. 마치 미국드라마 CSI의 각 도시의 반장들의 각각의 카리스마가 떠올려
지는, 확고한 캐릭터구나란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리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게 흥미롭습니다.


밀실의 탈출구

이번엔 3반의 이야기 입니다. 나카이소무라 마을의 국유림에서 사체가 발견되었
다고 하여 3반이 출동합니다. 그러다가 반장 무라세가 일과성 뇌허혈 발작을 일으켜
뇌경색으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히가시데가 맡게 됩니다. 그러나 많은
감시가 붙어있는 건물에서 용의자가 사라집니다. 이 밀실에서 도망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으려고 회의를 엽니다. 3반의 히가시데, 이시가미, 폭력단 대책과 유아사,
우지이에, 특별수사반 반장 고하마. 이 자리에 무라세 반장이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는 사건을 해결합니다.

무라세는 앞의 두 반장들과 달리 처음 사건 현장을 보고 감이 와서 그것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잘맞아서 신뢰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감만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니고 그것을 활용해서 제대로된 수사를
하는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인물입니다.


페르소나의 미소

이번에도 1반의 이야기입니다. 13년 전 화공약품 판매회사에 청산가리 250
그램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약 1600명의 성인을 살상할 수 있는
분량. 그 때 아이를 이용해 아버지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13년이 흐른
지금, 노숙사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동일 범인인지 의식해서 1반에서는
야시로와 다나카를 보냅니다. 야시로 또한 범인에게 이용 당한 아이였던 과거를
갖고 있는데 그 덕분인지 관할 경찰서에서 2년만에 형사, 그 후로 2년 만에
강력계가 되는 놀랄만한 인사를 경험합니다.

그것은 구치키가 자신을 이용하려고 한다는 이유였을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그 사건 이후로 절대 진심으로 웃을 수 없었던 것으로
범인을 파악하고 심문에서 성공합니다. 범행에 이용당하고 제대로 살아오지
못한 마음 때문에 더욱 경찰로써 열심히 할 수 있는 그의 슬픔이 느껴집니다.


흑백의 반전

이번에는 1과와 3과의 연합 수사입니다. 말이 좋아 연합이지 경쟁이 붙어서
서로를 경계하는 어린애들 같은 모습도 보입니다. 사건은 W시 후카미초의 한
가정집 유미오카 일가 살해 사건. 작은 아이도 죽였다는 점에서 수사 과장은
1과도 함께 배치시킵니다.

이 사건의 흥미로운 점은 어느 쪽이 사건을 해결했느냐가 아닌, 역시 두
반장은 멋있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1과 반장은 목격자의 증언의 허점을
발견하여 알았고, 3과 반장은 범인이 갖고 갔던 튤립을 가지고 파악함으로
사건을 해결합니다. 사건 자체는 끔찍하지만 두 사람의 캐릭터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런 내용을 가진 수사물입니다. '종신검시관'은 상당히 느슨한 느낌이 드는
수사였는데 '제 3의 시효'는 상당히 본격 수사물의 느낌입니다. 역시 추천
하는 책은 저력이 있구나라고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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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피쉬
오오사키 요시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제23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저는 '아디안텀 블루' 다음으로 읽어보는 오사키 요시오 작품입니다.
오사키 요시오는 상당히 서정적인 작품을 쓴다고 전작에서 느꼈는데
역시 파일럿 피쉬도 같은 느낌이네요.

'파일럿 피쉬'가 먼저 쓰였고 속편 격인 '아디안텀 블루'의
시점 자체는 '파일럿 피쉬' 앞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쓰인 시점 탓인지 두 작품의 주인공은 좀 다른 느낌이 듭니다.
같은 주인공이지만 뭔가 평행 세계에서 살고 있는, 다른 성격 같달까요.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두 세계에서 동시에 살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아디안텀 블루'의 류지는 삼십대
'파일럿 피쉬'의 야마자키는 사십대 후반입니다.
(주인공 이름 야마자키 류지인데 각각의 소설에서 저렇게 이름이 주로 나옵니다.)

'아디안텀 블루'가 사랑이야기 였다면
'파일럿 피쉬'는 사랑을 위해서 꼭 필요한 '파일럿 피쉬'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예민한 열대어를 키우기 위해서 수조의 환경을 만들어줄 파일럿 피쉬를
잠시 기르는데 그러고는 죽인다고 하네요.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유키코는 야마자키에게 파일럿 피쉬였던가..
라는 이야기입니다.

대학 때를 회상하는데 그가 지금 근무하는 문인출판은
유키코가 소개해준 곳이었습니다.
출판사 이름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에로 잡지. 아디안텀 블루에서
나온 그 잡지 (이름이 너무 적나라해서 못적겠다;)의 전신이 되는
잡지 이야기가 다른 추억들과, 현재 이야기와 함께 진행됩니다.

어떤 다른 남자 작가가 썼다면,
굉장히 저급하고 저질적인 느낌을 줬을 것도 같은데
오사키 요시오라서, 특히 주인공의 야마자키 성격 탓에
이 잡지에 관한 일화들은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가 그 잡지에 열광하는 독자층이 아니라서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 그는 편집장이 되어있습니다.

야마자키에게 19년만에 유키코가 전화를 합니다.
전작에서 캐릭터들은 다 마음에 들었는데 유키코는 이상하게
싫더라구요. 뜬금없이 전화한 것도 그렇고 .. 그런데 소설을
다 읽고나니 유키코가 왜 그랬는지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프리쿠라를 찍자고 조르는 유키코의 모습이 조금 이상해보였습니다.
(프리쿠라 : 스티커 사진 같은거)
그들의 전화는 몇번을 오가고 야마자키의 일상과 과거의 회상들이 겹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들은 대학 때 처음 만나 3년을 사귀었습니다.
너무도 예쁜 커플이었고 야마자키에서 유키코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면서
아깝기도 하고 둘의 사랑은 영원할 것만 같았지요.

그들의 이별 때에 그렇게 매몰찼던 유키코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잊고 있었습니다. '이쓰코'의 존재를요. 그녀가 누구였는지 잊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네요. 그 의문이 풀리고나서 생긴 또 다른 의문은
유키코는 야마자키를 매몰차게 버려놓고 이쓰코와는 아직도 연락을
해왔었는지도 의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가나를 돌봐주는 모습과
사와이에 대한 마음
나나미와의 대화
유키코와의 관계
이런 모습 속에서 야마자키는 참 따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수조의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그렇게 기다려주기에 사람들도 안식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유키코는 자신이 야마자키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마 그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유키코는 행복했을 때도 있었고, 지금은 아마 행복하지 않을껍니다.
그래서 뒤를 돌아보지 않고 걸어왔지만 다시금 야마자키에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녀는 와타나베씨 일은 우리에게 파일럿 피쉬였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지금껏 살아온 것에 대해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힘들 그녀에게 행복하기를 바래주고 싶네요.
소설 속 캐릭터지만요.

사와이와의 관계에 눈물 흘리고
유키코의 아픔을 생각해보며 눈물 흘리게 된,
그러나 '아디안텀 블루'가 오열을 쏟게한다면 이 작품은 눈물은
접어두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수상작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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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카톨릭계 기숙사제 남자고등학교.
방학 때 집에 가지 않아 2주를 함께 보내게된 요시쿠니, 미쓰히로, 간지.
그리고 통학하는 오사무.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식사 준비를 위해 식재료를 사러 나갔다가 오사무를 만납니다.
저녁을 먹는데 오사무가 들어오더니 고해를 한다고 하면서 말을 꺼냅니다.
그의 괴로운 기억. 그리고 다른 친구들도 돌아가면서 하나씩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게 되면서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됩니다.

화자 요시쿠니는 악몽을 꾸고,
이와쓰키 시게히사 귀신을 봅니다.

부잣집 아들같고 모두에게 온화한 듯한 미쓰히로
그러나 간혹 경멸의 표정들을 보이곤 하고
묘한 느낌의 간지, 그는 부모님의 친권 다툼으로 지쳐있습니다.
그리고 정신없지만 천재적인 오사무.
유일하게 정상적인 요시쿠니.

이렇게 독특한 캐릭터의 네 명과 함께하는 일주일의 이야기.
온다 리쿠는 이렇다할 즐거운 고교 생활을 하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이야기를 쓰는 것은 언제나 즐겁고 집에 돌아온
느낌이라고 후기에 써뒀네요.

고등학생이란 신분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존재인 것 같습니다.
어딘가 갇혀있는 것 같고, 어딘가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그런 고통의 한 가운데 있는 느낌.
그러나 벗어난다고 한들 구원이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되는 나이.

네 명의 인물들에게는 각자 끔찍한 과거가 있습니다.
정말 너무 불쌍해서 꼭 안아주고 싶은 그런 녀석들입니다.
그러나 잘 자라줬고 너무도 문제 없는듯 살아왔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네버랜드'에 가고 싶은 것일까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그들은 지금의 상황에 집착을 하는 것도 아니고 미쓰히로는
빨리 독립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그들은 '네버랜드'를 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이 기숙사의 지금 이 상황이 네버랜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간지가 부모님을 막아서서 소리쳤던 그 모습처럼
상처만 주는 어른들에게서 피할 수 있는 장소인 네버랜드.

그들이 자라 어른이 되면, 아마 그런 어른들은 되지 않을겁니다.
지금 너무 힘들도 괴로워도, 과거의 상처가 지금 괴롭힌다고 해도
그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떨쳐버리지 못한다고 해도..
그들은 그런 어른은 되지 않을껍니다.

그것이 그들에게 네버랜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엔 웃을 수 있기도 하구요.

온다 리쿠는 흔히 마니아층을 형성한 특히 여성 독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작가라고 소개되곤 합니다. 그의 작품들은 어딘가 여성용 순정만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10대보다 조금 더 연령층이 높은 20대와 30대 쯤의
연령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회상'을 담아내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몇 권 못읽어봤는데 불안정한 정서를 갖고 있는 캐릭터들이
위태위태하게 삶을 살아가도 그것이 세상에 내보이지 않는 정말
사람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거기에 좀 더 환상이 보태져서, 좀 더 비틀어둔 일그러진 모습이
온다 리쿠의 세계가 아닐까란 생각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들었습니다.
4명의 관계와 고립된 공간. 그리고 과거의 상처와 치유되지 않음을
아는 불안함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강인함. 그것이 주된 공통점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봤는데 다른 소설의 캐릭터들도 그러한지 더 읽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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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꼭 소장하고 싶으면서도, 선물해줄 수 있는 그런 책을 발견했네요.
최고라고 생각해도 아무래도 별 4개 이상은 안주게 되는데 (대중성이라던가
그런 면도 생각해 볼 때 별 5개는 흔치 않은 것 같아요) 과감히 별 5개
매겨봤습니다. 워낙 인기가 많은 책이고, 이름도 독특하고 표지 색감도
이뻐서 역자의 이야기처럼 일본에서 20대 여성들에게 크게 히트했다는데
국내에서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은 느낌입니다.

제목이 주는 그대로의 느낌처럼 소박한 식당입니다.
외딴 시골 마을에 있는 식당이고 하루에 한 팀 정도만 손님을 받습니다.
그리고 따로 정해진 메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 린코가 
(요리사, 쉐프 이런 단어가 좀 안어울리는 것 같아요)
손님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서 메뉴를 즉석으로 결정합니다.

이 식당이 있는 마을에 워낙 재료들이 좋기 때문에 그것들을 활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이렇게 들으면 그냥 조금 상식에서 벗어난 호화로운 주문제 식당 같은
느낌과 비슷해보이기도 하는데 린코는 전문 요리사는 아닙니다.

처음 이야기의 시작은 그녀가 3년을 함께 살았던 집으로 돌아갔을 때
허물만 남은 텅빈 모습을 보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너무 사랑해서 함께 식당을 차리자던 동거하던 남자친구가 정말 '모조리
들고 날랐다'는 표현에 걸맞을 정도로 사라져버렸습니다.

다행히 에도 시대쯤부터 대대로 내려오던 할머니의 겨된장 항아리만은
남아있어 안도를 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10년 동안 연락은 연하장만 명절에 보내는 것으로 대신했던 좋아하지
않는 엄마에게 돈을 긁어모아 찾아갑니다.

걸리지 않으면 돈을 훔쳐 나올 심산이었는데 보기 좋게 걸리고 맙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잘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요리 뿐이라
엄마의 창고를 빌려 은행 이자보다도 더한 이자를 받고 빌린 돈으로
시작한 식당을 열게 됩니다.

말이 안나오는 린코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었던 구마 아저씨와 함께
식당을 만들어갑니다. 그 묘사들이 정말 가슴 설렐 정도로 이쁘게
써져있습니다. 그리고 완성되어 식당이 운영되어 가는 모습은
손님들의 각 사연과 함께 정겹게 그려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연을 너무 사랑하는 그녀의 표현들은 정말 당장이라도
시골에 가서 살고 싶게 하는 마력이 됩니다.
그리고 엄마와 할머니의 옛 이야기, 생각하지 못했던 전개들로
눈물도 흘리게 되고 함께 웃기도 합니다.

약간 소녀적인 감성을 갖고 있는 글이긴 하지만
이런 따스한 이야기, 좋습니다.

이렇게 장사해서 돈은 벌겠나 싶은.. 단가 같은거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장사의 수단이 되지 않는 그저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대접하는 것을
즐거워 하는 그녀.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재료들이 융합되어 만들어내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그런 이상적인 식당이 어디엔가는 꼭 있어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 입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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