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피쉬
오오사키 요시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제23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저는 '아디안텀 블루' 다음으로 읽어보는 오사키 요시오 작품입니다.
오사키 요시오는 상당히 서정적인 작품을 쓴다고 전작에서 느꼈는데
역시 파일럿 피쉬도 같은 느낌이네요.

'파일럿 피쉬'가 먼저 쓰였고 속편 격인 '아디안텀 블루'의
시점 자체는 '파일럿 피쉬' 앞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쓰인 시점 탓인지 두 작품의 주인공은 좀 다른 느낌이 듭니다.
같은 주인공이지만 뭔가 평행 세계에서 살고 있는, 다른 성격 같달까요.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두 세계에서 동시에 살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아디안텀 블루'의 류지는 삼십대
'파일럿 피쉬'의 야마자키는 사십대 후반입니다.
(주인공 이름 야마자키 류지인데 각각의 소설에서 저렇게 이름이 주로 나옵니다.)

'아디안텀 블루'가 사랑이야기 였다면
'파일럿 피쉬'는 사랑을 위해서 꼭 필요한 '파일럿 피쉬'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예민한 열대어를 키우기 위해서 수조의 환경을 만들어줄 파일럿 피쉬를
잠시 기르는데 그러고는 죽인다고 하네요.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유키코는 야마자키에게 파일럿 피쉬였던가..
라는 이야기입니다.

대학 때를 회상하는데 그가 지금 근무하는 문인출판은
유키코가 소개해준 곳이었습니다.
출판사 이름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에로 잡지. 아디안텀 블루에서
나온 그 잡지 (이름이 너무 적나라해서 못적겠다;)의 전신이 되는
잡지 이야기가 다른 추억들과, 현재 이야기와 함께 진행됩니다.

어떤 다른 남자 작가가 썼다면,
굉장히 저급하고 저질적인 느낌을 줬을 것도 같은데
오사키 요시오라서, 특히 주인공의 야마자키 성격 탓에
이 잡지에 관한 일화들은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가 그 잡지에 열광하는 독자층이 아니라서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 그는 편집장이 되어있습니다.

야마자키에게 19년만에 유키코가 전화를 합니다.
전작에서 캐릭터들은 다 마음에 들었는데 유키코는 이상하게
싫더라구요. 뜬금없이 전화한 것도 그렇고 .. 그런데 소설을
다 읽고나니 유키코가 왜 그랬는지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프리쿠라를 찍자고 조르는 유키코의 모습이 조금 이상해보였습니다.
(프리쿠라 : 스티커 사진 같은거)
그들의 전화는 몇번을 오가고 야마자키의 일상과 과거의 회상들이 겹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들은 대학 때 처음 만나 3년을 사귀었습니다.
너무도 예쁜 커플이었고 야마자키에서 유키코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면서
아깝기도 하고 둘의 사랑은 영원할 것만 같았지요.

그들의 이별 때에 그렇게 매몰찼던 유키코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잊고 있었습니다. '이쓰코'의 존재를요. 그녀가 누구였는지 잊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네요. 그 의문이 풀리고나서 생긴 또 다른 의문은
유키코는 야마자키를 매몰차게 버려놓고 이쓰코와는 아직도 연락을
해왔었는지도 의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가나를 돌봐주는 모습과
사와이에 대한 마음
나나미와의 대화
유키코와의 관계
이런 모습 속에서 야마자키는 참 따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수조의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그렇게 기다려주기에 사람들도 안식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유키코는 자신이 야마자키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마 그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유키코는 행복했을 때도 있었고, 지금은 아마 행복하지 않을껍니다.
그래서 뒤를 돌아보지 않고 걸어왔지만 다시금 야마자키에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녀는 와타나베씨 일은 우리에게 파일럿 피쉬였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지금껏 살아온 것에 대해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힘들 그녀에게 행복하기를 바래주고 싶네요.
소설 속 캐릭터지만요.

사와이와의 관계에 눈물 흘리고
유키코의 아픔을 생각해보며 눈물 흘리게 된,
그러나 '아디안텀 블루'가 오열을 쏟게한다면 이 작품은 눈물은
접어두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수상작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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