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꼭 소장하고 싶으면서도, 선물해줄 수 있는 그런 책을 발견했네요.
최고라고 생각해도 아무래도 별 4개 이상은 안주게 되는데 (대중성이라던가
그런 면도 생각해 볼 때 별 5개는 흔치 않은 것 같아요) 과감히 별 5개
매겨봤습니다. 워낙 인기가 많은 책이고, 이름도 독특하고 표지 색감도
이뻐서 역자의 이야기처럼 일본에서 20대 여성들에게 크게 히트했다는데
국내에서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은 느낌입니다.

제목이 주는 그대로의 느낌처럼 소박한 식당입니다.
외딴 시골 마을에 있는 식당이고 하루에 한 팀 정도만 손님을 받습니다.
그리고 따로 정해진 메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 린코가 
(요리사, 쉐프 이런 단어가 좀 안어울리는 것 같아요)
손님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서 메뉴를 즉석으로 결정합니다.

이 식당이 있는 마을에 워낙 재료들이 좋기 때문에 그것들을 활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이렇게 들으면 그냥 조금 상식에서 벗어난 호화로운 주문제 식당 같은
느낌과 비슷해보이기도 하는데 린코는 전문 요리사는 아닙니다.

처음 이야기의 시작은 그녀가 3년을 함께 살았던 집으로 돌아갔을 때
허물만 남은 텅빈 모습을 보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너무 사랑해서 함께 식당을 차리자던 동거하던 남자친구가 정말 '모조리
들고 날랐다'는 표현에 걸맞을 정도로 사라져버렸습니다.

다행히 에도 시대쯤부터 대대로 내려오던 할머니의 겨된장 항아리만은
남아있어 안도를 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10년 동안 연락은 연하장만 명절에 보내는 것으로 대신했던 좋아하지
않는 엄마에게 돈을 긁어모아 찾아갑니다.

걸리지 않으면 돈을 훔쳐 나올 심산이었는데 보기 좋게 걸리고 맙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잘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요리 뿐이라
엄마의 창고를 빌려 은행 이자보다도 더한 이자를 받고 빌린 돈으로
시작한 식당을 열게 됩니다.

말이 안나오는 린코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었던 구마 아저씨와 함께
식당을 만들어갑니다. 그 묘사들이 정말 가슴 설렐 정도로 이쁘게
써져있습니다. 그리고 완성되어 식당이 운영되어 가는 모습은
손님들의 각 사연과 함께 정겹게 그려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연을 너무 사랑하는 그녀의 표현들은 정말 당장이라도
시골에 가서 살고 싶게 하는 마력이 됩니다.
그리고 엄마와 할머니의 옛 이야기, 생각하지 못했던 전개들로
눈물도 흘리게 되고 함께 웃기도 합니다.

약간 소녀적인 감성을 갖고 있는 글이긴 하지만
이런 따스한 이야기, 좋습니다.

이렇게 장사해서 돈은 벌겠나 싶은.. 단가 같은거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장사의 수단이 되지 않는 그저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대접하는 것을
즐거워 하는 그녀.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재료들이 융합되어 만들어내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그런 이상적인 식당이 어디엔가는 꼭 있어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 입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은 소설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