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
마키메 마나부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서평




마키메 마나부라는 이름은 들어보지 못했어도 타마키 히로시 주연의 '사슴남자' 드라마는 본 적이 있을껍니다. 찾아보니 '가모가와 호루모', '사슴남자', 다음으로 작가의 세 번째 작품인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 일본 교토 대학가로부터 천 년에 걸쳐 전승되어 온 수수께끼의 경기 '호루모'를 둘러싼 가슴 찡한 연애 소설이라고 합니다 (교보문고 소개)


 

저는 이 책이 먼저 번역 출간되어서 ('가모가와 호루모'가 얼마전에 출간되었거든요.) 이 책이 먼저인줄 알았더니 '가모가와 호루모'가 전편이네요. 그래도 이 소설은 단편 모음집이기 때문에 문제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호루모'라는 경기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 없고 주요 내용은 로맨스에 초점이 맞추어져있기 때문에 판타지에 대해 거리낌이 있어도 괜찮은 소설입니다.




교토하면 우선 '모리미 토미히코'가 떠오르지요. 그의 소설 몇 권으로 이미 교토의 거리나 강, 다리 같은 지명들이 익숙합니다. 이 책 또한 배경이 교토인데 역시나 모리미 토미히코와 함께 교토를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져있다고 합니다. 조금 비슷한 느낌이 있습니다. 모리미 토미히코가 남자의 절절함을 잘 표현했다면 마키메 마나부는 여자의 절절함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물론 남자 주인공들도 나옵니다. 작가는 남자이구요.


 

양장본으로 된 책인데 책 안쪽 앞뒤로 교토 지도와 등장인물들의 관계도가 그려져있습니다. '호루모'라는 경기와 관련된 인물들이 주인공입니다. 연작 단편이라 이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여섯 가지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구요. 프롤로그가 있습니다. 교토대학 청룡회의 일원인 다카무라와 아베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1, 2학년 이야기가 전편에 속하는 '가모가와 호루모' 이야기였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교토산업대학 현무파의 양대 시즈카의 사랑이야기 입니다. 제목은 '가모가와 (소)호루모'. 사와다와 쇼코. 서로 다른 타입이지만 둘 다 연애 경험이 없습니다. 그녀들의 절절하면서도 우여곡절 많은 사연들이 소개됩니다. 그리고 한명의 데이트도 진행되고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기묘한 이야기가 되어버립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로마풍 휴일'입니다. 교토조형예술대학 근처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의 아르바이트생들의 이야기입니다. 화자인 고등학생 사토시와 새로온 아르바이트생 구스노키 후미. 사토시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호루모와는 관련 없는 이야기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후미가 수학과라서 그쪽 관련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연애편지와 레몬'. 모짱과 아베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리쓰메이칸 대학 백호대 일원인데 대학 시절 이야기부터 OB인 나이들어서까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행복한 이야기라고 해야할지 어렵지만 풍류가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네 번째 이야기는 '도시샤대학 황룡진'. 화자인 도모에는 존경하는 교수님이 있어서 도시샤대학을 지망합니다. 남자친구는 교토대에 붙었는데 서로 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교수님께 수업을 받지 못할 상황에 놓여서 수업이라도 청강할까 하다가 옛 편지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학교 설립자와 호루모에 관련된 것임을 알아갑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마루노우치 정상회담'. 나오코와 사카친은 미팅을 합니다. 야스시와 다다얀과 함께. 이상한 것을 보게 되고 동아리 활동 이야기는 정확히 언급하지 못하고. 결말은 모두가 예상했던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본인들에게 재밌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재밌는 인연이기에 즐겁게 예상하며 읽었습니다.




여섯 번째 이야기는 '나무 궤 사랑'. 주인공 다마미는 궁핍합니다.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데 우연히 나무 궤로 서신 교환을 하게 됩니다. 역사를 알게 되고 인연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가 되는 그런 이야기 였습니다.


 

각 단편의 내용은 이렇구요. 연결되는 부분도 있곤 합니다. 그저 이 소설의 '호루모'라는 판타지적인 이야기만 알았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도 같습니다. 현실 감각이 있는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기묘한 이야기는 일부이고 소설보다는 순정 만화같은 느낌이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상당히 섬세한 느낌이라 여류 작가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는데 남자분이더라구요.




모리미 토미히코 소설을 읽으면서 교토라는 도시가 궁금했는데 앞으로 마키메 마나부의 소설과 함께 교토를 궁금해하게 될 것 같습니다. 소소한 사랑이야기라 편안히 볼 수 있었습니다. 농밀하거나 절절한 사랑이 아닌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 정보




HORUMO ROKKEI by Makime Manabu (2007)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

지은이 마키메 마나부

발행처 노블마인 ((주)웅진씽크빅)


옮긴이 이규원

초판 1쇄 발행 2009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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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마지막 장미
온다 리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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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여름의 마지막 장미'는 참 온다 리쿠스러운 소설입니다. 기묘한 이야기이면서 여러 화자의 시점으로 서로를 묘사합니다. '상상을 한 것이 현실이 되는 이야기'가 주요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랭 로브그리에의 '지난해 마리앙바드에서'라는 영화를 모티브로 이 소설은 진행됩니다. 소설의 일부가 이야기 중간에 종종 삽입됩니다. 그리고 등장 인물들이 보는 영화로도 등장합니다. 그 영화는 원래 한 사람의 생각을 그대로 적어두고 그것을 영상화시켰다고 합니다.





소설은 7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주제를 제외한 나머지 장들은 제 1 변주부터 6 변주까지 있습니다. '변주'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반복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각 장에서 살인이 일어납니다. 각 장은 시간 순서로 되어 있지만 사람이 죽은 사실은 없었던 것처럼 다음 이야기로 진행이 됩니다.


 

제 1 변주. 사와타리 집안의 호텔에서 사람들이 매년 모입니다. 이 장의 화자는 사와타리 집안의 둘째 아들의 아들인 류스케와 결혼한 사쿠라코의 남동생 도키미쓰입니다. 처음부터 이야기는 파격적인 사실을 드러냅니다. 이 남매가 근친상간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는 것.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와티리 집안의 장녀인 이치코 고모가 언급합니다. 그리고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납니다. 그리고 한 사람이 살해 당합니다.




제 2 변주. 사와타리 집안의 둘째딸 니카코의 딸인 미즈호는 배우입니다. 그녀의 매니저인 사키가 이 장의 화자입니다. 온다 리쿠의 특징 답게 그녀의 회상과 현실이 뒤섞여 진행됩니다. 그녀에 의해 앞의 도키미쓰와 다른 관점에서 묘사가 진행되고 미즈호에 대해서도 자세히 묘사됩니다. 점점 이 호텔, 사와타리 집안에 감도는 악의가 점점 실체가 드러납니다. 그리고 역시 이 이야기의 끝고 한 사람이 죽음으로서 마무리 됩니다.




제 3 변주. 이번 화자는 사쿠라코의 남편 류스케입니다. 앞의 두 사람의 묘사로 봤을 때 그는 좀 둔하고 착실한 남자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는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온다 리쿠의 인터뷰에 뒤에 실려있는데 그녀는 소설 속 캐릭터에 애착을 가지지 않고 그 관계성을 중요시한다고 하네요. 이런 서로 다른 인물들의 묘사를 통해서 느낄 수 있는 차이점이 참 재미있지요. 여기서도 파격적인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역시 한 사람이 죽게 됩니다.





제 4 변주. 이번에는 아마치 교수. 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인데 항상 이 호텔에 오고 가문에서 좀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입니다. 협박을 하는 것으로 느껴졌을 때 예전 일을 알고 있을만한 사람으로 지목된 아마치 교수. 그러나 이야기는 전혀 다른 쪽이었습니다. 그에 의해 사와타리 가문의 좀 더 객관적인 모습이 공개됩니다. 그리고 역시 한 사람이 죽는 것으로 끝납니다.


 

제 5 변주. 사쿠라코가 주인공입니다. 여기까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상당히 많은 오해들이 바로잡히고 진상이 공개되었습니다. 그래서 사쿠라코의 이야기는 적절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그녀는 비밀을 알고 있고 오해를 바로잡을 사람입니다. 그러나 역시 그 진실은 비극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리고 또 밝혀지지 않은 진실 또한 존재합니다.




제 6 변주. 드디어 이야기의 결말에 도달했습니다. 이 이야기의 화자는 다쓰요시 아키라입니다. 그의 모습은 상당히 비굴하면서도 소심한 사내로 묘사되었지만 그 진상은 더 놀라웠습니다. 이야기의 시점은 1년 후 입니다. 아마치 교수의 제안으로 결국 이 모임은 끝을 맺었고 미즈호에 의해서 여섯 명이 초대받습니다. 이 이야기 안에서는 이미 한 시체가 있습니다. 그에 대한 알리바이가 이야기의 중심입니다.




그리고 여태까지 진행되었던 이야기가 마치 진실인 것처럼 이들은 이야기 합니다. 누군가가 죽기를 바랬고 그가 죽었다는 그것은 마치 사실인 것처럼 담담히 언급합니다. 이전 이야기에서 죽은 사람이 다음 이야기에서 살아 있는데도 이 맞지 않는 기묘한 이야기도 온다 리쿠식 소설 속에서는 잘못되지 않은 이야기처럼 존재합니다. 그리고 추측도 예상도 아닌 사실 그대로의 감추어졌던 이 가문의 진실이 밝혀집니다. 마지막으로 사쿠라코는 선택을 합니다. 그것은 자신이 전혀 선택할 것 같지 않은 방향인데 그러면서도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그것이 예상되었던 것이기에 그녀는 의문을 안고도 그 길을 택하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기묘하고도 이상한 그런 이야기. 진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하고 그것이 허구이지만 또 허구가 아닌,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진실이라 여겼기에 진실이 된 그런 이야기 입니다. 껄끄러운 소재와 관계들이지만 온다 리쿠식의 묘사는 정말 탁월해서 한번 잡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 였네요. 암울하다는 점에서 별을 1개 제외한 별 4개만을 매겨봅니다.


 

 

 








책 정보




Natsu no nagori no bara by Onda Riku (2004)


여름의 마지막 장미, 온다 리쿠


도서출판 재인


옮긴이 김난주


초판 1쇄 펴낸 날 2010년 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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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온다 리쿠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




온다 리쿠 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온다 리쿠' 스타일에 대한 제 취향은 극단적인 방향으로 가게 되면 좀 꺼려지는 면이 있습니다. '도미노'가 재미있다는 이유로 당장에 보기 시작했는데 사실 대체 어느 부분이 재밌다는 건지 읽으면서 알쏭달쏭했습니다. 물론 유쾌한 편에 속하는 이야기입니다.





소소한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큰 사건을 중심에 두고 여러 사람들이 도쿄 역에서 얽히고 설켜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패턴입니다. 그러나 그 큰 일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소해서 좀 소소한 면이 있지요. 온다 리쿠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접근이 될 수 있는 소설일 것 같구요. 온다 리쿠식의 짙은 면을 좋아하는 분들에겐 조금 의외일 것 같은 소설입니다. 어느 쪽도 재미있게 써내는 저력을 지닌 작가이기 때문에 이야기는 충분히 재밌습니다. 영화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는 이 책을 읽은 후 '여름의 마지막 장미'를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 이쪽이 온다 리쿠 스타일이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네요.





'도미노' 책을 펼치면 4페이지에 걸쳐서 등장인물 일러스트와 짤막한 소개가 나옵니다. 이것이 필요함은 워낙에 이야기가 순간적으로 바뀌어서 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도쿄 역에 있습니다. 그곳이 무대가 되어 모든 주인공이 마지막에 한 자리로 모이게 되고 모든 사람들의 각각의 역할로 인해서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전환됩니다.




관동 생명 야에스 지사는 오늘 한달 달성액을 채워서 본사로 서류를 보내야하는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들 고군분투 합니다. 그 중 한 직원이 먹을 것을 사러 나갑니다. 그리고 배우를 목표로 하는 10살 여자 아이의 오디션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경쟁자인 또 다른 아이도 등장합니다. 마리카와 레이나. 다음은 범죄를 계획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또 다른 잘생긴 남자는 사촌에게 부탁해서 여자친구와 헤어지려고 합니다. 마사히로와 미에.




한편 영화를 보여는 미스터리 동호회 대학생들이 모여있습니다. 그 영화의 감독도 별도로 등장합니다. 한편 농사를 짓는 할아버지가 하이쿠 모임에 참가 하기위해 도쿄역에 오지만 만남 장소를 몰라 헤매게 됩니다. 그 모임의 다른 멤버들은 경시청 OB들입니다. 그리고 폭탄 제조를 하는 테러리스트들이 등장합니다.




폭우가 쏟아져서 한 아줌마의 우산이 하늘을 날아가게 되고 그 우산이 철로에 걸려 운행이 중단됩니다. 관동 생명 영업부장은 이 사태에 전전긍긍하게 되고 직원 중 얌전했던 에리코는 과거 폭주족으로 활동했는지 후배들을 오토바이를 타고 오라고 부르게 됩니다. 시골에서 올라온 하이쿠 멤버 순사쿠는 한 청년의 쇼핑백과 자신의 것이 바뀝니다.




그 쇼핑백은 폭탄이 들어있었고 사실대로 말할 수 없는 켄타로는 그것을 훔치기로 합니다. 먹을 것을 사러갔던 관동 생명 유코는 그 광경을 목격하고 유도로 그를 막습니다. 순사쿠를 찾아나섰던 칸조는 이 상황을 목격하고 그가 테러리스트 일원임을 기억해 냅니다. 그래서 유코를 찾으려고 합니다.





영화의 범인을 맞추는 것으로 동호회 회장을 결정하는 상황이 등장하지만 둘은 맞추지 못하고 다른 문제를 제시합니다. 그러다가 이상한 관계를 추리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나오는 쇼핑백에 영화 감독의 애완동물이 들어가게 됩니다. 후에 이 쇼핑백은 폭탄이 든 쇼핑백과 바뀌고 정신없이 이야기는 얽히고 설키게 됩니다.





단순히 어떤 계기를 통해 이야기의 흐름이 바뀌는 소설이 아닙니다. 여러 등장 인물이 정신없이 엮어져있어서 사태는 알 수 없이 변화를 거듭해갑니다. 재미있다는 점은 그런 부분과 범죄가 쉽사리 성공하지 못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폭소를 거듭할 정도의 유쾌한 류의 소설은 아닙니다. 군데군데 일본식 실소는 나오기는 합니다.





결말이 모두 다 잘된 것이 아니라 독특하게 끝난다는 점이 기묘하지요. 한번 잡으면 궁금해서 손을 놓을 수 없는 그런 소설이었지만 처음에는 좀 우울한 등장인물들의 불평 덕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추천할만큼 잘 만들어진 소설이었습니다.





 

 








책 정보




DOMINO by Riku Onda (2001)


도미노

저자 온다 리쿠


역자 최고은


발행처 북홀릭((주)학산문화사)


2010년 1월 5일 초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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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타 행진곡 - 제86회 나오키 상 수상작
쓰카 고헤이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서평




'가마타 행진곡' 은 '제2차 대전 이전에 있었던 마쓰다케 키네마 가마타 촬영소의 소가(所歌). 노래 가사에 영화에 대한 맹목적인 헌신과 사랑을 담았음ㅡ옮긴이(p. 47)'이라고 역자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 86회 나오키상 수상작으로 제목에서 활기찬 느낌이 들어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전혀 다른 내용이었습니다. 교토의 영화 촬영장이 주무대이고 주인공은 '긴짱'이라고 불리는 주연 배우입니다. 그리고 화자는 '야스'와 '고나쓰'로 두 개의 장으로 나눠져있습니다.




긴짱은 정말 최악의 인간입니다. 아주 대단한 배우도 아니면서 주연이라고 거들먹거리고 인심쓰는 듯 엑스트라 배우들에게 고기를 사주지만 얼마나 먹는지 야채는 먹는지 계란을 더 시키는지 이런 세세한 것을 꼼꼼히 봐뒀다가 폭군으로 변신합니다. 게다가 먹는 양까지도 이래라 저래라할 정도로 이상한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배우를 사람들이 이상하게 따릅니다. 대단한 인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추켜세웁니다. 철저하게 신봉하고 희생합니다. 그 중에서 야스는 정도가 심합니다. 그는 나름 대학도 나오고 시나리오도 쓰는 인물인데 긴짱에게 설설 깁니다. 그리고 다른 역할 제의는 무조껀 거절하고 오직 긴짱을 돋보이는 엑스트라역만 자진합니다. 게다가 그 역도 두들겨맞는, 얼굴조차 나오지 않는 역이고 긴짱도 그를 정말 때리고 칼로 찌르는데도 그는 마치 하나의 종교처럼 그를 맹신합니다.




긴짱은 한자도 제대로 모르는 중졸입니다. 그의 연기가 대단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의 추종자들 이외의 반응이 조금 등장하는데 그다지 오래갈 배우일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겸손함조차 없고 노력이나 깊이있는 연기보다는 자신이 얼마나 클로즈업되느냐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여성편력은 어찌나 심한지 그러다가 한 여자를 야스에게 데려옵니다. 한 때 잘 나가던 배우였던 고나쓰. 그녀도 이제는 나이가 들고 몇 번의 여성편력을 경험하면서 야스 곁에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임신을 하고 긴짱은 어린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서 그런 그녀를 야스에게 인심쓰듯 넘깁니다. 야스는 그녀의 팬이었지만 아무 흑심없이 그녀를 호적상 부인으로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고나쓰는 긴짱을 그리워하고 당연히 야스를 싫어하지만 점점 야스의 성실함과 안정된 생활에 적응해갑니다. 그러다가 긴짱은 어린 여자와 결혼이 잘되지 않습니다. 그것이 긴짱 때문인지 여자쪽 때문인지 나오지는 않지만 긴짱이 고나쓰를 잊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고나쓰는 긴짱에게 가지 않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긴짱은 휘청이게되고 야스와도 맞지 않게됩니다. 야스는 이상하게도 고나쓰와 함께 행복해지려하지 않습니다. 오직 긴짱과의 관계만 생각하고 긴짱만을 우선시합니다. 그래서 결국 긴짱을 위해 생명보험까지 들고 위험한 스턴트을 강행합니다.





우선 내용으로만 보면 지독히도 우두머리에 설 수 없는 가련한 한 남자가 보잘 것 없는 한 남자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사랑도 명예도 의미없이 오로지 한 남자를 위한 삶만을 생각합니다. 그에게는 행복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현실에 안주합니다. 그리고 죽을지 몰라도 그것이 마치 인생의 신념인듯 맹목적으로 돌진합니다.




자신만의 기쁨을 위해 살았던 폭군 주인공은 결국 사랑하는 사람도 떠나보내게 되고 현실에서의 길을 어느 정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는 이제 곧 추락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야스가 있는 한 그는 자신의 추락도 인정하지 못한채 계속해서 폭군의 연기를 하게 되지 않을까요.




이 소설은 지독하게도 어이없는 인물들이 출현하여 서로를 위해서 살아가는 것 같지만 서로를 불행으로 몰아넣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냥 그렇게만 보면 별 다를 것 없는 이야기이지만, 이 모습이 바로 일본의 가부장제도를 상징하고 더 나아가 천황을 상징한다고 역자는 표현합니다. 사실 소설만 놓고 보면 그런 상징성은 잘 모르겠습니다. 역시 의미는 부여가 되어야 비로서 더 한 결과를 낳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제일교포 2세로 태어나 일본에서 많은 연극을 통해 각본가와 천재 연출가로 명성을 얻었다고 합니다. 1970~80년대 '쓰가 붐'이라 불릴 정도로 연극계에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온 장본인이며 필명도 언젠가 공평한 세상이 되길 바란다는 의미의 'いつか公平'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역자나 평론가들의 평가를 떠나서 단순히 한 인간으로써 정말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커다란 문제나 사회 현상이 아니라 단순히 내 자신은 어떠한가를 항상 생각해보며 살아가는 것도 중요한 인생의 한 몫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인간은 서로 기대어 살아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쓰여진다는 그 한문 이야기도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좀 더 자신의 것을 바르게 세워서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면 함께 파멸로 가는 길은 없지 않을까란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책 정보




KAMATA KOSHINKYOKU by Kouhei Tsuka (1996)


가마타 행진곡, 쓰카 고헤이


임프린트 노블마인 (발행처 (주)웅진씽크빅)


옮긴이 박승애


초판 1쇄 발행 2008년 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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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1 - 고양이는 밀실에서 점프한다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1
시바타 요시키 지음, 권일영 옮김 / 시작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서평




시리즈물로 4권이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고양이 쇼타로는 잘나가지 못하는 추리 소설 작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의 추리 이야기가 단편으로 이어져 1권에는 6가지 이야기로 되어 있네요. 쇼타로의 동거인 사쿠라가와 히토미는 유명한 추리 소설 작가도 아니지만 자신의 고양이 이름도 간혹 틀리게 부르고 돈이 없을 땐 사료도 싸구려로 구입한다던지 좋은 주인은 아닙니다. 되려 고양이가 더 똑똑하지요. 지루하지 않게 각 이야기의 시점이 변합니다. 계속 똑같이 쇼타로가 화자는 아닙니다.




사랑하는 S를 위한 레퀴엠


한 남자가 미스터리 잡지 작가를 좋아합니다. 제목은 이 작가의 단편 소설 제목입니다. 중증 스토커인데 이 작가의 단편 소설을 보고 자신을 사랑해서 썼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스토킹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우습게도 자신은 스토커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스토커를 비웃기까지 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스토킹- 통해서 작가는 간사이 지방 시골에 산다고 표현됩니다. 교토에서 고세이 선이라는 지역 노선을 갈아탄 두 번째 역. 시가 현에 있는 비와 호 서쪽이라고 합니다.




나중에 이 작가가 주인공 쇼타로의 동거인임을 알게 됩니다. - 쇼타로가 주인이 아니라 '동거인'이란 표현을 사용합니다. - 이 스토커가 살인을 불사하면서까지 그녀의 옆집에 살게 되지만 고양이 때문에 실패하게 됩니다. 나중에 이 작가와 경찰의 이야기를 통해 몇 가지 스토커가 착각했던 일들의 진상이 공개됩니다. 제목 S는 쇼타로의 S였습니다.




쇼타로와 오후의 식도락 사건

쇼타로의 동거인 히토미에게 식도락 기사를 싣자는 잡지의 연락이 옵니다.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겠다고 기대하는 동거인이지만 그 기획은 서민의 음식을 먹는 기획이었습니다. 게다가 한번에 몇 달치를 전부 촬영하는 무리수 스케쥴입니다. 이 이야기의 시점을 쇼타로입니다. 센겐지 류노스케라는 인물이 새롭게 등장하는데 바로 쇼타로가 태어났을 때 키워준 아저씨입니다. 그도 소설가이며 그의 개 사스케도 등장합니다. 차우차우 혈통이 섞인 잡종견. 쇼타로와 함께 사건을 해결합니다.




빛나는 발톱


불륜을 저지르는 여자와 남자. 여자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남편은 혼자 말레이시아에 부임하고 있고 여자는 그 사이 불륜을 저지르며 불륜 상대인 남자의 부인에게 질투를 느낍니다. 그러다가 그 남자의 집에 찾아가봅니다. 생각보다 대단하지 않은 집과 고양이. 그러다가 고양이 발톱에 매니큐어가 발라진 것을 발견하고 질투에 살짝 지워버립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한 사건의 알리바이가 되어 줍니다. 그리고 히토미와 쇼타로는 소설을 위해 그녀를 찾아가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사건과 직면하게 됩니다. 그녀의 모습을 더 보여주는 결말이 또 등장합니다.


 

쇼타로와 다잉 메시지의 모험


이번 이야기는 쇼타로의 시점입니다. 한 고양이 시체가 발견되는데 거기에 다잉 메시지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아 추리를 하게 됩니다. 별거 아닌 사건일 수 있는데 재밌게도 중요한 사건으로 연결이 되어 내막이 드러나게 됩니다. 쇼타로가 자신의 동거인에 대해 신랄한 묘사를 하는 점이 재밌습니다.




징글벨

이번 이야기의 시점은 한 여자입니다. 크리스마스에 집착하여 오직 크리스마스에는 혼자 보내기 싫어서 기를 쓰는 여자입니다. 매년 오직 크리스마스에만 함께 보낼 남자를 찾습니다. 그러다가 29세가 되어 또 불안함을 느낍니다. 그러다가 한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이번에는 단지 한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낼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결혼을 생각하게 될 정도로 좋게 여깁니다.




그러다가 여행을 함께 가게 됩니다. 쇼타로가 사는 쪽으로 가게 되는 것이지요. 우연한 계기로 그녀는 그 남자의 정체를 알게 되고 마치 한 고양이가 자신에게 그 얘기를 해주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됩니다.


 

쇼타로와 밀실살인

동거인 히토미가 밀실 살인에 대해서 소설을 써야합니다. 평소 쓰던 장르가 아니라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센겐지 아저씨의 여행 제안에 함께 하기로 합니다. 시골 마을에 창고를 마을에 기부했는데 그곳 자체를 박물관으로 만든 곳입니다. 그 집 고양이 레오가 등장합니다. 그곳에서 밀실 살인이 일어나고 이번 사건의 해결사는 센겐지 아저씨입니다. 그 사건에 대한 내막이 공개됩니다.








이야기들의 줄거리는 위와 같습니다. 정말 추리만 하는 부분이라서 경찰의 등장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몇번 등장하지도 않고 법적인 제재같은 이야기도 등장하지 않는 추리물입니다. 쇼타로의 이야기로보면 꽤 가벼운 추리 소설 같은 느낌이 있는데 다른 화자의 이야기에서는 상당히 다른 소설의 느낌을 줍니다. 작가의 저력이 보인달까요. 스토커가 나오는 부분은 오리하라 이치의 소설도 잠시 생각나고 불륜 여자의 이야기는 호수가 나와서 그런지 미우라 시온의 한 소설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인간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재밌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더욱 재밌는 것 같구요. 앞으로 계속 이 시리즈를 읽게 될 것 같네요.

















책 정보




Noko Tantei Shotaro No Boken 1: Neko Wa Misshitsu De Jump Suru by Yoshiki Shibata (2001)

Illustrations Mari Maeda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1 고양이는 밀실에서 점프한다, 시바타 요시키


펴낸곳 시작 ((주)웅진씽크빅)


옮긴이 권일영


1판 1쇄 발행 2010년 7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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