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 수사 제복경관 카와쿠보 시리즈 1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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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평

 

경찰 수사물로 유명한 사사키 조의 신간이 출간되었습니다. 지난 번 제142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폐허에 바라다'로 사사키 조의 글을 처음 봤었는데요. 제 선입견인지 모르겠는데 홋카이도 출신 작가들은 어딘가 허무하달까, 자조적이랄까 그런 감각이 글에 잘 베어나오는 것 같더라구요.

 

감성적이면서도 자칫 우울해질 수 있는 그런 느낌이 있던데 '폐허에 바라다'가 아무래도 주인공 상황과 그런 감각이 잘맞아 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이번 '제복 수사'는 첫 단편에선 그런 감각을 잘 못느꼈는데 두 번째 단편에선 좀 드러나는 것 같더라구요.

 

첫 단편인 '일탈'을 2004년 '소설 신초, 3월 임시 증간호', '경찰소설 대전집'에 기고할 때 시리즈물로 할 생각이 없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시기적으로 차이가 있다보니 좀 다른 느낌이 들었던 것 같네요. 이 책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위'로 뽑혔고 후속으로 '폭설권'이란 작품이 시리즈로 나와있다고 합니다.

 

제목에서 조금 눈치 챌 수 있듯이 제복을 입고 수사를 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주인공 카와쿠보 아츠시는 순사부장입니다(한국에선 경장). 카와쿠보는 시모베츠 주재소로 이동합니다. 홋카이도 경찰본부에서 유착을 우려하려 이런 결정을 내렸는데 아무래도 베테랑 형사가 사라지게 되고 지역 실정에도 어두운 경관들이 배치되었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카와쿠보도 고1, 고3 딸을 두고 단신 부임합니다. 이곳은 인구 6,000명 가량의 시모베츠 마을 전역이 담당 구역입니다. 가상의 마을이라고 하네요. 아무래도 25년간 강력계 베테랑 형사이다보니 사건을 대처하는 자세가 범상치않습니다.

 

일탈(逸脫)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구역에 익숙해지려는 모습과 함께 대수롭지 않게 주재소 일을 여기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도 보여집니다. 친교를 위해서 술을 권하는 어르신들도 나옵니다. 모자 가정의 어머니가 아들이 지난 밤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신고를 합니다. 그러나 10대 아이들이 하루쯤 안들어온 것으로 사건 성을 파악할 수 없고, 혼자 사는 여자인지라 좀 거리를 둡니다. 그러나 역시 사건으로 이어집니다.

 

흔히 탐정이 등장하는 만화나 소설에서는 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패턴은 짐작할 수 있지요. 짐작이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제목 자체가 제복 수사이니, 수사권이 없는 주재원은 전혀 접근할 수 없지만 주인공은 자신의 나름대로 사건들의 수사를 펼칩니다. 거기서 알게 되는 지역 형사들과의 관계나 수사 방식들도 흥미롭습니다.

 

일단 이 소설 자체의 설정이 모든 경찰들의 근무처를 마구 섞어 놓았기 때문에 살인 사건 수사를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하고 있다던가 교통계 쪽의 일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출동한다던가 그런 분위기가 깔려 있습니다. 결국 이런 상황들이 잘못되었음을 알려주는 결말을 주게 됩니다.

 

유한(遺恨)
개가 산탄총에 맞아 얼굴이 으깨지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카와쿠보는 동물들을 죽이다가 사람을 죽이게되는 사건으로 발전할지도 몰라 적정스럽습니다. 그러면서 마을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평판이나 예전 일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 사건은 주재소가 조용히 사건을 무마시키려고 했던 잘못된 판단 덕분에 일어났다는 안타까운 결말로 치닫습니다. (한가지 사건은 해결되지 못하긴 합니다.)


깨진 유리(割れガラス)
주재소로 전화가 한 통 옵니다. 젊은 두 남자가 학생에게 돈을 뺏으려 한다고. 급히 가보니 벌써 해결이 되어 있습니다. 낯선 남자가 해결했다고 하는데 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알고보니 상해 전과를 가진 사람이지만 나빠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가정 폭력, 방관 등에 대해서도 등장합니다. 마을에서 벌어지는 범죄가 모두 그 사람 탓인양 취급됩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고 한 전과자의 마을 방문으로부터 마을의 불상사가 시작되었다고 그를 내쫓아야한다고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그러나 사실 마을의 범죄는 있어왔고 모두 그것을 모른척 했을 뿐입니다. 그런 마을 사람들의 성화에 못 이겨 두 사람의 인생이 서글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들을 믿어주는 카와쿠보가 있으니까 조금 힘을 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지기 感知器

지속적으로 마을에 불이 나기 시작합니다. 텀도 짧은 편이고 빈집이나 사무실이라 인명 피해는 없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하고 표적이된 사람들이 마을 유력자들이라 화재보험금도 꽤 빨리 받게 됩니다. 그러면서 히로오 서 형사계의 나가미네가 함께 조사를 하게 됩니다. 그가 예전에 방화 범죄를 담당했었기 때문인지 또 다른 범인을 보고 센서가 작동했다고 합니다.

 

가장제 假裝祭
13년 전 소녀 실종 사건이 아직도 미해결인데 3대 전 주재원 때의 사건이라고 합니다. 8월 여름 축제날 밤, 요코하마에서 온 7살 여자아이가 행방불명된 사건입니다. 이 때 제대로 수사도 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폐기물 처리업자 건물의 화재에서 화재 진압보다 사정 청취를 더 우선시하여 주민과 경찰의 사이가 벌어졌다고 합니다. 게다가 마을 주민도 아니니 제대로된 협력이 없었습니다.

 

올해 축제의 분위기가 그 때와 비슷하지 않을까 했더니 역시 그 때의 주재원도 그렇게 느껴 축제에 옵니다. 그리고 당시 실종된 아이의 엄마도 와 있습니다. 그러다가 똑같은 차림의 아이가 역시 사라집니다. 13년 전 그 아이가 썼던 티아라를 누군가 줬던 것 같은데 그래서 동일 범행의 소행임을 알게되지요. 이 사건을 파헤치면서 마을의 추악한 면이 드러나고 결국 범인을 잡게됩니다.

 

아이의 엄마가 누군가 아이를 키우고 싶어서 데려갔으면 하고 바라는 대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저 살아있어줬으면 도리어 괜찮겠다는 그런 마음. 이런 더러운 사건은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 정보

 

Seifuku Sousa by Joh Sasaki (2006)
制服搜査
제복 수사
저자 사사키 조
발행처 (주) 학산문화사 (북홀릭)
2011년 2월 1일 초판 발행
역자 이기웅

 









   p. 206

   "무능한 형사는 주위 사람의 인생을 허무하리만치 망쳐 놓는다는 생각이 들

었을 뿐입니다."



 






   p. 311

   "가와쿠보 씨, 당신은 주재 경관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시오?"
   ...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게 아냐. 범죄자를 만들지 않는 거지. 그게 주재 경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임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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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
미야베 미유키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

 

이 소설은 미야베 미유키의 초기작인 '퍼펙트 블루'의 후속편 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스미 탐정 사무소와 가요코, 그녀의 개 마사가 등장합니다. 단편으로 이루어져있어서 전작을 읽지 않고도 내용 이해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두 책이 출간된 출판사가 달라서 책 자체에 그 소개 없기 때문에 미리 밝혀둡니다. 

 

마사는 저먼셰퍼드로 경찰견을 지냈습니다. 은퇴한지 5년이 지났고 지금은 하스미 탐정 사무소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 마사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는 꽤 유능한 탐정이지만 말을 못하니 힌트를 줄 수가 없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제1장 마음을 녹일 것처럼

'퍼펙트 블루'에서 등장했던 모로오카 신야가 등장합니다. 가요코의 동생 이토코와 신야가 밤새 들어오지 않고 뜬금없이 '호텔 사랑의 성'에서 나오는 것이 목격됩니다. 그러나 둘은 결백하다고 합니다. 여자아이가 트렁크에 들어가길래 물었는데 기억을 잃고 그 곳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 잠복 근무에 들어가게 됩니다.

 

두 딸의 아버지와 함께 마사도 이토코에 대한 복잡한 심경이 또 다른 재미를 주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주택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다보니 좀 소소한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범죄의 범위는 맞긴 하지만 코지 미스터리류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제2장 손바닥 숲 아래

아침 6시 10분에 집을 나서 운동을 하러 가는 가요코와 마사. 그들은 항상 같은 시간에 움직입니다. '손바닥 숲'이라는 작은 공원을 지나는데 항상 45분에 후지미 사키코라는 여자를 만납니다. 그런데 오늘, 이곳에서 시체를 발견합니다. 경찰에 신고하니 시체는 감쪽같이 사라지게 됩니다. 마사는 누군가에게 맞고 기절하고 이상한 냄새를 맡습니다. 이 숲의 이름과 관련해서 손금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제3장 백기사는 노래한다

한 여성이 자신의 동생의 빚진 경위를 조사해달라고 합니다. 강도 살인으로 수배중인데 그가 빚을 지거나 돈을 훔치는 내막에 대해서 전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조사를 의뢰합니다. 떨어져 살아서 동생을 안다고 자신할 수 없지만 도박에 미친 아버지 때문에 힘들게 살아서 결코 그럴 애가 아닐 것 같다는 의견입니다. 조사를 하면서 이야기는 이상한 방향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살인이 등장해서 이런 표현은 그렇지만 한 사람의 마음은 따스한 그런 이야기입니다.

 

제4장 마사, 빈집을 지키다

이토코도 곧 바빠질 것 같아서 졸업여행 셈치곤 하스미 탐정 사무소 가족끼리 대만 여행을 다녀오기로 합니다. 그래서 마사는 빈집을 지키게 됩니다. 옆집의 준코씨가 도와주기로 합니다. 그녀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믿을 만 합니다. 그런데 탐정 사무소가 비어있는데 사건이 생깁니다. 갑자기 토끼가 든 박스가 탐정 사무소에 놓입니다.

 

준코씨가 데리고 있기로 했지만 마사는 주변을 돌며 진상을 밝히려고 합니다. 일반적인 추리물의 형태로 사람이 수사하는 것과 달리 동물들과의 대화나 냄새를 통해서 수사를 하기 때문에 새로웠습니다. 동물 학대와 죽임, 또 나아가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가볍지 않은 소재이지만 학대가 등장하기 때문에 사람, 동물 간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5장 마사의 변명 

마지막 이야기는 아주 짧은 이야기로 의뢰인은 바로 미야베 미유키입니다. 재밌는 시작이었습니다. 오싹한 면이 있습니다. 

 

 

 

 

 


책 정보

 

心とろかすような-マサの事件簿

Kokoro Torokasu Yona - Masa No Jikenbo by Miyabe Miyuki (1997)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 

지은이 미야베 미유키 

펴낸곳 (주)살림출판사 

펴낸날 초판 1쇄 2011년 1월 10일

옮긴이 오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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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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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서평

 

이 소설은 제4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 수상작입니다. 워낙 유명한 책이고 작가이지만 '호러'가 들어가는 소설들은 멀리하기 때문에 뒤늦게 읽게 되었습니다. 책 전체에 그런 오싹한 느낌을 갖진 않구요. 도입은 참으로 평탄합니다. 와카쓰키 신지라는 보험회사 직원이 주인공입니다. 보험금 지급을 확인해보는 업무를 합니다. 교토가 배경으로 나오는데 이쪽에서는 살인 사건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보험 회사에 트집을 잡으려는 사람들을 대응하는 방식이라던가 그런 자잘한 부분들이 꽤 성의있게 기술되어 있어서 사전 조사를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지에게 한 문의 전화가 오게 됩니다. 그것을 통해서 신지는 어릴 때 자살한 형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한 고객의 불만이 접수되어 신지를 지목했기 때문에 그의 집으로 찾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그 집은 주변 집들과 달리 음침하고 상당히 낡았습니다. 게다가 집 전체에서 이상한 냄새도 납니다. 고모다 라는 사람의 집인데 그 집의 아이가 자살을 한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아버지라는 사람은 아이가 죽은 것보다 신지의 반응을 더 유심히 살핍니다. 이제 사건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이들은 끈질기게도 아이의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누가 봐도 이상한 이 상황 덕분에 신지는 나름대로 그들을 조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심리학자들의 의견을 듣게 됩니다. 그래서 보험 쪽과 함께 심리학 쪽의 이야기도 비중있게 다뤄집니다. 애초에 유전적으로 마음이 없는 자가 태어난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고 환경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두 가지 부분으로 생각해보게 합니다.

 

사건은 끔찍함의 단계를 밟아가고 세세한 반전이나 극단적인 결과들도 보입니다. 끔찍한 사건을 목격한 신지의 여자친구 메구미는 의외로 강합니다. 그녀는 마음이 없는 자란 유전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환경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녀의 그런 따뜻한 믿음이 어쩌면 신지를 좀 더 강한 심지로 살아갈 수 있게 지탱해줄 수 있으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하나의 사건으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시 누군가 보험 사기를 위해 악한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는 결말은 슬프면서도 무서웠습니다. 단순히 '호러'의 묘사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역시 유명한 작가의 문체는 전반적으로 좋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정보

 

KUROI IE by Yusuke Kishi (1997) 

검은집 

지은이 기시 유스케 

펴낸곳 도서출판 창해

개정판 1쇄 발행 2004년 8월 16일

개정판 1쇄 발행 2010년 1월 15일 

옮긴이 이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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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 제2회 중앙 장편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서평

 

이 작품은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입니다. '트렁커'와 공동 수상을 했습니다. 여러모로 두 작품은 상당히 상반된 느낌을 지닙니다. '트렁커'가 좀 단순한 느낌이라면 이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는 정신이 없습니다. 어느 분은 읽다가 포기했다라는 평을 했더라구요. 저 또한 100 페이지 쯤 도달해서야 겨우 이 책의 재미를 느꼈고 140 페이지쯤 가서야 책에 익숙해졌습니다.

 

그 이유가 도입이 좀 주인공의 사색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이끌어나가는 전체적인 느낌이 한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좀 들쑥날쑥합니다. 단순히 책 사냥꾼에 대한 이야기나 책을 찾는 과정을 깔끔하게, 시간 순서대로 써나가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듯 합니다.

 

사실은 어쩌면 더 허구같고 허구는 어쩌면 정말 리얼하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이 소설은 허구지만 정말 사실같은 어딘가 복잡하고 명확하지 않은 면이 있습니다. 물론 도입부의 패턴이 그렇습니다. 간혹 자조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유럽의 어느 책을 읽는 것 같기도 합니다.

 

'책 사냥꾼'이라는 또 다른 세계의 직업을 만들어냈지만 완벽한 판타지는 아닙니다. 서울의 지명이 곳곳에 나오고 이 세계를 공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1Q84'에서 아오마메가 갑자기 다른 1984년의 세계로 가버린 것처럼 이 책 사냥꾼의 세계는 현재의 제가 살고 있는 세계와 평행하는 세계일지도 모릅니다.

 

이 세계는 책을 권했던 정권을 지나 책을 읽지 못하게 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책 관련 업자들로 이루어진 빌딩이 을지로에 서게 되었는데 처음의 기대완 달리 용산이나 테크노마트같은 곳을 생각나게 하는 이미지로 전락해버린 시대. 책은 아무도 읽지 않고 관심도 없지만 오직 재태크의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것만 같은 시대입니다.

 

책이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기가막히게 아는 책 사냥꾼들에 의해서 한 권의 책이 찾아집니다. 그들은 그렇게 많은 돈을 벌기도 하지만 꽤나 하드보일드한 직업이기 때문에 외롭기도 하고 망가지기도 합니다.

 

주인공에게도 권력과 재력이 있다는 '미도당'으로부터 책을 찾아달라는 의뢰가 옵니다. 완전하다는 책인 '세계의 책'은 사실 없을지도 모르고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베니의 모험'을 찾아달라고 합니다. 주인공 반디는 그 책을 찾아나섭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이거나 '책 사냥꾼을 알려주는 안내서'는 절대 아닙니다. 주인공의 책 찾기에 대해서는 그리 친절한 설명이 없습니다. 되려 반디의 생각과 관련 책들을 소개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 책의 번외편으로 '책 사냥'의 과정을 설명하는 이야기는 어떨까 기대도 해봤지만 제롬과의 대화를 통해서 알 수 있듯 반디의 노하우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고문도 당하고 배신도 당하고 알 수 없는 상황으로 달려가는 이야기는 정말 전반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띄게 됩니다. 그래서 후반부가 좀 더 읽기 수월한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정말 아슬아슬하게 재미없음과 재미있음의 선을 왔다갔다 하고 있고, - 문학적인 가치는 모르겠습니다. 단순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 대중적 요소의 의미입니다. - 책 사냥꾼의 독백이 어디까지가 중요한 부분인지 아닌지의 경계도 애매모호합니다. 그런 느낌처럼 반디가 마지막에 기술하는 것도 그러하네요.

 

단 하나 곱씹게 되는 것은 우리의 세계에서 책의 미래가 이런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전자책 시장의 도래와 곧 도서 할인도 살아질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시점에 어쩌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고 책 사냥꾼이 단순히 책을 원하는 자에게 돈을 받고 찾아주는 그런 가치있는 책들만이 남아있게 되지는 않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읽으면서 조금 더 정리가 된 깔끔한 구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이런 정신없는 느낌이 이 책이 추구하는 모습일 수 밖에 없다는 감상이 교차하곤 했습니다. 이 책을 극찬한다던가 혹평을 한다는 결정조차도 내려지지 않았지만 독특하다는 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부분들이 있다는 점, 하드보일드한 면도 직선적으로 그려내지 않아서 통일적인 느낌이 든다는 점들을 놓고 별을 매겼습니다. 단 초반부의 정신없음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면에서 별 4개만 매겨봅니다. 

 

 

 

  

 


책 정보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지은이 오수완 

발행처 (주)웅진씽크빅 

임프린트 문학에디션 뿔 

초판 1쇄 발행 2010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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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 세계문학의 숲 4
바진 지음, 김하림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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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소설은 고부간의 갈등과 그를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남자, 덕분에 셋은 절망의 길을 걷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주위에서도 흔히 일어나고 드라마 속에서도 쉽게 등장하는 너무 뻔한 스토리이지만 이 소설은 다른 무언가가 있습니다.

 

루신, 라오서와 함께 중국의 3대 문호로 꼽힌다는 바진. 얼마전 읽은 다른 작가의 작품을 통해 중국 문학계에 대해 놀라움을 발견했는데 더군다나 3대 문호로 꼽힌다는 작가의 작품은 어떨 것인지 정말 기대했습니다. 역시나 그의 글은 무언가 달랐습니다.

 

시대는 1940년대입니다. 사실 고부 갈등은 시대를 뛰어넘는 것 같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별 다를 것이 없어보입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위기는 사회 상황을 기반으로 합니다. 바로 항일 전쟁 때문이지요. (중일전쟁) 1937년 일본 제국이 중국을 침략해서 1945년까지 계속된 전쟁입니다. 20세기 아시아에선 최대 규모라고 하니 일반 사람들은 얼마나 무서웠을지 짐작도 못할 것 같습니다.

 

정확한 연대가 나온 시점은 1944년이라는 중반부 이후의 기록이 있는데 이 때가 이 전쟁의 막바지쯤 되어가니 사람들이 지쳐가고 게다가 일본도 큰 반격을 꿰한 시기라 모두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인공 왕원쉬안과 청수성은 대학때 만났습니다. 그는 학교를 설립할 꿈을 가진 아름다운 청년이었고 그녀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러나 중국은 선을 보고 중매할 사람이 있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통한 결혼을 무척 중시했나봅니다. 그런 과정들을 생략하고 정식 결혼을 하지 않고 함께 살게 된 두 사람은 샤오쉬안이라는 아들을 낳고 14년을 함께 살게됩니다.

 

전쟁때문에 왕원쉬안의 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살게 되고 사사껀껀 며느리를 무시하고 모욕합니다. 정부라고 욕하고 아들과 헤어지길 종용합니다. 무능한 아들이 무직일 때도 돈을 벌어오고 아들의 취직에도 돈을 더 버는 청수성을 14년간 지속적으로 시어머니는 인정하지 않고 못대게 굽니다. 집안일을 하지 않고 일을 하는 그녀를 욕합니다.

 

청수성은 오직 남편에 대한 사랑 때문에 이 모든 것을 견디지만 참지 못하고 가출했다가 다시 그의 곁으로 돌아옵니다. 왕원쉬안은 너무 착한 남자입니다. 그러나 그의 그런 면이 부인과 어머니를 더 못댄 사람으로 만드는 것도 같습니다. 아들만 끼고 도는 그릇된 사랑을 하는 어머니를 버리지도 못하면서 청수성의 괴로움을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시대 탓을 하며 더 열심히 살려하지 않습니다. 그에겐 가족을 위한 어떤 의지나 강인함은 전혀 보이지 않고 오직 이 전쟁이 끝나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만을 갖고 무기력하게 살아갑니다. 결국 그는 병을 얻어 일도 제대로 못하게 되고 청수성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멀리 전근을 가게 됩니다. 그래도 그녀의 부양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시어머니는 여전히 그녀를 욕합니다.

 

결국 그녀의 결단과 그의 병세가 짙어짐, 그리고 마침내 전쟁은 끝이 나지만 아무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이야기에는 지속적으로 안개가 나옵니다. 그곳이 지역적으로 그런 날씨라고 하지만 그 안개는 왕원쉬안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불투명한 의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더 용기내서 살아보려하지 않았는지, 자신을 사랑해주는 그녀를 위해서라도 더 몸을 챙기고 행복해지려 마음먹지 않았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런 뻔한 스토리와 진행 방식을 갖고 있는데도 이 소설은 뻔하지가 않습니다.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가족의 분열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절망의 시대를 버텨내지 못했던 지식인의 무기력함을 보여주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은 한 인간의 고뇌를 타인의 관찰을 통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바진의 '차가운 밤'은 안개에 가려 고뇌조차 하지 못하는 인간의 무기력함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고뇌하게 만드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고전은 반향이 큽니다. 읽고 나면 마음 한 귀퉁이에 그 이야기가 남아서 지속적으로 되새김질을 해보게 됩니다. 너무도 뻔한 이야기인데 이렇게 큰 반향을 남기는 바진이라는 작가가 더욱 궁금해집니다. 

 

 

 

 


책 정보

 

寒夜, 巴金 (1947)

차가운 밤 

지은이 바진 

발행처 (주)시공사

2010년 8월 10일 초판 1쇄 인쇄 

2010년 8월 17일 초판 1쇄 발행 

옮긴이 김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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