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 제2회 중앙 장편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서평

 

이 작품은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입니다. '트렁커'와 공동 수상을 했습니다. 여러모로 두 작품은 상당히 상반된 느낌을 지닙니다. '트렁커'가 좀 단순한 느낌이라면 이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는 정신이 없습니다. 어느 분은 읽다가 포기했다라는 평을 했더라구요. 저 또한 100 페이지 쯤 도달해서야 겨우 이 책의 재미를 느꼈고 140 페이지쯤 가서야 책에 익숙해졌습니다.

 

그 이유가 도입이 좀 주인공의 사색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이끌어나가는 전체적인 느낌이 한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좀 들쑥날쑥합니다. 단순히 책 사냥꾼에 대한 이야기나 책을 찾는 과정을 깔끔하게, 시간 순서대로 써나가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듯 합니다.

 

사실은 어쩌면 더 허구같고 허구는 어쩌면 정말 리얼하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이 소설은 허구지만 정말 사실같은 어딘가 복잡하고 명확하지 않은 면이 있습니다. 물론 도입부의 패턴이 그렇습니다. 간혹 자조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유럽의 어느 책을 읽는 것 같기도 합니다.

 

'책 사냥꾼'이라는 또 다른 세계의 직업을 만들어냈지만 완벽한 판타지는 아닙니다. 서울의 지명이 곳곳에 나오고 이 세계를 공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1Q84'에서 아오마메가 갑자기 다른 1984년의 세계로 가버린 것처럼 이 책 사냥꾼의 세계는 현재의 제가 살고 있는 세계와 평행하는 세계일지도 모릅니다.

 

이 세계는 책을 권했던 정권을 지나 책을 읽지 못하게 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책 관련 업자들로 이루어진 빌딩이 을지로에 서게 되었는데 처음의 기대완 달리 용산이나 테크노마트같은 곳을 생각나게 하는 이미지로 전락해버린 시대. 책은 아무도 읽지 않고 관심도 없지만 오직 재태크의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것만 같은 시대입니다.

 

책이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기가막히게 아는 책 사냥꾼들에 의해서 한 권의 책이 찾아집니다. 그들은 그렇게 많은 돈을 벌기도 하지만 꽤나 하드보일드한 직업이기 때문에 외롭기도 하고 망가지기도 합니다.

 

주인공에게도 권력과 재력이 있다는 '미도당'으로부터 책을 찾아달라는 의뢰가 옵니다. 완전하다는 책인 '세계의 책'은 사실 없을지도 모르고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베니의 모험'을 찾아달라고 합니다. 주인공 반디는 그 책을 찾아나섭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이거나 '책 사냥꾼을 알려주는 안내서'는 절대 아닙니다. 주인공의 책 찾기에 대해서는 그리 친절한 설명이 없습니다. 되려 반디의 생각과 관련 책들을 소개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 책의 번외편으로 '책 사냥'의 과정을 설명하는 이야기는 어떨까 기대도 해봤지만 제롬과의 대화를 통해서 알 수 있듯 반디의 노하우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고문도 당하고 배신도 당하고 알 수 없는 상황으로 달려가는 이야기는 정말 전반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띄게 됩니다. 그래서 후반부가 좀 더 읽기 수월한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정말 아슬아슬하게 재미없음과 재미있음의 선을 왔다갔다 하고 있고, - 문학적인 가치는 모르겠습니다. 단순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 대중적 요소의 의미입니다. - 책 사냥꾼의 독백이 어디까지가 중요한 부분인지 아닌지의 경계도 애매모호합니다. 그런 느낌처럼 반디가 마지막에 기술하는 것도 그러하네요.

 

단 하나 곱씹게 되는 것은 우리의 세계에서 책의 미래가 이런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전자책 시장의 도래와 곧 도서 할인도 살아질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시점에 어쩌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고 책 사냥꾼이 단순히 책을 원하는 자에게 돈을 받고 찾아주는 그런 가치있는 책들만이 남아있게 되지는 않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읽으면서 조금 더 정리가 된 깔끔한 구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이런 정신없는 느낌이 이 책이 추구하는 모습일 수 밖에 없다는 감상이 교차하곤 했습니다. 이 책을 극찬한다던가 혹평을 한다는 결정조차도 내려지지 않았지만 독특하다는 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부분들이 있다는 점, 하드보일드한 면도 직선적으로 그려내지 않아서 통일적인 느낌이 든다는 점들을 놓고 별을 매겼습니다. 단 초반부의 정신없음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면에서 별 4개만 매겨봅니다. 

 

 

 

  

 


책 정보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지은이 오수완 

발행처 (주)웅진씽크빅 

임프린트 문학에디션 뿔 

초판 1쇄 발행 2010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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