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밤 세계문학의 숲 4
바진 지음, 김하림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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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소설은 고부간의 갈등과 그를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남자, 덕분에 셋은 절망의 길을 걷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주위에서도 흔히 일어나고 드라마 속에서도 쉽게 등장하는 너무 뻔한 스토리이지만 이 소설은 다른 무언가가 있습니다.

 

루신, 라오서와 함께 중국의 3대 문호로 꼽힌다는 바진. 얼마전 읽은 다른 작가의 작품을 통해 중국 문학계에 대해 놀라움을 발견했는데 더군다나 3대 문호로 꼽힌다는 작가의 작품은 어떨 것인지 정말 기대했습니다. 역시나 그의 글은 무언가 달랐습니다.

 

시대는 1940년대입니다. 사실 고부 갈등은 시대를 뛰어넘는 것 같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별 다를 것이 없어보입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위기는 사회 상황을 기반으로 합니다. 바로 항일 전쟁 때문이지요. (중일전쟁) 1937년 일본 제국이 중국을 침략해서 1945년까지 계속된 전쟁입니다. 20세기 아시아에선 최대 규모라고 하니 일반 사람들은 얼마나 무서웠을지 짐작도 못할 것 같습니다.

 

정확한 연대가 나온 시점은 1944년이라는 중반부 이후의 기록이 있는데 이 때가 이 전쟁의 막바지쯤 되어가니 사람들이 지쳐가고 게다가 일본도 큰 반격을 꿰한 시기라 모두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인공 왕원쉬안과 청수성은 대학때 만났습니다. 그는 학교를 설립할 꿈을 가진 아름다운 청년이었고 그녀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러나 중국은 선을 보고 중매할 사람이 있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통한 결혼을 무척 중시했나봅니다. 그런 과정들을 생략하고 정식 결혼을 하지 않고 함께 살게 된 두 사람은 샤오쉬안이라는 아들을 낳고 14년을 함께 살게됩니다.

 

전쟁때문에 왕원쉬안의 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살게 되고 사사껀껀 며느리를 무시하고 모욕합니다. 정부라고 욕하고 아들과 헤어지길 종용합니다. 무능한 아들이 무직일 때도 돈을 벌어오고 아들의 취직에도 돈을 더 버는 청수성을 14년간 지속적으로 시어머니는 인정하지 않고 못대게 굽니다. 집안일을 하지 않고 일을 하는 그녀를 욕합니다.

 

청수성은 오직 남편에 대한 사랑 때문에 이 모든 것을 견디지만 참지 못하고 가출했다가 다시 그의 곁으로 돌아옵니다. 왕원쉬안은 너무 착한 남자입니다. 그러나 그의 그런 면이 부인과 어머니를 더 못댄 사람으로 만드는 것도 같습니다. 아들만 끼고 도는 그릇된 사랑을 하는 어머니를 버리지도 못하면서 청수성의 괴로움을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시대 탓을 하며 더 열심히 살려하지 않습니다. 그에겐 가족을 위한 어떤 의지나 강인함은 전혀 보이지 않고 오직 이 전쟁이 끝나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만을 갖고 무기력하게 살아갑니다. 결국 그는 병을 얻어 일도 제대로 못하게 되고 청수성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멀리 전근을 가게 됩니다. 그래도 그녀의 부양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시어머니는 여전히 그녀를 욕합니다.

 

결국 그녀의 결단과 그의 병세가 짙어짐, 그리고 마침내 전쟁은 끝이 나지만 아무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이야기에는 지속적으로 안개가 나옵니다. 그곳이 지역적으로 그런 날씨라고 하지만 그 안개는 왕원쉬안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불투명한 의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더 용기내서 살아보려하지 않았는지, 자신을 사랑해주는 그녀를 위해서라도 더 몸을 챙기고 행복해지려 마음먹지 않았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런 뻔한 스토리와 진행 방식을 갖고 있는데도 이 소설은 뻔하지가 않습니다.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가족의 분열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절망의 시대를 버텨내지 못했던 지식인의 무기력함을 보여주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은 한 인간의 고뇌를 타인의 관찰을 통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바진의 '차가운 밤'은 안개에 가려 고뇌조차 하지 못하는 인간의 무기력함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고뇌하게 만드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고전은 반향이 큽니다. 읽고 나면 마음 한 귀퉁이에 그 이야기가 남아서 지속적으로 되새김질을 해보게 됩니다. 너무도 뻔한 이야기인데 이렇게 큰 반향을 남기는 바진이라는 작가가 더욱 궁금해집니다. 

 

 

 

 


책 정보

 

寒夜, 巴金 (1947)

차가운 밤 

지은이 바진 

발행처 (주)시공사

2010년 8월 10일 초판 1쇄 인쇄 

2010년 8월 17일 초판 1쇄 발행 

옮긴이 김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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