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 수사 제복경관 카와쿠보 시리즈 1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서평

 

경찰 수사물로 유명한 사사키 조의 신간이 출간되었습니다. 지난 번 제142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폐허에 바라다'로 사사키 조의 글을 처음 봤었는데요. 제 선입견인지 모르겠는데 홋카이도 출신 작가들은 어딘가 허무하달까, 자조적이랄까 그런 감각이 글에 잘 베어나오는 것 같더라구요.

 

감성적이면서도 자칫 우울해질 수 있는 그런 느낌이 있던데 '폐허에 바라다'가 아무래도 주인공 상황과 그런 감각이 잘맞아 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이번 '제복 수사'는 첫 단편에선 그런 감각을 잘 못느꼈는데 두 번째 단편에선 좀 드러나는 것 같더라구요.

 

첫 단편인 '일탈'을 2004년 '소설 신초, 3월 임시 증간호', '경찰소설 대전집'에 기고할 때 시리즈물로 할 생각이 없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시기적으로 차이가 있다보니 좀 다른 느낌이 들었던 것 같네요. 이 책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위'로 뽑혔고 후속으로 '폭설권'이란 작품이 시리즈로 나와있다고 합니다.

 

제목에서 조금 눈치 챌 수 있듯이 제복을 입고 수사를 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주인공 카와쿠보 아츠시는 순사부장입니다(한국에선 경장). 카와쿠보는 시모베츠 주재소로 이동합니다. 홋카이도 경찰본부에서 유착을 우려하려 이런 결정을 내렸는데 아무래도 베테랑 형사가 사라지게 되고 지역 실정에도 어두운 경관들이 배치되었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카와쿠보도 고1, 고3 딸을 두고 단신 부임합니다. 이곳은 인구 6,000명 가량의 시모베츠 마을 전역이 담당 구역입니다. 가상의 마을이라고 하네요. 아무래도 25년간 강력계 베테랑 형사이다보니 사건을 대처하는 자세가 범상치않습니다.

 

일탈(逸脫)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구역에 익숙해지려는 모습과 함께 대수롭지 않게 주재소 일을 여기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도 보여집니다. 친교를 위해서 술을 권하는 어르신들도 나옵니다. 모자 가정의 어머니가 아들이 지난 밤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신고를 합니다. 그러나 10대 아이들이 하루쯤 안들어온 것으로 사건 성을 파악할 수 없고, 혼자 사는 여자인지라 좀 거리를 둡니다. 그러나 역시 사건으로 이어집니다.

 

흔히 탐정이 등장하는 만화나 소설에서는 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패턴은 짐작할 수 있지요. 짐작이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제목 자체가 제복 수사이니, 수사권이 없는 주재원은 전혀 접근할 수 없지만 주인공은 자신의 나름대로 사건들의 수사를 펼칩니다. 거기서 알게 되는 지역 형사들과의 관계나 수사 방식들도 흥미롭습니다.

 

일단 이 소설 자체의 설정이 모든 경찰들의 근무처를 마구 섞어 놓았기 때문에 살인 사건 수사를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하고 있다던가 교통계 쪽의 일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출동한다던가 그런 분위기가 깔려 있습니다. 결국 이런 상황들이 잘못되었음을 알려주는 결말을 주게 됩니다.

 

유한(遺恨)
개가 산탄총에 맞아 얼굴이 으깨지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카와쿠보는 동물들을 죽이다가 사람을 죽이게되는 사건으로 발전할지도 몰라 적정스럽습니다. 그러면서 마을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평판이나 예전 일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 사건은 주재소가 조용히 사건을 무마시키려고 했던 잘못된 판단 덕분에 일어났다는 안타까운 결말로 치닫습니다. (한가지 사건은 해결되지 못하긴 합니다.)


깨진 유리(割れガラス)
주재소로 전화가 한 통 옵니다. 젊은 두 남자가 학생에게 돈을 뺏으려 한다고. 급히 가보니 벌써 해결이 되어 있습니다. 낯선 남자가 해결했다고 하는데 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알고보니 상해 전과를 가진 사람이지만 나빠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가정 폭력, 방관 등에 대해서도 등장합니다. 마을에서 벌어지는 범죄가 모두 그 사람 탓인양 취급됩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고 한 전과자의 마을 방문으로부터 마을의 불상사가 시작되었다고 그를 내쫓아야한다고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그러나 사실 마을의 범죄는 있어왔고 모두 그것을 모른척 했을 뿐입니다. 그런 마을 사람들의 성화에 못 이겨 두 사람의 인생이 서글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들을 믿어주는 카와쿠보가 있으니까 조금 힘을 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지기 感知器

지속적으로 마을에 불이 나기 시작합니다. 텀도 짧은 편이고 빈집이나 사무실이라 인명 피해는 없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하고 표적이된 사람들이 마을 유력자들이라 화재보험금도 꽤 빨리 받게 됩니다. 그러면서 히로오 서 형사계의 나가미네가 함께 조사를 하게 됩니다. 그가 예전에 방화 범죄를 담당했었기 때문인지 또 다른 범인을 보고 센서가 작동했다고 합니다.

 

가장제 假裝祭
13년 전 소녀 실종 사건이 아직도 미해결인데 3대 전 주재원 때의 사건이라고 합니다. 8월 여름 축제날 밤, 요코하마에서 온 7살 여자아이가 행방불명된 사건입니다. 이 때 제대로 수사도 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폐기물 처리업자 건물의 화재에서 화재 진압보다 사정 청취를 더 우선시하여 주민과 경찰의 사이가 벌어졌다고 합니다. 게다가 마을 주민도 아니니 제대로된 협력이 없었습니다.

 

올해 축제의 분위기가 그 때와 비슷하지 않을까 했더니 역시 그 때의 주재원도 그렇게 느껴 축제에 옵니다. 그리고 당시 실종된 아이의 엄마도 와 있습니다. 그러다가 똑같은 차림의 아이가 역시 사라집니다. 13년 전 그 아이가 썼던 티아라를 누군가 줬던 것 같은데 그래서 동일 범행의 소행임을 알게되지요. 이 사건을 파헤치면서 마을의 추악한 면이 드러나고 결국 범인을 잡게됩니다.

 

아이의 엄마가 누군가 아이를 키우고 싶어서 데려갔으면 하고 바라는 대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저 살아있어줬으면 도리어 괜찮겠다는 그런 마음. 이런 더러운 사건은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 정보

 

Seifuku Sousa by Joh Sasaki (2006)
制服搜査
제복 수사
저자 사사키 조
발행처 (주) 학산문화사 (북홀릭)
2011년 2월 1일 초판 발행
역자 이기웅

 









   p. 206

   "무능한 형사는 주위 사람의 인생을 허무하리만치 망쳐 놓는다는 생각이 들

었을 뿐입니다."



 






   p. 311

   "가와쿠보 씨, 당신은 주재 경관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시오?"
   ...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게 아냐. 범죄자를 만들지 않는 거지. 그게 주재 경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임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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