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 마음을 담은 그릇
호연 지음 / 애니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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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평

 

이 책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되었던 만화가 책으로 출간한 작품입니다. 저자는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하는 학부생입니다. 그래서 내용이 학교 생활에 관련된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작가의 전공이 그렇다보니 '도자기'의 역사라던가 유물의 개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쉬운 면은 단순히 만화이기 때문이 아니라 도자 한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 연상기법이랄까 그런 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점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히 재밌게 봤습니다. 예를 들면, 주둥이에 선이 둘러진 병의 일화에서는 이불을 혼자 목에 감고 자는 이야기를 붙입니다. 전반적으로 코믹한 편인데 간혹 감동적인 부분들도 있습니다.

 

사실 이 쪽 분야는 역사와 종류, 가치를 알아봐야한다는 점에서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어려운 장르인 것 같습니다. 일화 중에 만화로 도자기를 소개한다는 얘기에 교수님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런 일면이야말로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어렵게 여기게 만드는 감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교수님들은 어느 전공이나 다 그런 면이 있을 것 같지만 이 책은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에게도 즐겁게 익힐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도자기는 지금도 실생활에서 사용하고 있고, 생활에 근접하게 닿아있습니다. 아무렇게나 매 끼니 사용하는 밥그릇이나 국그릇도 있지만 특별히 마음에 들어 보기만 해도 좋은 머그컵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듯 유물들도 그렇습니다. 그 가치가 내게 닿지 않아도 어느 한 점은 특별히 아름다워보이기도 합니다.

 

가끔은 박물관에 가서 그 한 점을 바라보며 수 많은 세월을 그저 그 자리에 있었던 것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혹은 그 쓰일 당시를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전공이라 좀 더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던 작가의 모습이 보이는 이야기였습니다. 유명한 외국 화가의 그림을 보기 위해 해외 여행도 하는데 우리의 소중한 작품들은 왠지 뒷전이 되어 있는 기분도 듭니다. 박물관이 아이들과 외국인, 혹은 나이 지긋하신 어른들 뿐만 아니라 누구나 가기 쉬운 그런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책 정보

 

마음을 담는 그릇, 도자기 

지은이 호연 

펴낸곳 애니북스

1판 1쇄 2008년 5월 13일

1판 3쇄 2008년 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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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박지현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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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평

 

본 서평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은

이 책은 '우스이 유카'라는 인물이 추리를 하는 3부작 중 첫번째에 해당되는 작품입니다. 이전 작품들을 통해 작가 이시모치 아사미가 인정을 받아오긴 했지만 이 작품으로 2006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와 <본격 미스터리 대상> 에서 각각 2위를 수상하면서 좀 더 주목을 받았다고 합니다. (참고로 '용의자 X의 헌신'이 각각의 수상 1위였습니다. 그리고 <본격 미스터리 대상>의 경우 후보 5작 중 한 작품만 상을 받고 순위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후보작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천루의 괴인',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Golem') 

 

이 소설은 살인자의 관점에서 살인을 할 계획과 그 과정이 처음부터 등장합니다. 결국 중요한 부분은 범인을 잡는 것이 아니라 그 트릭을 어떻게 간파하느냐, 왜 살인을 하게 되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 마지막에 덧붙여진 해설을 작가 미쓰하라 유리가 쓰고 있는데 이런 형태를 '도서 미스터리'라고 한답니다. 

 

추리 소설의 서평을 쓰면서 될 수 있으면 중요한 트릭은 밝히지 않고자 하지만 이 소설은 그 부분을 얘기하지 않으면 서평을 쓰는 이유가 없을 것 같아서 오랜만에 내용을 알리는 서평을 쓰게 되었습니다. (완전 공개를 하면 재미없을 것 같아 중요 부분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주인공 후시미 료스케는 오늘 살인을 하고자 준비를 해옵니다. '살인' 행위 자체는 빨리 등장하지만 그 이유에 관해서는 마지막에 등장합니다.

 

등장인물

'서장'이 먼저 '밀실 살인'의 과정을 남김없이 보여주고 시작합니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이 장소로 모인 상황을 보여줍니다. 대학 동창들로 선후배 사이도 있는 이 집단은 경음악부 내에서 술을 좋아하는 이들로 '알코올중독분과회'라는 서클에 들어있는 멤버들입니다. 장소를 제공한 안도 쇼고, 현실적인 우에다 사쓰키, 위스키를 좋아하는 니아야마, 귀여운 막내 이시마루, 부지런하고 음식 솜씨 좋은 우스이 레이코(결혼해서 오오쿠라 레이코)와 그녀의 동생 아름다운 우스이 유카, 그리고 주인공이며 여기서 리더격인 후시미가 등장 인물입니다.

 

안도의 형이 하는 펜션에 모이게 됐습니다. 집안 대대로 이어져오는 고풍스러운 저택입니다. 다들 청소도 하고 술도 마시면서 느긋하게 보내게 되는데 어느 시점부터 니이야마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모두 잘꺼라고 생각하고 느긋하지만 유카만은 이상하다고 자꾸 신경을 쓰게 됩니다.

 

주요 흥미 요소

살인자 후시미는 확실한 계획을 세워 살인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유카는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그래서 그녀가 지적하는 부분들이 후시미의 피를 말리는 과정이 되며 이 소설의 주된 재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숨겨뒀던 '살인 목적'입니다. 어떤 이해 관계가 얽혀 있는지, 혹은 어떤 원한 관계가 얽혀 있는지가 추리 소설의 주된 흥미꺼리인데 이 소설은 예상할 수 있는 범위의 목적이 아니라 조금 생경한 소재이기 때문에 놀라웠습니다. 주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수상작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결말로써 추리 소설 팬들의 추리도 뛰어넘을 수 있어야하는 작품들이 선정되기 마련입니다. (1위 작품도 그러했지요.) 그렇게 볼 때 확실히 이 소설의 결말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왜 2위인가

이 소설은 충분히 재밌습니다. 한번 잡고는 끊어내지 못하고 계속 읽을 수 밖에 없는 몰입도를 줍니다. 그러나 왜 2위를 했을까. 그것에 관해서는 소재 자체의 파격적인 부분 때문일 것 같습니다. 최근 일본 수상작들의 트랜드를 보면 확실히 그로테스크한 면이 있는 작품들이 순위권 안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몇 독자들은 이 소설의 이런 살인 동기가 과연 가능하냐는 질문도 합니다.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착한 척'한다는 느낌일 수도 있지만, 살인이라는 것은 자신의 신념을 무너뜨릴 수 없어서 타인의 생명조차도 그 신념 앞에선 보잘 것 없다는 사상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 소설의 소재는 되려 의학물에서 쓰일 법한 부분이 있긴 하지요.

 

결말

살해 동기 뿐 아니라 우스이 유카라는 인물의 마지막 결론 또한 조금 생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녀의 그런 행동은 이 소설을 한 권 자체로 끝맺음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리즈물의 예고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좀 완벽한 결말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문제를 주는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다음 이야기를 읽고 싶은 충분한 욕구를 가져다주기는 합니다.

 

추리 소설의 결말은 정의라던가 법의 심판으로 살인자를 처벌하느냐, 혹은 그것과 상관없느냐의 패턴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발언은 대체 어느 쪽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지요. (흔히 시리즈물이 그렇긴 합니다.) 아쉽게도 이 '우스이 유카' 등장의 두 번째 소설에서 후시미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 쪽을 먼저 읽어서 그를 언급하는 유카의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는 면을 발견했었는데 이런 내막이 있었다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책에서는 등장할 것 같은데 대체 어떤 이야기가 될지 궁금해지네요.

 

끝으로

이 소설을 단적으로 설명하자면 좀 평탄하달까 소소한 진행 과정이 있는 추리 소설입니다. 하드보일드하지 않은 면이 있어서 살인의 이야기만 뺀다면 일상의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 추리 소설에 거부감이 없으신 분과 추리의 과정을 즐기는 분이시라면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 정보

 

Tobira wa Tozasareta Mama (扉は閉ざされたまま) by Asami Ishimochi (2005)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지은이 이시모치 아사미

펴낸곳 (주)살림출판사

초판 인쇄 2009년 6월 25일

초판 발행 2009년 7월 7일

옮긴이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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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가 없는 월요일 작가의 발견 5
아카가와 지로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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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말만 들어도 우울한 회사원의 월요일. 그런데 상사가 없다? 책의 표지처럼 노래를 부르고 소리를 지르고 즐거울 법한 '상사가 없는 월요일' 그러나 이야기는 천만의 말씀 입니다. 이건 블랙코메디쯤 될까요?

 

일본에서 유명한 아카가와 지로는 사실 국내에서는 그리 알려진 작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다작하는 작가답게 조금 찾아보면, 그리고 일본 소설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삼색 고양이 시리즈'라던가 몇 작품을 통해 이름을 종종 봐왔던 작가이긴 할껍니다. 

 

저 또한 아직 작품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종종 봐왔던 책들이 몇 권 있는데 역시 계기가 없으면 유명한 작가라도 잘읽게 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자칫 소소해보이는 이 책 또한 그리 선풍적인 인기를 끌만한 제목이 안되는 것 같은데 저는 그런 쪽을 더 좋아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1976년에 데뷔하여 이 책도 1980년 작품인데 전혀 시대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고리타분하다던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는 샐러리맨들의 생활이 거의 변화하지 않는 탓일까요. 혹은 작가의 필력이려나요. 저자가 10년동안 회사 생활을 했다고 하니 각 캐릭터들이 현실적인 것은 그탓이겠지요. 필력이 좋아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집니다.

 

이 책은 '상사가 없는 월요일'을 포함한 각각 다른 이야기를 지닌 다섯 편의 단편 소설 엮음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이 동일하게 남자이면서 샐러리맨이고 피곤한 삶을 산다는 점이 통일성을 느끼게 하지만 각각의 다른 이야기라 지루하지 않습니다. 나오키상 후보였다고 하는데 수상하기엔 2% 부족한 면이 있긴 하지만 단순히 소소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상사가 없는 월요일 

앞에 언급했듯 중역들이 하나같이 자리를 비운 월요일. 다들 신이나서 사다리 타기로 케이크라도 사먹자면서 들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행복한 하루가 주인공이 아닙니다. 무차별 폭탄 테러를 강행하려는 사람과 클레임을 거는 아줌마들이 등장합니다. 게다가 사장님 불륜을 사모님께 들통내게 만든데다가 회사 돈 횡령한 사람도 등장하고 정신이 없습니다. 과연 이 월요일은 어떻게 될 것인지 흥미진진하게 만듭니다.

 

금주를 결심한 날

앞의 단편과 전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운수 좋은 날'같은 패턴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젊은 나이에 계장이긴 하지만 출세 가도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는 느긋한 주인공은 그냥 문득 금주를 결심합니다. 그래서 사장님이 대신 술자리에 나가달라는 것도 거절합니다. 자신은 이런 출세와 상관없는 느긋함이 좋습니다. 한편 유력한 사장 후임이었던 부장이 건강을 이유로 물러나는 덕분에 누가 부장 후임이 될지 회사는 술렁입니다.

 

그러다가 사장은 이 태평한 계장에게 후임을 결정할 권한을 맡깁니다. 그러다가 자신의 부인이 두 사람 중 한명과 불륜 관계임을 알게 됩니다. 그가 이런 딜레마를 안은 채 후임을 결정하고 또 결말까지는 이 단편이 단순한 샐러리맨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면이 있어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꽃다발이 없는 송별회

이야기는 또 새롭지만 상황은 갈수록 태산입니다. 이번에는 억울하게 누명을 당한 샐러리맨이 등장합니다. 조금 하드보일드한 면도 있고 진정의 범죄도 등장합니다. 이 작가가 여러 장르를 넘나든다는데 확실히 이 단편도 그런 면이 있습니다. 좀 비참한 이야기지만 살아서 다행이라는 감상을 덧붙여야하는 것인가 고민되는 이야기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의 살인

전 단편과 이 단편이 가장 뒤끝이 좋지 않은 이야기에 단순한 샐러리맨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번엔 자동차공업사에서 일을 하는 청년이 주인공인데 우연한 산업재해에 휘말리게 되고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 가해자가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불운은 점차 강도를 더해가게 됩니다. 각 단편이 넘어올 때마다 더 강도가 강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도보 15분

분양 주택이 당첨되어 드디어 2DK(다이닝, 키친)의 새집으로 이사하게 된 젊은 부부. 그러나 일이 바빠서 도저히 부인을 도와줄 수 없는 남편은 집을 나서면서 이웃의 차를 얻어타고 출근하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자신의 집이 어딘지 모르게되고, 접대 덕분에 늦어지고 집엔 아직 전화도 없고. 그는 미아가 됩니다. 이상한 사건에 얽히게 되고 밤늦게 봉변을 당하지만 결국 얼마나 부인이 소중한지에 대해서 느끼는 이야기로 마칩니다.

 

 

 

 


책 정보

 

Uwayaku no Inai Getsuyobi by Akagawa Jiro (1980)

상사가 없는 월요일 

지은이 아카가와 지로

펴낸곳 행복한책읽기

초판 1쇄 펴낸 날 2010년 11월 19일

옮긴이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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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고양이 눈 - 2011년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최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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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소설은 네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여섯번째 꿈', '복수의 공식', 'π (파이)',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이 제목입니다. 별개의 단편이기도 하면서 연작은 아니지만 각 소설의 동일 모티프를 공유하고 있다고 표현해야할지 독특한 구성으로 되어 있는 소설들입니다. 

 

장르는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보문고 소개를 살펴보면 '문예 계간지 <자음과모음>의 '픽스업'이라는 장르로 1년여에 걸쳐 연재된 소설이다. '픽스업'은 네 개의 중편이 모여 하나의 장편을 이루는 형식으로, 연작 소설과는 개념이 다른 장르다.'라고 설명이 되어 있는데 하나의 장편을 이룬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일단 '여섯번째 꿈'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실버 헤머'라는 연쇄살인범 동호회에 가입한 사람들을 '악마'라는 닉네임으로 활동중인 사람이 산장으로 주말에 초대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여섯 명이 모이게 되는데 이곳이 고립되고 외부와 연락할 수단이 단절되면서 '클로즈드 서클'이 형성됩니다. 추리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고립된 장소에서의 살인이 일어나지요.

 

남아있는 자들은 공포에 질리고 혹시 이 중에 '악마'가 있지는 않을까, 다음 차례는 내가 되지 않을까라고 두려움에 떨게 됩니다. 왜 이런 상황을 설정하게 되었는지 숨은 이야기가 결말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의문은 보는 사람의 생각에 맡기는듯한 결말을 맞습니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 '복수의 공식'. 이 두 번째 소설을 읽으면서 앞에서 등장했던 사람의 이야기도 겹치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런 장르의 흥미로운 점은 또 다른 면이 보여진다는 것인듯 합니다. 단편으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은 어딘가 아쉬우니까요. 그러나 첫 번째 소설 속에서 사뭇 공포스러우면서도 그것의 당위성을 끌어내리는 설명이 없었듯 두 번째 소설도 그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위성이 있다고 해야할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는 더 괴기스럽고 오싹한 것도 같습니다. 슬슬 이야기들은 같은 일화나 소재를 공유한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에 한 소재, 한 소재가 다음 이야기의 또 다른 설정이 되기도 합니다. 같은 직업들이 나와서 같은 사람인건지 아닌건지 고민하게 됩니다.

 

이번 이야기는 쌍둥이, 간질, 사법고시 준비생, 샛강모텔, 슈베르트와 뭉크의 <죽음과 소녀>, 킬러, 나비 등이 등장합니다. 다른 관점에서 서로 무관한 이야기들이 진행되는데 마지막에는 관련성을 갖고 있는 것을 알게됩니다. 그리고 한 가지 관점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면도 있습니다. 서로의 이야기가 조금 다른 양상을 지닌달까요.

 

첫 번째 단편과 관련 있는 사람의 등장도 있고, 두 번째 단편 안에서 또 서로 얽혀 있는 것을 알게되지요. 이 두 번째 단편이 가장 평탄한 분위기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도 소소한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폐쇄된 미로에 대해서 시작합니다.

 

일본 소설을 번역하면서 살고있는 한 남자. 그는 살짝 번역을 바꾸어놓는 일을 하다가 동물을 죽이는 상황을 끼워놓고는 이후부터 기묘한 전화를 받습니다. 이 소설의 제목이 '일곱개의 고양이 눈'. 그 일과 별개로 그는 단 한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려고 고심합니다. 그러다가 알게된 한 여자와 동거를 시작하는데 그녀는 밤에 어느 이야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것은 '폐쇄 미로에 빠진 남자 이야기'입니다. 하루라는 이름을 가진 한 남자는 빈집에 들어가 한가지 물건만을 가지고 나오고 다른 한가지 물건을 그 집에 둡니다. 이번엔 안경점 안경사의 집입니다. 그곳에서 니콘 카메라 F3를 들고 나오는 대신 샛강호텔 키를 놔둡니다. 그 안경사는 그 키를 잡고 자살을 합니다. 의문을 느낀 하루는 그 호텔을 찾아가봅니다.

 

맵시벌이 거미를 숙주로 삼는다는 이야기처럼 그녀는 주인공을 숙주로 삼고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일곱개의 고양이 눈'의 소설가가 그랬던 것처럼. 그것과 별개로 자신이 번역하고 있는 지금 소설은 바로 첫 번째 단편이었던 '여섯 개의 꿈'으로 이야기는 또 이어져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이란 단편이 또 다르게 시작합니다. 전편에서 도서관에 관해 나오는 부분과 결부되어 있듯 주인공은 도서관에 가게 되고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이란 책을 우연히 보게 됩니다. 보잘 것 없는 연극 배우가 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 여기에서 전편과 관련 있는 몇 가지 설정들이 역시 등장합니다.

 

다 읽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그 소설을 대신 써보기로 하는 주인공. 마지막 부분의 이야기에서 바로 이 소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등장합니다. '무한대로 뻗어나가지만 결코 반복되지 않는 이야기 사슬, 가장 단순한 폐곡선인 원을 규정하는……  '미스터리 클럽 Q'는 제1권이 바로 무한히 어이지는 전체 시리즈였던 셈이죠. 그야말로 완벽한 미스터리소설 아닙니까? (p. 361)'

 

같은 소재랄까, 등장인물들의 신상 정보랄까 그런 것들을 가지고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꼭 이 등장인물들이 모두 등장해야한다는 고집이 있는 것은 아니라 폐쇄적이지는 않지요. 단지 그들이 이 소설을 빠져나갈 수 없는 폐쇄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기묘한 이야기, 그리고 그리 뒤끝이 유쾌하거나 행복하지 않은 이야기라서 개인적인 취향으로 별 4개만 매겨봅니다. 그러나 설정이나 반복성에 의한 재미는 무척 있습니다. 다시 봐도 재밌을, 또 다른 이야기로 느껴질 것 같은 소설입니다.

 

 

 

 


책 정보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지은이 최제훈 

펴낸곳 자음과모음 

초판 1쇄 인쇄일 2011년 1월 19일 

초판 1쇄 발행일 2011년 2월 10일 

일러스트 무슨 

디자인 여만엽 

 

 





   p. 282

   "완성되는 순간 사라지고, 사라지는 순간 다시 시작되는 영원한 이야기. 무한대로 뻗어나가지만 결코 반복되지 않는 파이처럼." 그녀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게 바로 당신이 갈망하는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 아니었어?"



 




   p. 361

   무한대로 뻗어나가지만 결코 반복되지 않는 이야기 사슬, 가장 단순한 폐곡선인 원을 규정하는……  '미스터리 클럽 Q'는 제1권이 바로 무한히 어이지는 전체 시리즈였던 셈이죠. 그야말로 완벽한 미스터리소설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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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드립 커피 좋아하세요? - 시시때때로 커피가 그리운 사람들을 위한 커피 안내서
김훈태 지음 / 갤리온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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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때로는 미쳐있는 아마추어가 틀에 갖힌 프로보다 낫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감각을 글로 옮겨보자면 이런 문장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커피에는 여러가지 추출 방식이 있습니다. 물에 담궈두는 것, 그리고 고압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뽑아내는 것, 혹은 끓이기도 하지요. 핸드드립은 물에 담궈두거나 끓일 때 남는 가루의 불편함을 덜기위해 필터에 통과시키며 중력을 이용한 물의 낙차를 사용하여 내리는 방식입니다. 흔히 커피를 내려마신다는 'Brew' 기계를 사용하는 방식과 달리 내리는 사람의 손으로 직접 물을 뿌려주기 때문에 좀 더 섬세한 과정에 의한 맛의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커피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면 커피를 내리는 사람의 접근과 마시는 사람의 접근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자는 백과사전적인 방식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요. 간혹 그 속에 에세이적인 측면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후자는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형태로 계보를 잇고 있으니 언급은 접어두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필독서로 꼽아주었으면 하는 발언을 과감히 해봅니다. (보통 어지간해선 알아서 고르라고 하고 추천은 안하는 편입니다.) 문장력이 참 좋습니다. 적절한 일화와 감상 그리고 본격적인 이론에 대한 매끄러운 작법은 이 글을 쓴 사람에 대해 칭찬을 하게끔하는 면이 있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혼자서 책보고 인터넷 서칭으로 커피에 대해 지식을 습득해나갔기 때문에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커피 생두를 볶은지 며칠 안된 신선한 콩을 갈아서 물을 조금 붓고 뜸을 들일 때 부풀어 오르는 그 순간의 행복감은 몇 년을 핸드드립을 하면서도 줄어들지 않는 감각인 듯 합니다.

 

자신이 핸드드립을 한다고 해서 꼭 자신만의 커피를 마시기를 주장하는 책은 아닙니다. 좀 더 커피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함께 커피를 배워왔던 시간들 속에서 느꼈던 부분들도 함께 기술하기 때문에 기술서란 느낌보다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를 찾아 다닌 이야기와 그 나날들이 차곡히 쌓여서 이 책이 완성된 것이겠지요. 커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책 정보

 

시시때때로 커피가 그리운 사람들을 위한 커피 안내서 

핸드드립 커피 좋아하세요? 

지은이 김훈태 

발행처 (주)웅진씽크빅

임프린트 갤리온

초판 발행 2011년 1월 3일 

 

 








   p. 216

   "결국 카페의 모든 요소의 총합이 우리를 그곳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p. 218

   "카페는 오늘과 내일을 살아갈 새로운 에너지를 채우는 발전소이다. 그것이 바로 커피를 찾아 매일 나서는 이유다."





 





   p. 227

   "거짓 없이 진실한 한 잔의 커피 앞에서 자신의 인생에 집중하기를, 그리하여 이 세상의 더 많은 커피 벗들과 언제 어디서고 약속없이 마주칠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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