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네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여섯번째 꿈', '복수의 공식', 'π (파이)',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이 제목입니다. 별개의 단편이기도 하면서 연작은 아니지만 각 소설의 동일 모티프를 공유하고 있다고 표현해야할지 독특한 구성으로 되어 있는 소설들입니다.
장르는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보문고 소개를 살펴보면 '문예 계간지 <자음과모음>의 '픽스업'이라는 장르로 1년여에 걸쳐 연재된 소설이다. '픽스업'은 네 개의 중편이 모여 하나의 장편을 이루는 형식으로, 연작 소설과는 개념이 다른 장르다.'라고 설명이 되어 있는데 하나의 장편을 이룬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일단 '여섯번째 꿈'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실버 헤머'라는 연쇄살인범 동호회에 가입한 사람들을 '악마'라는 닉네임으로 활동중인 사람이 산장으로 주말에 초대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여섯 명이 모이게 되는데 이곳이 고립되고 외부와 연락할 수단이 단절되면서 '클로즈드 서클'이 형성됩니다. 추리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고립된 장소에서의 살인이 일어나지요.
남아있는 자들은 공포에 질리고 혹시 이 중에 '악마'가 있지는 않을까, 다음 차례는 내가 되지 않을까라고 두려움에 떨게 됩니다. 왜 이런 상황을 설정하게 되었는지 숨은 이야기가 결말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의문은 보는 사람의 생각에 맡기는듯한 결말을 맞습니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 '복수의 공식'. 이 두 번째 소설을 읽으면서 앞에서 등장했던 사람의 이야기도 겹치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런 장르의 흥미로운 점은 또 다른 면이 보여진다는 것인듯 합니다. 단편으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은 어딘가 아쉬우니까요. 그러나 첫 번째 소설 속에서 사뭇 공포스러우면서도 그것의 당위성을 끌어내리는 설명이 없었듯 두 번째 소설도 그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위성이 있다고 해야할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는 더 괴기스럽고 오싹한 것도 같습니다. 슬슬 이야기들은 같은 일화나 소재를 공유한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에 한 소재, 한 소재가 다음 이야기의 또 다른 설정이 되기도 합니다. 같은 직업들이 나와서 같은 사람인건지 아닌건지 고민하게 됩니다.
이번 이야기는 쌍둥이, 간질, 사법고시 준비생, 샛강모텔, 슈베르트와 뭉크의 <죽음과 소녀>, 킬러, 나비 등이 등장합니다. 다른 관점에서 서로 무관한 이야기들이 진행되는데 마지막에는 관련성을 갖고 있는 것을 알게됩니다. 그리고 한 가지 관점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면도 있습니다. 서로의 이야기가 조금 다른 양상을 지닌달까요.
첫 번째 단편과 관련 있는 사람의 등장도 있고, 두 번째 단편 안에서 또 서로 얽혀 있는 것을 알게되지요. 이 두 번째 단편이 가장 평탄한 분위기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도 소소한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폐쇄된 미로에 대해서 시작합니다.
일본 소설을 번역하면서 살고있는 한 남자. 그는 살짝 번역을 바꾸어놓는 일을 하다가 동물을 죽이는 상황을 끼워놓고는 이후부터 기묘한 전화를 받습니다. 이 소설의 제목이 '일곱개의 고양이 눈'. 그 일과 별개로 그는 단 한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려고 고심합니다. 그러다가 알게된 한 여자와 동거를 시작하는데 그녀는 밤에 어느 이야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것은 '폐쇄 미로에 빠진 남자 이야기'입니다. 하루라는 이름을 가진 한 남자는 빈집에 들어가 한가지 물건만을 가지고 나오고 다른 한가지 물건을 그 집에 둡니다. 이번엔 안경점 안경사의 집입니다. 그곳에서 니콘 카메라 F3를 들고 나오는 대신 샛강호텔 키를 놔둡니다. 그 안경사는 그 키를 잡고 자살을 합니다. 의문을 느낀 하루는 그 호텔을 찾아가봅니다.
맵시벌이 거미를 숙주로 삼는다는 이야기처럼 그녀는 주인공을 숙주로 삼고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일곱개의 고양이 눈'의 소설가가 그랬던 것처럼. 그것과 별개로 자신이 번역하고 있는 지금 소설은 바로 첫 번째 단편이었던 '여섯 개의 꿈'으로 이야기는 또 이어져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이란 단편이 또 다르게 시작합니다. 전편에서 도서관에 관해 나오는 부분과 결부되어 있듯 주인공은 도서관에 가게 되고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이란 책을 우연히 보게 됩니다. 보잘 것 없는 연극 배우가 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 여기에서 전편과 관련 있는 몇 가지 설정들이 역시 등장합니다.
다 읽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그 소설을 대신 써보기로 하는 주인공. 마지막 부분의 이야기에서 바로 이 소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등장합니다. '무한대로 뻗어나가지만 결코 반복되지 않는 이야기 사슬, 가장 단순한 폐곡선인 원을 규정하는…… '미스터리 클럽 Q'는 제1권이 바로 무한히 어이지는 전체 시리즈였던 셈이죠. 그야말로 완벽한 미스터리소설 아닙니까? (p. 361)'
같은 소재랄까, 등장인물들의 신상 정보랄까 그런 것들을 가지고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꼭 이 등장인물들이 모두 등장해야한다는 고집이 있는 것은 아니라 폐쇄적이지는 않지요. 단지 그들이 이 소설을 빠져나갈 수 없는 폐쇄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기묘한 이야기, 그리고 그리 뒤끝이 유쾌하거나 행복하지 않은 이야기라서 개인적인 취향으로 별 4개만 매겨봅니다. 그러나 설정이나 반복성에 의한 재미는 무척 있습니다. 다시 봐도 재밌을, 또 다른 이야기로 느껴질 것 같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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